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주택 '녹색친구들' 세입자 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동부기금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회주택 업체인 '녹색친구들'의 자본잠식으로 발생한 연쇄 보증금 미반환 사태에 고통을 호소하며 토지 소유권과 계약상 구조적 책임이 있는 HUG가 피해주택들을 매입해 보증금을 보전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공공이 주도한 사업에서 신용불량자로 내몰리는 청년들을 구제할 책임이 진정 공공에게는 없는 것입니까."
18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마포구 HUG(주택도시보증공사) 동부기금센터 앞에서 사회주택 운영사 녹색친구들에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연남점 세입자 하아무개씨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는 이사를 2주 앞두고 녹색친구들로부터 "보증금을 줄 수 없다"는 일방적 통보를 받은 날을 떠올리며 울분을 토했다. 새집 계약까지 마친 상황에서 보증금을 마련하느라 빚을 더 져야 했고, 넉 달째 두 집의 대출 이자를 감당하며 신용이 무너졌다는 것이다. 그는 거듭 물었다. "이토록 부실한 사업자를 사회주택 사업자로 선정하고 관리 감독의 책무를 방기한 공공에게는 정녕 아무런 책임이 없느냐"는 것.
녹색친구들 세입자대책위원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HUG의 책임 있는 '공공 매입' 결단을 촉구했다. 녹색친구들이 운영해온 사회주택은 행운·연남·창천·대조·삼송·성산점 등 총 6곳으로, 이 중 행운점은 이미 전세사기 피해로 SH(서울주택도시공사)의 대위변제가 진행 중이다. 나머지 5개 주택 모두에서 연쇄적인 보증금 미반환 사고가 발생했다. 결과적으로 녹색친구들이 운영한 지점 중 단 한 곳도 보증금 사고를 피하지 못한 셈이다.
최근 <오마이뉴스>는 녹색친구들 세입자들의 고통과 선정, 운영 과정에서 발생한 관여 기관들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연속 보도하고 있다(관련 기사:
음식물 찌꺼기 역류, 곰팡이까지... 공공주택 믿은 청년, '덫'에 걸렸다 https://omn.kr/2iq8s).
이날 기자회견이 HUG 동부기금센터 앞에서 열린 이유도 분명했다. 사회를 맡은 서동규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은 "이 건물에 서울 서부지사가 입주해 있고, 그 안에 HUG 동부기금센터가 입주해 있다"며 "녹색친구들 삼송·대조·연남 3곳의 토지 리츠를 관리할 책임이 있는 곳이 바로 이 동부기금센터이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헀다.
"이게 전세사기 아니면 무엇입니까"… 뒷짐 진 HUG에 무너진 청년들

▲사회주택 '녹색친구들' 세입자 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동부기금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회주택 업체인 '녹색친구들'의 자본잠식으로 발생한 연쇄 보증금 미반환 사태에 고통을 호소하며 토지 소유권과 계약상 구조적 책임이 있는 HUG가 피해주택들을 매입해 보증금을 보전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사회주택 '녹색친구들' 세입자들 "나라 믿고 들어왔다. HUG는 책임져라"
유성호
이날 삼송점 세입자 박근호씨는 아내가 임신중임을 밝히며 "국가기관이 설계하고 공기업인 HUG가 토지를 소유한 주택이라면 100% 안전한 자산이라 확신했다. 나라를 믿고 들어온 청년 가구의 뱃속 새 생명이 왜 암흑 속에 갇힐 위기를 견뎌야 하느냐"고 해결을 촉구했다.
박씨는 HUG가 보증보험 미가입을 이유로 책임을 회피하는 상황을 정면으로 반박하기도 했다. "자신들이 설정한 기금 대출과 선순위 근저당권 때문에 애초에 청년 임차인들을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없게 원천 차단하고 구조적 위험을 방치한 당사자가 누구냐"라고 한 그는 "HUG가 최대 주주로서 건물을 매입하고 임대인 지위를 승계하더라도 공공 재정에는 단 1원의 실질적 손실도 발생하지 않는 구조"라며 "재원이 없는 것이 아니라 책임질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대조점 세입자 이동형씨는 "운영사의 재정 파탄으로 이곳은 더 이상 청년들의 안심 거처라 볼 수 없는 상태"라며 "토지임대부 사회주택은 사업 초기부터 운영사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할 경우 공공이 건물을 매입할 수 있는 '매입 확약' 안전장치가 계약상 마련돼 있다. 이달 중 예정된 리츠 주주총회에서 HUG가 대주주로서 매입 의사 결정에 동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과거 사회주택 부실 피해를 겪었던 구 아츠스테이 신림점 세입자 이재현씨는 연대 발언으로 힘을 보탰다. 그는 "리츠의 소유 구조나 책임 소재가 복잡하다는 얘기는 핑계일 뿐"이라며 "국토교통부와 LH, 서울시 SH, 그리고 최대 주주인 HUG에 이르기까지 공공성을 지탱해야 할 공공 영역의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이씨는 올 봄 서울시와 SH가 아츠스테이 세입자 보증금을 우선 반환하기로 한 사례를 들어 "리츠 구조 뒤에 숨지 말고 SH가 결단했듯 건물 공공 매입과 세입자 피해 구제를 결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 이철빈 공동위원장은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에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국토교통부 산하 핵심 공기업인 HUG는 책임 회피와 방관이라는 구태의연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정된 전세사기 특별법의 핵심이 "공공이 피해 주택을 매입하는 것과, 시설 관리가 방치된 피해 주택에 지자체가 강제로 개입해 관리하는 것"이라며 "국토부의 손발인 HUG가 본인들의 책임이 있는 사회주택 사업에서 규정 뒤에 숨어 핑퐁 행정을 이어가는 것은 개정된 특별법의 취지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사회주택 '녹색친구들' 세입자 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동부기금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회주택 업체인 '녹색친구들'의 자본잠식으로 발생한 연쇄 보증금 미반환 사태에 고통을 호소하며 토지 소유권과 계약상 구조적 책임이 있는 HUG가 피해주택들을 매입해 보증금을 보전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