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황혼 육아가 대세다. 66세인 나도 쌍둥이 손자 주말 육아를 8년째 하고 있다. 5개월부터 주말 육아 하였는데 초등학교 2학년이 되었다. 주말에 오는 쌍둥이 손자와의 달콤쌉쌀한 육아 이야기로 저출산 시대에 아이가 주는 행복을 함께 나누고 싶다.
지난 금요일 저녁, 2주 만에 쌍둥이 손자가 왔다. 주말마다 쌍둥이 손자를 돌보고 있는데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매주 오진 못하고 있다. 2주 만에 보니 키가 많이 큰 것처럼 느껴졌다. 늘 영상 통화로 안부를 묻지만, 만나니 더 반가웠다.
할아버지가 손자들 오기 전에 침대 위에 친 온열 텐트를 거두고 모기장으로 바꾸었다. 집에 모기가 많아서는 아니고 좀 더 아늑한 느낌이 들어 잘 자길 바라는 마음이다. 주말에 손자들이 집에 오면 늘 내가 가운데서 자고 양쪽에 손자들이 자는데, 나도 사방이 뚫려 있는 침대보다는 아늑하게 느껴져서 잠이 잘 온다.

▲쌍둥이 손자 침대할아버지가 겨울에는 온열 텐트를 여름에는 모기장을 쳐서 아늑한 잠자리를 만들어준다. ⓒ 유영숙
바닥에도 냉감 패드를 깔아주어 시원하게 해 주었고, 에어컨 청소도 했다. 쌍둥이 손자 방은 여름 나기 준비가 완벽하게 되었다. 이제 열대야가 몰려와도 걱정 없다. 집에 온 손자들에게 이번 주 토요일에 뭐 하고 놀면 좋을지 물어보았다.
"지우 연우, 내일 뭐 하고 놀까?"
"할머니가 세 가지 말해보세요."
"1번은 도서관 가서 책 읽는 것, 2번은 드림파크에 장미꽃 보러 가는 것, 3번은 집에서 할머니와 전통 놀이 하는 것인데 몇 번이 좋아?"
"할머니, 이건 어때요?"
"다른 좋은 생각 있는 거야?"
"인천 2호선 타고 검단오류역에서 운연역까지 전 구간 갔다 오는 거요."
"지우 연우, 지하철 타고 싶구나."
"네. 할머니도 인천 2호선 타는 걸로 약속해 주세요."
이렇게 손자들과 토요일에 인천 2호선을 타고 전 구간을 다녀오기로 약속했다. 손자들이 요즘 지하철 노선도에 관심이 있어서 인천 1호선, 2호선 뿐만 아니라 서울 지하철 노선도를 거의 외운다. 거기다가 우리나라 도시에도 관심이 있어서 아빠와 전국 일주하는 것이 꿈이란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전국 일주로 경기도에 있는 도시부터 다니고 있는데 벌써 꽤 많은 경기도 도시를 다녀왔다. 손자들이 다음에는 경기도 광주에 갈 차례라며 갈 날을 기다리고 있다.
지하철에서 만난 따뜻한 어르신들
인천 2호선은 2016년에 개통된 경전철로 운전자가 탑승하지 않는 무인 운행을 한다. 두 량으로 짧은 기차로 개통된 지 꽤 오래되었지만, 나도 전 구간을 타보진 못했다. 가장 멀리 간 것은 매주 송암 점자도서관에 봉사 활동 갈 때 내리는 시민공원역이다. 나도 마지막 역인 운연역까지 가 보고 싶었다.

▲어린이용 지하철 표지하철 탈 때는 무인 발급기에서 어린이용 표를 사서 탑승해야 한다. ⓒ 유영숙
토요일 아침, 쌍둥이 손자와 간단하게 물과 과자 한 봉지를 챙겨서 작은 배낭에 넣고 출발했다. 집 앞에 있는 지하철역에서 어린이용 기차표를 끊었다. 무인 발급기인데 처음 끊어보는 거라서 몇 번 실패하고 두 장을 끊어서 손자들에게 하나씩 주었다. 손자들이 꼭 마지막 역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해서 집에서 거꾸로 종착역인 검단 오류역까지 갔다가 다시 지하철을 타고 운연역으로 출발했다.
토요일이라서 손님이 많지 않을 것 같아서 모두 자리에 앉았는데 가다 보니 어르신들이 많이 타셨다. 연우는 내 무릎에 앉히고 지우는 서서 바깥을 내다본다며 자리를 양보했다. 옆에 앉으신 어르신은 요즘 지하철에서 아이들 보기 어려운데 예쁘다며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쌍둥이라서 키우기 힘드셨겠어요. 우리 집에도 쌍둥이 손자가 있는데 키워 놓으면 좋아요."
"아기 땐 정말 힘들었는데 조금 커서 요즘 제가 혼자서도 데리고 다닙니다."
옆에 앉으신 어르신은 지우에게 앉으라고 하시더니 나중에는 무릎에 앉히고 가셨다. 덕분에 손자들도 어르신들께 자리 양보하는 것도 배웠다. 검단오류역에서 운연역까지는 27개 역으로 역 이름을 확인하며 최종역인 운연역에 잘 도착했다.

▲인천 2호선 노선도검단 오류역에서 운연역까지 27개 역이 있다. ⓒ 유영숙
꽃 좋아하는 손자와 우연히 마주친 행운
드디어 종착역인 운연역에 도착했다. 대부분이 인천공원역에서 내리고 운연역에서는 몇 분 내리지 않았다. 운연역에서 내려서 표를 찍고 나왔다. 손자가 환급기에 표를 올려놓으면 500원이 환급 된다며 환급기 앞으로 갔다. 표를 환급기에 올려놓으니 정말 500원짜리가 나왔다. 보증금이었다.
손자들이 배가 고픈 것 같아서 먹을 곳이 있는지 살피려고 역 바깥으로 나오니 작은 공원이 있었다. 운연 어린이공원이었다. 연우가 뭔가 발견했는지 큰 소리로 말하며 뛰어갔다.
"할머니, 쇠채아재비예요."
"할머니는 처음 보는 건데 연우는 어떻게 이름 알았어?"
"유튜브에서 보았어요. 꽃도 민들레처럼 노란색이에요."
꽃 좋아하는 연우에게 이젠 할머니가 배운다. 꼭 민들레 홀씨처럼 생겼는데 크기가 무척 컸다. 연우도 신기한지 앞에 가서 홀씨를 만져보며 신기해 했다. 기대하지 않고 왔는데 이렇게 귀한 식물을 만나는 행운을 얻었다.

▲쇠채아재비꽃 좋아하는 손자와 운연역에 있는 운연 어린이 공원에서 발견하고 행운을 만난듯 반가웠다. ⓒ 유영숙
날씨도 덥고 배가 고플 것 같아 혹시 밥 먹을 곳이 있는지 공원을 지나 좀 더 가봤지만, 과수원만 보이고 상가가 보이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공원 정자에서 가지고 간 물과 과자 한 봉지를 먹고 다시 지하철을 타고 집 근처에 가서 밥을 먹기로 하였다.
어린이 표를 끊어서 지하철을 탔다. 올 때는 몇 번 실패했지만, 이번에는 한 번에 끊었다. 역시 무슨 일이든 경험이 중요하다. 올 때 에어컨이 너무 세서 추웠기에 에어컨 바람이 안 나오는 곳으로 앉았다. 종점에서 탔기에 이번에는 손자 둘 다 자리에 앉혔다. 집에 가려면 한 시간 정도 걸리니 혹시 힘들어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짜증도 안 부리고 역 이름을 확인하며 잘 앉아있었다. 이런 손자들이 참 대견했다. 많이 큰 것 같다.
아파트 앞에 있는 역에서 내려서 둘 다 좋아하는 돈가스집으로 갔다. 쌍둥이인데 식성이 달라서 지우는 어묵 우동을, 연우는 등심 돈가스, 나는 안심 돈가스를 시켰다. 모두 배고파서 맛있게 먹었다.
손자들이 다음에는 인천 지하철 1호선도 타보고 싶다고 한다. 인천 1호선은 중간에 환승 해야 하기에 조금 복잡하겠지만, 이날처럼 잘 걷고 지하철에서도 잘 앉아가면 갈 수 있겠다. 손자들이 좋아하는 일인데 이 정도 소원은 얼마든지 들어줄 수 있다. 할머니는 너희들을 사랑하니까. 다음에 지하철 여행할 때는 간식도 꼼꼼하게 챙겨서 가야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유영숙 시민기자의 개인 브런치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