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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육아 도우미가 정기적인 일이 됐다. 지난달부터 5개월 된 손녀를 일주일에 한 번씩 돌보고 있다. 며느리는 이 시간을 이용해 통원 치료를 하거나 미뤄둔 일을 본다. 처음에는 일주일에 하루 짬 내는 것도 쉽지 않았다. 백세를 앞둔 아버지를 모셔야 하고, 그간 하던 일도 있어 정리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다행히 새로운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어제는 손주 보러 가는 날, 아내는 벌써 갈 준비를 모두 마쳤다. 이어 내 앞에 아기 건강을 위해 갈아입으라며 새 옷을 꺼내 놓는다. 손녀를 보기 전에 손부터 깨끗이 하라는 말도 덧붙였다. 육아도우미 역할은 딱히 어려운 게 없지만 익숙하지 않을 뿐이다. 지금 손주를 돌보는 것은 우리 애들 키우는 것과 사뭇 달라 새로운 각오가 필요하다.
아내는 울거나 보채면 달래고 우유를 주거나 재우고, 나는 업어주기와 놀아주기 등으로 서로 역할을 분담했다. 아내는 처음에 내가 어린 아기를 잘못 다룰까 싶어 업을 기회도 주지 않았다. 아내 따라 다리와 팔을 주무르는 '쭉쭉이'와 '까꿍'부터 부지런히 연습했다.
손녀를 위한 '원맨쇼'

▲할아버지가 '원맨쇼' 할 수밖에 없는 이유. ⓒ huchenme on Unsplash
집에 가면 나는 손녀의 눈인사를 받자마다 누워 뒹굴기 시작한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는 말이 실감 난다. 아무도 반응을 보이지 않는 할아버지 개그에 아기는 속절 없이 웃어준다. 내 재롱은 손녀가 조금 더 클 때까지 계속될 터이지만, 나는 아기의 순수한 표정에 빠져들고 동시에 신비로운 성장을 지켜보고 있다.
나는 '도리도리'와 '잼잼'을 하고 어릴 적 배운 놀이와 율동까지 선보인다. '짝짜궁'도 했다. 아기 손에 내 손가락을 얹으면 꽉 잡아주는데 힘이 제법 세다. 아기가 눈을 크게 뜨고 까르르 웃어주면 내 몸짓이 성공했다는 것이다. 아내는 평소 과묵한 내가 아기와 놀면 딴 사람이 된다며 웃는다.
아직은 아이 스스로 앉아있지 못하지만, 눈과 귀가 트이면서 내 모습을 유심히 살펴본다. 내가 망가질수록 아기 표정은 더욱 환해진다. 간간이 보여주는 미소에 나는 더 망가져 간다. 생전 처음 보는 내 제스처에 손녀는 울다웃다를 반복한다. 그야말로 '할아버지 원맨쇼'다.
손녀는 건강하고 하루가 다르게 크고 있다. 웃기를 잘해 성격도 좋은 편이다. 수영하듯 손과 팔꿈치를 이용해 앞으로 기어가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 목표물을 향한 몸부림이지만 머지않아 서는 법도 배울 것이다.
육아의 모토는 손주가 반응을 보이면 뭐든 하는 것이다. 손주에게 도움이 된다면 할아버지 육아법을 따로 배우고 싶다. 아직은 하루하루 긴장 속에 손주와 시간을 보내고 있다. 무엇보다 할아버지가 와서 아기가 행복하다는 걸 느끼게 하는 것이다.
한바탕 원맨쇼를 하면 땀이 흐른다. 아기도 할아버지와 노느라 지친다. 먹고 자고 노는 아기의 생체리듬에 우리도 적응하고 있다. 두 시간마다 우유를 먹이고 업어주면 조금 지나 잠을 자기 시작한다. 곤히 잠든 아기를 자리에 누이고 우리 부부는 토닥이면서 '자장가'를 불러주었다.
"자장자장, 잘두잔다" "우리 아기, 잘두잔다"
우리 부부는 비로소 잠시 숨을 돌린다. 잠자는 아기 때문에 소곤소곤 이야기했다. 귀가한 며느리에게 손주를 넘기고 조용히 집을 나왔다. 다음 주에는 어떻게 재밌게 놀아줄까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 잠자리에 드는데 손주의 따뜻한 체온과 살냄새, 눈 웃음과 옹알 대는 목소리가 삼삼하게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