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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은 자신이 딛고 선 동네에 어떤 풀이 자라고, 곁을 흐르는 냇물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까?

교과서 속 활자와 네모난 스마트폰 화면으로 세상을 배우는 시대에, 교실 문을 열고 나가 온몸으로 자신이 속한 공동체를 공부하는 아이들이 있다. 바로 충북 괴산 청천초등학교의 특화된 교육과정인 '마을 교과' 이야기다.

청천초의 마을 교육은 매년 새 학기 시작 전 열리는 '마을 교육 워크숍'에서 출발한다. 교직원과 학부모, 그리고 선배 학부모 등으로 구성된 마을 교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각 학년의 마을 교과 주제를 공유하고, 어떻게 수업을 전개할지 머리를 맞댄다.

어느 학부모가 어떤 수업에 언제 합류하여 아이들의 길잡이가 되어줄지 치열하고도 다정한 논의가 오가면, 담임교사들은 이를 든든한 뼈대 삼아 한 학기의 창의적이고 입체적인 마을 교과 계획을 세운다. 지난 한 학기 동안 이 유기적인 협력이 빚어낸 진짜 배움의 현장을 톺아보았다.

마을교과를 함께 구상하는 아이들 마을교육 워크에서 교사와 마을 교사, 학부모가 낸 다양한 아이디어에 아이들이 자신의 의견을 덧붙이고 있다. 청천초의 마을교육은 이렇게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교과 과정이기도 하다.
마을교과를 함께 구상하는 아이들마을교육 워크에서 교사와 마을 교사, 학부모가 낸 다양한 아이디어에 아이들이 자신의 의견을 덧붙이고 있다. 청천초의 마을교육은 이렇게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교과 과정이기도 하다. ⓒ 청천초등학교임헌규

내 발밑의 생명을 존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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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봄, 3~4학년 아이들의 생태 탐험은 구룡천과 용화사 일대의 아주 작은 생명들을 만나는 것에서 출발했다. 그 첫걸음은 도롱뇽 관찰이었다. 아이들은 용화사 뒤편에서 도롱뇽알과 올챙이를 직접 관찰하고 일부를 교실로 데려왔다. 앞다리가 나왔다며 신기해하던 개인적 호기심은, 곧 생명을 향한 묵직한 '책임감'으로 전환되었다.

날씨가 더워지며 어항 수질이 나빠지자 담임교사는 정답을 지시하는 대신 3, 4학년 전체 회의를 열었다. 에어컨을 달아주자는 순수한 의견이 오가던 중, 아이들은 야생생물 보호법에 대해 배우며 생명을 위해 도롱뇽을 원래 서식지로 돌려보내기로 스스로 결정했다.

다치지 않게 숲으로 돌려보내고 손수 만든 서식지 팻말을 세워주는 전 과정은 자연을 대하는 인간으로서의 책임감을 온몸으로 체득하는 순간이었다.

도롱뇽을 위한 대청소 도롱뇽 서식지에 들른 날, 아이들은 그곳의 쓰레기를 주으며 자연에 대한 고마움과 책임을 실천했다.
도롱뇽을 위한 대청소도롱뇽 서식지에 들른 날, 아이들은 그곳의 쓰레기를 주으며 자연에 대한 고마움과 책임을 실천했다. ⓒ 청천초등학교 임헌규

도롱뇽과의 작별 마을교과를 하며 관찰했던 도롱뇽을 회의 끝에 자연으로 돌려보내 주던 날, 아이들은 도롱뇽을 지키자는 팻말을 만들어 도롱뇽 서식지에 세워두었다.
도롱뇽과의 작별마을교과를 하며 관찰했던 도롱뇽을 회의 끝에 자연으로 돌려보내 주던 날, 아이들은 도롱뇽을 지키자는 팻말을 만들어 도롱뇽 서식지에 세워두었다. ⓒ 청천초등학교 임헌규

작은 양서류에서 시작된 아이들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마을 하천에 사는 수서동물 전체로 뻗어나갔다. 교실에서는 구룡천에서 만날 수 있는 물고기들의 지느러미 모양, 무늬 등의 특징을 익히고 어떻게 관찰해야 하는지 탐구하는 깊이 있는 공부가 이어졌다. 담임교사의 지도 아래, 아이들은 스스로 직면한 생태적 문제를 해결하며 배움의 영역을 조금씩 넓혀갔다.

특히 돋보였던 점은 아이들의 확장된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지역의 훌륭한 자산'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무작정 하천으로 나가는 대신 학기 초 워크숍에서 학부모와 마을 교사들이 낸 제안에 따라 괴산에 위치한 아쿠아리움으로 향했다.

교과서에서 얕게 맛본 수서동물들을 지역 아쿠아리움에서 미리 자세히 관찰하며 살아있는 지식을 쌓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4학년 아이들은 3학년 동생들을 이끄는 가이드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며, 선배 학년으로서 후배를 챙기는 든든한 책임감까지 배웠다.

충북 괴산아쿠아리움에서의 현장학습 아이들의 마을교과는 지역의 다양한 자산 위에서 이루어진다.
충북 괴산아쿠아리움에서의 현장학습아이들의 마을교과는 지역의 다양한 자산 위에서 이루어진다. ⓒ 청천초등학교 임헌규

오늘은 내가 선생님! 4학년 친구들이 괴산 아쿠아리움을 방문하기 전 미리 공부한 내용을 친구들과 동생들에게 나누고 있다.
오늘은 내가 선생님!4학년 친구들이 괴산 아쿠아리움을 방문하기 전 미리 공부한 내용을 친구들과 동생들에게 나누고 있다. ⓒ 청천초등학교 임헌규

관심사의 확장은 마침내 생생한 삶의 현장인 구룡천에서 꽃을 피웠다. 졸업생 학부모가 마을 선생님으로 나서 아이들에게 족대질을 가르쳐 주었고, 아이들은 어항(통발)을 확인하며 참갈겨니, 피라미, 퉁가리, 꺽지 등 우리 마을 냇가에 사는 다양한 물고기들을 직접 채집하고 관찰했다.

흠뻑 젖은 채 물놀이를 하고 나무 그늘에 모여 수박을 베어 무는 풍경 속에서, 아이들은 그저 책상 앞의 지식이 아닌 내 고향의 자연과 자산을 적극적으로 누리고 뒹굴며 마을 공동체의 어엿한 일원으로 훌쩍 자라나고 있었다.

구룡천엔 누가 살고 있을까? 아이들이 진지한 모습으로 물속 다양한 생물들을 관찰하고 있다.
구룡천엔 누가 살고 있을까?아이들이 진지한 모습으로 물속 다양한 생물들을 관찰하고 있다. ⓒ 청천초등학교 임헌규

우리들은 교감선생님과 통발 설치 중 구룡천에 통발을 놓던 날은 교감 선생님이 함께해 주셨다. 어떤 친구들을 만나게 될지 기대하는 아이들의 눈빛이 빛나고 있다.
우리들은 교감선생님과 통발 설치 중구룡천에 통발을 놓던 날은 교감 선생님이 함께해 주셨다. 어떤 친구들을 만나게 될지 기대하는 아이들의 눈빛이 빛나고 있다. ⓒ 청천초등학교 임헌규

온몸으로 즐기는 우리들의 구룡천 청천면 구룡천의 생태를 탐방하며 아이들은 자신이 자연의 일부임을 기쁨으로 체득한다.
온몸으로 즐기는 우리들의 구룡천청천면 구룡천의 생태를 탐방하며 아이들은 자신이 자연의 일부임을 기쁨으로 체득한다. ⓒ 청천초등학교임헌규

마을의 냇물이 한강이 되기까지

고학년인 5~6학년의 마을교과 '산을 즐겨요'는 시야를 더 넓혀 마을을 감싸고 있는 거대한 자연의 흐름을 쫓았다. 이들의 탐사는 충북 괴산군 청천면과 경북 상주시 화북면이 맞닿은 접경지 도로 표지판 아래서 시작되었다. 아이들은 신월과 귀만리를 거쳐 옥량폭포와 선유동 계곡, 그리고 물이 모이는 덕평의 달천까지 마을의 핏줄 같은 물길을 직접 걸어서 확인했다.

동행하는 마을 선생님의 설명과 함께 아이들은 두릅과 진드기알을 발견하고, 파릇한 찔레 줄기를 씹어보고 잘 익은 오디를 따 먹으며 온몸의 감각을 깨웠다. 굽이치는 물살이 무거운 돌을 깎아내는 침식 작용의 위대함도 확인했지만, 냇가 수해 복구 현장에서 시멘트 둑과 플라스틱 관으로 억지스럽게 엮어놓은 생태보를 보며 과연 이것이 진정 생태계를 지키는 일인지 날카로운 물음표를 던지기도 했다.

가장 웅장한 배움은 물길의 종착역에서 이루어졌다. 옥량폭포에서 시작된 이 작은 물줄기들이 청천을 지나 칠성댐으로 모이고, 결국 충주를 거쳐 서울 한강까지 도달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행정구역은 인간이 나누어 놓았을 뿐, 내 고향의 작은 냇물이 대한민국을 관통하는 거대한 강줄기의 출발점임을 두 발로 걸어 깨우친 것이다.

박대소에서 서로를 담는 우리들 선생님들이 냇가에 들어간 아이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산과 물과 교사들이 한 뜻으로 아이들을 감싸안은 듯하다.
박대소에서 서로를 담는 우리들선생님들이 냇가에 들어간 아이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산과 물과 교사들이 한 뜻으로 아이들을 감싸안은 듯하다. ⓒ 청천초등학교 박진희

옥량폭포에서의 한순간 옥량폭포를 지나는 물은 서울까지 흘러간다. 그 거대한 흐름의 한순간에 아이들이 자리했다.
옥량폭포에서의 한순간옥량폭포를 지나는 물은 서울까지 흘러간다. 그 거대한 흐름의 한순간에 아이들이 자리했다. ⓒ 청천초등학교 박진희

내가 속한 곳을 안다는 것, 단단한 정체성의 뿌리

교실에 갇힌 교과서를 덮고 자연과 삶 속으로 걸어 들어간 청천초등학교 아이들. 그 곁에는 땀 흘린 아이들의 입에 꿀맛 같은 김밥을 넣어주고, 냇가에서 경쟁하듯 납작한 돌을 찾아 함께 물수제비를 뜨며 동심을 나누는 교사들이 있었다.

무엇보다 이 모든 과정에서 가장 빛났던 것은 아이들의 얼굴에 쉴 새 없이 번지던 '진짜 기쁨'이었다. 아이들은 교사가 짜놓은 진도표를 수동적으로 쫓아가는 객체가 아니었다. 도롱뇽의 안위를 걱정해 회의를 열고, 흠뻑 젖을 때까지 마을 냇가에서 물놀이를 즐기며, 아이들은 넉넉한 마을의 품 안에서 가장 자유롭고 풍성하게 성장하는 배움의 당당한 '주체'였다.

아이들이 온몸으로 자연을 누리며 주도적으로 묻고 답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고민하며 유연하게 수업의 문을 열어둔 담임교사들의 보이지 않는 땀방울과 노력이 아이들을 마을에서 성장하도록 도운 것이다.

우리는 종종 시험지 위의 점수가 아이의 미래를 담보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험난한 세상을 버텨낼 진짜 힘은 '내가 어디에 속해 있는가'를 정확히 아는 것에서 출발한다. 청천초의 마을교과는 단순한 체험학습이 아니었다. 교사들은 마을의 돌멩이 하나, 냇물 한 줄기의 이름을 불러주고 그것이 거대한 세상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추적하는 여정을 통해 아이들이 자신이 속한 '공동체'를 각인시킬 수 있도록 했다.

인구 소멸과 극단적 개인주의가 팽배한 이 시대에, "내가 나고 자란 마을이 이렇게 생명력이 넘치고 아름다운 곳"이라는 벅찬 감각은 아이들의 마음 깊은 곳에 아주 단단한 정체성의 뿌리를 내리게 한다.

든든한 마을의 품에서 주체적으로 묻고 기뻐하며 자라난 아이들은 훗날 어른이 되어 세상 어느 낯선 비바람 앞에서도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내 고향의 냇물이 바다로 나아가는 법을 이미 온몸으로 배웠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북 학부모 기자단 카페에도 실립니다.


#청천초등학교#마을교육#시골학교#생태교육#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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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교육, 작은 학교에서 찾다

나무에서 떨어져 한없이 작아지고, 한없이 달아지는 중인 귀촌 6년 차, 네 아이의 엄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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