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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찬호 대표(56)의 손끝에서는 오늘도 나무가 기타로 다시 태어난다. 나뭇결을 따라 다듬고, 소리를 맞추고, 한 대의 기타가 완성되기까지는 수백 시간의 기다림이 필요하다. 그는 미국 미시간주 갤럽 기타 제작학교에서 동양인 최초로 기타 제작 마스터 과정을 수료한 뒤 20여 년 동안 국내 여러 뮤지션의 기타를 제작하고 수리하며 '문기타'라는 이름을 알려왔다. 지금은 진주시 신안동에서 기타 공방과 공연장 '문씨어터'를 운영하며 공연 기획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문 대표는 오는 18일 문씨어터에서 '서진주 IC 록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이번 공연에는 디아블로, 해리빅버튼, 메써드, 오딘 등 국내 메탈·하드록 밴드가 출연한다. 문 대표는 이번 행사를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지역 공연 문화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시도로 설명했다. <단디뉴스>는 지난 15일 문씨어터에서 문찬호 대표를 만나 지역 공연문화의 현실과 문화정책에 대한 생각, 그리고 '서진주 IC 록페스티벌'을 기획하게 된 배경과 앞으로의 계획을 들었다.

"음향에 가장 많은 공 들여"

문찬호 대표가 문씨어터 공연장 무대 앞에서 환하게 미소 짓고 있다. 문찬호 대표가 문씨어터 공연장 무대 앞에서 환하게 미소 짓고 있다.
문찬호 대표가 문씨어터 공연장 무대 앞에서 환하게 미소 짓고 있다.문찬호 대표가 문씨어터 공연장 무대 앞에서 환하게 미소 짓고 있다. ⓒ 문찬호

- 이번에 열리는 '서진주 IC 록 페스티벌'을 소개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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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국내 정상급 메탈과 하드록 밴드들이 한자리에 섭니다. 디아블로, 해리빅버튼, 메써드, 오딘 모두 오랫동안 실력을 인정받은 팀들입니다. 무엇보다 공연장의 음향에 가장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록 공연은 사운드가 생명이거든요. 공연장 규모보다 중요한 것이 얼마나 좋은 소리로 공연을 들려줄 수 있느냐입니다. 서울 공연장 못지않은 사운드를 진주에서도 들려드리고 싶었습니다."

- 원래 미술을 전공하셨는데, 어떻게 음악과 기타 제작의 길을 걷게 되셨습니까?

"어릴 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미술대학에 진학했어요. 그런데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나는 장면이 하나 있습니다. 작업실 창가에서 정물화를 그리고 있으면 오후 햇살이 비치고, 라디오에서는 팝송이 흘러나왔어요. 그때는 '산울림' 음악도 많이 들었고요. 특별히 음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건 아니었는데 그런 시간들이 계속 쌓이면서 음악이 제 삶에 자연스럽게 들어왔던 것 같습니다. 대학에 들어가서는 기타를 치면서 자연스럽게 친구들과 밴드 활동도 시작했습니다. 미술을 하다가 음악으로 방향을 바꾼 게 아니라, 둘 다 제가 좋아하는 일이었던 거죠. 그러다 보니 '좋은 기타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고, 결국 미국 유학길에 올라 기타 제작을 배우게 됐습니다."

- 그럼 맨 처음 만드신 기타는 지금 어디에 있나요? 팔렸나요?

"네, 팔렸습니다. 2006년에 처음 미국에 가서 2개월 과정으로 기타 제작을 배우며 통기타 한 대를 만들었어요. 워낙 짧은 기간에 만든 첫 작품이라 큰 의미를 두지 않았죠. 그런데 지인이 기타 소리를 들어보더니 구매자를 소개해 줬고, 결국 200만 원에 판매하게 됐습니다."

- 첫 기타가 특별한 평가를 받았다고 들었습니다.

"그해 고 김광석 추모 앨범 녹음이 있었는데, 여러 가수들이 참여했어요. 음향 엔지니어가 '기타를 계속 바꿔가며 녹음하는 것보다 한 대를 골라 쓰자'고 제안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다들 가져온 기타를 하나씩 쳐본 뒤 가장 좋은 기타를 선택했는데, 1천만 원이 넘는 유명 브랜드 기타들을 제치고 제가 만든 첫 기타가 선택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정말 기분은 좋았죠.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상했습니다. 저는 그저 배운 대로 만들었을 뿐인데 사람들이 좋다고 하니까요. 정작 저는 '왜 이 기타가 좋은 소리를 내는지' 설명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이유를 꼭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기타 제작을 처음부터 제대로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 기타를 만들던 분이 공연장을 만들고 록페스티벌까지 기획하게 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사실은 좋은 기타만 만들면 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한 가지가 계속 마음에 걸리더라고요. 좋은 기타를 만들어도 연주할 무대가 없으면 결국 반쪽 짜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뮤지션들도 공연할 곳이 부족하고, 시민들도 수준 높은 공연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그러면 내가 무대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공연장을 만드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비용도 많이 들고, 주변에서는 왜 그런 고생을 하느냐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제가 좋아하는 일이었고, 언젠가는 꼭 해보고 싶었던 일이었습니다. 결국 지금의 공연장을 만들게 됐고, 이제는 록페스티벌까지 열게 된 겁니다."

문찬호 대표가 만든 기타들 문찬호 대표가 만든 기타들
문찬호 대표가 만든 기타들문찬호 대표가 만든 기타들 ⓒ 박보현

- 진주에서 록페스티벌을 열겠다고 결심한 특별한 계기가 있었습니까?

"젊었을 때 외국에서 록페스티벌을 처음 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처음에는 음악을 들으러 갔는데, 막상 가 보니까 음악만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수만 명의 사람들이 자유롭게 춤추고, 낯선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먹고 마시고, 종일 그 공간 자체를 즐기는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었습니다. 공연을 보는 행사가 아니라 사람들이 함께 문화를 만드는 축제였던 거죠. 그때 '우리나라에도 이런 문화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천에서 록페스티벌을 만들었던 것도 그 때문이고, 이번에는 진주에서도 한번 제대로 해보고 싶었습니다."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고,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는 시간"

- 록페스티벌 기획은 언제 처음 하셨나요?

"서울에서 내려와 처음 작업실을 차린 곳이 사천이었어요. 2016년에 사천에서 처음으로 록페스티벌을 기획했는데,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년 동안 꾸준히 열었는데, 2020년에 코로나19가 터지면서 더는 이어가지 못했죠. 또 찾아가는 음악회나 지역 문화행사 같은 공연도 많이 기획했고, 2019년에는 사천 와룡문화제 총감독을 맡아 축제를 준비하기도 했습니다.

여러 행사를 하다 보니 저한테 맞는 일이 뭔지 알겠더라고요. 이것저것 다양한 행사를 만드는 것보다 음악에 집중할 수 있는 공연을 기획할 때 훨씬 재미있었습니다. 그런 공연을 할 수 있었던 건 음향에 대한 준비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해요. 오랫동안 음향 장비를 하나씩 갖춰왔고, 서울에서 함께 공연해 온 전문 협력업체들과도 계속 호흡을 맞춰왔거든요. 그래서 큰 공연도 무조건 예산을 많이 쓰기보다,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도 완성도 높은 무대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 무료 공연 중심의 문화 정책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하셨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처음에는 무료 공연이 좋은 정책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시민들도 돈 부담 없이 공연을 볼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그게 계속 반복되면 사람들이 공연은 원래 공짜로 보는 거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면 유료 공연은 살아남기가 어렵습니다. 공연장도 운영하기 힘들고, 뮤지션들도 계속 활동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게 되면 공연을 만드는 사람은 점점 줄어들고, 공연장은 하나둘 문을 닫게 됩니다. 지역에서 활동하던 뮤지션들도 결국은 서울이나 큰 도시로 갈 수밖에 없어요. 지역에는 공연할 무대가 없으니까요. 행정에서 지원을 해준다고 하지만 그것도 충분한 수준은 아닙니다. 결국 지원 예산에 맞춰 공연을 기획하다 보면 규모나 내용에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다 보면 시민들이 만족할 만한 수준 높은 공연을 꾸준히 만들기가 어려워집니다. 저는 문화예산을 줄이자는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더 제대로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연 한 번 보여주고 끝나는 데 예산을 쓰는 게 아니라, 지역 공연장과 예술인들이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데 투자해야 합니다."

서진주 락페스티벌 포스터 서진주 락페스티벌 포스터
서진주 락페스티벌 포스터서진주 락페스티벌 포스터 ⓒ 문시어터

- 이번 록페스티벌을 찾을 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흔히 '록'이라고 하면 어렵게 생각하는 분들이 아직 많습니다. 그런데 막상 와 보시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공연 전에 출연하는 밴드 음악을 한두 곡만 들어보고 오셔도 훨씬 재미있게 즐기실 수 있습니다. 공연장에 오시면 그냥 마음껏 즐기셨으면 좋겠습니다. 스트레스도 잠시 내려놓고, 음악에 몸을 맡기고, 옆 사람 눈치 보지 말고 함께 웃고 즐기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록 페스티벌이 노래 몇 곡 듣고 집에 가는 행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고,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는 시간입니다. 이번 공연이 그런 경험의 시작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진주에도 이런 공연문화가 있다'는 것을 시민들이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 앞으로 진주에서 어떤 공연 문화를 만들고 싶습니까?

"진주만의 색깔을 가진 록페스티벌을 꾸준히 이어가고 싶습니다. 진양호 같은 자연 속 공연도 해보고 싶고, 재즈나 어쿠스틱 기타 등 장르별 특색을 살린 공연도 계속 만들고 싶습니다. 공연을 보기 위해 다른 지역 사람들이 진주를 찾아오고, 시민들도 지역 문화에 자부심을 느끼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문찬호 대표는 이번 서진주 록페스티벌이 거의 매진을 기록했다며, 공연을 열 때마다 관객 대부분이 서울과 부산 등 대도시에서 찾아오는 현실이 늘 아쉬웠다고 말했다. 그의 목표는 화려한 축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역민들이 일상 가까이에서 다양한 음악을 만나고 함께 웃고 즐길 수 있는 공연 문화를 꾸준히 만들어가는 것이다.

가족 다음으로 기타와 음악을 가장 사랑한다는 문 대표. 무대 위에서 쌓아온 그의 열정과 리듬은 이제 한 사람의 꿈을 넘어 지역 문화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이어지고 있다. 좋은 음악이 지역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때 사람들의 일상도 더욱 풍요로워질 수 있다는 그의 믿음처럼, 그가 만들어가는 무대가 앞으로도 더 많은 시민의 공감과 사랑 속에서 오래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단디뉴스에도 실립니다.


#문씨어터#문찬호대표#진주락페#서진주락페스티벌#기타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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