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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찾아 도전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고 전합니다. 원하는 일이 있는데 두려워서 시작을 망설이는 2030에게 용기를 주고 싶습니다.
뭐든 할 수 있는 나이. 이 말이 무섭게 다가온 적이 있었습니다. 시간표도 입을 옷도 정해져 있던 학생 시절을 지나 덜컥 수많은 선택지가 주어졌을 때 당황스러웠죠. 아르바이트, 대외 활동, 취업.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몰랐고, 해낼 수 있다는 확신도 없어서 제게 주어진 여백의 시간을 맘 놓고 즐기지 못했습니다.

온전히 자신을 책임지는 나이가 되었다는 건, 도전의 결과와 실패의 아픔까지 온몸으로 겪어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니까요. 오늘은 이런 불안 속에서 결국 무언가를 하기로 한 대학생들의 이야기를 들려드리려 합니다.

'파뿌리 협동조합'은 주체적인 노년의 삶을 주목하는 인스타그램 미디어입니다. 새로운 분야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좋아하는 일로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아이패드 그림 작가 여유재순 할머니, 제주도의 할머니 화가 그룹 '그림 할망', 부산 감천마을의 손글씨 명인 차우석씨 등을 인터뷰해 왔죠. 2025년 경희대 미디어학과 선후배 4명으로 시작해 현재는 8명이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파뿌리 협동조합은 "우리가 들으려고 하지 않았던 노인들의 이야기를 듣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는데요. 정치 성향, 관심사, 세대가 다르면 마주치기도 어려운 알고리즘 시대에 젊은이들이 노인을 보는 시선은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지난 6월 30일 파뿌리 협동조합을 만나 물어봤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늙고 싶은가'에서 시작한 이야기

파뿌리 협동조합 윗줄 왼쪽부터 강성훈(23), 김산(24) 아랫줄 왼쪽부터 최혜림(24), 이정민(24). 강성훈, 이정민은 파뿌리협동조합의 모자 굿즈를 쓰고 있다.
파뿌리 협동조합윗줄 왼쪽부터 강성훈(23), 김산(24) 아랫줄 왼쪽부터 최혜림(24), 이정민(24). 강성훈, 이정민은 파뿌리협동조합의 모자 굿즈를 쓰고 있다. ⓒ 유채원

- 파뿌리 협동조합의 시작이 궁금해요.

최혜림 : "자유 주제로 프로젝트를 기획하면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교내 프로그램에 참여한 거였어요. 지금 교환학생에 간 친구(박은지)가 저에게 먼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겠냐고 제안했죠. 처음에는 다양한 주제를 놓고 고민했는데 우리는 어떻게 늙고 싶은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노인들 이야기를 하기로 결정했어요. 더 나아가서는 꿈을 꾸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노년의 이야기를 통해, 노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은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 원래 5명만 인터뷰하고 마무리하려고 했다면서요. 이어가게 된 이유가 있나요?

김산 : "더 할지 말지 회의했고 하지 말자는 결론이 났어요. 박수 칠 때 떠나자! 그런데 학교에서 '이거 한 번 더 해봐라' 하고 제안을 준 거예요. 2기가 있거든요. 1기 중 괜찮은 팀을 골라서 지원해 주는 건데 운 좋게 뽑힌 거죠. 그런데 다들 다음 계획을 실행하고 있었던 거예요. 교환 학생 신청, 인턴 지원도 하고 여행 계획도 짜고 했던 거죠. 결국 새 팀원 4명을 뽑아서 활동을 이어가게 됐어요."

- 2기 멤버이신 두 분은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요?

이정민 : "교환학생 갔다 와서 취업 시장도 안 좋아지고... 당시에 알바를 열심히 하고 있었는데 살짝 '현타(현실 자각 타임의 준말)'가 오는 거예요. 알바만 하면서 시간을 보내도 되는 걸까, 고민하다가 번뜩 파뿌리 생각이 났어요. 노인들은 인생 선배들이잖아요. 어떻게 살아야 할지 이야기나 들어보자 이런 마음에서 지원했죠."

강성훈 : "아직도 꿈을 못 정했는데 파뿌리 협동조합이 주체적인 노인의 삶을 담아내잖아요. 그분들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하시는 거를 보면서 어떻게 그런 일을 발견하셨고 시도할 수 있었는지 알고 싶은 거예요. 저는 지금 팔팔할 때도 못 찾고 있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아니면 못 찾는 게 당연한 건가, 위로도 받고 싶어서 하게 됐어요."

파뿌리 협동조합이 제작한 콘텐츠 인스타그램 채널에 영상 인터뷰를 먼저 공개하고, 잡지를 통해 더 깊은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파뿌리 협동조합이 제작한 콘텐츠인스타그램 채널에 영상 인터뷰를 먼저 공개하고, 잡지를 통해 더 깊은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 파뿌리협동조합(@pappuri_coop)

- 파뿌리 협동조합을 하며 많은 어른들을 만났잖아요. 가장 기억에 남는 인터뷰이가 있나요?

강성훈 : "부산에서 만난 차우석 작가님이요. 그분은 생계를 위해 일을 해오다가 50대 때 손글씨를 만났는데 천직이라고 느꼈대요. 아무리 이 일을 반복하고 노력해도 지치지 않아서요. 이분을 보고 하고 싶은 일을 나중에 찾아도 된다는 위안을 받았어요."

김산 : "여유재순 작가님이요. 인터뷰 당시 저는 청춘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청춘이 뭔지, 몇 살까지가 청춘인지 생각이 많았거든요. 작가님은 배우는 거에 진심인 분이셨어요. 어렸을 때부터 부동산 배워서 투자도 하시고, 컴퓨터를 안 배우면 바보가 되겠구나 이런 생각 때문에 컴퓨터를 배우시고 그 과정에서 아이패드도 알게 되고요. 그렇게 치열하게 사는 모습을 보면서 청춘의 정의를 내렸어요. 배우는 게 있으면 청춘인 거구나, 하고요."

최혜림 : "제주도의 그림할망 어르신들이 기억에 남아요. 저희를 손녀딸처럼 반겨주셨거든요. 작가분들 다 4.3 사건을 겪으셨는데 아픔을 화로 표출하는 게 아니라 담담하게 그림과 글로 감정을 기록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어요. 연세가 많으신데 매일 출근하셔서 그림을 그리고 전시를 보러 오시는 분들을 모두 환대 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사람을 대하는 태도 자체를 본받고 싶었어요."

- 세대가 다르면 만날 일도 적고, 서로 잘 모르니 오해할 때도 많은 것 같아요. 어르신들을 직접 만나보니 어떠셨나요?

김산 : "우리는 한 면에서만 노인을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노인을 싫어하게 되는 거죠. 노인 중에서도 성훈이처럼, 혜림이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텐데, '꼰대' 같은 보수적인 사람만 놓고 노인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아요. 20대는 다양하다고 생각하면서 왜 노인은 다양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인터뷰하면서 저보다 더 열려 있는 사람을 만나게 되다 보니까 편견이 많이 깨졌어요. 그리고 내가 어른들보다 낫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솔직히. 어리고 체력도 좋고 훨씬 더 말랑말랑한 뇌를 가지고 있겠지. 근데 정철종님이 50세에 헤드스핀 성공하셨다는 걸 듣고 '내가 나은 게 뭐가 있지?' 하고 생각했어요."

최혜림 : "최근 탑골공원 근처 장기 두는 곳에 인터뷰하러 갔는데, 어르신 한 분이 굉장히 거부감이 심하셨어요. 다른 어르신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까 (거절하셨던 분이) 슬쩍 저희를 보시더라고요. 그분께 '왜 인터뷰 안 해 주셨냐'고 다시 여쭤보니까 '내가 말주변이 없어서 자신감이 없어서 그랬다'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분을 보면서 의지와 욕구는 있지만 속도가 다를 뿐이구나. 서로 부딪혀봐야 열린 모습을 볼 수 있겠다고 느꼈어요."

"나이 듦을 의식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 활동하면서 달라진 점이 또 있다면요?

이정민: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어요. 얼마 전에 계절학기 수업을 듣는데 교수님께서 '해외에서 한 달 살기 하고 싶은데 이제 너무 늦었고…' 이렇게 말씀하시는 거예요. 교수님 엄청 젊으셨거든요. 50대면 한창 때잖아요. 그래서 젊다고 말씀드렸죠."

최혜림 : "부모님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어요. 부모님께서 '때가 다 지났다' 이런 말씀을 많이 하셨거든요. 전에는 그런 말을 들어주는 거에서 끝이 났다면, 지금은 만나 뵙고 온 분들 이야기를 많이 해드려요. 얼마 전에 아버지께서 대형 면허 시험에 도전하겠다고 하시는 거예요. 반가웠어요. 엄마 아빠가 나이 들어간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뭔가를 더 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김산 : "어느 시점이든 늦었다고 생각하는 거는 되게 건방진 거라는 생각도 하게 됐어요. 늦었다는 얘기를 많이 했거든요. 해외에 나가는 건 늦은 것 같은데, '난 그런 거 잘 안 하는 스타일이야'라고 규정했어요. 앞으로 몇십 년이 남았잖아요. 나이 든다는 것은 살면서 자동으로 따라오는 일일 뿐 나이 듦을 의식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 젊은 사람의 입장에서 노화, 특히 신체적인 기능 저하가 막연히 두려울 때가 있잖아요. 그런 한계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 적이 있나요?

이정민 : "쿠키 가게를 운영하시는 이정애 사장님은 몸이 편찮으시거든요. 백혈병도 앓으셨고 손목 관절도 좋지 않은데도 가게를 운영하세요. '몸이 조금 성하지 않더라도 일단 쿠키 만드는 데 지장이 없고 오히려 집에 가만히 있는 게 더 몸을 노쇠하게 만든다',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성취감을 얻고 몸을 움직이는 게 신체의 노화를 그나마 막을 수 있는 길'이라고 말씀해 주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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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가 생겼다고 가만히 있는 게 마냥 좋지만은 않다는 걸 느꼈어요. 얼마 전에 가게 앞을 우연히 지나가게 됐는데 사장님이 자신만의 속도로 마감 정리하시고 퇴근하시더라고요. 사장님을 보면서 자신한테 맞춰서 살아가면 되는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 팔로워가 벌써 천 명을 앞두고 있어요, 채널이 이렇게 성장할 줄 알았나요? (인터뷰 당일의 팔로워는 913명이었는데, 지난 7월 10일 기준 팔로워 1490명을 넘겼다)

최혜림 : "몰랐죠. 기뻐요. 시작할 때 막연하게 잡은 목표치가 천 명이었는데 달성할 수 있겠다 싶어요."

김산 :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메시지에 대한 자부심이 있거든요. 저희가 내놓은 이야기들이 많은 사람들이 듣고 끄덕일 만한 얘기고 삶에 도움이 되는 얘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더 사람들한테 접근 시킬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어요."

- 앞으로의 활동을 예고해 주신다면요?

김산 : "서울 모 동네에서 청년과 노년이 만나는 마을 잔치가 열린다, 이 정도로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마을 축제 같은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고요. 꿈이라는 주제로 청년과 노년이 연결되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 마지막 질문이에요. 도전을 망설이는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강성훈 : "저희 슬로건이 '가장 젊은 오늘 원 없이 즐겨보세'거든요. 딱 그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요. 저도 그렇게 살아보고 싶고요."

김산 : "하고 싶은 게 있는데 확신이 없는 건 오히려 행운이다! 왜냐하면 그게 없어서 헤매는 사람들도 많잖아요.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반은 성공한 거죠. 그리고 하고 싶은 건 계속 마음 속에 품고 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이창동 감독님은 40대에 영화감독 데뷔를 하셨거든요. 그런 사람이 있듯이 언제 시작해도 괜찮다."

최혜림 : "하지 않아서 드는 후회가 있을 수도 있고, 선택해서 생기는 후회가 있을 수도 있잖아요. 무엇을 고르든 뒤따르는 책임이나 상황에 대해 후회하기보다는 결과를 받아들이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어떤 선택이든)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자기 자신만의 이유를 찾는다면 다 옳은 길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파뿌리 협동조합의 1기 활동을 기록한 잡지 5번의 인터뷰를 엮어 출간했다. 2기 활동을 기록한 실물 잡지 역시 2026년 출간될 예정이다.
파뿌리 협동조합의 1기 활동을 기록한 잡지5번의 인터뷰를 엮어 출간했다. 2기 활동을 기록한 실물 잡지 역시 2026년 출간될 예정이다. ⓒ 퍼플

발가락이라도 먼저 담가보자

파뿌리 협동조합이 전하는 인물들은 끊임없이 변합니다. 70대에 랩을 배우고, 50대에 SNS 계정을 시작해 소녀 감성을 뽐내죠. 이들을 보면 나이 들어도 무한한 가능성을 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당장 고르지 못한 수많은 선택지 앞에서 조급해 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여유를 찾게 되고요. 그런 사람들을 만나고 기록한 파뿌리 협동조합 역시 그 과정에서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습니다. 저도 이들처럼 말랑하고 잘 변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습니다.

역시 변하는 사람들은 매력적입니다. 생명력이 가득해 보이거든요. 어쩌면 살아 있다는 건 계속 변한다는 뜻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 모두 기뻤다가 슬퍼지고, 오늘은 하고 싶은 일을 열망하다가 내일은 부족해 보이는 스스로에게 실망하기도 하죠. 조금 변덕스러우면 어떤가요. 원래 인간은 수박을 찾다가도 참외가 당기고 마는 그런 존재 아니었던가요.

저도 생명력을 더 뽐내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나이와 관계없이 마음껏 시도하고 실패하면서 끊임없이 달라지고 싶습니다. 그러니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품고 있다가 언제든 실현해 보자고요. 어렵다면 발가락이라도 먼저 담가보면 좋겠습니다. 그럼 파뿌리 협동조합의 구호를 빌려 이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가장 젊은 오늘, 원 없이 즐겨보세.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비사이드클럽 인스타그램 계정(@bside_seoul)에도 실립니다. 파뿌리 협동조합의 활동은 인스타그램(@pappuri_coop)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도전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고 전합니다.
#인터뷰#노인#도전#잡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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