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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똑."

노크 소리에 눈을 떴다. 시계를 보니 새벽 4시(20일) 가량 되었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문을 열었다. 제일 먼저 일어난 사람은 아들이었다. 우리 가족이 거실로 모여든 시각은 정확히 4시. 월드컵 결승전을 그냥 건너뛸 우리가 아니었다. 캐나다 시각은 정오, 광장에서 열렬하게 축구를 즐기고 있을 딸아이의 모습도 머릿속에 그려졌다.

2026년 북중미 월드컵 대회 결승전이 있는 오늘은 특별한 시간도 준비되어 있다. 전반전이 끝나고 하프타임에는 세계적인 유명 아티스트들이 출연하여 25분 가량 공연을 한다. 특히 이 대형 쇼에 우리나라 가수인 BTS도 참여하여 기량을 뽐낸다 하니 가슴이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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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대표팀의 축구 경기는 일찍 끝나버렸으나 K-팝으로는 세계의 시선을 한몸에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한편으로는 월드컵 역사상 처음 생긴 하프타임 공연이라 전반전을 뛴 선수들의 집중력이 느슨해지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

스페인에는 '신동' 야말이 있고, 아르헨티나에는 '신' 메시가 있다. 이들의 만남은 이미 1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메시가 스무 살 시절, 구단 차원의 아기 모델 모집 행사에 야말의 부모가 응모했는데 당첨되는 행운을 안았다.

갓난아기 야말을 안고 목욕을 시켜주는 젊은 메시 사진을 봤을 때 내 가슴도 참 따뜻했다. 그 갓난아기가 스페인 축구를 대표하는 간판 선수로 자라날 줄 누가 알았을까. 50억 인구가 열광하는 월드컵 결승 무대에서 둘의 만남이 다시 이루어진다는 건 기적 같은 일이다.

스페인은 지난 4강에서 프랑스를 상대로 저력을 보여준 나라이다. 스페인에 대한 기대가 높다 보니 저절로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물론 아르헨티나의 메시가 새로운 신화를 쓰는 것도 좋지만, 1등의 기회는 여러 나라가 공평하게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 더 컸다. 나와는 달리 아들과 남편은 메시의 신화가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면서 아르헨티나를 응원했다.

나의 예상대로 전반전 공격은 스페인이 주도했으나 잠시도 마음을 놓을 수는 없었다. 메시라는 존재는 느릿느릿 걸어 다니는 것처럼 보여도 공만 잡았다 하면 패스가 정확하고 공간 창출로 도움이나 골 기회 만들어 내는 선수다. 그래서인 축구의 신이라는 별명이 늘 따라다닌다. 한순간이라도 스페인이 방심한다면 골문을 향해 무한 질주하는 메시의 발걸음을 막아낼 재간이 없다. 문전으로 돌파하는 그의 스피드를 볼 때마다 마흔의 나이라는 것도 잠시 잊곤 한다.

스페인이 슈팅 기회가 많았음에도 아르헨티나의 수비는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경기는 연장전으로 이어졌고, 교체로 들어온 스페인 선수 페란 토레스의 골로 트로피는 결국 스페인의 차지가 되었다. 스코어는 1대 0. 이틀 전에 있었던 3, 4위전에서 프랑스와 영국이 10골이나 터뜨린 것에 비하면 싱거워 보일 수도 있는 경기였다. 하지만 그만큼 양쪽의 수비력이 탄탄했다는 걸 말해준 셈이다.

우승컵을 든 스페인 선수들 아르헨티나를 꺾고 우승 트로피를 안은 스페인 선수들의 행복한 모습. 이날 시상식에서 우승컵을 받은 선수들은 한 명 한 명 돌아가면서 우승컵을 안고 환호하는 장면을 사진으로 남겼음.
우승컵을 든 스페인 선수들아르헨티나를 꺾고 우승 트로피를 안은 스페인 선수들의 행복한 모습. 이날 시상식에서 우승컵을 받은 선수들은 한 명 한 명 돌아가면서 우승컵을 안고 환호하는 장면을 사진으로 남겼음. ⓒ 윤태정

경기가 끝나고 허탈한 표정으로 서 있던 메시의 눈에 눈물이 핑그르르 도는 걸 보자 괜히 미안해졌다. 너무 강력하게 스페인을 응원했던 것만 같아서. 비록 우승은 놓쳤지만 메시는 여전히 '축구의 신'으로 불릴 만한 존재이다. 지난 대회에 이어 이번까지 아르헨티나가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면 그의 위상이 더욱 높아졌을 테지만 말이다.

아르헨티나 축구의 신, 메시 스페인에게 우승컵을 빼앗기고 허망한 표정으로 운동장에 서 있는 메시 선수. 그는 여전히 축구의 신이라 부를 만큼 존재만으로도 우상이 되고 있음. 스페인 선수들이 단상에서 우승컵을 받았을 때는 멀리서 손뼉을 치며 축하해 주는 모습을 보여 줌.
아르헨티나 축구의 신, 메시스페인에게 우승컵을 빼앗기고 허망한 표정으로 운동장에 서 있는 메시 선수. 그는 여전히 축구의 신이라 부를 만큼 존재만으로도 우상이 되고 있음. 스페인 선수들이 단상에서 우승컵을 받았을 때는 멀리서 손뼉을 치며 축하해 주는 모습을 보여 줌. ⓒ 윤태정

하프타임에 나온 BTS를 비롯한 세계적인 음악인들이 전 세계가 지켜보는 무대에서 열정을 불태웠다. 우리의 방탄소년단(BTS)은 유럽 순회 공연을 하루 전에 끝내고 바로 뉴욕으로 왔는데도 피곤한 기색 없이 열정을 쏟아냈다. 운동장에 모인 다양한 인종, 남녀노소 차별 없이 모두가 웃고 있는 얼굴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천진난만한 표정의 지구촌 아이들이 하나의 노래를 입을 모아 합창했을 때는, 아련한 감동까지 전해졌다. 스포츠와 문화가 온 세계를 하나로 만들어 주는 감격의 순간이었다.

우리나라 K-팝을 알리는 BTS 공연(다이너마이트) 월드컵 처음과 끝을 K-팝으로 장식한 우리나라의 저력을 보여줌. 미국 뉴저지주 뉴욕저지스타디움에서 열린 결승전 하프타임쇼에서 공연하는 모습. 유럽 투어 마지막인 파리 공연을 마치고 바로 미국으로 온 그들은 피곤한 기색도 없이 무대를 압도했다는 평가를 받음.
우리나라 K-팝을 알리는 BTS 공연(다이너마이트)월드컵 처음과 끝을 K-팝으로 장식한 우리나라의 저력을 보여줌. 미국 뉴저지주 뉴욕저지스타디움에서 열린 결승전 하프타임쇼에서 공연하는 모습. 유럽 투어 마지막인 파리 공연을 마치고 바로 미국으로 온 그들은 피곤한 기색도 없이 무대를 압도했다는 평가를 받음. ⓒ 윤태정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FIFA 회장과 함께 우승 선수들에게 메달을 안겨주는 장면이 있었다. 나는 이 광경을 지켜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스포츠로 모두 하나가 될 수 있는데 왜 서로 다투고 전쟁을 하려는 건가.'

지구촌 구석구석 모든 이에게 평화가 깃들기를 바라는 희망이 절로 들었다. 올림픽이나 월드컵을 하는 이유를 잠시 떠올렸다. 스포츠라는 잔치를 통해 세계가 한마음으로 서로의 자유를 존중하자는 이념이 담겨 있지 않은가.

어린이들의 합창 세계 어린이들이 함께 부르는 노래(미국 뉴욕 스탠트 아일랜드의 공립 초등학교 합창단)
어린이들의 합창세계 어린이들이 함께 부르는 노래(미국 뉴욕 스탠트 아일랜드의 공립 초등학교 합창단) ⓒ 윤태정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나라 대표팀은 32강 진출을 앞두고 무릎을 꿇는 바람에 조별 리그 탈락을 했다. 유리한 조 편성에 단단히 기대를 걸고 출정식을 치렀으나 뿔뿔이 귀국한 선수를 위한 해단식은 없었다. 승패를 떠나 그들이 흘린 땀과 노고에 대한 대접이 너무 소홀했던 것 같아 안타깝고도 미안한 마음이 든다. 우리가 열렬히 월드컵을 응원할 수 있었던 것도 따지고 보면 월드컵 본선 무대에 진출한 선수들 덕분이었는데.

감독의 판단과 전술에 대한 아쉬움, 하루가 멀게 쏟아지는 소문과 무엇이 진짜고 가짜인지 모를 뉴스들이 씁쓸함만 남겼다. 다행히 미국 LA 구단으로 돌아간 손흥민 선수가 골을 넣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변함없는 존재감을 증명해 준 것만 같아 큰 위안이 되었다.

메시 선수처럼 손흥민 선수도 몸 관리를 잘해서 다음번 월드컵 무대에 꼭 다시 설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인성 좋은 선배로서 후배들을 잘 이끌어 유감 없이 실력을 발휘해준다면 좋은 결과를 안겨줄 수도 있을 테다. 그가 다시 한번 등판에 7번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수 있기를 갈망한다.

TV 옆에 붙여 놓았던 월드컵 일정표를 바라봤다. 경기 일정과 나라 이름을 한 땀 한 땀 손 글씨로 꼼꼼하게 적어 내려갔던 종이다. 우리 가족은 이제 그 일정표를 떼어내고 보통의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축제는 끝났어도 함께 열광했던 그 기억들은 오래도록 우리 삶의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각 나라의 대표 선수들은 39일 간 우리의 마음을 하나로 뭉치게 해주었다. 또 내 가슴속 깊은 곳에 뜨거운 열정이 꿈틀대고 있음을 확인해 주었다. 승패를 떠나 월드컵 무대를 밟아본 그들이야말로 진정 영웅이라 부르고 싶다. 그대들이 있어서 진정 행복했노라.

#월드컵#결승전#스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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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부모님의 가르침에 따라 참된 사람이 되고자 노력합니다. 가족을 소중하게 여기며 따뜻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봅니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흐뭇한 이야기를 글로 남기는 것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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