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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여성민우회 생애사쓰기모임(글쓰기 멘토 조세인)은 6월 25일 고(故) 박경리 선생의 삶과 문학의 흔적을 따라가는 문학기행을 진행했다.

이번 행사는 여성생애사쓰기 문학기행 두 번째 순서로 마련됐다. 참가자들은 박경리 문학의 토양이 된 진주의 역사와 공간을 직접 걸으며 대하소설 '토지'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진주여성민우회 여성생애사쓰기 두 번째 문학기행 진주여성민우회 여성생애사쓰기 두 번째 문학기행
진주여성민우회 여성생애사쓰기 두 번째 문학기행진주여성민우회 여성생애사쓰기 두 번째 문학기행 ⓒ 박보현

이날 문학기행 해설을 맡은 김지율 시인(경상국립대학교 인문학연구소 연구교수)은 박경리 문학 세계가 진주의 공간과 역사 속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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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은 진주여고를 시작으로 가마못(서봉지), 의곡사, 진주교회, 진주극장, 형평운동 관련 유적지 등을 둘러보며 박경리 문학과 진주 근현대사의 접점을 살폈다.

김지율 시인은 "박경리의 대표작 '토지'는 최참판가의 흥망성쇠만이 아니라 형평운동, 학생운동, 의병활동 등 진주의 역사적 맥락을 함께 담아낸 작품"이라며 "작가가 직접 경험한 진주의 공간과 인물들이 작품 곳곳에 녹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참판댁이나 서희 같은 중심인물도 중요하지만 그들을 둘러싼 민중들의 삶이 역동적이면서도 과장되지 않게 그려진 점이 박경리 문학의 힘"이라며 "'토지'는 이름 없는 사람들의 삶과 역사를 복원한 작품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참가자들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박경리의 모교인 진주여고였다. 박경리는 1941년 진주공립고등여학교(현 진주여고)에 입학해 1945년 졸업했다. 통영에서 성장한 그는 진주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며 문학적 감수성을 키웠다.

진주여고 내 박경리 시비 앞에서 참가자 단체사진 박경리 선생의 시비 앞에 성순옥 참가자가 준비한 『토지』 초판본이 놓이자 참가자들이 둘러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진주여고 내 박경리 시비 앞에서 참가자 단체사진박경리 선생의 시비 앞에 성순옥 참가자가 준비한 『토지』 초판본이 놓이자 참가자들이 둘러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박보현

우리들의 시간
박경리
목에 힘주다 보면
문들에 머리 부딪쳐
혹이 생긴다
우리는 아픈 생각만 하지
혹 생긴 연유를 모르고
인생을 깨닫지 못한다
낮추어도 낮추어도
우리는 죄가 많다
뽐내어 본들 도로무익
시간이 너무 아깝구나

진주여고 교정에는 박경리의 시 <우리들의 시간>이 새겨진 시비가 세워져 있다. 참가자들은 교정을 둘러보며 박경리가 문학소녀의 꿈을 키웠던 시절과 작품 세계의 뿌리를 되짚었다.

제홍점 진주여고 교장은 "박경리 선생은 진주여고가 배출한 가장 위대한 작가 가운데 한 분"이라며 "현재 학생들은 '토지' 전권 필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지난해 학교가 개교 100주년을 맞은 데 이어 올해는 박경리 선생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여서 의미가 더욱 크다"고 말했다.

진주여고 늘품마루 도서관 진주여고 늘품마루 도서관 내부에는 박경리 작가를 기리는 문학기념관이 마련돼 있다. 이곳에는 학생들이 『토지』를 필사한 원고지와 노트가 전시돼 있어 눈길을 끈다.
진주여고 늘품마루 도서관진주여고 늘품마루 도서관 내부에는 박경리 작가를 기리는 문학기념관이 마련돼 있다. 이곳에는 학생들이 『토지』를 필사한 원고지와 노트가 전시돼 있어 눈길을 끈다. ⓒ 박보현

실제 진주여고 도서관 <늘품마루>에는 학생들이 손수 필사한 '토지' 노트가 비치돼 있었으며, 도서관 입구에는 '이달의 토지 문장'이 전시돼 눈길을 끌었다.

참가자들은 박경리 작가의 어린 시절 가정환경의 어려움, 한국전쟁 중 실종된 남편 김행도 씨, 아들의 죽음 등 박경리 삶의 비극이 작품 세계에 끼친 영향도 함께 살폈다.

진주여성민우회 여성생애사쓰기 두 번째 문학기행 진주여성민우회 여성생애사쓰기 두 번째 문학기행
진주여성민우회 여성생애사쓰기 두 번째 문학기행진주여성민우회 여성생애사쓰기 두 번째 문학기행 ⓒ 박보현

진주여성민우회 여성생애사쓰기 두 번째 문학기행 진주여성민우회 여성생애사쓰기 두 번째 문학기행
진주여성민우회 여성생애사쓰기 두 번째 문학기행진주여성민우회 여성생애사쓰기 두 번째 문학기행 ⓒ 박보현

특히 참가자들은 박경리가 26년에 걸쳐 완성한 '토지'가 민중의 삶과 역사, 생명사상을 집대성한 작품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김지율 시인은 "박경리 문학의 핵심은 인간뿐 아니라 모든 생명이 공존하는 세계에 대한 성찰"이라며 "후기로 갈수록 생명과 환경에 대한 관심이 더욱 깊어졌다"고 말했다.

이날 답사 코스 가운데 하나인 가마못은 박경리의 초기 작품 「흑흑백백 콤비의 구두」와 수필 「악사」 등에 등장하는 장소다. 참가자들은 가마못과 비봉산에 얽힌 전설을 들으며 지역의 역사와 문학적 상상력이 만나는 지점을 살폈다.

또 형평운동의 발상지로 평가받는 진주극장과 진주교회, 반형평운동이 일어났던 의곡사 등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백정 차별 철폐를 위해 시작된 형평운동의 역사를 돌아보며 '토지'에 담긴 민중의 삶과 사회적 약자의 이야기를 함께 생각했다.

문학기행의 마지막은 '토지' 속 음식 이야기로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진주비빔밥과 콩국수 등 소설에 등장하는 음식을 통해 박경리가 기록한 지역의 생활문화를 살펴봤다.

특히 박경리는 '토지' 속 음식 이야기를 통해 민중들의 일상을 생생하게 그려낸 바 있다. 길상이 어린 시절 이부사댁에서 먹던 콩국수는 그 대표적인 장면으로 삶은 콩을 맷돌에 갈아 만든 콩물에 시원한 우물물을 붓고 직접 뽑은 국수를 말아낸 콩국수는 소박하지만, 그 속에는 당시 서민들의 삶과 자연의 풍미가 오롯이 담겨 있다.

참가자 권은주씨는 "경상도로 이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처음에는 '토지'에 등장하는 사투리가 낯설고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읽을수록 인물들의 삶에 몰입하게 됐다"며 "결국 1년 6개월에 걸쳐 전 20권을 완독했고, 박경리 작가가 보여준 생명사상은 큰 위안과 울림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진주여성민우회 조세인 글쓰기 멘토는 "이번 문학기행은 박경리 작품 속에 담긴 진주의 역사와 공간을 직접 걸으며 문학을 새롭게 이해하는 자리였다"며 "앞으로도 지역의 역사와 여성 문학을 함께 살펴보는 프로그램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단디뉴스에도 실립니다.


#박경리#진주여고#토지박경리#토지배경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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