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일 청와대에서 열린 메가프로젝트 민관합동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가구 및 생활 소품을 판매하는 스웨덴 다국적 기업 '이케아'의 국내 사업장에서 발생한 육아휴직 후 복직한 직원의 직급 강등 및 '권고사직' 종용 의혹 관련 기사를 보고 "우리 기업도 해외에서 반노동 비상식 행태를 보여서는 안 되는 것처럼 외국 기업도 국내에서 그러면 안 된다"고 입장을 밝혀 화제다.
이 대통령의 이 용기 있는 한마디는 지금 우리나라가 국제적으로 차지하고 있는 국제적 위상을 반증하는 '중요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유독 우리 정치권과 보수언론들은 국내에 투자하고 있는 외투기업들의 법 위반 사실에 대해서는 슬슬 눈치만 보고 저자세를 취해왔던 것이 일반적이었다.
해당 상황을 접한 뒤 문득 지난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중국 최대 항공사였던 동방항공이 한국인 승무원들에 대한 집단해고를 자행했던 사태가 떠올랐다. 그 시절 난 경기도 노동국 노동권익센터장으로 이사건 지원에 참여 한 바 있다.
당시 민선 7기 경기지사였던 이재명 지사는 "대한민국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며 "지방정부 차원에서 가능한 모든 방법을 찾겠다"고 한 뒤 해고승무원들과 격려간담회를 진행하고 고용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했다. 뿐만 아니라 외교부를 통해 주중 한국대사관, 주상하이 총영사관에 사실조회를 요청하는 한편, 도지사 명의의 서한문을 동방항공 측에 보내 한국인 승무원 차별 의혹 규명과 부당해고 원상 복귀를 촉구했다. 국제노동기구(ILO) 진정도 지시한 바 있다. 이후 동방항공 한국지점을 상대로 해고무효확인 소송을 낸 승무원들은 항소심에서 화해권고를 확정 받았다(화해금을 받는 조건으로 복직하지 않음).
많은 외국 기업들이 서비스, 제조, IT강국인 대한민국에 큰 관심을 보이며 투자를 늘려갔다. 달러 한 푼 아쉬웠던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한국은 외투기업에 대해 상당히 저자세를 취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해 그동안 수많은 외투기업들이 '먹튀'를 자행하며 노동계와 여론의 큰 비난을 받아 왔다.
최근엔 사모펀드(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집단해고가 논란이지만, 이전에도 이런 상황은 많았다. ▲2005년 미국계 펀드 매틀린패터슨의 오리온전기의 매각 청산 사건, ▲인수한 지 불과 1년여 만에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대규모 구조조정과 노동탄압을 단행한 2009년 중국 상하이자동차 쌍용자동차 사태, ▲2018년 한국지엠자동차 군산공장 폐업사태, ▲2022년 일본 닛토덴코 자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폐업사태, ▲2022년 일본 덴소코리아 안산공장 한국와이퍼 노동자 집단해고사태까지... 20여년 간 대한민국 사업장에서 발생한 적지 않은 대형 노동 사건들에서 외투기업들의 이름을 찾아볼 수 있다.
외투기업들은 각종 세금감면, 전기료, 임대료 등 많은 특혜를 누리고 있으나 한국의 노동법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매번 선거철만 되면 정치인들은 기업투자 유치에만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노동자 인권과 권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대응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좀처럼 관심을 갖지 않는다. 노동자들의 눈물을 더 이상 보지 않으려면, 이제라도 외투 기업의 투자 제한 사유에 '고용 안정' 관련 내용을 추가하고, 불법·부정행위 시 지원 혜택 및 이익 환수를 명시할 필요가 있다. 또 경영 거버넌스에 노동자 대표 참여를 검토 할 필요가 있다.
이 대통령은 스웨덴 이케아 기업 노동 사건을 언급하며 "이제 대한민국이 세계를 선도하는 모범 사회·모범 정부로 거듭나고 있는데 그런 구태 경영 행태가 발생한다면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 국가의 리더라면 자국민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자존심을 살려줄 필요가 있다. 그리고 한국 기업도 외국에 나아가 대한민국 국격을 먹칠하는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하고 외투기업들도 국내법을 위반했을 경우 동일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게 선진국이다.
전국의 행정 공무원들도 이러한 정책 기조를 잘 읽고 한국의 노동법 위반시 외투기업들에게 할 말은 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의 이케아에 대한 지적은 대한민국의 위상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는 것 같아 매우 기분이 좋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전 경기도 노동정책전문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