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톨릭대 인문도시사업단 ‘내가 음악가’ 프로그램에 멘토로 참여한 중국인 유학생들이 경기도 부천에 거주하는 이주 청소년을 대상으로 음악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 스마일어게인지역아동센터
"이렇게 가까이에서 성악을 들어본 것은 처음이에요. 사람에게서 이렇게 크고 아름다운 소리가 난다는 것이 정말 신기했어요. 노래를 들을 때는 마치 공연장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노래가 끝났을 때는 저도 모르게 박수를 막 쳤어요. 저도 언젠가 노래를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새로운 것에 도전해보고 싶은 용기도 생겼어요. 오늘 수업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캄보디아 출신 이주 청소년 희야(가명·16세)에게 소감을 물었더니 감탄사를 쏟아냈습니다. 이주 청소년들을 위해 작은 콘서트를 열어준 대학원생 오빠·언니들의 노래도 감동이었지만 희야를 흥분시킨 것은 아이돌처럼 생긴 오빠들의 외모였습니다.
중국 출신 이주 청소년 연희(가명·16세) 또한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성악가 오빠들이 자신처럼 한국에 와서 음악을 공부하는 유학생이라는 말에 더 반가웠던 것입니다. 올해 초부터 피아노 학원을 다니고 있는 연희는 언어가 통할 뿐만이 아니라 음악에 대한 공감대 때문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성악가 오빠들이 노래하는 모습이 정말 멋졌어요. 오빠들 몸에서 반짝반짝 빛이 나는 것 같았어요. 특히 오빠들이 중국에서 한국으로 유학을 오게 된 이야기와 성악을 시작하게 된 이야기를 들으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저도 오빠들처럼 꿈을 이루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언젠가는 저도 사람들 앞에서 제 장점과 재능을 자신 있게 보여줄 수 있는,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가톨릭대 인문도시사업단은 '내가 음악가' 프로그램을 통해 부천 지역 이주 청소년 합창단을 만들어서 2026년 연말에 합창 공연을 진행할 계획이다. ⓒ 가톨릭대 인문도시사업단
희야와 연희를 비롯한 이주 청소년들을 설레게 한 오빠·언니들은 중국에서 한국으로 유학을 온 가톨릭대학교 성악전공 대학원생들입니다. 멋진 성악가 오빠·언니들은 '가톨릭대학교 인문도시사업단'의 'Behind the Music - 내가 음악가' 프로그램에 멘토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가톨릭대 인문도시사업단이 대학의 인문·예술 자원을 지역 사회와 공유하는 시민 참여형 문화예술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가톨릭대 예술미디어융합학과 성악 전공 중국인 유학생 대학원생들과 이주배경 외국인 청소년들이 함께 노래를 배우고 부르며 정서적 교감을 나누는 멘토링 프로그램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스마일어게인사회적협동조합'(이사장 임진성)이 운영하는 '어게인지역아동센터'(어게인)에서 공부 중인 이주배경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5월부터 12월까지 8개월간 진행될 예정입니다. 지난 5월 29일 작은 콘서트 형식으로 시작된 첫 수업에서는 중국 유학생 성악가 멘토들의 노래와 질의 응답으로 진행됐고 6월 26일 두 번째 수업에서는 노래 배우기, 소리 놀이, 발성 활동, 대화 및 정서 교감 등이 진행됐습니다.
중국 산둥성 텅저우시 출신의 멘토 두이겸(26·가톨릭대 예술미디어융합학과 성악전공)은 "아이들을 처음 만났을 때는 조금 긴장했지만 음악을 듣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큰 보람을 느꼈다"면서 "음악을 매개로 한 멘토링 활동을 통해 아이들과 소통하면서 다양한 문화와 경험을 함께 나누고 싶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멘토 전가원(27·가톨릭대 예술미디어융합학과 성악전공)은 "아이들과의 첫 만남에서 중국 신장 위구르족 민요를 불렀는데 이 노래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전하는 노래"라면서 "한국에서 꿈을 키우고 있는 멘티(이주 청소년)들에게 보내는 응원의 메시지"라고 강조했습니다.
중국 광둥성 중산시 출신의 탄시욱(29·가톨릭대 예술미디어융합학과 성악전공) 멘토는 "첫 활동은 전체적으로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라면서 "그동안은 학교에서 공부하며 저의 역량을 키우는 데 집중해 왔으나 이번 멘토 활동을 통해 음악이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마음을 나누고 행복을 전달하는 매개체라는 것을 새롭게 깨달았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가톨릭대 정아영 교수는 "음악이 연주자의 자기 만족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 도움이 되고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힘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프로그램을 기획했다"면서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가톨릭대 예술미디어융합학과 성악 전공 대학원생들이 이주 청소년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자신이 가진 음악적 재능을 나누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최양희 어게인지역아동센터장은 "센터 아이들이 쉽게 접하기 어려운 성악 공연을 가까이에서 경험하며 음악이 주는 감동과 즐거움을 느끼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면서 "공연 내내 진지하게 감상하며 큰 관심을 보인 가운데 일부 아이들은 성악가라는 새로운 꿈과 진로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는 뜻 깊은 시간이 되었다"라고 말했습니다.
어게인엔 음악 수업이 없습니다. 피아노를 비롯한 악기도 없습니다. 이런 어게인이 합창 공연 계획을 세웠습니다. 가톨릭대 인문도시사업단의 지원 덕분입니다. 아이돌 못지않게 멋진 멘티 오빠·언니들과 함께라면 행복한 합창단이 만들어질 것 같습니다. 합창 경연대회에 출전하거나 성악가를 키우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이주 청소년들의 상한 가슴에 노래의 꽃을 심어주고 싶은 것이 목적입니다. 가난과 소외, 왕따와 차별로 멍든 이주 청소년의 상한 가슴에서 치유의 노래, 희망의 노래가 피어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희야의 한국인 아빠는 돌아가셨습니다. 기초 수급 가정인 희야네는 정부 지원으로 어렵게 살아갑니다. 마음이 착한 희야는 안타깝게도 느린 학습자입니다. 희야가 한국에서 어떻게 살아갈까? 걱정하던 어게인은 한국어가 서툰 엄마를 대신해 희야를 병원에 데리고 가서 장애인 진단을 받은 뒤 행정복지센터에서 장애인 등록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장학금 등을 지원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연희 아빠는 중국에서 화물차 운전사로 일하고 있고 엄마는 한국에서 식당으로 일하면서 연희 남매를 키우고 있습니다. 월세 단칸방에는 피아노를 들여놓을 공간도 없고 더욱이 피아노를 살 형편은 못 됩니다. 가난한 이주 노동자의 딸인 연희가 피아노 학원을 다니는 것은 피아니스트가 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연희는 중국에서 우수한 학생이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 와서 왕따와 차별에 시달리다 우울증까지 앓고 있습니다. 그래서 피아노를 치유의 수단으로 택한 것입니다. 어게인이 연희의 피아노 학원비를 지원하는 까닭은 이주 청소년에게 희망이 아닌 아픔을 강요한 한국의 죄를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서 입니다.
어게인 이주 청소년 상당수는 한국인 노동자들이 살다가 떠난 공장 지대 주변 재개발 동네에 삽니다. 보증금 50만 원~100여만 원에 월세 15만 원~30만 원 짜리 낡은 단칸방에 사는 어게인 청소년들은 여름이 되면 한증막 같은 더위에 시달립니다. 허름한 단칸방에 에어컨은 언감생심입니다. 장마가 닥치면 비가 새는 단칸방에서 곰팡이와 함께 지내야만 합니다. 이런 환경에서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요.
그래도 내일은 해가 뜨겠지요. 아이들의 내일에는 희망의 해가 뜨겠지요. 가난한 이주 청소년에게 노래가 필요한 까닭입니다. 왕따와 차별에 지친 이주 청소년들이 낯선 땅 한국에서가슴과 가슴을 쭉 펴고 부를 희망의 노래가 꼭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