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노동자의 목소리가 대통령의 목소리보다 커져야 산업재해를 막을 수 있습니다. 박정훈 공공운수노조 노동안전보건위원회 위원장이 산업현장에서 동료와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지난 4월 8일, 고공농성 11일 차 첫 투쟁문화제에서 연대자들에게 밝게 인사하는 고영기 사무장 ⓒ 공공운수노조
"하루 10시간 일해서 사납금 400만 원을 채워야 100만 원 정도 손에 쥐어요, 두세 시간 더 일해서 총 12시간, 13시간 일하면 겨우 200만 원 남짓 벌 수 있는 구조예요. 과로·과속·승차거부 등 불친절, 불량 택시기사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청년들이 택시 일을 할 리가 없죠. 다른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60세 이상 고령자만 택시 운전대를 잡고 있는 이유입니다."
택시기사 중에 젊은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는 질문에 고영기가 내놓은 답이다. 고영기는 인천 남동구에 있는 맹성규(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무실 앞 통신탑에 올라 고공농성중인 20년 차 택시노동자다. 법적으로는 택시업계에 사납금이 폐지되었지만 이름만 바꾼 기준금 제도가 존재한다. 고영기는 택시업계의 고질병인 사납금 제도를 완전히 없애고 실제 일한만큼 월급을 받는 임금체계를 만들어달라며 투쟁 중이다.
고영기가 다니는 전주 사업장에는 2018년부터 택시 월급제가 시행 중이다. 시행 이후 동료들의 운행 기록을 살펴봤더니 사고가 90% 이상 줄었다. 동료들은 월급제 이후 손님이 돈이 아니라 사람으로 보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택시회사는 월급제를 하면 시간만 보내려는 기사 때문에 매출이 급감할 것을 우려했다. 고영기는 전주시 택시 시간당 평균 매출을 채우지 못하면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양보안을 제시했고 노조 차원에서도 월급제 유지를 위해 조합원 관리를 하면서 노사와 시민 모두가 만족하는 택시서비스를 만들 수 있었다.
민주당도 사납금을 없애고 택시 월급제를 시행하겠다며 7년 전에 법을 만들었다. 그러나 법만 만들어놓고 월급제 시행을 계속 유예하다가 지난 4월 국민의힘과 손잡고 법을 고쳤다(▲택시 월급제서울 외 전국 확대 2028년 8월까지 2년 유예 ▲ 서울시 택시 면허 대수의 40%는 소정근로시간 이하로 예외 허용). 제대로 시행해 보지도 못한 채로, 사실상 월급제를 폐기해 버린 것이다. 비록 자신의 일터엔 월급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다른 택시노동자들과 시민의 안전이 눈에 밟혔기에 통신탑 위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오는 8일은 고영기가 고공농성을 시작한 지 100일째 되는 날이다.
시민들과 정치권은 후진적인 택시산업을 고쳐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은 실제 현장에서 일을 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보다 택시 사업자들과 사업자들과 유착한 어용노조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였다. 총알택시, 승차거부, 불친절한 기사 이야기만 수십 년째 반복되는 이유다. 자율주행과 플랫폼 택시 역시 결국은 택시 노동자의 노동권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차를 너무 좋아해서 전국의 도로망을 관리하는 공무원이 되고 싶었던 고영기에게 지난 6월 30일 택시산업의 문제와 미래에 대해 물었다.
88학번 대학생이 전주의 택시운전사가 되다

▲택시 이미지 ⓒ 연합뉴스
- 인천의 고공농성자가 되기 전 전주의 고영기가 궁금합니다.
"전북 전주에서 태어나 자랐어요. 88년에 모 대학교에 입학한 후 18년간 서울살이를 하다가 다시 전주로 내려왔어요. 먹고 살아야 하니깐 2006년 11월에 택시회사에 입사해 20년째 택시기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 88학번이시면 대학 졸업 후 바로 취업이 됐던 시절 아닌가요?
"제가 차를 정말 좋아하는데 합격한 그룹이 자동차 산업을 안 했어요. 제 길이 아닌 것 같아 행정고시를 준비했어요. 결국 안됐죠. 포기하고 운전을 좋아하니 택배 대리운전을 하다가 고향으로 내려왔어요. 고시에 합격했으면 국토교통부에 가서 전국의 도로망을 개선하는 일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를 상대하는 국토부 직원이 되셨겠네요. 택시 기사 일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취업하기 전에 3개월 정도 알바로 일하려고 택시회사에 들어갔죠. 지금은 없어진 모습이지만, 당시엔 택시회사 가보니 고스톱치고 노름하고 난리였어요. 지금 다니는 회사에 갔는데 노름을 안 하더라고요. 그래서 일하기 시작했죠. 나중에 알고 보니 밤에 쳤다더라고요(웃음). 택시일을 알게 되면서 3년 무사고 이후 개인택시 면허를 사려고도 했어요. 그런데 2009년 사업주가 바뀌면서 부당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 거예요. 여기에 맞서 싸우다 노동조합을 알게 되고 저의 인생도 바뀌었습니다."
- 시민들은 택시 업체에서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잘 모를 것 같아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사납금 덕분에 사업주는 고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어요. 택시회사는 택시승객을 상대로 영업을 하는게 아니고 택시노동자를 상대로 영업을 하는 구조입니다. 기가 막히죠.
사장이 부모한테 회사를 물려받았는데, 어느 순간에 회사를 팔아버렸어요. 새 사장이 오자마자 사납금을 일방적으로 올려버려요. 불응하는 기사들은 차키를 뺏어 버리고요. 연차도 못 쓰고, 불만 있는 기사들은 정직, 해고해 버렸습니다. 저도 이때 1차 해고를 당했었죠.
택시업계에는 대부분 노조가 있어요. 사업주가 원하는 대로 경영을 하려면 형식적인 노동조합의 동의가 도움이 되니 어용노조를 만들어놓거든요. 노조위원장이 나중에 회사 상무로 가는 식입니다. 당연히 기존 노조는 투쟁을 안 하니, (노동자들이) 민주노총을 찾아가서 대응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업노조를 민주노총 산하 노조로 바꾸고, 파업 투쟁까지 하면서 부당한 행위들을 철회시킬 수 있었습니다. 기존 노조 위원장은 쫓겨났고요. 동료들이 저보고 3개월만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달라고 해서 수락했다가 지금의 고공농성까지 왔네요."
사납금 360만 원, 불량 택시기사를 만들다

▲택시 기사의 이미지 ⓒ 연합=OGQ
- 택시노동자 고영기의 하루가 궁금합니다.
"법인 택시에는 교대차와 하루차 두 종류가 있어요. 저는 교대차 노동자인데 두 명이 1개의 차를 12시간 맞교대로 굴리는 형태입니다. 오전 조는 새벽 2시부터 오후 2시, 오후 조는 오후 2시부터 새벽 2시까지 일합니다. 5일 동안 오전 오후 근무 각각하다가 하루 쉬고 오전 오후 근무를 바꾸는 거죠. 24시간 만에 밤낮이 완전히 바뀌기 때문에 충분히 휴식하고 일을 할 수가 없어요. 덕분에 택시가 24시간 돌아갈 수 있는 거죠. 퇴근을 하든 출근을 하든 새벽 2시에 깨어있기 때문에 사실상 야간 노동자입니다. 밥도 새벽이랑 오후시간에 먹게 되니깐 지금도 아침을 안 먹어요.
하루차는 혼자 택시를 타는 대신, 회사에 내야 할 사납금이 훨씬 높습니다. 2006년 입사 당시 교대차량 사납금이 7만 원인데 하루 차는 9만 5000원이었어요. 교대해 줄 사람도 없으니 사납금 때문에 14시간~15시간 일해야 교대차와 비슷한 거죠. 자기차처럼 끌고 다닐 수 있는 장점이 있음에도 사납금 때문에 하루차를 선택하는 노동자가 거의 없었어요."
- 택시에 최저임금을 보장하는 것보다는 성과급을 받는 게 더 좋다고 하는 노동자들도 있습니다.
"저희 사업장을 모델로 설명 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임금체계가 총 두 개예요. 사납금제와 월급제 두 개 시행하고 있거든요. 사납금제 체계는 기본급이 125만 원이고, 월 사납금이 360만 원입니다. 사납금을 초과하면 100%를 성과급으로 가져갑니다. 월급제 적용받는 노동자들은 기본임금이 215만 원이고, 월 300만 원을 초과하는 매출을 올리면 60% 성과급을 가져가는 구조입니다.
만약 월 600만 원 매출 올렸다고 한다면 사납금제의 경우 기본급 125만 원에, 사납금 360만 원을 제외하고, 240만 원을 성과급으로 가져갑니다. 그러면 365만 원이죠. 월급제 노동자는 215만 원 기본급에 300만 원 초과 금액인 300만 원의 60%인 180만 원 해서 395만 원을 가져갑니다. 월급제가 유리하죠. 노동시간이 늘어날수록 사납금제와 월급제의 간격은 줄어들거나 역전 현상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하루 16시간 이상 노동을 1년 12달을 쉬지 않고 일을 해야 하는 아주 예외적인 상황인 거죠."
- 골목길 안까지 들어가자고 하면 화를 내거나 총알처럼 달리는 택시기사를 만나는 이유가 있었군요. 청년들이 택시 운전을 선택하지 않는 이유도 같은 이유일까요?
"과속, 승차거부, 신호위반 등의 행위는 어느 택시 기사도 원하지 않습니다. 택시기사의 인성이 아니라 '사납금'이 불친절한 택시기사를 만듭니다. 요즘 청년들이 이런 불합리한 구조를 용인하지 않을 거라 봅니다. 청년들은 적어도 최저임금을 기본급으로 보장하는 일자리로 가려고 하지 않겠어요? 취업이 어려운 60세 이상 고령자만 어쩔 수 없이 택시 운전사로 남아 있는 것입니다."
월급제를 시행해 보니 사고 90% 줄고, 손님이 사람으로 보여

▲지난 6월 18일 인천 맹성규 의원 지역구 사무실 앞 택시지부 고공농성장 앞에서는 <일한 만큼 월급 받자! 택시노동자 고공농성 투쟁 승리! 택시노동자·시민 대행진> 집회가 열렸다. ⓒ 공공운수노조
- 사납금이 문제라는 건 이해했는데 월급제는 생소합니다. 최저임금만 받으라는 거냐? 주 40시간 노동을 강제하는 거냐?는 오해도 있는 것 같아요.
"개인택시가 아닌 법인택시 소속 노동자들은 10시간 일하든, 12시간 일하든 실제 일한 시간이 아니라, 3시간~4시간 일한 것으로 간주해서 최저임금을 받아요. 국민들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드실 것 같은데요. 근로기준법에는 사업장 밖에서 일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노동시간을 측정할 수 없는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을 근로자대표와 회사가 합의해서 임의로 정할 수 있는 간주근로시간제도가 있습니다. 택시산업에선 오랫동안 어용노조가 회사 입맛에 맞게 3시간 30분, 3시간 45분으로 합의해 준 거죠.
그래서 우리가 투쟁을 한 겁니다. 주 40시간 이상 일한 거는 보장 안 해도 좋다. 그런데 택시기사들이 최소한 주 40시간 이상은 실제로 일하니깐, 그 금액만큼은 월 최저임금만큼 맞춰 기본급으로 받을 수 있게 해주고, 더 일하는 것은 성과급을 도입하든 일한 만큼 보장하라는 겁니다."
- 사업자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을 것 같은데 어떻게 사업장에서 도입할 수 있게 됐나요?
"저보다 앞서 택시노동자 김재주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전주시청 앞 조명탑에서 510일 동안 월급제 시행을 요구하며 고공농성 투쟁을 했어요. 우리 회사의 경우 여러 차례 파업투쟁을 벌이며 사장을 사실상 몰아냈습니다. 그러다 보니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가 다수노조는 아니었지만, 회사가 개별 교섭을 받아주었어요.
노조의 타협과 양보도 있었어요. (회사는) 월급제를 하면 기사가 놀면서 돈만 받아 가지 않겠냐고 해서, 전주시 택시 시간당 평균 매출을 못 올리면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노조에서도 월급제를 지켜야 하니깐 조합원을 관리했죠. 막상 해보니깐 사고율도 떨어지고 시민만족도도 높아지고, 매출도 유지가 되니 회사도 손해가 아니었던 거죠. 월급제를 시행한 후부터는 동료들과의 대화 주제가 바뀌었어요. 얼마 벌었는지가 아니라 어떤 손님을 만났는지, 택시 얘기보다는 사는 건 어떤지 이야기하기 시작했죠."
- 일종의 월급제 시범실시를 하신 거고 성공적인 모습도 보여주셨는데, 국회와 정부는 끝내 월급제를 없애버렸습니다.
"그래서 택시지부는 주40시간을 보장하는 월급제 대안으로, 근로기준법 제58조 4항에서 대통령에게 위임한 시행령 제정을 통해 실제 우리가 일한 만큼 월급을 달라고 요구하는 중입니다. 통신기술의 발전으로 택시의 모든 운행기록, 매출을 다 알 수 있어요. 간주근로시간제가 근로시간을 측정하기 어려운 노동자를 상대로 적용하는 건데 택시노동자들은 의무적으로 설치되어 있는 디지털 태코미터로 초단위로 실시간 노동통제가 가능합니다.
디지털 태코미터는 단순히 택시요금 계산하는 기계가 아닙니다. 마치 비행기의 블랙박스와 같이 모든 운행기록을 자동으로 저장할 뿐만 아니라 GPS와 연동하여 모든 운행 동선까지 다 파악이 가능한 단말장치입니다. 또한 이 운행기록은 지방정부와 중앙정부기관에도 자동으로 전송되도록 의무화되어 있습니다."
- 택시지부의 대안은 알겠는데 정부의 대안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타다와 같은 플랫폼 택시가 대안으로 떠오르기도 했는데요.
"기술 발전은 피할 수 없는 미래라고 봅니다. 그런데 기술이 노동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어요. 타다도 핵심은 기본급을 보장해 줬거든요. 시간당 1만 원을 보장해 주니깐 기사가 골목길 들어가는 것도 흔쾌히 받아들이고 회사가 요구하는 대로 일하는 거죠. 그런데 결국 타다도 불법파견 문제가 생겼잖아요. 택시산업과 택시서비스 문제의 핵심은 노동문제예요."
택시 서비스의 문제는 결국 노동문제...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을 지키고 싶다"

▲지난 18일 고공농성 82일째를 맞이한 고영기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총무국장의 모습 ⓒ 공공운수노조
- 노동이 필요 없는 자율주행 택시도 대안으로 떠오르는데요?
"이미 서울에서 자율주행 택시에 대한 시범사업이 시행 중입니다. 길게 보면 자율주행 택시가 도입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언제 도입 될지도 모를 자율주행 택시 때문에 지금의 택시산업을 방치하면 안 된다고 봅니다. 게다가 자율주행택시가 도입된다 하더라도 사람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 노약자·환자·관광 목적의 수요가 있을 거고, 자율주행택시가 오히려 비생산적인 지역도 있을 겁니다. 이 경우 공공재인 택시를 유지해야 할 노동자가 반드시 필요한 거죠."
- 해당 사업장의 문제를 이야기하면 꼭 안 다니면 그만 아니냐는 분들이 있습니다.
"'다른 일 하시면 되잖아요?' 지방노동위원회에 갔을 때 위원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인데요. 노동자들은 다른 회사 가도 비슷한 대우를 받아요. 지금 내가 다니는 회사가 안 바뀌는데 다른 회사가 바뀌겠어요? 무엇보다도 내 일에 대한 자긍심이 있고 택시 일을 사랑합니다. 내가 그만두더라도 부당한 것은 바로 잡고 나가고 싶어요."
- 마지막으로 택시의 안전과 시민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대안은 무엇일까요?
"누구나 알고 있듯이 택시 노동자가 건강해야 택시를 이용하는 시민도 안전해질 수 있습니다. 최근 우리 사회에 택시로 인한 사건사고가 많이 일어났어요. 택시업종은 사업용 차량 교통사고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사망자 숫자도 두 번째로 높습니다. 그런데 이걸 개인 탓으로만 돌리거든요. 택시업종을 간주근로에서 제외하고 실노동시간에 대해 임금을 보장해야 해요. 그래서 장시간 노동을 하지 않아도 되는 노동환경을 만들어야 안전한 도로도 만들 수 있습니다.
택시뿐만이 아닙니다. 버스, 라이더, 화물 등 모든 운수업종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시민들도 안전해질 수 있습니다. 제가 여기 하늘 위에 올라온 이유입니다. 이제는 이재명 정부가 대책을 신속히 마련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