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정부 합동감사단은 지난 1~2월에 실시한 합동감사에서 한국양계농협이 지난 3년 동안 허위증빙자료로 2억 원에 이르는 경조사비(화환 포함)를 허위로 지출한 사실을 확인했다 ⓒ 오마이뉴스 구영식 기자
<오마이뉴스>는 지난 3월 9일 <에르메스, 구찌...명품 구입에 1억여원 쓴 수상한 한국양계농협>이라는 기사를 통해 양계품목 전문 농협인 한국양계농협(조합장 정성진)이 법인카드로 명품 구입 등에 1억 원 이상을 사용했고, 이렇게 구입한 명품 등을 조합장과 그의 가족, 조합 임직원 등이 사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그런데 한국양계농협이 지난 3년 동안 허위증빙자료로 2억 원에 이르는 경조사비(화환 포함)를 허위로 지출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는 지난 1월부터 2월까지 진행된 범정부 합동감사에서 적발된 것이다. 범정부 합동감사단은 농업협동조합중앙회(농협중앙회)의 추가 감사를 통해 사적 유용 여부 등을 확인한 뒤 수사를 의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범정부 합동감사단, '허위경조사비 지출'로 한국양계농협에 '기관경고' 조치
범정부 합동감사단은 총괄을 맡은 국무조정실 9명,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6명, 농림축산식품부 특감1팀과 2팀 29명 해서 총 44명으로 구성됐고, 지난 1월 26일부터 2월 27일까지 합동감사를 진행했다. 범정부 합동감사 대상에는 '조합원 1인당 5돈의 골드바 지급' 등으로 물의를 빚은 서울중앙농협과 법인카드로 '1억 원대의 명품'을 구입한 한국양계농협이 포함됐다. 두 농협은 각각 농림축산식품부 감사담당관실과 농업금융정책과 등이 투입된 농림축산식품부 특감2팀 1.2조에 속해 있었다. 다만 한국양계농협의 1억 원대 명품 구입 건은 현재 검찰 조사중이어서 이번 합동감사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범정부 합동감사가 끝난 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4월 24일 합동감사 결과를 농협중앙회에 통보했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범정부 합동감사 결과 통보서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허위경조사비 지출, 직원 복무 관리 미흡, 표창 추천 부적정, 공사 관리 부실, 조합원 탈퇴 신청 관리 부실이 확인된 한국양계농협에 대해 '기관주의'와 '기관경고' 조치를 내렸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기관경고' 조치를 받은 '허위경조사비 지출'건이었다. 한국양계농협은 '농협경리실무', '임직원 윤리강령' 등 관련 규정과 지침에 따라 경조사비를 지출하고, 적정한 지출증명서류를 첨부하는 '지급회의서'를 작성해야 한다. 특히 지급회의서에는 경조사비의 유용, 부적절한 사용, 사적 사용을 막기 위해 경조사비 집행의 정당성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반드시 첨부해야 한다. 즉 지급대상과 지급관계, 지급방법, 지급경로, 수령자 확인 등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양계농협은 경조사비 집행을 위한 지급회의서 작성시 지급대상과의 관계, 지급근거 규정 등을 구체적으로 기재하지 않고, 단순히 '거래처 축의금(경조금) 지급'이라고만 기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범정부 합동감사단은 "객관적인 집행 근거를 확인할 수 없었다"라고 지적했다.
범정부 합동감사반은 "정확한 지출일시와 지출대상 등은 자료로서 확인할 수 없었다"라며 "허위증빙자료로 지급회의서를 작성하고, 지급회의서의 지출목적과는 다르게 예산을 집행한 것은 중대한 규정 위반사항이며, 지난 3년간 허위집행한 것으로 보이는 금액 또한 2억 원에 달하는 등 과도하다"라고 지적했다. 한국양계농협은 지난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조의금과 축의금, 화환에 각각 9380만 원과 8380만 원, 2667만여 원을 지출했다(총 2억427만여 원)
한국양계농협 "사문서 위조, 횡령 성립 어려워"… 범정부 합동감사단 "추가 감사 후 수사의뢰해야"

▲서울 중랑구 사가정로에 위치한 한국양계농협 본점. ⓒ 오마이뉴스 구영식
한국양계농협은 범정부 합동감사에서 "전국 농협 경조사 알림게시판에서 지급 대상자를 임의로 선정하고, 그 부고장과 청첩장을 지출회의서에 첨부해 경조사비를 마련한 뒤 그것을 직원과 거래처 축의금·부의금으로 임원과 수행직원들에게 전달해왔다"라며 "경조사에 3~5명의 직원이 방문하나 규정상 경조사비 집행이 1건당 20만 원까지만 가능해 물가 및 경조사비 현실상 부득이 추가 비용이 필요하여 관행적으로 이러한 방식으로 추가 경조사비를 마련해 집행해왔다"라고 해명했다. 예를 들어 어떤 경조사에 6명의 직원이 간다고 하면 1명에 한해서만 20만 원을 경조사비로 낼 수 있는데, 함께 간 5명도 20만 원씩 낼 수 있도록 100만 원의 예산을 집행했다는 것이다.
한국양계농협은 "지급회의서에 의한 경조사비 집행은 관련 회계규정을 철저하게 준수하지 못한 점은 있으나, 한국양계농협의 업무 특성, 경조사비 조성 동기, 방법, 규모, 기간, 실제 사용 용도, 물가 상황 및 경조사비의 현실, 지급회의서 작성 관행 등 제반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사문서 위조의 죄 또는 횡령죄(부당수령 및 유용)가 성립하기 어려워 보인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범정부 합동감사단은 "한국양계농협에서는 해당 지출 건들을 실제 경조사비로 지출하여 사적 유용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를 객관적인 자료로서 확인할 수 없었으며, 사적 유용이 아니더라도 증빙자료를 허위로 꾸며 지급회의서상 집행목적과 다르게 예산을 집행한 것은 사실로 보이기 때문에 해당 의견이 경조사비 지출 부적정에 대한 소명은 될 수 없다"라고 반박했다.
한국양계농협의 한 관계자는 "경조사비를 지급할 때 1건에 1회만 20만 원 한도로 출금하도록 되어 있는데 함께 간 5명도 20만 원씩 낼수 있도록 농협 아리오피스(경사/애사) 게시판에서 무작위로 아무 결혼식이나 상가집에 참석했다고 하고 추가로 5명분 100만 원을 집행했다고 이번 감사에서 총무팀은 주장했다"라며 "하지만 우리 농협의 경조사가 월2~3회 수준이어서 허위로 연 300건의 경조사가 있었다고 하고 현금을 임의로 만들어 골프라운드, 캐디비, 조합장 해외여행시 경비, 조합장 정장 구입비 등 사적으로 유용했다고 (정부 감사단은) 의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범정부 합동감사단은 "제한된 감사기간으로 실제 지출처, 사적 유용 여부 등 확인하지 못한 사항에 대해서는 농협중앙회 등에서 추가 감사 등을 통해 확인한 후 수사의뢰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라며 "농협중앙회장은 경조사비 조성을 위해 관행적으로 지급회의서를 허위로 작성한 사안과 경조사비의 적정 집행 여부 등에 대해 조사하고, 그 결과에 따라 관련자 및 조합에 (대해) 수사 의뢰, 징계 등 적합한 조치를 하기 바란다"라고 요구했다.
'1억 원대 명품 구입' 핵심 실무자, 지각 총 71회에도 최종 징계는 '주의촉구'

▲한국양계농협은 지난 2025년 9월 19일 자 공문을 통해 “출.퇴근 시간 등 복무사항을 위반할 경우 엄중 조치하겠다”라고 ‘근태관리 철저‘를 지시했다. ⓒ 오마이뉴스 구영식 기자
이와 함께 지각 등 직원 복무 관리 미흡에 대해서도 '기관주의' 조치가 내려졌다. 복무규정에 따르면, 한국양계농협의 근무시간은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인데, '1억 원대 명품 구입'의 핵심 실무자였던 박아무개 본점 총무과장은 지난 2024년 6월부터 2025년 9월까지 16개월 동안 총 51회 지각했다. 이는 농업협동조합중앙회 조합감사위원회 서울검사국의 부문검사(2025년 9월)에서 드러난 사항이다. 서울검사국은 박 과장에 대해 '주의촉구' 조치를 요구했다.
이에 따라 한국양계농협도 지난 2025년 9월 19일 자 공문('근태 관리 및 복무규정 준수 철저')에서 "출·퇴근 및 중식시간 준수 등 기본적인 근태관리 철저"를 주문하면서 "복무사항 위반 등으로 조합의 공신력을 실추시킨 경우 엄중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농협중앙회도 상습적인 지각 등 복무규정 위반 행위를 임직원행동강령 위반, 부당이득 수수 행위, 직장내 괴롭힘·성희롱과 함께 익명제보센터의 제보접수 대상에 포함해놓고 있다.
하지만 박 과장은 서울검사국의 '주의촉구' 조치 이후에도 총 20회(2025년 9월~2026년 1월)를 지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서울검사국은 한국양계농협에 박 과장과 그의 상급자인 김아무개 본점 총무팀장을 '문책'하라고 처분했다. 이어 올 초에 실시된 범정부 합동감사에서도 해당 사안에 대해 '기관주의' 처분이 내려진 것이다.
이에 한국양계농협은 지난 5월 26일 1차 인사위원회를 열고 박 과장과 김 팀장에 대해 각각 '견책'과 '주의촉구' 징계를 의결했다. 견책은 경징계이긴 하지만 승진과 승급이 6개월 동안 제한되는 처분이다. 그런데 2주 후인 지난 6월 10일 2차 인사위원회(재심)가 열렸고, 박 과장에 대한 징계 수위가 '견책'에서 '주의촉구'로 낮아졌다. 인사위원회에서는 노조 측 위원 1명만 징계 수위를 낮추는 데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계농협 직원들 "몇 번 지각해야 중징계 유지? 합동감사 결과 무색하게 만들어"
한국양계농협의 한 직원은 "결국 수차례 (농협중앙회) 감사 적발, 농림식품축산부의 합동감사의 '기관주의' 조치, 그리고 1차 인사위원회의 견책 징계 의결까지 있었는데도 최종적으로는 가장 낮은 수준으로 마무리된 셈이다"라며 "농협중앙회 조합감사위원회 서울검사국은 그동안 해당 사안에 대해 '주의촉구' 수준의 솜방망이 처분만 반복해 왔고, 한국양계농협 인사위원회도 처음에는 견책 처분을 의결해놓고, 불과 2주 만에 이를 완화함으로써 정부 합동감사 결과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많은 직원들은 '도대체 몇 번의 지각과 몇 번의 감사 지적을 받아야 중징계가 유지되는 것이냐'며 허탈감을 토로하고 있고, '이 정도의 반복된 위반도 결국 경징계로 마무리된다면 앞으로 누가 복무규정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겠느냐?'라는 자조섞인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라며 "현재 해당 내용은 블라인드 익명게시판 등에서도 지속적으로 언급되고 있으며, 직원들 사이에서는 공정성과 형평성에 대한 불신이 매우 커진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블라인드 익명게시판에는 "중앙회(주의촉구)-양계(견책)-재심(주의촉구) 이 정도면 (조합장) 목줄 꽉 쥐고 있단 말인데(생사여탈권) 약점이 얼마나 많길래 그 두 사람을 떠받듯이 챙기네", "지각 많이 해도 주의촉구 주는, 직원 아끼는 좋은 회사다" 등의 비판글들이 올라와 있다.
'1억 원대 명품 구입' 핵심 실무자들, 본점 수신팀장과 마케팅본부장으로 영전

▲한국양계농협의 법인카드 지출내역 (명품 등 구입 목록)<오마이뉴스>가 입수한 한국양계농협의 법인카드 지출내역 관련자료에 따르면, 한국양계농협은 지난 2023년 4월부터 2025년 2월까지 명품 구입 등에 총 1억 16만 3880원을 사용했다. 한국양계농협이 가장 많이 구입한 제품은 독일의 명품 '빌레로이 앤 보흐'(Villeroy & Boch, 찻잔 세트)였다. 제한된 자료에 따르더라도 1년 10개월 동안 총 13차례 구입했고, 여기에 3791만 7900원이나 썼다. 구입목록에는 이 외에도 '글로벌 명품'으로 평가받는 에르메스(프랑스, 넥타이)와 페라가모(이탈리아, 신발과 넥타이), 구찌(이탈리아, 운동화), 몽블랑(프랑스, 벨트)뿐만 아니라 고가 제품인 에스티로더(미국, 화장품), 다우닝(한국, 가구), 투미(미국, 여행용 가방), 제이린드버그(스웨덴, 골프웨어), 마크앤로나(일본, 골프웨어)가 포함돼 있다. ⓒ 이은영
이러한 내부의 비판에도 한국양계농협은 7월 1일부로 박 과장(4급)과 그의 상급자인 김 팀장(3급)을 본점 총무과장과 총무팀장에서 본점 영업부 수신팀장과 마케팅본부장으로 발령냈다. 한국양계농협 등 지역농협은 보통 계원(창구업무)-중간책임자(계원의 결재를 받는 책임자)-지점장(지점의 최종 책임자)으로 나뉜다. 박 과장이 발령난 본점 영업부 수신팀장은 4명의 팀원을 책임지고, 한국양계농협 전 지점의 수신업무를 총괄하며, 예금과 카드, 보험 등과 관련된 문서를 관리하는 자리다. 김 팀장은 본점 총무팀장이라는 중간책임자에서 본점 마케팅본부의 최고 책임자인 본부장으로 발령났다.
한국양계농협의 한 관계자는 "보통 농협에서는 6급부터 시작해 5급까지는 자동으로 직급이 올라가지만, 4급부터는 책임자로 승진되어야만 가능하고 3급부터는 상무대우를 받으며 지점장이 될 수 있는 위치다"라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정성진 조합장에 의한 '영전성 인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다른 직원은 "두 직원은 본점 총무부서 직원으로서 누구보다 모범을 보여야 할 위치에 있었음에도 각종 감사에서 징계의 중심에 섰던 인사들이었다"라며 "그런데 오히려 인사권자인 정성진 조합장에 의해 영전성 인사가 이루어진 것에 대해 상당수 직원들이 허탈감과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두 직원은 법인카드 사적 사용 및 횡령 배임 의혹과 관련해 서울북부지검의 수사를 받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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