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 시위지난 1월 9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시위대가 거리에서 불을 피운 장면이 소셜미디어에 확산했다 ⓒ AP 연합뉴스
이란이 1월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참여했다 체포된 두 명을 또 처형했다. 노르웨이 오슬로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인 이란인권(Iran Human Rights)은 이란이 19일 국영방송을 통해 중부 도시 이스파한에서 체포된 두 명의 시위자 처형 소식을 전했다고 밝혔다.
단체는 18세의 에르판 에스판디아리와 23세의 아프가니스탄 출신인 골 모하마드 모하마디가 교수형에 처해졌다고 확인했다. 이로써 1월 반정부 시위 중 체포돼 3월 19일 이후 사형을 당한 사람은 23명이 됐다. 단체는 6일 전에도 1월 시위 중 체포된 모하마드 아미니 데하가니가 교수형을 당했다고 밝혔다.
7월 8일 이란 반체제 매체인 <이란 인터내셔날>은 1월 시위 중 이스파한에서 체포돼 사형을 선고받은 12명에게 사형이 임박한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그런데 일주일 동안 그중 3명에 대한 사형이 집행된 것이다.
이란인권의 국장인 마흐무드 아미리 모가담은 "휴전 파기와 전쟁 재개 상황을 이용해 이란 당국이 정치범 처형을 강화할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단체에 따르면 현재 100명 정도가 사형 선고를 받은 상태다. 국제사회의 관심이 다시 전쟁에 쏠린 가운데 이란 당국이 이들에 대한 사형 집행을 서두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쟁 상황 이용해 처형 강화할까 우려"
이란은 국제사회의 관심이 전쟁에 쏠린 사이 정치범 사형에 속도를 냈다. 이란이 7월 20일 현재까지 사형에 처한 정치범은 47명으로 이는 지난해 같은 시기까지의 사형 집행 숫자인 16명의 거의 세 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란인권의 모가담 국장은 CNN에 사형 집행이 많아진 가장 큰 이유로 전쟁을 지목했다. 그는 "이란 정권은 국제사회의 관심이 전쟁에 집중되어 있는 상황을 정치범을 처형할 기회로 봤다. 보통 상황에서 정치범을 처형하면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높은 정치적 비용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이란 정권은 1월 시위 중 체포된 수감자나 이전에 체포된 정치범 처형을 정당화하기 위해 강제 자백을 이용하고 있다. 이란인권의 모감디 국장은 "우리가 기록한 바에 따르면 지난 3개월 동안 처형된 모든 정치범의 형이 고문에 의한 강제 자백에 근거해 결정됐다"면서 "그들은 장기간 독방 수감을 겪었고 제대로 된 절차나 변호사의 조력도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인권단체인 쿠르드 인권네트워크(Kurdistan Human Rights Network)는 26세의 나세르 바케르자데와 28세의 메라브 압돌라자데가 고문에 의해 강제로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시설 촬영을 자백했다는 사실을 녹음된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확인했다. 두 명은 결국 5월에 사형에 처해졌다.
이란 정권은 사형 집행을 반대 세력을 억압하고 전체 국민을 협박하는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 동시에 전쟁 중이고 미국의 공격으로 정권이 타격을 받고 어려움에 처해 있지만 여전히 사회를 통제할 힘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면서 국민 기강을 잡는 수단으로 삼고 있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수감자들에게 씌워지는 스파이 혐의다. BBC는 이란 정권이 이스라엘과 미국 CIA의 스파이라는 혐의를 씌워 여러 명을 사형에 처했고, 일부에게는 해외 반정부 세력에 관련됐다는 혐의가 씌워졌다고 보도했다. 1월 시위 중 체포돼 사형에 처해진 14명에게도 이런 혐의가 씌워졌다.
한 예로 4월 30일 이란 당국은 1월 시위 중 체포된 21세의 가라데 선수인 사산 아자드바르의 사형을 집행했다. 막대기로 경찰차 창문을 깬 그는 "신과의 전쟁"과 "적과의 협력"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았다.
1월 시위 이전에 체포돼 사형에 처해진 수감자들에게도 스파이 혐의가 씌워졌다. 5월 11일에 사형에 처해진 29세 대학원생인 에르판 샤쿠르자데 또한 이스라엘과 미국의 정보국과 비밀 정보를 공유했다는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노르웨이에 있는 이란 인권단체인 헨가우(Hengaw)는 그가 사형 집행 전 쓴 메모를 공개했다. 메모에서 그는 "나는 조작된 스파이 혐의로 체포됐고 8개월 반 동안의 고문과 독방 수감을 통해 강제 자백을 하도록 강요받았다"고 했다.
"매일 사형 집행 소식... 공포심을 반정부행동 진압에 이용"
사형을 반정부 세력은 물론 국민을 협박하는 수단으로 이용하기 위해 이란 정권은 사형 집행 후 이 사실을 발표하고 있다. 국제 앰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의 나씸 파파이아니는 BBC에 "당국은 교수형을 새벽에 집행한다. 사람들은 눈을 뜨면 거의 매일 사형 소식을 듣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란 정권이 "사형을 정치적 억압을 위해 무기화하고 사람들에게 공포를 심으면서 있을 수 있는 반정부 행동을 진압하는 데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 정권이 사형을 단지 반정부 세력을 압박하는 수단만이 아니라 국민들을 협박하는 데 이용하고 있음은 전체 사형 집행 숫자를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다. 국제 앰네스티는 2025년 이란의 전체 사형이 2159 건에 달했다고 밝혔다. 1981년 이래 가장 많은 숫자였고 사형에 처해진 수감자는 대부분 마약이나 살인 관련 혐의자였다. 유엔은 올해 사형 집행 숫자는 지난해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인권단체들은 이란 정권이 사형을 국민에게 정권의 건재함을 보여주기 위한 수단으로도 이용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지난 1월 대규모 반정부 시위와 그후 전쟁으로 정치적 위기를 넘어 정권 붕괴의 위험에 처했지만 사실은 여전히 힘을 가지고 있고 상황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얘기다.
지난 1월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이란 정권은 국제사회의 강한 비난에 직면했다. 당시 정부의 강경 진압으로 수천 명이 사망했다. 미국에 본부를 둔 인권활동가 뉴스통신(HRANA)은 6000명 이상의 사망을 확인했고 추가로 1만7000명 이상의 죽음을 조사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란 정부는 1월 21일 발표를 통해 3117명이 사망했고 사망자 대부분은 이스라엘 주도 음모에 가담한 폭도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유엔 또한 1월 16일 500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대규모 시위자 사망과 관련해 이란 정부는 진상 조사 등 국제사회의 압력에 처해 있었다. 그러나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이런 절차는 시작조차 되지 못했고 이란은 눈앞에 닥쳤던 위기를 모면할 수 있게 됐다.
이란은 전쟁 상황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사형 집행을 늘리면서 반정부 목소리를 억압하고 국민에게 공포를 심으면서 전쟁 후 또 다른 대규모 시위가 생기는 걸 막으려 하고 있다. 전쟁이 이란 정권에게는 적어도 국내 상황을 잘 관리할 수 있는 기회가 됐고 국민에게는 또 다른 억압과 비극이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