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부가 발표한 '교육혁신선도지역 기본계획'과 '소규모학교 혁신을 통한 지역교육력 제고 방안'이 논란이다. ⓒ 이민희
교육부가 지난 11일 대구 군위중학교에서 발표한 '교육혁신선도지역 기본계획(시안)'과 '소규모학교 혁신을 통한 지역 교육력 제고 방안'이 시행 전부터 '작은학교 통폐합'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16일 전국마을교육공동체활동가들은 공동발의한 공개질의서를 최교진 교육부 장관 앞으로 발송하고 "교육부가 추진하는 교육혁신선도지역 사업이 기존 학교 통폐합 정책과 본질적으로 무엇이 다른지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번 사업이 표면적으로는 획일적 통폐합 기준의 폐지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강력한 재정적 유인책을 통해 학교 통폐합을 유도하는 '지역교육 재구조화 정책'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공동 정책 질의에는 하루 만에 400명이 넘는 전국의 마을교육공동체 활동가와 연구자, 교사 등이 참여했으며, 현재도 참여 인원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활동가들은 교육부가 3개 학교를 1개 학교로 통합할 경우 260억 원의 통합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한 점을 근거로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와 교육청이 경제적 유인에 따라 학교 통폐합을 선택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면(面) 단위 학생들이 읍 단위 거점학교로 이동하게 되면 새로운 인구 유입이 차단되고 정주 여건이 악화돼 농산어촌 지역 소멸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면(面) 단위 마을의 학생들이 읍 단위 거점학교로 흡수되면 새로운 인구 유입이 완전히 차단되어 정주여건이 악화되고 농산어촌 마을의 소멸이 극단화될 것이라는 경고다.
주민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도입되는 '지역교육혁신협의체'가 권한 없는 '요식행위'에 그칠 가능성도 제기됐다. 활동가들은 교육부 계획대로라면 사업 선정과 예산 배분, 성과 평가 등 실질적인 결정 권한을 교육부와 전문기관이 갖게 된다며, 지역 주민과 학부모, 교사 등이 참여하는 지역교육거버넌스 기구에 교육혁신선도지역 사업을 점검·수정할 수 있는 실질적인 거부권(Veto)과 평가 권한을 부여할 의사가 있는지 답변을 요구했다.
또한 이번 사업이 표방하는 '교육 혁신'이 지역 공동체의 지속가능성보다 '거대 산업구조 재편에 따른 안정적인 인력 공급'에 초점이 맞춰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활동가들은 질의서에서 "사업 계획이 첨단산업 인력 양성에만 집중된다면 작은 학교는 주민의 학습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산업인력 공급을 위한 효율적 거점으로 전락할 것"이라며 농산어촌 소규모 학교가 가진 실존적 관계성과 공동체성, 생태·인문학적 다양성을 보존할 구체적인 혁신 방안을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교육부 발표에 대해 박진숙 함께마을교육사회적협동조합(곡성) 대표는 "농산어촌 작은학교는 학생 수가 적다는 이유만으로 비효율적인 기관으로 취급돼서는 안 된다. 면 단위 마을에서 학교는 단순한 교육시설이 아닌 아이들의 배움터이자 주민의 문화공간, 지역 돌봄의 거점, 청년 가족의 정주 가능성을 보여주는 공동체의 중심"이라며 "소규모학교 정책의 출발점은 '어떤 학교를 줄일 것인가'가 아니라 '작은학교를 어떻게 지역사회 학교로 전환할 것인가'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수 동고동락사회적협동조합(남해) 대표도 "이재명 정부가 강조하는 지역균형발전 시대에 절실히 필요한 것은 작은 학교를 없애는 정책이 아니라 오히려 작은 학교를 지역재생과 교육혁신의 거점으로 육성하는 정책"이라며 "교육부는 지금이라도 소규모학교 통폐합 중심 정책을 중단하고 교육의 다양성과 지역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는 새로운 교육정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마지막으로 활동가들은 공개질의서를 통해 "이번 사업은 지역 소외지역 주민들의 생존권과 아이들의 교육 주권에 직결된 엄중한 사안"이라며 "시민사회와 지역 주민의 의견을 충분히 청취할 수 있도록 사업 시행을 유보하거나 협의 절차를 재설계할 의사가 있는지에 대해 최교진 교육부 장관의 책임 있는 답변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공개질의서 전문.
| 최교진 교육부장관께 묻습니다. |
이 사업은 첫째, 기존의 효율성 논리에 입각한 통폐합 중심 정책의 한계를 극복하겠다고 주장하나, 그 설계 구조를 보면 상당 부분 기존 정책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판단됩니다. 특히 소규모 학교 통합형 모델에 막대한 재정 인센티브가 결합돼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습니다.
이 계획에서 교육부는 획일적 통폐합 기준 폐지, 지역 맞춤형 결정, 학교 간 연계형 모델 허용, 지자체와 협력 강조, 교육과정 혁신 지원 등을 새로운 요소로 제시하며 기존의 통폐합 정책과는 차이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실제 사업 구조를 보면 거점학교 육성과 학생 집중, 통합학교 지원, 폐교 활용, 학교복합시설 설치, 기숙사 설치 등이 핵심 수단으로 제시됩니다. 특히 교육부가 제시한 예산 구조는 통합을 선택할수록 훨씬 많은 재정 지원을 받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3개 학교를 1개 학교로 통합할 경우 학교 통합 인센티브 260억 원이 제시됩니다.
즉, 학교 통폐합에 대한 제도상 강제는 없지만 재정 구조는 통합형 모델을 강하게 유인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사업은 '통폐합 정책의 폐기'가 아니라 '통폐합을 포함하는 지역교육 재구조화 정책'으로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둘째, 이 사업을 통해 교육부가 표방하는 '혁신'의 내용이 무엇인지 모호합니다. 이 사업의 구체적인 실행 기제와 예시들을 보면 경제·산업구조 재편에 따른 안정적 인력 공급을 위한 하향식 교육 표준화 의도가 숨어 있다는 강한 의구심을 지울 수 없습니다.
본 계획을 끝까지 읽어봐도 혁신의 개념 정의는 없습니다. 대신 AI 교육, 공동교육과정, 원어민 교사, 방과후 확대, 학교복합시설, 통학 지원 등을 혁신의 내용으로 제시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는 새로운 교육 철학과 방향에 입각한 혁신이라기보다 지원체계 개선 또는 행정적 재편에 가깝습니다.
새로운 시대, 소규모 학교 혁신을 말하려면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해야 합니다. 이 시대 변화가 요구하는 교육의 철학과 가치는 무엇인가? 미래교육이란 무엇인가? 지역교육이란 무엇인가? 농산어촌 작은학교의 교육적 강점은 무엇인가? 소멸위기 지역에서 학교의 기능과 역할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 학교와 지역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 등입니다.
그러나 문서를 읽어봐도 교육 혁신과 학교 혁신의 구체적인 모습은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교육부의 사업은 '교육 혁신'이라기보다 '교육서비스 공급체계의 효율화' 성격이 더 강합니다.
셋째, '지역교육혁신협의체'의 권한과 역할이 미미해 교육자치 실현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계획안을 보면 지역교육혁신협의체의 역할은 논의, 참여, 협력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반면 사업 선정, 예산 배분, 성과 평가, 컨설팅, 운영 점검 등 사업의 실질적인 결정 권한과 집행 역할은 교육부와 전문기관이 담당합니다. 즉, 거버넌스는 있으나 의사결정권, 감독권, 평가권은 보이지 않습니다.
이 경우 협의체는 주민 참여를 내세운 그럴듯한 '요식행위'로 전락할 위험이 큽니다. 진정한 교육자치는 사업 승인, 연차평가, 예산 심의, 사업 중단 요구, 성과평가 권한까지 학부모, 주민, 교사, 교육지원청, 지방자치단체가 공동으로 행사할 수 있어야 합니다.
넷째, 교육부의 사업은 산업구조 재편에 따른 교육 재구조화와 안정적인 인력 공급 정책으로 설계된 것은 아닌지 의문을 제기합니다. 교육혁신선도지역 사업은 국정과제인 '지역인재 양성'과 직접 연결돼 있습니다. 사업 유형 2에서는 '대학·산업 연계 교육 강화'를 필수 과제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등장하는 교육 혁신이 주민의 삶의 질 향상보다 산업인력 공급 논리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만약 지역교육 혁신이 반도체, AI, 첨단산업 인력 양성 체계 구축에만 집중된다면 결국 작은학교는 지역 주민의 학습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산업인력 공급을 위한 효율적 교육 거점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교육부는 '지역인재 양성'이 지역산업 인력 공급을 의미하는지, 아니면 지역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의미하는지 분명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위의 네 가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교육부에 다음과 같이 질의합니다.
질의 1. 통합학교에 재정과 인적 자원을 집중지원하는 학교 통폐합 유도에 관하여
가. '지역이 자율로 선택한다'고 하지만, 학교 통합 인센티브는 3개교를 1개교로 합치는 것만으로 260억 원을 지원하고 학교를 유지하는 연계형에는 이에 상응하는 별도의 재정 설계가 없습니다. 재정 구조 자체가 통폐합이라는 답을 정해 놓고 유도하고 있습니다. 보통교부금 산정에서 폐지 학교 수에 1.5배 가산을 적용하는 특례도, 교육청 입장에서는 학교를 폐지할수록 교부금이 늘어나는 구조를 만듭니다. 이러한 재정 유인이 면 단위 학교를 존속시키려는 노력과 정면으로 충돌하게 된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합니다. 답변 부탁드립니다.
나. 재정이 열악한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에 막대한 재정 인센티브를 유인책으로 제공해 스스로 학교 문을 닫도록 유도하는 방식이 과거의 경제 논리 중심 통폐합 정책과 본질적으로 무엇이 다른지 답해 주십시오.
다. 인구감소지역 주민과 학부모가 거점화 및 분교장 개편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교육부는 재정 지원을 어떻게 처리할 것입니까? 지역의 거부 결정이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습니까?
라. 이 사업이 통폐합을 유인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면 통합 인센티브 지원금 확대가 아닌, 통합형 외 연계형과 지역 여건에 맞는 새로운 대안형에 대해서도 지원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수정할 의향이 있는지 답해 주십시오.
질의 2. 산업 도구주의적 교육 혁신과 교육 획일화에 대한 우려에 관하여
가. 교육부의 사업은 아이들을 지역 공동체의 주체로 기르기보다 거대 산업구조 재편에 맞춘 '맞춤형 노동 인력 공급 체계'의 하부 구조로 학교를 편입시키려는 도구주의적 시각으로 읽힙니다. 그렇지 않다면 이러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설명을 해주십시오.
나. 위와 같은 맥락에서 농산어촌 소규모 학교가 가진 실존적 관계성, 공동체성, 생태·인문학적 다양성이라는 본질적 가치를 보존할 구체적인 내용적 혁신 방안이 배제된 것은 아닌지 입장을 밝혀주십시오.
질의 3. 거버넌스(지역교육혁신협의체)의 요식행위 전락 및 권한 부재에 관하여
가. 지역의 주민과 교육 주체들이 사업의 진행 과정을 스스로 점검하고, 무리한 거점화나 통폐합 기조에 대해 거부(Veto)할 수 있는 실질적인 '평가 및 수정 권한'을 지역 거버넌스에 부여할 용의가 있습니까?
나. 평가지표와 예산권을 중앙이 쥐고 있는 구조에서 지역교육혁신협의체가 교육부의 하향식 지침을 현장에 강제하기 위한 요식적·관변적 기구로 전락할 위험에 대해 교육부는 어떤 방지 대책을 갖고 있습니까?
질의 4. 면(面) 단위 마을 소멸 가속화에 대한 대책에 관하여
가. 학교는 농산어촌 공동체의 문화적·사회적 중심지입니다. 거점화 정책에 따라 면 단위의 아동들이 기숙사형 거점학교가 있는 읍 단위로 흡수되거나 학교가 분교화·폐교될 경우, 해당 면 단위 마을은 젊은 층의 유입이 완전히 차단되어 급격한 고사(枯死) 단계를 밟게 됩니다. 이에 대한 대책은 무엇입니까?
나. 학교의 소멸로 인해 발생할 면 단위 마을의 공동화 현상과 정주 생태계 파괴를 막기 위한 교육부 차원의 범부처 협력 방안이나 보완책은 무엇입니까?
다. 면 단위 급격한 학생 수 감소에 대한 대책을 중심지/거점학교로의 흡수 통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면, 면 단위 학교 혁신 방안 사례를 국, 내외의 사례를 풍부하게 제시하여 면 단위 지역이 학교를 중심으로 교육과 지역을 지키고 살려내는 방안을 다양하게 고민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 사례들을 사업 계획안에 포함시켜 주십시오.
질의 5. 본 사업 시행 시기에 관하여
가. 시민사회와 교육공동체, 지역 주민의 의견을 충분히 청취하고 이번 계획의 미비한 부분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사업 시행을 유보하거나 협의 절차를 재설계할 의사가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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