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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 절기가 다가오는 지난 18일, 전북 임실 옥정호 붕어섬 주위는 가뭄으로 수위가 낮아져 옛 운암강이 물줄기를 드러냈다. 얼마 전, 붕어섬에서 '닭들에게 피아노 쳐주는 농부'로 알려진 귀농인 김금산(67세, 임실 신덕면)씨를 만났다. 옥정호 붕어섬 가까운 곳에 자리잡은 김금산씨의 산골 농장을 찾아갔다. 아침 물안개가 아직 가시지 않은 산골 농장이었다.

농장의 개는 나그네가 마당에 들어서도 본체 만체하고, 닭들도 잔디밭을 여유롭게 산책했다. 김금산씨는 미소 지으며 농장 풍경의 움직이는 한 모퉁이가 되어 있었다. 산골 농장의 취재 사진을 찍으려던 카메라를 내려놓았다. 김금산씨에게 산골 농부로 그동안 평화롭게 담아낸 사진을 보여주길 요청하였다. 이 농장의 첫 방문 두 시간 동안, 김금산씨가 12년 동안 찍은 수천 장의 사진 중 일부만 보는 것으로도 가슴이 벅찼다. 김금산씨는 사진마다 그 현장을 마치 어제 일처럼 상세히 묘사해 주었다. 아래는 그 묘사를 정리한 것이다.

 섬진강 옥정호에서 피어난 물안개 속에 아침을 맞는 산골 농장
섬진강 옥정호에서 피어난 물안개 속에 아침을 맞는 산골 농장 ⓒ 김금산

산골 농장의 이른 아침. 호수에서 피어올라 산골을 덮은 안개가 가시며 햇살이 나뭇가지 사이로 비쳤다. 졸졸 흐르는 도랑 위로 길게 뻗은 나뭇가지마다 하얗고, 까맣고, 갈색 빛을 띤 닭들이 옹기종기 앉아서 늑장을 부리고 있다.

 산골 농장의 닭들이 도랑 위에 높은 나뭇가지를 횃대 삼아 밤을 지새우고 아침을 맞았다.
산골 농장의 닭들이 도랑 위에 높은 나뭇가지를 횃대 삼아 밤을 지새우고 아침을 맞았다. ⓒ 김금산

천적을 피해 높은 나무 위에서 잠을 자던 야생 닭의 되살아난 본능이 여유로웠다. 이윽고 우리에 들어가서 밤을 보낸 닭들이 나무 발판을 딛고 줄지어 내려온다. 넓은 마당과 푸른 나무 사이를 자유롭게 누비며 아침 산책을 즐겼다.

 깨진 장독을 뒤집어 놓았는데, 그 속에 닭들이 알을 낳았다.
깨진 장독을 뒤집어 놓았는데, 그 속에 닭들이 알을 낳았다. ⓒ 김금산

김금산씨는 잔디밭 한구석에 깨진 장독을 뒤집어 놓았는데, 그 속에 닭들이 알을 낳았다. 깨진 장독이 비바람을 막아주는 아늑한 지붕이 되었고, 그 속에 마른 풀을 깔린 곳에 달걀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초록빛으로 눈부시게 빛나는 잔디 마당이 넓고 정갈하였다. 너른 잔디밭을 닭들은 일상인 듯이 여유롭게 산책하였다.

농장 숲속 조릿대 수풀에 뱁새(붉은머리오목눈이)가 보금자리를 틀고 알을 낳았다. 얼마 후 뱁새 새끼가 낮은 수풀의 새 둥지에서 땅으로 떨어졌는데, 어미 새가 보호해서 다시 둥지로 올라갔다. 이 여러 과정을 김금산씨가 농장 숲에서 지켜보았다고 한다.

 농장 숲속 조릿대 수풀의 새집과 알들
농장 숲속 조릿대 수풀의 새집과 알들 ⓒ 김금산

 둥지에서 떨어진 뱁새(붉은머리오목눈이)의 새끼
둥지에서 떨어진 뱁새(붉은머리오목눈이)의 새끼 ⓒ 김금산

그는 시골 농장과 숲에서 매 순간 설렘을 느낀다고 전했다. 갖가지 산나물로 차를 덖고, 도토리를 모아서 묵을 쑤고, 곶감을 깎아 말린다. 농장에서는 동력 농기계를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제철 음식을 먹어야 하며, 되도록 사람이 가꾼 게 아닌 자연이 농사지은 것을 먹는 것이 좋다고 말하였다. 자연이 주는 대로 거두는 산골의 정직하고 소박한 일상을 있는 그대로 보았다.

 봄을 준비하며 영양분을 응축하고 있는 목련 꽃봉오리로 차를 덖는다.
봄을 준비하며 영양분을 응축하고 있는 목련 꽃봉오리로 차를 덖는다. ⓒ 김금산

 산골 농장 잔디밭에 여러 산나물을 널어 말리는 채반들.
산골 농장 잔디밭에 여러 산나물을 널어 말리는 채반들. ⓒ 김금산

기자는 35년 동안 임실의 산자락에 수백 평의 밭을 일구어왔다. 제초제는 뿌려본 적이 없이 봄여름이면 밀려드는 잡초와 씨름하며, 친환경 농사라 자부했다. 밭에는 지렁이와 땅강아지가 흙 속에서 숨 쉬고, 이를 쫓아온 두더지들이 사방에 굴을 파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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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옥정호 물안개 피어나는 길목에서 마주한 김금산씨의 산골 숲속 농장은 조릿대 수풀이 새들의 둥지를 품고, 닭들이 나뭇가지를 횃대 삼아 잠을 자는 진정한 '리틀 포레스트'였다. 자연에 순응하며 최소한의 삶을 자처했던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월든 호숫가'에서 마주했던 생태 풍경이 바로 이러했을까.

김금산씨는 도시에서 악기 상을 운영하다 잃어버린 건강을 되찾기 위해, 12년 전 피아노 한 대를 트럭에 달랑 싣고 이곳 숲속으로 들어왔다고 한다. 자연의 품에서 자신을 치유한 김금산씨. 이제 그는 매일 아침 마당을 여는 닭들과 조릿대 숲의 새 생명들을 바라보며, 자연의 풍경 속에 날마다 설레는 자기의 삶을 꾸려나가고 있었다. 김금산씨가 말했다.

"이 농장의 주인은 자연이에요. 저는 비우기만 해요. 그럼 바람이 불어오고, 새가 와서 노래하고, 토끼가 장독대에 와서 놀지요. 인연이 있어, 이곳 농장에 와서 하루 이틀 머물며 몸과 마음을 평안히 하고 가시는 분들이 주인이고요. 이 농장에는 문이 없어요."

기자가 농장을 뒤로 하고 떠나는 길, 배웅하며 서 있는 김금산씨의 모습이 자동차 백미러 속에서 오래도록 아른거렸다.

#옥정호붕어섬#피아노치는농부#김금산임실#산골농부#자연의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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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산골 농부의 사계절

역사 문화 관광 분야의 가치를 찾아 보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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