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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첫 주택을 구매했다는 아들, 며느리의 소식을 듣고 기쁜 마음과 함께 미안한 마음이 먼저 앞섰다. 요즘 같은 세상에 집 한 채 장만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기에, 부모로서 넉넉하게 보태주지 못하는 현실이 마음에 걸렸던 탓이다.
"집 구매하는데 보태주지 못해 미안하고, 어찌 되었든 이제 남은 시간들은 더 빛나리라 믿는다. 이사 가면 필요한 것 있으면 이야기해 주면 좋겠다. 그래도 시부모가 기억에 남는 선물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연락 기다리마."
미안함과 축하를 꾹꾹 눌러 담아 보낸 카카오톡에 며느리는 도리어 따뜻한 답장을 보내왔다.
"에이~ 미안하다뇨ㅠㅠ 그렇게 생각 안 하셨음 해요. 이사하고 정리하고 집 꾸미다가 생각나면 말씀드릴게요! 그럼 기억에 남아 너무 좋을 거 같아요 히히 (하트) 감사합니다~"
며느리가 지금은 필요한 것이 없다고 사양했지만, 시아버지로서 돈의 액수나 선물의 가치를 떠나 정말 기억에 남을 만한 무언가를 꼭 해주고 싶었다. 문득 과거에 첫 집을 장만했을 때가 떠올랐다. 당시 형제나 친한 주변 지인들도 이사하는 집에 무엇이 필요한지를 똑같이 물어왔다. 형제들은 당시 티브이, 전자레인지, 세탁기 정도의 제법 가격이 나가는 선물을 큼직하게 턱 안겨주었고, 친한 친구들은 의미 있는 선물을, 나머지 지인들은 화장지나 세제 같은 실용적인 선물을 들고 이사 집 집들이를 찾아왔던 기억이 선명하다.
세월이 흘러 이제 시아버지가 되고 보니 고민이 깊어졌다. 사실 선물은 저마다 취향에 갈리기 마련이라 돈이 최고라는 생각도 들었다. 받는 사람의 취향을 다 맞출 수 없다면 그에 따른 돈의 액수만 있으면 해결되는 일이니까 하는 생각에 잠시 숙연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선물을 주려 해도 현실적인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이민을 올 때부터 어느 정도의 금액을 한국 통장에 적립해 두고, 한국 내에서 써야 할 경조사비를 보내는 용도로 써왔는데, 최근 개인적으로 급하게 써야 할 돈이 생겨 한국 통장의 잔액이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만 것이다.

▲그동안 적립되어 있던 원고료가 생각이 났다. ⓒ glenncarstenspeters on Unsplash
마음은 굴뚝 같은데 텅 빈 통장을 바라보면서 현지에서 캐나다 달러로 송금을 해야 할까 고심하던 찰나, 갑자기 <오마이뉴스>에 그동안 적립되어 있던 원고료가 머릿속에 번쩍 생각이 났다. 사실 캐나다 현지에서 바로 송금을 해도 되지만, 복잡한 환전 절차 없이 아이들이 번거롭지 않게 선물을 받았으면 하는 시아버지의 마음이 컸다. 결국 이것은 성의의 문제였다. 돈의 의미보다, 크고 작고의 액수보다, 시아버지가 치열하게 기사를 써서 받은 원고료가 며느리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면 이보다 더 뜻깊은 표현은 없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정성껏 쓴 글의 결실인 원고료에, 시어머니의 따뜻한 정성까지 한데 모은다면, 세상 그 어디에서도 느낄 수도, 살 수도 없는 최고의 이사 선물이 될 것이 분명했다. 드디어 오늘, 그동안 적립되어 있던 원고료가 통장에 따끈따끈 하게 입금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오는 7월 22일 이삿날에 맞춰 며칠 전에 미리 이 특별한 돈을 보내는 일이다. 보통의 현금 송금과는 전혀 다른, 정성과 진심이 담긴 이 돈을 받았을 때 어떤 표정을 지을까. 나는 기분 좋은 설렘으로 그날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