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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무 얼갈이배추 물김치토마토와 빨간 고추를 갈아 넣었더니 맛도 좋고 국물 색이 정말 예쁘다. ⓒ 유영숙
5월 말 바자회에서 열무김치 한 통을 샀다. 처음에는 맛있다기보다 조금 씁쓸한 맛이 나서 아쉬웠는데 상온에 두고 익혀서 김치냉장고에 넣었다가 먹었더니 맛있는 열무김치가 되었다. 남편이 저녁 먹는데 다 먹어가는 열무김치가 아쉬운 듯 말을 꺼냈다.
"바자회에서 열무김치 한 통 더 살 걸 그랬어."
"다 먹어서 아쉽지요. 내일 반찬 가게에 가서 사 올까요?"
"맛있어야지. 이번 열무김치는 자꾸 생각나네."
"내가 한 번 만들어 볼까요? 요즘 마트에서 열무를 많이 팔아서 가격도 싸거든요."
"당신이 열무김치 담글 수 있겠어?"
"내가 누구예요. 유 세프잖아요."
사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이 나이 될 때까지 열무김치를 한 번도 담가보지 않았다. 친정엄마 계실 때는 엄마가 담가주셨고, 친정엄마가 돌아가신 후에는 반찬 가게에서 가끔 사 먹었다. 열무김치보다는 새콤달콤한 오이 피클을 좋아해서 여름이면 늘 만들어 먹었다.
올해는 오이지도 두 번에 걸쳐서 많이 담갔는데 노랗게 익어서 잘 먹고 있다. 지난주에는 매실장아찌를 담가서 한 달 후에는 먹을 수 있다. 작년에 처음 매실장아찌를 담갔는데 아들 며느리가 맛있다고 다 먹고 아쉬워해서 올해는 깐 매실 5킬로나 담갔다. 매실장아찌는 6월에만 담글 수 있어서 매년 6월에 꼭 해야 하는 일이 되었다. 올해도 엄마 마음으로 두 아들네 줄 것은 따로 담아 두었다. 매실장아찌가 새콤달콤 아삭하게 익었으면 좋겠다(참고 기사 :
생애 첫 장아찌 요리 도전, 이렇게 쉬운 줄 몰랐습니다).
생애 처음 열무 얼갈이배추 물김치에 도전
우리 집은 12월에 김장 김치를 담그면 1년 동안 먹는다. 가끔 파김치를 담가 먹었고 열무김치가 먹고 싶을 때는 조금씩 사 먹었다. 나는 열무김치를 그리 좋아하지 않아서 그동안 담가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 나이 드니 식성도 변하나 보다. 여름에는 가끔 막국수를 먹으러 가는데 함께 나오는 열무김치가 맛있다. 이 기회에 열무김치에도 도전해 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퇴직하고 요리에 관심을 가지고 도전했다. 새로 하는 요리는 늘 손글씨로 재료와 만드는 법을 꼼꼼하게 적어둔다. 일명 '유 세프 요리 교과서'다. 다음에 같은 음식을 만들 때는 교과서를 보듯 손글씨 레시피북을 펼쳐서 요리하기에 한 번 해본 음식은 자신 있게 한다.
'유 세프 요리 교과서'에는 김장 김치, 파김치, 동치미 등 김치류와 꽃게탕, 콩나물 황태뭇국, 육개장 등 탕류, 오이지, 장아찌, 오이피클 등 저장 음식, 더덕무침, 꽈리고추 멸치볶음, 구운 가지무침, 고구마 생채 등 반찬류, 지금까지 40여 개의 레시피가 기록되어 있다. 새로운 요리가 하나씩 더해질 때마다 뿌듯하다. 이번에 열무 얼갈이배추 물김치가 추가되면 집에서 만들 수 있는 김치류는 거의 다 할 수 있다.
(우리 집 열무 얼갈이배추 물김치 만드는 법)
(재료)
열무 한 단, 얼갈이배추 한 단, 쪽파 한 줌
(물김치에 들어갈 양념)
찰 토마토 2개, 홍고추 8개, 청양고추 5개, 양파 큰 것 1개, 생강 1톨, 마늘 한 줌, 멸치 액젓 1/3컵, 매실액 1/3컵, 생수 3컵(600밀리리터), 밀가루 풀, 고춧가루 1/2 컵
(밀가루 풀 쑤기)
열무 다듬기 전에 가장 먼저 밀가루 풀을 쑤어준다. 여름 김치는 밀가루 풀을 넣어야 맛있다. 물 한 컵 반(300밀리리터)에 밀가루 두 숟가락을 넣고 쑤어서 식힌다.
(열무 얼갈이 물김치 만드는 법)
1. 열무는 살 때 질기면 맛이 없어서 연한 열무인지 확인하고 산다(열무 하나를 부러뜨려 똑 부러져야 한다). 열무 뿌리 끝을 잘라버리고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뿌리 부분은 칼로 살살 긁어서 깨끗하게 다듬고 반으로 쪼갠다.
2. 얼갈이배추도 뿌리 부분을 잘라주고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3. 썬 열무와 얼갈이배추는 세 개 주무르지 말고 살살 흔들어 씻는다. 그래야 풋내가 나지 않는다.
4. 씻은 후에 천일염 한 컵 반으로 절여준다. 절일 때 소금을 뿌리고 물도 뿌려줘야 빨리 절여진다. 40분에서 한 시간 정도 절이는데 중간에 한 번 뒤집어준다.
5. 열무가 절여지는 동안 물김치 양념 물을 만든다. 토마토, 홍고추 등 양념 재료를 적당히 잘라서 물을 조금 넣고 믹서로 갈아준다. 토마토를 넣어서 물색이 정말 예쁘다. 홍고추 8개 중 3개 정도는 남겨서 믹서에 양념 갈 때 마지막으로 넣고 커터를 눌러 홍고추 조각이 남게 하면 나중에 먹음직스럽다.
6. 절여진 열무는 살살 흔들어 두 번 정도 씻어서 바구니에 담아 물기를 빼준다.
7. 절인 열무와 얼갈이배추를 김치통에 담는다. 이때 쪽파를 4~5센티미터 정도로 잘라서 중간중간에 넣어준다.
8. 믹서에 간 양념 물에 천일염을 수북하게 두 숟가락, 신화당 1작은술(또는 원당 2숟가락), 고춧가루 반 컵을 넣고 생수 1.5리터를 부어준다. 이때 간을 보고 소금과 물로 조절한다. 여름 열무김치는 액젓을 많이 넣지 않고 대신 천일염으로 간을 맞추는 것이 맛있다고 한다.
9. 열무가 담긴 김치통에 양념 물을 부어주고 살짝 뒤집어준다. 열무 한 단과 얼갈이배추 한 단을 담그니 김치통 2/3 정도가 되었다. 상온에서 하룻밤 두었다가 김치냉장고에 넣어 이틀 동안 숙성하면 먹을 수 있다.
열무 얼갈이 물김치 만드는데 두 시간이면 된다. 두 시간의 수고로 한 달이 즐겁다. 손글씨 레시피가 있으니 떨어지면 언제든 만들 수 있다. 남편도 먹어보더니 맛있다며 유 세프가 이름값 했다며 엄지척해 주었다. 잘하는 음식이 하나 더 늘어서 나도 뿌듯하다. 올여름에 몇 번은 만들어 먹을 것 같다.

▲(왼쪽)갓 담근 열무 얼갈이배추 물김치 (오른쪽)김치냉장고에서 이틀 숙성한 김치열무 한 단과 얼갈이배추 한 단으로 담그니 김치통 2/3 정도가 되었다. ⓒ 유영숙
열무 물김치, 입맛 없을 때 말아먹고 비벼먹어요
오전에 전통 놀이 다녀오면 오후 1시 정도가 된다. 아침은 간단하게 토스트와 커피를 먹어서 배가 고프다. 이럴 땐 밥에 열무김치를 넣고 비빔장이나 초고추장을 넣고 쓱쓱 비벼 먹으면 정말 꿀맛이다. 다른 것은 필요 없고 열무김치와 달걀 프라이만 하나 해서 넣고, 참기름 한 바퀴 휙 둘러 먹는다. 상추가 있으면 비빔밥을 상추에 싸서 먹어도 맛있다. 반찬으로 오이지 물김치면 족하다.

▲열무김치 비빔밥달걀 프라이 하나와 참기름 한 바퀴 휙 둘러 비빔장에 비벼 먹으면 더운 여름에 입맛도 살리고 정말 맛있다. ⓒ 유영숙
요즘 30도가 넘다 보니 더워서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난다. 여름에는 밥보다 국수가 맛있다. 골뱅이 비빔국수도 매콤한 게 맛있는데(참고 기사 :
여름 입맛 확 살리는 비빔국수, '새콤함'의 비법은요) 열무 물김치 말이 국수도 맛있다. 소면을 삶아 그릇에 담고 잘 익은 열무김치를 올리고 김칫국물을 넣어준다. 열무 물김치 말이 국수에는 얼음 몇 조각을 넣어주면 시원하게 먹을 수 있다.
이것뿐이 아니다. 요즘 사고로 이가 부러져서 4개월째 치과 치료 중이다. 이를 다친 나를 위해 주변에서 다양한 죽을 사다 주었고, MBC 라디오 여성시대에 사연이 채택되었는데 호박죽과 소고기 야채죽, 전복죽 등이 배달되었다. 죽이 많이 쌓여서 주로 점심에 죽을 먹는데 요즘 열무김치와 오이지 물김치만 있으면 죽 한 그릇도 뚝딱 비울 수 있다. 역시 여름에 열무 얼갈이배추 물김치는 다양하게 먹을 수 있어서 우리 집 최애 반찬이 되었다.
요즘 정말 덥다. 입맛이 없다. 불 앞에서 반찬 만드는 것도 힘들다. 김치냉장고에 오이지가 있고, 매실장아찌가 있고, 열무 얼갈이배추 물김치가 있으니 여름 반찬 부자가 되었다. 매실장아찌가 익으면 열무 비빔밥에도 넣고, 김치말이 국수에도 넣어서 먹으면 새콤달콤 더 맛있을 거다. 여름에는 그냥 두부 넣고 된장찌개 끓여서 오이지와 열무김치, 상추쌈만으로도 훌륭한 한 끼 식사가 될 거다. 요즘 열무가 정말 싸다. 나는 지난주에 990원으로 한 단을 샀다. 잠시 수고로 맛있는 열무김치 만들어 여름 입맛을 잡길 바란다.

▲유 세프 요리 교과서'열무 얼갈이배추 물김치' 편 ⓒ 유영숙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유영숙 시민기자의 개인 브런치 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