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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7.21 09:40최종 업데이트 26.07.21 09:40

"그래, 잘 갈아 탔어" 26명의 '인생 환승'을 담다

[리뷰] <우리가 만난 환승역>을 읽고

나는 인천에 살고 있다. 요즘 서울에 나갈 일이 생기면 주로 지하철을 타고 간다. 몇 년 전 퇴직했기에 일이란 결혼식이나 지인 모임 정도다. 지하철로 약속 장소에 갈 때는 한 번에 가는 경우는 많지 않다. 대부분 몇 번의 환승이 이루어진다.

잘 아는 곳은 상관없는데 처음 가는 곳은 늘 신경 쓰인다. 핸드폰으로 지도를 검색하고 가지만, 가끔 환승역에서 반대편으로 갈 때가 있다. 그나마 방향이 잘못되었음을 빨리 알아차리면 지하철을 타고 한 정거장만 가서 돌아올 수 있다. 그래도 약속 시간에 늦을 수밖에 없다. 인생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살면서 우린 다양한 환승역을 통과한다.

여기 스물여섯 명의 환승 드라마가 펼쳐진다. <우리가 만난 환승역>(2026년 7월 출간)은 브런치 글빵 연구소 스물여섯 명 작가들의 인생 환승 이야기다. 스물여섯 명의 작가는 등단 작가부터 막 글쓰기를 시작한 글쓰기 새내기 작가도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글쓰기를 사랑한다는 점이다.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에서 글빵 연구소(글쓰기 모임)를 이끈 미야 작가는 "글빵 연구소는 어쩌다 문을 연 작은 제과점 같았다"라고 말하며 이 책이 태어난 이야기를 글머리에 이렇게 썼다.

브런치에서 만난 원석의 글에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는 세공의 의견을 건넸더니 많은 글이 마침내 다이아몬드처럼 제빛을 발하게 되었다.

우리 모두 환승역을 만난다

책 표지 스물여섯 명의 작가가 인생의 환승에 대해 쓴 공저 에세이(잇고 출간)
책 표지스물여섯 명의 작가가 인생의 환승에 대해 쓴 공저 에세이(잇고 출간) ⓒ 잇고

우리는 누구나 인생에서 다양한 환승역을 만난다. 나도 돌아보면 몇 번의 환승역을 만났다. 가끔 잘못 환승 해서 돌아오기도 했지만, 환승을 잘해서 목적지까지 무사히 도착하기도 했다. 이 책에도 가슴 뭉클한 다양한 환승 이야기가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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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뜻을 따라 유학길에 올랐다가 환승 열차를 타고 돌아와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환승 이야기, 어려운 환경에도 꿈을 잃지 않고 마흔여덟 살에 대학 입학 원서를 내고 배움의 환승 열차를 타고 인생 2막을 이룬 이야기 등은 독자로서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여러 번의 다른 직업으로의 환승을 겪고 적응하지 못했던 실마리를 찾은 후에야 환승을 멈출 수 있었다는 이야기는 읽는 동안 코끝이 시큰했다.

열두 번의 맞선 끝에 만난 열세 번째 남자가 이상형으로 다가와 가정이라는 환승 열차에 타고 서로를 맞추며 잘살고 있는 이야기는 따뜻함이 묻어 났다. 결혼 후에야 이상형의 남자가 착각이었음을 알게 되었지만, 환승 열차는 쉬지 않고 달려 한 곳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단다.

올빼미형 여자가 새마을형 남자를 만나 살아온 사십여 년의 세월, 울고 웃으며 여기까지 왔다. 햇살 밝은 날에도 천둥 치는 날에도 묵묵히 함께 걸어왔다.- 58쪽

신혼집 전세자금 대출에 혼인 증명이 필요해 결혼식 전에 부모님 몰래 혼인신고하고 마음 졸였던 작가는 열 번이 넘는 이사라는 환승 열차를 타고 아이 넷을 키우며 잘살고 있다. 남편은 은퇴 후에 여러 지역에서 한 달 살기를 하면서 지내기를 꿈꾼다니 작가의 '환승 이사'는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다.

종로구청에서 결혼 3개월 전에 혼인신고를 하고 나왔던 남자와 여자의 미래는 블랙아웃 상태로, 암막 커튼을 두른 듯 캄캄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두 사람은 '환승 이사'를 통해 눈앞의 어둠을 한 겹씩 걷어냈다. -92쪽

이들의 공통점은 환승으로 가족이라는 보물을 얻었다는 것. 지나간 것은 아름답다고 이들 모두는 어려웠던 시절의 지나간 역도 사랑한단다.

이쯤에서 내가 만난 환승역은 어디였을까 생각해 보았다. 강릉에서 여고를 졸업하고 서울에 있는 교대에 입학하여 2년 후에 교사가 되었다. 그땐 교대가 2년제였다. 스물다섯에 결혼했고 아들 둘도 연년생으로 낳았다. 교사로 지내며 승진 욕심은 없었는데 살다 보면 대학원에 가고 싶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아들들 초등학교 3학년, 4학년 때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3학년에 편입하여 졸업했다. 일 욕심과 공부 욕심 많았던 나는 대학원 졸업하던 해에 열 명 중 두 명만 통과했던 석사 학위 논문을 통과했다.

인생의 환승은 시간표대로 오지 않는다

아들 육아를 위해 잘 다니던 회사를 퇴직하고 제주도로 이사하는 환승 열차에 오른 아빠가 퇴직을 기념하며 흰머리를 푸른색으로 염색하는 이야기와 법대를 졸업하고 로펌에서 일하다 호주에서 셰프가 된 환승역 이야기는 나를 글 속으로 풍덩 빠지게 하였다.

특히 한국에서 잘 나가는 직업을 버리고 호주로 어학 연수를 떠난 작가가 서두르지 않고 어디서도 재촉하지 않는 호주의 분위기를 느끼며 호주의 삶을 계속 이어가고 싶은 마음에 환승 열차를 갈아탄 이야기에서 작가의 용기와 결단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아무나 못할 환승이다.

"그래, 잘 갈아탔어."
버스, 지하철 그리고 비행기에도 환승역이 있다. 하지만 인생의 환승은 시간표대로 오지 않는다. 그 문은, 갈아탈 마음을 준비한 사람에게만 잠깐씩 열리는지도 모른다. -107쪽

스물여섯 명의 환승 작가와 나의 공통된 환승역은 브런치라는 글쓰기 플랫폼이며, 나도 퇴직 즈음에 브런치 작가가 되었고, 출간으로 이어져서 출간 작가가 되었다. 즉 제2인생의 환승역이 '브런치'이다. 여기 스물여섯 작가도 '브런치'라는 환승역에서 만나서 글로 소통하며 이렇게 공저로 출간 작가가 되었다. 이들의 환승은 앞으로 계속되겠지만, 작가라는 환승을 꿈꾸며 '브런치'라는 환승역에서 오래 머물 것이라 믿는다.

인생은 한 번에 도착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번의 환승을 거쳐 가까워지는 여정임을 이 책을 읽고 깨달았다. 앞으로 내 인생에 환승이 또 있을까 궁금하다. 이 책은 스물여섯 작가의 환승 이야기지만, 읽는 모든 분이 각자의 인생을 돌아보는 계기가 될 거다. 책을 읽으시는 분들도 스물여섯 작가의 환승 여정을 읽으며 내 인생의 환승역을 성공의 종착역으로 가는 길로 만들기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유영숙 시민기자의 개인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60대 이상 시민기자들의 사는이야기
#우리가만난환승역#인생의환승#잇고#브런치미야작가#브런치글빵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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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출신 할머니로 8년 째 쌍둥이 손자 주말 육아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평범한 일상이지만, 그 안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기사를 씁니다. 2025년 6월에 <주말마다 손주 육아하는 할머니>를 출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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