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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진로교육 협동조합의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조합에서 기획한 수업 중 가장 인기가 높은 강의는 단연 '창업가 정신'이다. 창업가 정신의 사전적 정의를 찾아보면 문장이 꽤 거창하다.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새로운 기회를 포착, 혁신적인 방법으로 사업화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려는 주도적이고 능동적인 태도와 능력."
위험 감수, 기회 포착, 혁신, 사업화, 가치 창출, 주도성... 언급된 단어들만 보면 이 정신을 가진 이들은 세상에 못 할 일이 없을 것만 같다. 왠지 이 거창한 말들에 아이들이 시작도 하기 전에 기죽지 않을까 염려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강의실에서 아이들을 마주할 때면 늘 이 말을 먼저 덧붙이곤 한다.
"여러분, 꼭 창업에 도전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다만 이 정신은 미래를 준비하는 여러분에게 반드시 필요합니다."
사실 창업의 과정은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궤적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우리는 매 순간 위험을 감수하며 선택을 내리고, 기회를 모색한다. 각자의 자리에서 더 좋은 삶을 일궈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 자체가 이미 하나의 거대한 창업 과정인 셈이다.
아주 사소한 시작

▲모든 위대한 것은 사소한 것에서 시작한다. ⓒ heytowner on Unsplash
학교와 친구라는 작은 사회에서 나름의 수고를 다하고 있을 아이들, 일터에서 자신의 입지를 다지며 가족을 위해 애쓰는 남편, 그리고 교육자이자 활동가로 살아가는 나 자신까지. 우리 모두는 매일 삶을 경영하고 있다.
모든 위대한 것은 사소한 불편에서 시작된다. 세계적인 기업 넷플릭스의 시작은 거창한 혁신이 아니었다. 그저 비디오 연체료가 너무 아깝고 불편하다는 아주 사소한 고민에서 출발했다. 어떻게 하면 비디오를 밀리지 않고 편하게 돌려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 우편 배달 서비스를 떠올렸고, 시대가 변하자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로 진화해 세계를 제패했다.
국내의 한 학생 창업 사례도 비슷하다. 10대들의 무분별한 비속어 사용을 어떻게 순화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학생이 개발한 '바른말 키보드'가 그렇다. 나의 작은 불편과 고민에서 시작해 주변을 돌보고, 나아가 사회 전체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한 걸음 나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창업의 본질이자 창업가 정신이다. 모든 위대한 탄생의 끝을 따라가 보면, 결국 아주 사소한 시작과 맞닿아 있다.
중학교 1학년이 된 나의 딸은 부쩍 진로 고민이 많아졌다. 하고 싶은 것은 어렴풋이 있지만, 이것이 정말 내 진로가 될지 확신이 서지 않는 모양이다. 인생 일대의 중요한 결정을 이렇게 쉽게 내려도 되나 싶어 망설이는 그 아이의 마음을 왜 모르겠는가.
하지만 나는 딸에게 인생의 큰 결정 역시 아주 작은 것에서 시작된다는 걸 말해주고 싶다. 나를 잡아 끄는 작은 관심,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하게 되는 대상, 다른 건 몰라도 이것 만큼은 지고 싶지 않다는 오기 같은 것들. 그 마음의 끄트머리를 놓치지 않고 꽉 잡아 채는 그 '순간'이 중요한 법이라고 말이다.
당신이 쌓아 올린 공든 탑을 기억하기를
우리는 간혹 이 중요한 사실을 잊고 산다. 이미 내가 하고 있는 일의 위대함, 그리고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아가며 애쓰는 나 자신의 노고를 치하 하는 법을 말이다. 때로 타인이 이룬 눈부신 실적과 대단한 업적에 기가 죽어, 매일 아침 내가 정성스레 공든 탑을 쌓아 올리고 있다는 엄연한 사실조차 망각하곤 한다.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그리고 사랑하는 나의 자녀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타인의 시선이나 세상이 말하는 성공의 기준에 결코 흔들릴 필요가 없다고. 너희가 매일 들이고 있는 그 사소하고도 묵묵한 정성이 얼마나 위대하고 대단한 것인지를.
오늘도 주도적으로 삶의 선택지 앞에 서서 치열하게 고군분투하는 우리 모두는, 이미 자신만의 멋진 기업을 일궈가는 세상에 하나 뿐인 창업가다. 그러니 부디, 스스로가 경영해 나가는 그 삶의 가치를 과소평가하지 않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블로그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