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민 ‘전국조례대잔치’는 전국 우수 조례를 발굴하고, 지역 정책 대안을 제시했다. ⓒ 뉴스민
전국 17개 광역시·도에는 1만 6000여 건의 조례가 있다. <뉴스민>은 이 방대한 조례를 하나씩 들여다보기로 했다. 기자 4명과 PD 2명이 전부인 작은 지역 독립언론이 감당하기에는 선뜻 엄두가 나지 않는 일이었다. 김보현 <뉴스민> 기자조차 "이 인원으로 왜 자꾸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벌이는지 나도 궁금하다"고 웃었다.
출발점은 취재 현장에서 반복해서 듣던 말이었다. "이 정책은 대구가 가장 늦다", "전국에서 대구에만 없다"는 이야기였다. 대구에 없는 정책을 지적하고 불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국의 좋은 조례를 직접 찾아 지역의 후보자들에게 제안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뉴스민>은 지역 시민사회와 노동단체의 젊은 활동가들을 모아 '조례발굴단'을 꾸렸다. 조례란 무엇인지, 좋은 조례는 어떤 기준으로 골라야 하는지부터 함께 공부하고 토론했다. 생성형 AI의 도움도 받았다. 전국 조례 1만 6000여 건을 분석했고, 이 가운데 지역사회가 참고할 만한 우수 조례 102건을 발굴했다.
보도는 문서 속 조례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부산의 '15분 도시', 광주의 무장애 버스정류소, 경기도의 똑버스와 기후보험, 전북의 기후불평등 조례, 제주 여성리더 육성 조례 등 실제 현장을 찾아 정책의 성과와 한계를 확인했다. 좋은 취지로 만들어진 조례가 현장에서 기대와 다르게 작동하는 모습도 숨기지 않았다.
<뉴스민> 기획보도 '전국조례대잔치'는 지방의회를 정치 공방의 공간이 아니라 시민의 삶을 변화시키는 정책의 현장으로 바라봤다. 중앙언론이 상대적으로 주목하지 않았던 조례를 전면에 내세워 지방정치의 역할과 지방자치의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보여줬다. 이에 민주언론시민연합(아래 민언련)은 <뉴스민> '전국조례대잔치'를 6월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에 선정했다.
지난 7월 27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민언련 교육관에서 김보현 <뉴스민> 기자를 만나 취재 과정과 보도 뒤에 숨겨진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보현 뉴스민 기자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민주언론시민연합
작은 지역언론이 자꾸 불가능한 일을 벌이는 이유
- 전국 조례 1만 6000여 건을 전수 조사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왜 이렇게 힘든 방식을 선택했나. 기획을 시작하게 된 가장 큰 문제의식은 무엇이었나.
"그렇다. 나도 궁금하다(웃음). <뉴스민>이 창간한 지 12~13년 정도 됐고, 나는 입사한 지 5년 정도 됐다. <뉴스민>에 와서 지금까지도 놀라는 게 '이 인원으로 왜 자꾸 불가능해 보이는 일들을 벌이지?'라는 점이다.
<뉴스민>은 선거 때마다 기자와 PD를 포함한 모든 구성원이 달라붙어 특별기획을 한다. 다른 매체에서 주로 하는 후보자 동행 기사나 공약 분석 기사보다는 우리가 직접 정책과 의제를 제안하는 방식의 기획을 해왔다. 2022년 지방선거 때는 언론이 주목하지 않는 경북 민심을 직접 라이브로 보여주자는 취지로 '경북 민심 번역기'를 진행했다. 2024년 총선 때는 우리 지역에서 기후위기 문제가 많이 드러나고 있지만 선거 보도에서는 제대로 다뤄지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에서 '기후로운 투표생활'이라는 기획을 했다.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무엇을 할지 고민하다 조례에 주목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 재임 시절 조례와 정책에 관한 보도를 많이 했는데, 우리가 판단하기에 납득하기 어려운 조례들이 너무 많이 나왔다. 조례는 단순한 문서가 아니라 실제 시민들의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문제를 지적하는 데서 끝내지 않고 전국의 좋은 조례를 분석해 우리 지역 후보들에게 역으로 제안하는 기획을 해보자고 생각했다.
다만 전국의 좋은 조례를 어떤 기준으로 분석할 것인지부터 막막했다. 우리 힘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해 지역에 팀을 꾸리고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대구참여연대와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에서 많은 도움을 주셨고, 여러 차례 회의를 열어 좋은 조례의 기준을 함께 논의했다. 생성형 AI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 <뉴스민>의 힘만으로는 어려웠을 것이다."
- 데이터 분석 결과와 현장 사정이 다른 경우도 있었나.
"처음부터 데이터와 분석 자료만 가지고 기사를 쓰는 게 아니라 직접 현장에 가보자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현장을 찾아가니 문서로 봤을 때와 전혀 다른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부산의 '15분 도시' 조례는 시민이 걸어서 또는 자전거를 타고 15분 안에 생활에 필요한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도시 구조를 바꾸겠다는 정책이다. 기후위기 관점에서 좋은 조례라고 판단해 선정했지만, 현장에 가보니 지역에서는 좋은 조례로만 평가받고 있지 않았다.
현장에서 마주한 반응이 우리가 예상한 것과 달라 어려움도 있었지만, 그런 차이도 의미 있다고 생각해 기사에 담았다. 문서상으로는 좋은 조례라고 평가했지만 현장에서 작동하고 시민들이 받아들이는 건 별개니까 말이다."
조례 공부하고 싶었던 청년 활동가들, 흔쾌히 함께해
- 시민사회단체에 도움을 요청했을 때 반응은 어땠나. 곧바로 흔쾌히 응해줬나, 아니면 부담스러워하거나 망설이기도 했나.
"모두 바로 응해주셨다. 시민단체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에게 정책 제안 활동을 꾸준히 해왔는데, 좀 더 전문성 있게 정책을 만들고 제안하고 싶어 하는 젊은 활동가들의 욕구가 있더라. 특히 예산이나 정책을 공부하고 싶어 하는 20~30대 활동가들이 많았다. 이런 사람들을 한데 모으고, 서로 배우면서 정책을 발굴할 수 있도록 <뉴스민>이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조례가 무엇인지부터 공부했다. 어떤 조례를 좋은 조례라고 할 수 있는지, 평가 기준은 무엇인지 함께 토론했다. 기자가 취재원을 불러 의견만 듣는 방식이 아니라 기자와 활동가가 함께 학습하고 조사하는 방식이었다. 이게 이번 기획의 중요한 특징이었다."
대구에만 없는 정책, 시민들은 그조차 모른다
- 이번 기획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자들에게 생활밀착형 정책을 제안하려는 의미도 있었다. 그러나 실제 선거에서는 개발 공약이나 정치적 공방이 더 크게 주목받는다. 생활밀착형 정책이 선거 의제로 자리 잡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일단 언론 보도에 구멍이 많다.
대구는 무상급식을 전국에서 가장 늦게 도입했다. 생활임금도 전국에서 가장 늦게 도입했다. 마지막까지 버틴 데다 금액도 지금까지 전국 최저 수준이다. 공단 노동자들을 위한 작업복 세탁소도 다른 지역에는 이미 많이 확산돼 있지만 대구에는 아직 없다.
생활밀착형 정책에서 비어 있는 부분이 정말 많다. 문제는 시민들이 대구에만 이런 정책이 없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는 것이다. 다른 지역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누리는 권리와 혜택을 대구 시민은 누리지 못하고 있는데도, 비교할 정보가 없으니 체감하기가 어렵다.
그걸 알려주는 게 언론의 역할이다. 지역 언론은 자기 지역을 취재하고 보도하는 일만으로도 여건이 빠듯하지만, 그래도 지역을 위해 그런 세세한 차이까지 살펴보고 대안을 제안해야 한다. 이번 기획을 준비하면서 그 책임을 많이 느꼈다.
광주에는 '무장애 정류소'가 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버스정류소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정류소 한쪽 칸의 구조를 바꾸거나 보행로를 정비하는 방식이다. 대구에는 그런 지역 정책이 전혀 없다. 저상버스 비율은 비교적 높은 편이지만 저상버스는 지방정부가 조례로 독자적으로 시행하는 정책이 아니라 전국 단위 정책이다. 장애인이 대중교통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정류소와 도로 환경까지 지역 실정에 맞게 바꾸려면 지방정부가 조례로 구현해야 한다. 이런 사례를 찾아 대구에 제안하는 것이 지역 언론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언론이 좋아하는 조례는 따로 있다. 추경호 대구시장이 취임하자마자 꺼내든 '전직 대통령 예우 조례'처럼 정치적 쟁점으로 만들기 쉬운 조례다. 언론도 관심 갖고 일부 정치인들도 적극 활용한다. 그러나 정작 시민 일상을 바꾸는 생활밀착형 정책은 주목받지 못한다. 정치가 이런 정책을 적극 다루지 않는다면 언론이라도 열심히 발굴하고 보도해야 한다."
좋은 조례 향한 시민 요구, 정책으로 연결할 조직 약해져
- 좋은 조례가 만들어져도 현장에서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조례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결국 지방자치단체장의 의지가 가장 중요한가.
"아래에서부터 나오는 요구가 위까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대구에서는 시민사회 영역이 많이 약해져 있고 앞으로 더 약해지지 않을까 우려도 있다. 좋은 조례를 요구하는 시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흩어져 있는 요구를 한데 모으고, 그것을 구체적인 정책으로 만들고, 후보자나 행정기관에 제안하고, 필요하면 시민운동으로 이어가는 시민사회 영역이 크게 약화돼 있다.
조례가 제대로 시행되려면 단체장 의지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아래로부터 정책을 요구하고, 시행 상황을 감시하고, 문제가 생기면 다시 개선을 촉구하는 힘도 반드시 필요하다. 시민 요구가 조직되고 정책으로 연결되지 못하면 좋은 조례가 만들어져도 선언에 머물거나, 사업이 시행되지 않기도 한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대구에서는 시민사회 약화가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다."
기자와 활동가가 함께하니 정책 제안도 전문성 갖게 돼
- 이번 기획은 기자들뿐 아니라 지역의 청년 활동가들과 '조례발굴단'을 꾸려 함께 조사하고 평가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기존 취재 방식과 비교해 어떤 장점이 있었나.
"함께한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은 선거 때마다 관성적으로 반복하던 정책 제안을 이번에는 사전에 공부하고 협업한 덕분에 좀 더 전문성 있게 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장애와 여성 분야에서는 실제로 후보자들이 활동가들의 정책 제안을 받아들이기도 했다. 언론 보도에 참여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조사 결과가 현실의 정책 제안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의미 있었다.
활동가들이 참여한 조례발굴단 프로젝트 자체에는 큰 어려움이나 문제가 없었다. 다만 결과를 기사로 옮기는 과정에서는 <뉴스민>의 여력이 부족해 많이 아쉬웠다. 발굴단이 살펴본 영역이 모두 89개 정도로 굉장히 많았다. 기자 4명이 나눠 최대한 많은 현장을 직접 찾아가려고 했지만 현실적으로 여건이 따라주지 않았다. 일례로 제주에는 경북 어촌마을에 적용해볼 만한 좋은 조례가 많았다. 직접 제주에 가서 현장을 살펴보고 지역 관계자들을 만나면 좋았겠지만 인력과 비용 문제로 불가능했다. 결국 전화 취재로 대신했는데, 현장에 가지 못하니 한계가 분명했다.
처음에는 지방선거 기획으로 시작했지만 선거가 끝났다고 함께 끝낼 보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계속 이어갈 가치가 있는 기획이기 때문에 서두르기보다는 천천히, 가능한 만큼 현장 취재를 보완하며 이어가려고 한다."
전국 좋은 조례 한데 모으는 플랫폼 꿈꿔
- 발굴한 조례를 기사로 소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앞으로 더 확장할 계획도 있나.
"이번에 취재한 자료를 플랫폼으로 만들고 싶다. 각 지역의 상황은 그 지역 언론이 가장 잘 안다. 중앙에서 특정 기준으로 좋은 조례를 일괄 선정하는 것보다, 각 지역 언론이 자기 지역에서 의미 있다고 판단한 조례를 직접 소개하고 평가하는 방식이 더 정확하고 풍부할 수 있다. 하나의 플랫폼에 각 지역의 좋은 조례를 모으고, 왜 좋은지, 실제로 어떤 효과가 있었는지, 현장에서는 어떤 한계가 드러났는지 함께 기록하면 좋겠다.
좋은 조례를 단순히 복사해 오는 게 아니라 각 지역 조건에 맞게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도 논의하고 싶다. 부산에서 좋은 조례가 대구에서도 똑같이 작동한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지역의 산업 구조와 인구, 교통, 시민사회 환경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지역 언론들이 각자의 경험과 정보를 나누고, 서로 좋은 정책을 지역 상황에 맞게 적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싶다. 아직은 욕심에 가까운 구상이지만 이번 기획을 계속 이어가면서 조금씩 구체화해보고 싶다."
취재원에게 진 빚, 좋은 영향력으로 돌려주고 싶어
- 이번 기획을 마친 소회와 앞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기자들이 하는 일은 계속해서 취재원에게 빚을 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늘 만나는 사람들이 시간을 내고 자기 경험과 정보를 나눠준 덕분에 기사가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우리가 취재한 내용을 어떻게 하면 더 많이 확산시키고, 더 좋은 영향력으로 돌려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기사를 한 번 쓰고 끝내는 게 아니라 취재원이 제공한 정보와 경험이 실제 정책 변화나 사회적 논의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앞으로도 보도하면서 그런 고민을 계속해 나가려고 한다.
<뉴스민>은 지역 언론이면서 독립언론이기 때문에 늘 어렵다. 기자 4명과 PD 2명이 전부인 조직에서 6개월 동안 전국 조례를 살펴보고, 지역 활동가들과 공부하고, 전국의 현장을 취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번 기획을 하면서 그런 어려움을 뚫고 계속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었다. 아직 취재는 끝나지 않았다. 좋은 조례를 더 발굴하고, 현장에서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확인하고, 대구와 다른 지역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도 계속 살펴보겠다. 시민의 삶을 바꾸는 지역정책을 더 많이 찾아내고 알리는 보도를 이어가겠다."

▲뉴스민 ‘전국조례대잔치’가 2026년 6월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상을 수상했다. ⓒ 민주언론시민연합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www.ccdm.or.kr)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