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차 가해 대한항공 성희롱 피해자 낙인·고립·괴롭힘 규탄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서울여성노동자회, 재단법인 호루라기가 1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고용노동부 서울남부지청 앞에서 '5년 소송·산재 휴업 끝 복귀했더니 또 2차 가해 대한항공 성희롱 피해자 낙인·고립·괴롭힘 규탄 및 노동청 진정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기자회견에 참석해 이를 지켜보던 피해자가 눈가를 만지고 있다. ⓒ 이정민
사내 성폭력 피해자를 4년 넘게 법정에 세웠던 대한항공이 이번에는 그를 고용노동부로 향하게 했다. 대한항공 사내 성폭력 피해자 장유정(가명)씨는 회사 복귀 이후 직장 내 괴롭힘과 2차 가해를 당했다며 16일 고용노동부 서울남부지청에 진정을 제기했다. 그는 2020년 7월부터 2024년 11월까지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했고 성폭력 발생의 사측 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을 받아냈다.
장씨와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서울여성노동자회, 재단법인 호루라기는 이날 오전 고용노동부 서울남부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5년간의 소송전을 거쳐 회사에 복귀한 장씨가 또다시 성폭력 피해자를 향한 낙인찍기와 조직 내 고립으로 벼랑 끝에 내몰렸다"며 "대한항공을 규탄하고 이에 대한 노동청의 제대로 된 직접 조사를 촉구하고자 이 자리에 섰다"고 밝혔다.
"2차 가해의 교과서"

▲2차 가해 대한항공 성희롱 피해자 낙인·고립·괴롭힘 규탄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서울여성노동자회, 재단법인 호루라기가 1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고용노동부 서울남부지청 앞에서 '5년 소송·산재 휴업 끝 복귀했더니 또 2차 가해 대한항공 성희롱 피해자 낙인·고립·괴롭힘 규탄 및 노동청 진정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이정민
이들에 따르면 장씨는 지난해 4월 복귀 이후 ▲ 사전에 합의된 부서 대신 피해자 의사에 반하는 부서 배치 ▲ 부서 배치 이후 고립 ▲ 피해자의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이후 객관적 조사 의무 미이행 등을 겪었다. 장씨는 복귀 직전 부서장 주도 면담에서 "회사와 길게 분쟁해 정서적으로 회사랑 반대편에 있었던 사람", "기본적으로 상처가 있고 조직에서 불신 가능성이 높은 사람", "3개월은 지나야 성폭력 사건에 대한 직원들의 시선이 정리될 것" 등의 발언을 들었다고 밝혔다.
김유경 노무법인 돌꽃 대표 노무사(장씨 측 사건대리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 여성 노동자가 피 말리는 법적 소송과 산재 휴업 등을 거쳐 가까스로 회사에 돌아갔다"며 "하지만 복직 이후 누구도 자신을 보호해 주지 않는다고 느끼고 피해자 낙인까지 겪었다면 당사자는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김 노무사는 "피해자에 대한 낙인찍기를 공공연하게 자행하는 기업과 이를 방조하고 오히려 악화시키는 구성원들을 바꾸려면 법률 대응과 사회 전반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며 "여성 노동자 비율이 높은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피해자(장씨)가 돌아갔는데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 어느 기업에서 피해자의 온전한 원상회복을 생각할 수 있겠냐"고 비판했다.
김세정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여성노동인권분과장은 "이 사건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교과서적 사례"라며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피해자를 경계의 대상으로 바꾸는 것이 2차 가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장씨는 원치 않은 부서에 배치된 후 과도한 업무와 부당한 업무 지시를 경험했고 팀원들과의 소통에서도 배제됐다"며 "피해자가 대체 언제까지 싸워야 하냐는 질문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그는 "(사측이) 장씨의 직장 내 괴롭힘 신고에 따라 조사를 진행하면서도 장씨가 신고하지 않은 사안까지 조사하겠다며 부서원 전원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했다"며 "이는 비밀 누설 금지 의무를 노골적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우리 사회에 피해자가 법적 싸움 이후 일터로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는지를 묻는다"며 "우리가 바라는 것은 피해자가 신고한 것을 후회하는 사회가 아닌 신고했기 때문에 더 안전해지는 사회"라고 덧붙였다.
현장 지킨 피해자 "나처럼 싸우는 사람 없기를"

▲2차 가해 대한항공 성희롱 피해자 낙인·고립·괴롭힘 규탄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서울여성노동자회, 재단법인 호루라기가 1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고용노동부 서울남부지청 앞에서 '5년 소송·산재 휴업 끝 복귀했더니 또 2차 가해 대한항공 성희롱 피해자 낙인·고립·괴롭힘 규탄 및 노동청 진정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이정민
그간 장씨를 조력해 온 신상아 서울여성노동자회장은 "피해자가 얼마나 회사에 적응하고자 했는지, 동료들과 회사와 원만히 지내기를 위해 얼마나 참았는지를 잘 안다"며 잠시 울먹이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대한민국을 대표한다는 항공사가 대법원 판결 앞에서는 고개를 숙이는 척하더니 뒤에서는 교묘하고 비겁한 방식으로 피해자를 벼랑에 내몰았다"며 "이는 피해자를 제 발로 나가게 만들려는 잔인한 행위"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한항공은 기만적인 업무 배치와 조직적 배제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피해자 복귀 시점부터 발생한 2차 피해와 집단 따돌림에 대해 회사가 책임을 인정하고 관련 책임자 전원을 엄중히 징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원 보호를 위해 장씨는 회견 전면에 나서는 대신 현장을 지켜봤다. 그가 보낸 발언은 현장에서 김유경 노무사가 대독했다. 회견을 지켜보던 장씨는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저는 오늘 이 자리에 서기까지 1년이 넘는 시간을 망설였습니다. 사람들은 말합니다. 대법원 판결까지 받았으니, 이제 그만 잊으라고. 출근하고, 월급받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살라고. 그런데 제가 돌아간 자리는 판결 이전과 조금도 달라져 있지 않았습니다. 사방에서 저를 지켜보는 시선들의 한가운데에서, 작은 빌미 하나에도 언제든 내칠 준비가 된 상사들 사이에서, 저는 저를 지킬 방패 하나 없이 서 있습니다."
장씨는 "나는 회사를 떠나려고 싸운 사람이 아니라 다시 돌아오기 위해 싸웠다"며 "법은 피해자를 보호하라고 말하지만, 종이 위의 법을 일터에서 살아 숨 쉬게 하는 것은 조직 구성원과 리더"라고 말했다. 이어 "언젠가 누군가 나와 같은 길을 겪는다면 나처럼 싸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나는 내일도 출근하겠다"고 끝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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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가해 대한항공 성희롱 피해자 낙인·고립·괴롭힘 규탄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서울여성노동자회, 재단법인 호루라기가 1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고용노동부 서울남부지청 앞에서 '5년 소송·산재 휴업 끝 복귀했더니 또 2차 가해 대한항공 성희롱 피해자 낙인·고립·괴롭힘 규탄 및 노동청 진정 기자회견'을 진행 한 뒤 '직장 내 성희롱 2차 가해 및 직장 내 괴롭힘 진정서'를 전달하고 있다. ⓒ 이정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