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 위원장이 4월 10일 오전 경기 과천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2026년도 제1차 방미통위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 뉴시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법언(法諺)이 있다. 이는 최근 YTN 정상화와 관련된 논의를 표현한 법언이라 생각한다. 그 이유는, 최근 서울행정법원이 구 방송통신위원회(이하 '구 방통위'라고 함)가 과거 YTN 최다액출자자를 공기업에서 유진그룹으로 변경하도록 승인한 처분(이른바 YTN 민영화, 아래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최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구 방통위, 아래 '방미통위')가 바로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하지 않고 심사숙고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물론 위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에 대하여 피고 보조참가인이었던 유진이엔티의 항소로 인하여 항소심이 계속중이기 때문에, 아직 판결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형식논리로 인해 정의가 지연된다면, 무너진 방송의 공공성은 그대로 방치되어야 할까? 과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신중함'일까, 아니면 '정의의 실현'일까?
YTN 민영화 관련된 지금까지의 상황
① 과거 YTN의 지배구조는, 한전KDN과 한국마사회가 합하여 30.95%를 소유하였고, 이들은 대주주이지만 방송의 공공성을 감안하여 경영과 보도에 개입하지 않았다. 따라서 YTN은 '준공영 방송'으로 분류됐었다. ② 그런데 윤석열 정부 들어서 YTN 민영화가 추진되며, 위 공기업들의 주식 30.95%를 유진이엔티가 인수하였다. 일반 기업과 달리 방송사는 방송법에 따라 최대주주변경을 방송통신위원회가 승인해야 했는데, 구 방통위는 2023. 11. 30. YTN 최다액출자자변경을 승인했고, 유진이엔티가 대주주의 지위를 가지게 되어 민영화가 완료되었다.
③ YTN우리사주조합 등이 구 방통위를 피고로 하여 구 방통위의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고 주장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고, 위 소송에 유진이엔티가 피고 보조참가인으로 참가하였다. ④ 서울행정법원은 2025. 11. 28. 구 방통위의 YTN 최대주주변경 승인은 위원 2명의 결정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위법하다고 하여,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하였다. ⑤ 방미통위는 항소를 하지 않기로 결정하였으나, 피고 보조참가인 유진이엔티가 항소를 제기하여 현재 항소심이 계속 중이다.
방미통위의 심사숙고결정은 일견 타당해보일 수 있다
행정소송법 제30조 제2항, 제3항에 의하면, 판결에 의하여 취소되는 처분이 절차의 위법을 이유로 취소되는 경우 행정청은 판결의 취지에 따라 다시 처분을 하여야 한다. 그리고 대법원은 이 규정은 판결이 확정된 경우에 적용된다고 판시하고 있다.
현재 방미통위는 항소를 하지 않았지만, 피고 보조참가인 유진이엔티는 항소하였다. 대법원의 법리에 따르면, 이와 같은 경우에도 항소심은 진행된다. 그러므로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한 판결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따라서 일단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하는 처분을 하지 않고, 심사숙고해야 한다는 방미통위의 결정은 일견 타당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방미통위가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하지 않고 심사숙고하기로 결정한 이유 중 하나는, 서울행정법원이 구 방통위의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한 판결이 항소심 계속중이어서 아직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은 법적안정성만을 중시한 법률가의 사고에 불과하다. 법률가들은 관행적으로 관련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면, 그 소송의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기 쉽다. 그러나 이 사건은 그렇게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을 정도의 사건이 아니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로, 무너진 공공성을 회복할 필요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우리 헌법과 법률은 방송에 대하여 시장논리(사적자치원칙)보다도 공공성을 더 우선하고 있다. 방송법은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 공적책임을 규정하고 있고,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규정하고 있으며, 심지어 '소유제한'이라는 제목의 규정으로 여러 경우를 상세화하여 소유권을 제한하고 있다. 이는 우리 헌법과 법률이 언론과 방송을 시장논리(사적자치원칙)에만 맡긴다면 그 이익보다 해악이 훨씬 크다는 점을 전제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YTN은 과거 특수한 방식으로 헌법과 법률이 정한 공공성을 유지하였다. 대주주가 공기업이었고(한전KDN 21.43%, 한국마사회 9.52%), 대주주가 경영과 보도에 개입하지 않아, 준공영 방송의 지위를 유지하였었다. 그래서 YTN은 정권과 자본의 압력에서 상대적으로 매우 자유로웠고, 이로 인해 보도전문채널로서 전문성을 쌓아올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 민주주의의 굳건한 자정장치로 기능을 하였다.
그러나 과거 정권의 민영화 시도와 구 방통위의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하여, 위와 같은 공정성은 한순간에 무너졌다. 지금 YTN은 이른바 토건언론으로 전락하였고, 공공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YTN 민영화 이후, YTN은 보도국장임명동의제, 공정방송위원회가 무력화되는 등 내부적으로도 변하였다. 그리고 시민들도 과거 보도전문채널로 알려진 YTN을 더 이상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이 상태가 굳어져 시민들이 YTN을 잊기 전에, 최대한 빨리 그 이전 상태로 되돌릴 필요가 있다.

▲YTN 마포사옥YTN 마포사옥 ⓒ 이정민
두 번째로, 행정청의 직권취소는 행정소송의 취소 확정판결과 무관하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사건 처분은 유진그룹에게 이익을 부여하는 수익적 행정행위였다. 그리고 행정청은 수익적 행정행위를 직권으로 취소할 수 있고, 다만 그 경우에 취소해야할 공익상 필요와 취소로 당사자가 입게될 불이익을 비교·교량하여야 한다(행정기본법 제18조). 그러므로 방미통위는 피고 보조참가인 유진이엔티의 항소로 인하여 소송이 확정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처분을 취소할 수 있다.
물론 유진그룹 측이 취소처분에 대한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겠지만, 앞서 언급한 방송의 공정성, YTN을 준공영방송으로 유지하여야 할 필요성, YTN 민영화 과정에서 기존 공기업들이 지분매각을 거부하다가 갑자기 매각결정을 하게 된 점, 유진그룹이 매수인으로 결정된 점, YTN 민영화가 전 대통령의 영부인의 사적 복수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의심되는 사실 등에 비추어 보면, 유진그룹 측이 행정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승소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세 번째로, 피고 보조참가인 유진이엔티의 주장이 항소심이나 상고심에서 받아들여질 확률이 매우 낮다. 구 방통위의 2인체제의 의결은 위법하다는 취지의 판결이 다수 있었다. 서울행정법원은 구 방통위가 위원 2명의 의결로 ① KBS 이사 7명을 새로 추천한 것과, ② EBS 사장을 임명한 것, ③ JTBC에 시정명령을 내린 것은 위법한 처분이므로 취소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그리고 상식적으로도 당연하다. 구 방통위 2인체제의 원인은, 구 방통위원의 정원은 5인이었는데, 국회가 추천한 위원 3명의 임명을 전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임명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2인체제의 의결을 인정한다면, 헌법이 보장하는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 구 방통위의 정치적 독립성에 관한 심각한 훼손이 우려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자신이 지명할 수 있는 위원만 2명 임명하고, 국회 추천을 받아 임명해야 하는 위원들의 임명을 지연시킴으로써, 대통령의 의지대로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방미통위는 방송의 공공성을 위하여, 신속하게 결단하라
그러므로 방미통위는 신속히 유진그룹의 YTN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 처분을 취소하고, YTN을 정상화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법은 안정성을 추구해야 하지만, 법적 안정성은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것이다. 수단이 목적을 넘어설 수는 없는 것이다. 위법한 처분으로 무너진 방송의 공공성을 회복할 수 있는 시점을 또다시 미루는 것은, 결국 '지연된 정의'를 스스로 선택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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