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역사연구소가 1992년 5월 무크 <역사연구> 창간호를 발행했다.
"현실 사회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역사적 전망을 제시함으로써 현실 변혁운동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기 위하여 기층민중의 접촉 공간을 확대하여 스스로의 인적 물적 재생산 기반을 마련" 하려는 목적으로 만든 연구소이다.
발행인 이순동, 편집인 홍순권, 편집위원 송찬섭·최규진·전덕재, 발행처 여강출판사다. 창간호는 '신라 녹읍제의 성격과 변동에 관한 연구' 등 8편의 연구논문으로 꾸몄다. 연구소는 제2집부터 역사학연구소로 개명하고 발행인도 유대기로 교체하였다. 편집위원도 바뀌었다.
구로역사연구소 홍순권의 창간사 앞 부분이다.
우리가 구로역사연구소의 간판을 내걸고 나서 해를 넘긴 지도 어느덧 4년이나 되었다. 긴 역사의 흐름에서 보면 이 기간은 극히 짧은 시간일지 모르지만, 우리는 그 동안 동구 사회주의권의 붕괴와 소비에트 연방의 해체 등 냉전체제의 해체로 이름 지어진 세계사적 격변을 겪으면서, 국내적으로는 민족통일과 사회 민주화에 따른 격변기의 사회적 진통을 목격해야만 하였다.
이 기간 동안 우리는 우리 사회가 처한 역사적 현실과 그것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그리고 그 구체적 해결 방책을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는 그 동안 우리가 내세웠던 민중 주체의 과학적인 역사연구의 진정한 내용은 무엇이며, 또 실천적 내용이 뒷받침되지 못할 때 이러한 주장이 무슨 의미를 지닐 수 있겠는가 등등의 문제에 대해서 스스로 깊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짧다면 짧을 수 있는 기간 동안 우리는 이러한 물음에 답하기 위해 나름대로의 실천적 노력에 적지 않은 정열을 쏟아 부었으며, 때로는 주위의 많은 사람들에게 다방면의 조언을 청하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우리의 노력이 최선의 것이었느냐에 대해서는 우리 스스로도 적지 않은 회의를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돌이켜 보건대 민중 주체의 과학적인 역사연구란 유독 우리 자신만의 창작물도 아니며, 그것을 실제로 담보하기 위한 고민과 노력이 우리들 자신만의 문제가 아님을 우리는 확신한다. 왜냐하면 우리 사회에 있어서 이러한 역사연구 방법은 이미 일제시기 민족해방운동 과정에서 우리의 선학들이 쌓아놓은 위대한 학문적 성과이자 우리 시대의 역사적 좌표이기도 한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것은 민족의 자주적 통일과 진정한 민주주의의 실현이라는 오늘날 우리 사회의 역사적 과제와 진정으로 부합되는 것이다.
이상의 문제와 관련하여 우리는 오랜 고민 끝에 우리의 실천적 관심과 노력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이를 대중에게 공개하기로 결정하였다. 그 첫 작업이 이번에 내놓은 <역사연구> 창간호이다. 우리가 앞으로 계속하여 발간하고자 하는 이 논문집은 그 형식으로만 본다면 기왕의 일반 학술논문집과 크게 다를 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내용면에서 우리는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역사적 책무에 더욱 분명하게 다가갈 수 있는 그러한 논문집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김삼웅의 [잡지 창간사]는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