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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편 <법정 증언으로 무너진 밀실의 증거...흔들리는 검찰 공소장 https://omn.kr/2isk7>
- 2편 <"협조하지 않으면 국내 소환"...한 실무자의 일상을 파괴한 검찰 https://omn.kr/2it4s>
- 3편 <"감사원, 결론 정해놓고 의견 강요"...심사위원들의 '반전 증언' https://omn.kr/2itvq>
- 4편 <'한상혁 위법 저질렀냐'는 검찰...야당 추천 방통위원의 놀라운 증언 https://omn.kr/2ivc7>

 서울 도봉구 도봉동 서울북부지검 모습
서울 도봉구 도봉동 서울북부지검 모습 ⓒ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2022년 6월 감사원 감사로 시작된 이른바 'TV조선 재승인 심사 점수 조작 사건'이 끝을 향하고 있다. 재판부는(서울북부지방법원 제13형사부, 재판장 나상훈) 오는 7월 3일 결심 공판을 예고한 상태이다.

심사(2020년 3월)가 이루어진 지 벌써 6년 4개월이 흘렀고 감사원 감사 시작 기준으로 봐도 4년을 넘겼다. 감사원과 검찰은 4년 동안 수십 명의 참고인들과 한상혁 당시 방통위원장 등 '공범'으로 기소된 피고인 6명, 그리고 4년째 기소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무혐의 처분을 내리지도 않고 있는 4명 이상의 피의자를 집요하게 압박하고, 기억을 주입시키고 사건을 사후에 재구성 했지만 범죄 사실을 입증하기는커녕 공소 사실조차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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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위계에 의한 공무 집행 방해의 '공범'으로 기소한 한상혁 당시 위원장, 양OO 국장, 차OO 과장, 윤OO 심사위원장, 정OO 심사위원, 윤OO 심사위원 등 6명의 공동 피고인이 언제, 누구와 어디서, 어떻게 범행을 공모했는지에 대해서는 공소장 어디서도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

방어권 행사를 위해 공소 사실을 특정해달라는 변호인들과 재판부의 석명 요구에도 검찰은 공소 사실을 특정할 뚜렷한 자료를 제출하지 못했다. 이와 관련 검찰이 지난해 8월 재판부에 제출한 의견서의 한 대목에는 이런 구절이 포함돼 있다.

"이 사건이 다수의 점조직으로 서로 직접적인 공모없이, 서로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순차 연쇄적인 공모관계에 따라 범행을 저지르는 보이스피싱 범행과 유사하므로 공모 관계 성립한다."

얼마나 창의적(?)인 주장인가? 공소 사실조차 특정 못 한 검찰이 이제는 공무원 조직을 범죄 조직과 동일시하는 주장까지 한 셈이다. 오랜 기간 수십 명의 참고인들과 피고인, 피의자들을 압박해 받아낸 진술을 짜깁기한 공소장은 논리적으로 '허점 투성이'일 수밖에 없었고, 그런 공소장마저도 공개된 법정에 나온 관계인들의 증언으로 허위임이 입증되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이 꺼낸 마지막 카드는 피고인들을 직접 증인 자격으로 선서대에 세우는 것이었다.

"진술을 거부하겠습니다"... 피고인들의 침묵의 역설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 ⓒ 연합뉴스

지난 2026년 4월 17일 10시, 서울북부지방법원 702호 대법정의 공기는 한층 더 가파르게 얼어붙었다. 지난 3월 27일 공판에서 한상혁 당시 방통위원장의 수행 비서 양OO씨를 끝으로 사건 관계자들에 대한 증인 신문이 끝나고 그 날부터는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등 피고인들에 대한 증인 신문과 검찰의 피고인 신문 절차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숨겨진 검찰의 '잔인한 덫'이 있었다. 헌법상 피고인은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권리가 있고 방어권을 위해 설령 거짓을 말해도 위증죄로 처벌받지 않는다. 그러나 검찰이 피고인을 '증인석'에 앉히는 순간 상황은 달라진다. 법정 선서를 한 증인은 검찰의 유도신문에 넘어가 다른 말을 하는 경우 곧바로 '위증죄 처벌'이라는 또 다른 사법적 협박에 직면하게 된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답변을 강요하기 위해 검찰이 즐겨 쓰는 악독한 편법이다.

특히 이번 사건처럼 직접적인 증거도 없고 수 년이 흘러 기억조차 불분명한 사건 관련자들을 상대로 진술을 압박하거나 사실상 '기억을 주입시켜' 받아낸 결과에 미묘하게 차이가 나는 말을 엮어서 기소한 검찰로서는 피고인들을 분열시키고 압박하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그러나 피고인들은 검찰의 이 비열한 '증인 채택'을 형사소송법에 보장돼 있는 '포괄적 진술 거부권'으로 무력화 시켰다.

언론과 검찰은 이를 두고 '죄가 있어서 숨기는 자들의 비겁한 기피'라 매도할지 모른다. 그러나 장장 수년 동안 이 재판을 가장 근거리에서 관찰해 온 필자의 눈에, 그리고 이날 법정에서 오간 사법 주체들의 날 선 대화 속에서 그들의 침묵은 전혀 다른 역설적 의미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것은 도피가 아니었다. 이미 결론을 정해놓고 짜 맞춘 각본을 들이미는 검찰을 향해, "내 언어를 당신들이 만들어 놓은 올가미에 단 한 마디도 보태지 않겠다"는 가장 적극적이고 능동적이면서도 강력한 법적 저항의 표현이었다.

변호인단의 주장은 이러했다.

"피고인이 검사의 모든 질문에 대해 포괄적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말하는 순간, 개개인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 자체가 선을 넘는 것이라 판단한다. 다른 재판에서도 포괄적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는데 검사에게 개별적 신문권을 부여하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

하지만 검찰은 포괄적 진술 거부권 행사와 관계없이 개별적인 질문을 하겠다고 맞섰다. 검찰의 의도는 뻔했다. 대답도 하지 않을 질문을 반복해서 던짐으로써 피고인들을 압박하고 피고인들의 내용 부인으로 증거로 채택되지 못한 피의자 신문 기록 등 수사기록을 일일이 열거해서 재판부의 심증 형성에 영향을 미치겠다는 것으로 보였다. 그동안 원활한 재판 진행을 강조해온 재판부는 잠시 정회 끝에 "검찰이 중복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간단히 해달라"며 개별 질문을 허용했다.

그럼에도 검찰은 자신들이 준비한 두터운 질문서를 읽으며 개별 신문을 진행했다. 변호인이 작성한 의견서의 문구, 합숙 심사가 이뤄졌던 2020년 3월 19일 밤의 정황, 흡연장에서의 대화 등 앞뒤 맥락을 난도질한 질문들이 피고인들을 향해 쏟아졌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거대한 침묵의 벽이었다.

"진술을 거부하겠습니다."
"진술 거부하겠습니다."
"진술을 거부하겠습니다."

검사의 질문 뒤에는 오직 이 한 문장만이 래퍼의 랩처럼 기계적이고도 서늘하게 대법정을 오랫동안 메웠다. 인간의 흐려진 기억을 파고들어 젊은 공무원 유학생의 기억을 오염시키고, 공무원들의 평범한 식사를 '밀실 모의'로 조작해 덫을 놓는 검찰 앞에서 피고인들의 성실한 반론이나 인간적인 설명은 도리어 검찰의 '악마적 편집의 땔감'이 될 뿐임을, 그들은 수년간의 고통을 통해 뼛속 깊이 깨달았던 것이다.

"진실이 밝혀지길 원했지만…" 한상혁 전 위원장의 고민 토로

 방송통신위원회의 TV조선 재승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한상혁 방통위원장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선 가운데 2023년 2월 16일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 건물의 모습.
방송통신위원회의 TV조선 재승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한상혁 방통위원장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선 가운데 2023년 2월 16일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 건물의 모습. ⓒ 연합뉴스

피고인 신문의 마지막 순서였던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의 차례가 되었을 때, 그는 진술을 거부하면서도 이 침묵이 가질 수밖에 없는 피치 못할 사정과 결기를 육성으로 뿜어내며 법정의 공기를 뒤흔들었다.

"재판 과정을 통해서 지금까지 진행되어 온 과정의 수많은 문제점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사실을 충분히 말씀드릴 기회를 가졌으면 했습니다. 저 역시 이 자리에서 진실이 밝혀져서 저를 비롯한 모든 분의 무죄가 입증되기를 누구보다 원합니다.

그러나 (검찰 수사 및 신문) 진행 과정에서의 여러 가지 왜곡과 구조적 문제점들 때문에, 이 자리에서 추가적인 진술을 거부하고 침묵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 상황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저희가 알고 있는 모든 진실은 추후 변호인 의견서와 최종 변론을 통해 재판부와 국민께 상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죄가 없기에 당당하게 모든 것을 밝히고 싶었으나, 사소한 말 한마디를 꼬투리 잡아 또 다른 '조작'의 고리로 삼으려는 검찰의 올가미에 걸려들지 않겠다는 분명한 항거의 표시였다. 이로써 검찰의 장황했던 피고인 신문은 단 한 줄의 유의미한 답변도 얻지 못한 채 완벽하게 무력화되었다.

변호인단 "공소장 일본주의 노골적 위반"

이번 사건에서 또 다른 법적인 쟁점은 이른바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 여부 '이다. 공소장 일본주의는 검찰이 공소를 제기할 때 법원에 오직 공소장 한 장만을 제출해야 한다는 형사 소송법상의 원칙이다, 이는 판사가 아무런 선입견 없이 오직 재판과정에서 제출하는 증거와 주장만을 보고 공정하게 판결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인 장치이다.

이를 위해 공소장에 증거서류나 증거물을 첨부할 수 없고, 판사에게 예단을 줄 수 있는 수사기록을 직접 인용해서는 안되고 범죄 사실과 직접 관계없는 전과나 나쁜 품행, 평판 등을 장황하게 적어 피고인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것도 엄격히 제한된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검찰은 재판과정에서 당사자들이 부인하면 아무런 증거가 되지 못하는 피의자 신문 조서 등을 공소장에 직접 인용했다.

"미치겠네, 그래서요? 시끄러워지겠네.욕좀 먹겠네."
"예상보다 결과가 안좋게 나왔다. 중점심사사항 과락도 없다."
"그럼 제가 어떻게 하면 될까요?"
"심사위원장이 점수를 주는 건 아니잖아요?"
"그럼 큰일난다.나중에 감옥 갈 수도 있는 일이다."

어떤가? 피고인들이 말했다는 이런 표현 자체가 너무 구체적이어서 증거조사 절차도 전에 재판부가 '예단과 심증'이 생기게 할 수 있는 정도 아닌가? 실제로 이런 공소장의 표현들이 공소제기 직후 많은 언론들에 인용 보도돼 여론재판에서 피고인들에게 '유죄의 예단'을 갖게 하지 않았는가?

변호인단은 재판과정에서 이런 표현들이 '증거법 원칙'과 '증거 재판주의', 공판 중심주의'를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여러 차례 주장한 바 있고 실제로 피고인들이 이런 진술이 사실이라고 한 부분은 전혀 없는 만큼 이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대법원은 그동안의 판례는 "서로 일체가 돼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해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것이 공모이며 이는 엄격한 증명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권력은 짧고 기록은 영원하다

역사와 법정의 시간은 권력의 시나리오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무리하게 벼려진 공소장의 칼날이 실무자들의 증언과 수행비서의 폭로, 동료 상임위원들의 증언, 그리고 피고인들의 결기 어린 침묵에 부딪혀 부러졌다. 하지만 4년이 넘는 동안 피고인들과 방통위 직원들이 겪은 고통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법정에 나온 한 방통위 직원이 "아직도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고 증언할 정도로.

이 사건 수사는 현재도 방통위(현재는 방미통위) 분위기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권력의 의도대로 상사를 무고하는 진술을 하지 않으면 곧바로 피의자로 입건되는 현실을 눈 앞에서 겪는 심정이 어떻겠는가?

오는 7월 3일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입증하지 못한 공소 사실을 반복하며 '자신들의 마지막 소설'을 완성할 것이다. 그리고 한상혁 당시 위원장 등 6명의 피고인에게 중형을 구형할 것이다. 필자가 매 달 차가운 법정 의자에 앉아 낡은 수첩에 펜을 꾹꾹 눌러 가며 이 재판을 기록하고 수 천 쪽의 기록과 씨름해 온 이유는 단 하나다. 당시 윤석열 정권의 의도대로 세상이 이 사건을 망각하게 두지 않기 위함이다.

정권의 칼날은 매서웠고 사법의 과정은 지리멸렬하지만, 변하지 않는 진리가 있다. 권력은 짧고, 법정의 기록은 영원하다는 사실이다. 필자는 앞으로도 법정을 지키며 붓을 꺾지 않을 것이다. 무도한 권력이 써 내려간 조작 소설의 결말이 사법정의에 의해 바로 잡혀지기를 바라면서. 그리고 조작된 소설의 '진짜 작가'가 누구인지 밝혀지는 그날까지.

(계속)

#TV조선승인점수조작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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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철 (kimec777) 내방

1990년 KBS 기자로 입사해 탐사보도팀장, 보도본부장,KBS 비즈니스 대표이사를 거쳐 2021년 12월 임기 3년의 KBS 사장으로 취임했지만 2023년 9월 윤석열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해임당했다.기나긴 법정투쟁끝에 2025년 8월 최종 '해임 무효'소송 승소 판결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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