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나쁜 뉴스', 아니 '나쁜 언론'의 전시장이라고 할 만하다. 특히, 무지막지한 윤석열 정권 3년이 그랬다. 나쁜 언론이 나쁜 뉴스를 양산하는 본거지이니, 둘을 굳이 구별할 이유가 없다.
한국의 '기레기(기자+쓰레기의 합성어)라는 단어가 있듯이, 일본에도 '마스고미'라는 말이 있다. 매스컴을 줄인 '마스'와 쓰레기를 뜻하는 '고미'를 합친 말이다. 모두 언론과 언론인을 경멸하는 속어다. 그렇다고 한국이나 일본이나 그게 그것이라고 생각하면 오해다.
내가 보기엔 주류 언론에 한정해 비교하면, 한국 언론과 기자는 일본에 배워야 할 게 아직도 많다. 한국에 비하면 악의적인 오보나 이념 편향의 기사가 적다. 오보나 잘못이 있으면 대대적으로 검증하고 반성하는 기사를 내는 것도 다르다.
500쪽이 넘는 두툼한 분량의 <나쁜 뉴스와 헤어질 결심>(싱긋, 김성재 지음, 2026년 5월)을 펼쳐들면, 가장 먼저 독자를 압도하는 것은 끝없이 이어지는 '나쁜 뉴스'의 목록을 담은 목차다.

▲나쁜 뉴스와 헤어질 결심 - 민주시민을 위한 뉴스 리터러시 교양 참고서 ⓒ 싱긋
이 책은 윤석열 정권 3년 동안 한국 주류 언론이 쏟아낸 기사들이 단순한 우발적 오보나 실수가 아니라, 기득권 유지를 위해 의도적으로 생산된 '독극물'임을 낱낱이 까발린다. 저자가 고발하는 나쁜 뉴스의 구체적인 양태를 살펴보면, 한국 언론이 얼마나 깊이 병들어 있는지 절감하게 된다.
대한민국은 '나쁜 뉴스'의 천국
첫째, 권력 앞에서는 '잠자는 개'가 된 언론의 권력 찬양 보도다. 책의 1장과 3장은 권력 감시라는 언론 본연의 사명을 망각한 행태를 꼬집는다. 언론은 전 대통령 윤석열의 '우럭탕 먹방'이나 '붕장어 쇼' 같은 가십성 기사를 쏟아내며 이를 국민의 알 권리로 포장했다.
반면, 그의 부인 김건희씨의 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이나 디올 명품 수수 비리 같은 권력형 범죄 앞에서는 침묵하거나 '여야 정쟁'으로 프레임을 바꿔치기 하는 등 철저히 권력을 비호했다. 민주 정권 시절 대통령 부인의 16촌 조카까지 파헤치던 집요함은 사라지고, 현 정권 앞에서는 비판을 멈춘 채 '땡윤 뉴스'만을 앵무새처럼 반복한 것이다.
둘째, 익명에 숨은 조작과 왜곡, 이른바 '받아쓰기' 보도다. 2장에서 저자는 한국 언론 최악의 고질병으로 '~알려졌다, ~전해졌다' 식의 보도를 꼽는다. 이는 검찰 등 권력기관이 정치적 의도를 품고 흘려주는 익명의 정보를 확인조차 하지 않고 확정된 사실인 양 기사화하는 수법이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갔던 검찰과 언론의 '무한 지옥' 같은 합작 공세는, 이후 조국 전 장관 가족이나 이재명 대표를 향한 이른바 '마녀사냥'과 '악마적 보도'로 고스란히 반복되었다.
셋째, 경제 주체의 98%를 소외시키는 기만적 경제 보도다. 4장에서 폭로되는 경제 뉴스의 실상은 더욱 참담하다. 주류 언론은 전 국민의 고작 2%에 불과한 상위 부동산 부자들을 대변하면서, 종합부동산세를 마치 '서민 잡는 세금 폭탄'인 것처럼 대국민 사기극을 벌였다. 또한, 청년층을 절망으로 몰아넣은 '영끌'을 부추기고, 1만 원 최저임금 인상에는 '패닉'이라며 날을 세우는 등 철저히 자본과 부유층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편향성을 보였다.
넷째, 언론 윤리를 짓밟은 패륜 보도와 내란 동조다. 5장과 7장은 나쁜 뉴스가 민주주의와 공동체를 파괴하는 치명적인 단계에 이르렀음을 증명한다. 언론은 세월호 참사에 이어 이태원 참사에서도 반성 없이 혐오와 정쟁을 부추겼고, 유서까지 무단으로 공개하는 패륜을 서슴지 않았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이라는 내란 사태 앞에서의 주류 언론의 태도다. 권력을 감시해야 할 언론이 오히려 내란을 옹호하거나 사설을 베껴 쓰며 내란 범의 궤변을 생중계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언론이 권력 감시를 포기한 대가가 헌정 질서의 붕괴 위기라는 끔찍한 결과로 돌아온 것이다.
이 책은 김성재씨의 두 번째 본격 언론 비평서다. 노무현 정권 때 조중동을 비롯한 기득권 언론의 횡포를 고발한 <야만의 언론, 노무현의 선택>의 후속작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세계일보>와 <한겨레>, <민들레>에서 기자 생활을 했고, 중간에 국회와 청와대, 문화관광부,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언론 관련 일을 하며 줄곧 언론개혁에 초점을 맞춘 활동을 해왔다.
그의 장점은 현장과 정책 양면을 두루 경험해 언론을 입체적으로 보는 눈이 있다는 점과 말이 아니라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한 살아 있는 미디어 비평을 한다는 점이다.
깨어 있는 시민의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 제고가 핵심
그가 이 책을 낸 의도는 단순히 윤석열 정권 3년 동안의 언론 탄압과 그에 발맞추어 춤춘 언론의 추악한 행태를 고발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그의 최종 목표는 '깨어 있는 시민'의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을 제고하는 것이다.
저자는 책의 목차만으로도 질리게 만드는 나쁜 뉴스의 범람 속에서, 언론 스스로의 자정 능력에는 더 이상 기댈 수 없음을 냉정하게 직시한다. 나쁜 뉴스의 진짜 위험성은 독자를 분노하게 만드는 것을 넘어, 결국 그들의 의식을 마비시키고 수동적으로 체념하게 만드는 데 있다.
따라서 그는 독자들이 스스로 이 '나쁜 뉴스와 헤어질 결심'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쏟아지는 뉴스 속에서 정보의 진위를 감별해 내는 '미디어 리터러시'를 필수적인 생존 도구로 장착하라는 뼈아픈 권고다.
나쁜 뉴스를 단호히 거부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제나 미디어 바우처제 등 언론 개혁을 직접 요구하며, 대안적이고 건강한 좋은 언론을 '함께 키워가는' 시민들의 실천적 연대만이 병든 언론과 위기의 민주주의를 구해낼 수 있다는 게 저자의 결론이다.
이 책은 쓰레기 같은 기사들이 범람하는 혼돈·혼란의 시대에, 주권자인 시민이 쥐어야 할 가장 날카롭고 명확한 방패이자 무기라고 할 수 있다. 언론인 뿐 아니라 언론 개혁에 관심 있는 시민들이 꼭 읽어봤으면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