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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곳도, 하는 일도 다른 두 부부가 비슷한 시기에 주말부부가 되었습니다. 아내와 남편 입장에서 주말 부부 이야기를 씁니다.
집에 도착해서 현관문을 엶과 동시에 마음 속에 설렘을 한 움큼 쥐었다. 주중에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며 쌓인 고독감을 한 번에 털어낼 기대감을 풀었다.

식탁에서 저녁을 먹는 가족들이 보였다. 한 명 한 명 눈 마주침을 하며 반갑게 인사를 했다. 사춘기의 한가운데 있는 둘째는 고개를 숙인 채 입을 뾰족 내밀었다. '헉' 속이 쓰렸다. 최대한 내색하지 않고 조용히 식사 가운데로 합류했다.

식사를 마치고 캐리어에 한가득 담아온 빨래더미를 꺼내 세탁기에 넣고 돌렸다. 그 사이 아내는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잠시 식탁에 앉았다.

 주중에 사택에서 모아둔 빨래를 집에 오면 세탁기에 넣고 돌리고 말려서 다시 캐리어에 넣고 가져간다.
주중에 사택에서 모아둔 빨래를 집에 오면 세탁기에 넣고 돌리고 말려서 다시 캐리어에 넣고 가져간다. ⓒ 신재호

"여보. 그거 알아? 집 근처 산에 스카이워크가 생겼는데 밤에 풍경이 끝내준대. 산보도 할 겸 한번 가볼까."
"아. 이야기는 들었어. 근데 나 할 게 좀 있는데... 일단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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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답을 긍정으로 알아들은 나는 신이 나 콧노래까지 불렀다. 저녁엔 날이 좀 쌀쌀할까 싶어 옷장에서 겉옷도 침대 위에 꺼내 놓았다. 핸드폰을 꺼내 스카이워크 사진을 보며 감탄했다. 규모가 상상 이상이었다. 이미 새로운 명소로 자리 잡았다. 그러기를 한참, 아내에게서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거실로 나가보니 컴퓨터 앞에서 무언가 작업 중이었다.

"아직 멀었어?"
"응. 저녁까지 작업해서 메일로 보내야 해."
"빨리 갔다 와서 하면 안 돼?"
"그러면 너무 늦어져. 다음에 가자. 자꾸 뭘 보채."

아내의 마지막 말에 긁혔다. 여기서 그만해야 했다. 그건 숱한 경험을 통해 체득한 진리였다. 아뿔싸. 이성적 사고와 달리 말은 이미 활 시위를 떠난 활과 같았다.

"아니 주중에도 잘 못 보는데 주말에 잠깐 시간 내는 게 그렇게 어려워. 보채기는 누가 보챘다고 해. 됐어 나도 안 가."
"당신이야 주말에만 오니깐 모르겠지. 내가 얼마나 할 게 많은 줄 알아. 애들도 챙겨야지, 회사 일도 해야지.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 주말에도 일하는 거 보면 어디 갈 생각 말고 집안일 할 거 없나 좀 찾아봐. 내가 그렇게 한가한 줄 알아."

각자의 서운함이 싸움으로 번지다

솔직히 아내 말이 하나 틀린 게 없었다. 그럼에도 인정하고 싶진 않았다. 그냥 밖으로 나왔다. 막상 나와도 딱히 할 게 없었다. 열도 식힐 겸 동네 한 바퀴를 돌았다. 주말부부를 시작한 지 이제 겨우 반년이 되었건만, 왜 이리 낯선지.

휘황찬란한 도시의 불빛은 내가 지내는 사택의 고요함과는 크게 달랐다. 괜히 핸드폰 목록을 뒤적 거렸다. 누굴 불러서 맥주라도 한잔 할까 하다가 각자의 가정 속 평온한 그들에게 균열을 내고 싶지 않았다. 1시간 정도 돌다가 들어갔다.

시베리아 같이 차가운 공기가 방 안 가득 메웠다. 얼른 화장실에 가서 씻고 안방 침대에 누웠다. 거치대에 핸드폰을 넣고 OTT를 보다가 빨래가 다 되었겠단 생각이 들어 가보았다. 건조까지 되어 뽀송한 빨래를 들고 거실 바닥에 놓고 개기 시작했다. 바로 옆에 아내가 있었지만 둘 사이 냉랭함은 사라질 줄 몰랐다. 대충 개어 캐리어에 쑤셔 놓은 채 다시 안방으로 향했다.

불편한 마음과 달리 침대는 포근했다. 사택에 작은 침대를 사서 놓았건만 반년이 다되도록 적응 중이다. 반면 집에서는 누우면 바로 잠이 들었다. 익숙함과 안정감 때문이겠다. 푹 잘 자고 아침 일찍 일어나 짐을 챙겨 다시 사택으로 향했다.

아내와의 갈등을 풀지도 못한 채 나가는 발걸음은 평소보다 무거웠다. 다시 주말이 되어서야 만나서 풀 수 있을 것이었다. 어쩌면 그 기간은 쉽사리 단정할 수 없을지 모른다. 운전하며 나도 모르게 큰 한숨이 나왔다.

 갈등을 풀지 못한 날.
갈등을 풀지 못한 날. ⓒ AI생성이미지

주말부부 선배가 전한 조언

지난해 발표된 통계청(현 국가데이터처)의 '2024년 하반기 지역별 고용조사 맞벌이 가구 및 1인가구 취업현황' 자료를 살펴보면, 비동거 맞벌이 가구 수는 85만 6000가구로 전체 맞벌이 가구의 14.1%였다. 이는 전년도 대비 4만 4000가구(0.8%p) 늘어난 것으로, 역대 최대치라고 한다.

통계에서와 같이 주말부부의 수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 주변에 나처럼 주말부부를 하는 동료의 이야기를 들으면 별반 다를 바 없는 고충을 토로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했던가. 주말만 보기에 애틋하고 반가울 줄 알았는데 오히려 사소한 일로 다투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심지어 한 직원은 교육 때문에 집 근처로 갈 일이 있어도 갑작스러운 방문이 불편할까 봐 교육만 듣고 다시 사택으로 온다고 했다.

나도 왜 그런지 이젠 좀 알 것도 같다. 시간이 흐를수록 나는 나대로, 아내는 아내대로 삶의 균형이 세워졌다. 주중엔 그 틀이 유지되다가 주말이 되어 만나면 충돌이 발생했다. 문제는 충돌은 발생할 수 있어도 그걸 푸는 건 함께 살 때보다 훨씬 어렵다는 점이다. 갈등이 생겨도 같은 집에 살면 얼굴을 맞대고 있기에 어쩔 수 없이 풀기 마련이건만 주말부부는 그렇지 못했다. 다시 돌아갈 각자의 공간이 있기에 자칫 오래 지속될 수 있었다.

같은 사무실에 근무하는 주말부부를 오래한 선배는 주말부부인 만큼 더욱 적극적으로 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서운한 감정을 풀지 않은 채 오래 쌓이면 나중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널 수 있다는 것. 결국 어느 한쪽만이 아닌 서로의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묵언수행을 한지 벌써 2주가 되었다. 이번 주말에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열심히 집안일부터 시작하고, 아내에게 화해의 손길을 내밀어 보아야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 및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사는 곳도, 하는 일도 다른 두 부부가 비슷한 시기에 주말부부가 되었습니다. 아내와 남편 입장에서 주말부부 이야기를 씁니다.
#주말부부#갈등#부부싸움#서운함#문제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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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일상이 제 손을 빌어 찬란하게 변하는 순간이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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