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구(구청장 최동민)는 산하 공공기관에 노동이사를 둘 수 있도록 하는 근거를 담은 '동대문구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운영에 관한 조례'를 지난 2일 공포·시행했다고 14일 밝혔다. 서울 자치구 가운데서는 지난해 3월 관련 제도를 처음 도입한 성동구에 이어 두 번째다.
이번 조례 시행으로 노동이사가 임명될 경우 소속 기관 이사회의 비상임이사로 참여해 사업계획, 예·결산, 조직·기구 개편, 정관 변경, 재산 처분 등 주요 안건에 대해 발언권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이번 제도 도입은 서울시 차원의 노동이사제가 축소되는 상황에서 자치구로 제도 확산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성동구에 이어 동대문구가 제도를 도입하면서 다른 자치구에서도 노동이사제 도입 논의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하지만 제도의 실효성 측면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운영에 관한 조례 제1조(목적)를 보면 "노동이사제를 통해 노동자의 경영 참여를 보장하고, 경영의 투명성·책임성 및 공익성을 제고하여 구민에 대한 공공서비스의 품질 향상에 기여함"을 명시하고 있다.
문제는 조례 제5조(대상기관) 제1항이다. 해당 조항은 "100명 이상인 공공기관은 1명 이상의 노동이사를 둘 수 있다"고 규정했다. 이어 제2항에서 "제1항에 해당하지 않는 공공기관은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정관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노동이사를 둘 수 있다"고 예외를 두었지만, 관내 공공기관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대문구의회 조례안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구 산하 공사·공단 및 출자·출연기관은 동대문구시설관리공단(정원 233명)과 동대문문화재단(정원 61명) 등 2곳이다. 이에 따라 현재 조례상 의무 적용 대상은 시설관리공단만 해당하며, 문화재단은 이사회 의결을 거쳐야 노동이사를 둘 수 있다.
만약 조례의 목적에 부합하는 세심한 고민이 뒷받침되었다면, 대상 기관 기준을 '100명 이상'이 아닌 '50명 이상'으로 설정하여 두 기관 모두 선언적으로 포함시켰어야 동대문구의 현실에 맞는 맞춤형 조례가 되었을 것이다. 조례 제2항을 통해 동대문문화재단 이사회 의결로 노동이사를 둘 여지는 남겨두었으나, 신규 도입 조례였음에도 처음부터 문턱을 낮추지 못한 점은 뼈아픈 대목이다.
동대문구의 이번 행보가 아쉬움 속에서도 의미를 갖는 이유는 서울시 노동이사제가 최근 축소되는 흐름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서울특별시 공공기관 노동이사협의회(서노이협)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서울시 산하 21개 기관에서 총 34명의 노동이사가 활동했으나, 조례 개정으로 인한 정원 기준 상향 등의 여파로 2026년 7월 현재 서울에너지공사, 서울문화재단, 서울복지재단, 서울디자인재단, 서울시립교향악단, 서울여성가족재단, 서울50플러스재단, 서울관광재단 등 8개 기관에서 노동이사제가 종료됐다. 현재는 11개 기관에서 14명의 노동이사가 활동하고 있다.
한성욱 서노이협 의장(SH서울주택도시공사)은 동대문구의 제도 도입을 환영하며 "자치구 노동이사들도 서울시 공공기관 노동이사협의회와 함께 제도의 안정적인 정착과 발전을 위해 힘을 모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서울시 노동이사제 도입 10주년을 맞는 해"라며 "이번 동대문구의 사례를 계기로 더 많은 자치구에서 노동이사제가 확산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