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안침식으로 톱니처럼 깎여나간 해변 위에 각종 해양쓰레기와 부유물이 쌓여 있다. ⓒ 진재중
22일 오후 찾은 강원도 강릉 주문진 교항리해변.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로 유명한 돌제 주변은 한여름 관광철을 앞두고 있었지만, 해변의 모습은 기대와 달랐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온했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백사장은 곳곳이 깊게 깎여 있었고 일부 구간은 모래가 사라지면서 1m가 넘는 낭떠러지 형태로 변해 있었다. 특히 해변 곳곳에는 해양 쓰레기와 오염물질이 모래와 뒤섞여 있어, 침식과 환경 훼손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보여주고 있었다.
"넓어진 백사장 기대했는데"... 관광객·상인들 커지는 우려
파도가 밀려왔다 빠져나간 자리에는 고운 모래 대신 검은 흙과 자갈이 드러났다.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찾는 명소였지만, 현장은 아름다운 해변보다 해안침식의 상처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서울에서 가족과 함께 영진해변을 찾은 관광객 이재영씨는 해변을 둘러본 뒤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멀리서 바라볼 때는 백사장이 넓게 펼쳐져 있어 아름다워 보였지만, 가까이 다가가 보니 해변이 낭떠러지처럼 깎여 있었다"며 "모래 대신 검은 흙과 각종 오염물질로 보이는 퇴적물이 드러나 있어 보기에도 흉하고, 드라마 촬영지의 이미지까지 흐리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전국에서 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소인데 해변이 이렇게 훼손된 모습을 보니 안타깝다"며 "하루빨리 원래의 아름다운 백사장을 되찾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인근 상인들의 표정도 밝지 않았다. 한 상인은 "백사장이 넓어졌을 때만 해도 이제 침식 문제가 해결되는 줄 알았다"며 "그런데 다시 모래가 깎여나가고 있어 예전 상황으로 돌아가는 것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바닷가 주변에서 냄새까지 올라와 손님들이 불편해한다"며 "관광지 이미지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해안침식이 진행된 해변에서 상가 유입관이 노출돼 해안 변화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 진재중

▲<도깨비> 촬영지를 찾은 관광객이 침식으로 깎여나간 해변을 안타까운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 진재중
강원특별자치도는 2025년 주문진항의 계획수심 확보와 선박의 안전 운항을 위해 약 34억 원을 투입해 항로유지 준설공사를 시행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준설 퇴적물은 해안침식으로 사라지는 백사장을 복원하기 위한 양빈재로 활용돼 교항리해변 일대에 공급됐다. 당시에는 해변 폭을 넓히고 침식을 완화하는 효과를 기대했지만, 최근 일부 구간에서 다시 침식 흔적이 나타나면서 사업 효과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항로 준설 자체는 항만 기능 유지와 선박 안전을 위해 필요한 사업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준설로 인한 퇴적물 이동과 연안 표사 흐름 변화가 주변 해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조사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항만협회 소속이었던 강윤구 박사는 현장 사진을 확인하더니 "양빈 사업은 단순히 모래를 투입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며 "해안의 특성과 파랑, 연안류 등 현장 여건을 충분히 분석한 뒤 선제적 대책을 마련하고, 양빈 이후에도 지속적인 사후 관리와 정비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모습으로 볼 때 이러한 과정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하면 항로 퇴적과 해안 침식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연안침식 전문가는 이번 현상이 양빈재 품질 관리 문제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그는 준설 과정에서 표층 모래뿐 아니라 점토층까지 함께 채취될 경우 현재와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양빈재 공급원의 적정성을 재검토하고, 반입 단계부터 입도와 성분을 포함한 품질 검증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해변 복원 사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현장 특성에 맞는 재료 선정과 사전 분석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결국 해안침식은 특정 지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기후변화, 연안개발, 항만시설 확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구조적 현상으로 지적된다. 단순한 모래 보충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반복되는 준설과 양빈을 넘어, 항만 개발과 연안 환경, 표사 이동과 해안 생태계를 함께 고려하는 장기적이고 과학적인 해안관리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교항리해변의 변화는 동해안 해안관리 정책이 해결해야 할 과제를 다시 보여주고 있다.

▲반복된 침식으로 해변이 사람 키 높이의 낭떠러지로 변해 안전사고 우려를 낳고 있다. ⓒ 진재중

▲침식된 해변에서 검은 흙덩어리와 퇴적층이 그대로 드러나 있어 해변 경관을 해치고 있다. ⓒ 진재중

▲해안침식이 재발하며 모래 대신 검은 흙과 자갈층이 드러난 교항리해변 해안가. ⓒ 진재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