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YTN 매각 승인 규탄!언론노조와 YTN 지부 조합원들이 2024년 2월 7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YTN 매각 승인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이정민
2023년 9월 11일, 필자를 포함해 윤석열 정권에서 해임·면직된 방송 관련 기관장 네 사람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시 정부의 언론정책을 '사실상의 언론 쿠데타'라고 규정했다.
임기가 보장된 방송통신위원장을 면직한 뒤 수신료 분리징수와 공영방송 이사진 해임에 이어 이른바 '가짜뉴스 원스트라이크 아웃제'까지 추진한 윤석열 정권의 조처는 공영방송을 장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영·공공미디어의 기반 자체를 와해시키며 비판적 언론 활동에 재갈을 물리려는 데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이를 헌법적 가치인 언론의 자유와 방송의 독립을 훼손하는 '쿠데타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YTN 사영화는 공공미디어 와해 정책의 일환
YTN의 사영화 역시 이러한 정책의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졌다. 유진그룹이 YTN 최다액출자자 로 인정받기까지의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과 대주주 적격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이 2인 체제 의결의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변경승인 처분을 취소한 것은 YTN 사영화 과정에 제기돼 온 문제들이 단순한 정치적 주장으로 치부될 수 없음을 보여준 것이다.
따라서 YTN 문제의 해결은 윤석열 정부 시기에 진행된 공공미디어 해체와 방송 장악의 흐름을 바로잡고, 언론의 자유와 방송의 독립을 회복해 우리가 '언론 쿠데타'라고 불렀던 과정을 실질적으로 종식시키는 중요한 매듭이다.
그런데 최근 유진그룹 측이 선임한 이사 가운데 한 분이 대주주 자격 취소나 지분 매각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장기간의 법정공방이 예상되는데, 지금처럼 내부 갈등이 계속되면 YTN이 시청자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며, 현실을 인정하는 바탕 위에서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YTN 내부의 갈등이 장기화되면 그로 인해 보도 경쟁력과 시청자의 신뢰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 자체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그러나 여기서 먼저 물어야 할 것은 "현실을 인정하자"는 말에서 가리키는 현실이 과연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법원이 절차상 위법하다고 판단한 행정처분을 그대로 존속시키는 것이 현실인가. 공공기관 지분 매각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을 이미 거래가 끝났다는 이유로 덮는 것이 현실인가. 그렇다면 그 현실론은 문제를 해결하자는 주장이 아니라, 문제가 된 지배구조를 유지하자는 주장에 가까워진다.
"이미 많은 돈을 지급했으므로 되돌릴 수 없다"는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앞으로도 자본만 먼저 투입하면 어떤 위법도 되돌릴 수 없다는 위험한 선례를 남기게 된다. 그것은 현실주의가 아니라 법치주의의 포기이다. 더군다나 유진그룹은 위험을 예측할 수 없었던 일반적인 투자자가 아니다. 그들이 YTN 지분을 인수할 때부터 방통위 의결의 적법성, 산업자본의 보도전문채널 소유 문제, 대주주 적격성 논란이 계속되었고 행정소송도 예고되어 있었다. 이러한 위험을 충분히 인식하고도 내린 기업의 결정에 대한 책임을 국민이 대신 부담해야 할 이유는 없다.
YTN 문제의 본질은 공공성 회복

▲"지키자 YTN"언론노조 YTN지부가 2023년 11월 23일 오전 경기도 과천 방송통신위원회 앞에서 'YTN 최다액 출자자 변경 심사 부적격 방송통신위원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이정민
여기서 다시 생각해보아야 할 점은 YTN 문제의 본질이다. YTN 문제를 단순히 유진그룹과 YTN 구성원 사이의 경영권 분쟁으로 여기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놓치는 것이다. YTN은 일반적인 방송이 아니라 24시간 뉴스를 공급하는 보도전문채널로서 재난과 전쟁, 감염병, 선거 등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국민에게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사회적 기반시설이다.
방송법이 보도전문채널에 특별한 공공성을 요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따라서 YTN의 소유구조는 단순한 기업의 재산권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알 권리와 민주적 여론 형성이라는 공익의 문제이다.
현실론의 가장 강한 논거는 유진그룹이 YTN 지분을 인수하는 데 약 3199억 원이나 써서, 최다액출자자 지위를 잃게 될 경우 막대한 재산상 피해를 입게 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익 형량은 피해의 액수가 아니라 피해의 성격과 회복 가능성을 비교하는 것이다. 유진이 입을 손실은 경제적 손실이다. 지분의 처분, 적정한 보상, 거래 조정 등 다양한 방법으로 상당 부분 회복하거나 줄일 수 있다.
반면 YTN의 공공성이 훼손되면 그 피해는 국민 모두에게 돌아간다. 권력 감시 기능이 약화되고, 재난 상황에서 신뢰할 정보가 줄어들며, 언론시장의 다양성이 감소하고 민주적 여론 형성이 왜곡된다. 무엇보다 정권이 마음만 먹으면 공공미디어를 매각하고 지배구조를 바꿀 수 있다는 나쁜 선례가 남는다.
이러한 피해는 돈으로 계산할 수도, 사후에 완전히 회복할 수도 없다. 바로 이 점에서 공공성 훼손은 기업의 재산상 손실보다 훨씬 중대한 공익 침해가 된다. 회복 가능한 손실보다 회복 불가능한 손실을 우선적으로 막는 것이 법이 추구하는 비례성과 공익의 원칙이다.
새 이사회가 할 일
그렇다면 유진그룹이 추천한 새 이사회가 해야 할 일도 분명하다. 새 이사회는 유진그룹의 대주주 지위 유지를 전제로 한 현실론을 YTN 구성원들에게 받아들이라고 요구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YTN의 공공성과 독립성을 회복하는 과정에 협력하도록 유진그룹을 설득해야 한다.
이는 유진그룹의 무조건적인 희생을 요구하는 일이 아니다. 유진그룹이 YTN의 지배권을 포기하고 공공적 소유구조로의 전환에 협력한다면, 정부와 국회, YTN 구성원 및 시민사회가 함께 유진그룹의 손실을 합리적으로 줄이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유진의 대주주 지위 해소를 통한 과거로의 원상복귀가 YTN 문제해결의 최종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도 분명하다. YTN 문제해결은 잘못된 사영화 과정을 바로잡는 동시에, 이전의 공적 소유구조가 지녔던 취약점까지 극복하는 새로운 공공미디어 체제를 만드는 데까지 나아가야만 한다. 그렇게 할 때 YTN은 권력과 자본에서 독립해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봉사하는 보도전문채널로 다시 설 수 있다. 그리고 그럴 때라야만 비로소 윤석열 정부가 추진했던 '사실상의 언론 쿠데타'가 실질적으로 종식됐다고 말할 수 있을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