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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8.01 17:49ㅣ최종 업데이트 26.08.01 17:49

교육감 권력 제대로 쓰기

교육장 공모제에서 교장 공모제까지, 교육자치의 길

경기도교육청이 지역 추천 교육장 공모제로 11개 교육지원청 교육장을 뽑았다. 교직원과 학생, 학부모, 지역 주민으로 꾸린 추천심사위원회가 후보를 심사하고 교육감이 임명하는 방식이다. 교육감이 사실상 독점해 온 교육장 임명 권한의 일부를 지역교육공동체와 나누었다는 점에서 뜻깊은 변화다.

이번 제도의 가치는 전국 처음이라는 이름에 있지 않다. 교육행정의 오래된 권력 구조를 바꾸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 지역이 교육장을 추천하고 검증하는 과정에 참여했다는 사실 자체가 교육자치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 준다.

지역추천 교육장 공모제, 교육자치의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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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장은 지역교육의 책임자다. 그러나 그동안 지역의 교사와 학생, 학부모, 주민은 교육장을 뽑는 과정에 참여할 길이 거의 없었다. 교육장이 지역보다 교육감과 본청을 먼저 바라본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던 까닭도 여기에 있다.

교육장 자리가 선거 뒤 논공행상의 대상이 되거나 측근 인사로 채워진다는 의심도 적지 않았다. 모든 인사를 그렇게 볼 수는 없다. 그러나 교육감 한 사람에게 지나치게 권한이 모여 있는 인사 구조가 불신을 키워 온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안민석 교육감의 이번 결단은 반길 만하다. 교육감이 스스로 권한의 일부를 지역과 나누겠다고 나선 것은 교육자치의 정신에 한 걸음 더 다가선 일이다.

권력을 나눌 때 교육을 살린다

권력은 가진 사람이 마음껏 누리라고 맡긴 것이 아니다. 더 많은 사람이 함께 참여하고 공동체를 바꾸라고 맡긴 것이다.

교육감 권력도 마찬가지다. 교육자치를 말하면서 모든 권한을 교육감이 움켜쥐고 있다면 그것은 자치가 아니다. 스스로 가진 권한을 지역과 학교에 나누는 것이 교육자치 시대에 걸맞은 지도력이다.

교육감의 권한이 줄어들수록 교육자치는 커진다. 교육감의 힘이 약해지는 것이 아니라 지역과 학교의 힘이 커지는 것이다. 교육자치는 권력을 한곳에 모으는 제도가 아니라 권한과 책임을 함께 나누는 제도다.

진보교육도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한다

여기에서 진보 교육계도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지난 20여 년 동안 교육 자치와 학교 자치를 누구보다 앞장서 외쳐 왔다. 학교는 민주적으로 운영해야 하고, 교육은 지역과 학교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말해 왔다. 그러나 정작 교육감에게 집중된 권한을 지역과 학교로 나누는 문제 앞에서는 얼마나 적극적이었는지 자문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어렵다." "제도가 허용하지 않는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

이런 말로 스스로 한계를 정해 놓고 포기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가. 교육감 권력이 너무 크다고 말하면서도, 그 권력에 기대어 정책을 추진하고 교육개혁을 이루려 했던 것은 아니었는가. 어쩌면 우리 역시 교육감 권력이 만들어 준 울타리 안에서 안주하며 그 권력을 함께 누려 온 것은 아닌지 성찰해야 한다.

교육 자치는 교육감을 많이 당선시키는 것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교육감에게 집중된 권한을 지역과 학교에 돌려줄 때 비로소 시작된다.

이제 진보 교육도 말과 구호만으로 교육 자치를 외칠 것이 아니라 권한을 실제로 나누는 제도 개혁에 앞장서야 한다. 그것이 교육 자치를 말해 온 진보 교육의 책임이기도 하다.

권한 없는 교육장은 책임질 수 없다

교육장 선발 방식을 바꾸는 것만으로 교육 자치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지역이 교육장을 추천하더라도 교육장에게 제대로 된 권한이 없다면 공모제는 한 차례 인사 실험으로 끝날 수 있다. 현장의 교육장들은 오래전부터 같은 말을 해 왔다.

"인사권도 예산권도 없는데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교육지원청은 지역교육을 책임져야 하지만 조직과 예산, 인사를 움직일 권한은 매우 제한되어 있다. 지역의 문제를 풀려고 해도 본청의 승인과 지침을 기다려야 하고, 지역에 맞는 교육을 펼치기에도 어려움이 많다.

교육장에게 권한을 주었다면 평가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 아무리 지역이 교육장을 추천해도 평가 기준이 본청 사업 실적과 행정업무 중심이라면 교육장은 결국 지역보다 본청의 눈치를 보게 된다. 선발은 지역이 하고 평가는 예전 그대로라면 교육 자치는 반쪽에 머물 수밖에 없다.

앞으로 교육장과 교육지원청은 본청의 지시를 얼마나 잘 따랐는지가 아니라 학교를 얼마나 잘 도왔는지, 학생의 배움과 성장을 얼마나 뒷받침했는지, 지역의 교육 격차를 얼마나 줄였는지로 평가받아야 한다.

교육지원청도 본청의 지시를 학교에 전달하는 중간 행정기관이 아니라 학교를 돕고 지역의 교육자원을 잇는 지원기관으로 바뀌어야 한다.

교육 자치의 완성은 교장 공모제다

그러나 교육자치는 교육지원청에서 멈추지 않는다. 교육자치의 마지막 목적지는 학교다. 교육은 학교에서 이루어진다. 학생이 배우고, 교사가 가르치며, 학부모가 함께 만드는 삶의 자리도 학교다. 그렇다면 학교를 이끌 교육 지도자를 학교공동체가 함께 선택하는 것은 교육자치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그 중심에 교장 공모제가 있다. 교장 공모제는 승진 제도를 없애자는 제도가 아니다. 학교마다 다른 교육 철학과 지역의 특성을 가장 잘 살릴 교육 지도자를 학교공동체가 함께 선택하자는 제도다.
학교마다 필요한 지도력은 다르다. 어떤 학교는 기초학력을 높이는 일이 시급하고, 어떤 학교는 학생 생활 교육과 학교 문화를 바꾸는 일이 더 중요하다. 또 어떤 학교는 마을과 함께하는 교육을 이끌 지도자가 절실하다.

학교마다 필요한 교장이 다른데 하나의 기준으로만 교장을 뽑아서는 학교의 다양성과 자율성을 살리기 어렵다.

후보자는 학교 운영 계획과 교육 철학을 학교 공동체 앞에서 충분히 밝혀야 한다. 교직원과 학생, 학부모의 의견도 실제 심사에 반영되어야 한다. 임용 뒤에는 약속한 교육 목표를 얼마나 이루었는지 학교공동체가 함께 살피고 평가하는 제도도 마련해야 한다.

물론 공모제가 만능은 아니다. 특정 집단이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인기투표로 흐를 수 있다는 걱정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공모제를 줄여야 할 이유가 아니라 더 공정하고 투명하게 설계해야 할 이유다.

교육감 권력은 학교로 흘러야 한다

지역추천 교육장 공모제와 교장 공모제는 따로 떨어진 정책이 아니다. 교육감에게 집중된 권한을 지역으로 나누고, 다시 학교로 이어 주는 하나의 흐름이다. 교육감의 권한은 지역으로, 교육지원청의 권한은 학교로, 학교의 권한은 다시 교사와 학생, 학부모에게 이어져야 한다.

그래야 교육 행정은 위에서 아래로 지시하는 체계를 넘어 함께 의논하고 함께 책임지는 교육으로 바뀔 수 있다.

경기도의 지역추천 교육장 공모제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이제 그 다음 걸음을 내디뎌야 한다. 교육장에게 권한과 책임을 함께 주고, 교육지원청의 평가 방식을 바꾸며, 교장공모제를 더욱 넓혀 학교가 스스로 교육의 미래를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교육감 권력을 제대로 쓴다는 것은 권한을 움켜쥐는 데 있지 않다. 지역과 학교가 스스로 교육의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권한을 나누고 길을 열어 주는 데 있다.

그때 비로소 교육은 행정이 끌고 가는 대상이 아니라 지역과 학교가 함께 만들어 가는 희망이 된다. 그것이 교육감 권력을 제대로 쓰는 길이며, 우리가 오랫동안 말해 온 교육자치를 비로소 현실로 만드는 길이다.

/ 교육희망네트워크 상임대표 · 교육대개혁국민운동본부 공동운영위원장

#안민석경기교육감#교육자치#교육장공모제#교장공모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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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옥성 (camlife) 내방

김옥성은 교육희망네트워크 상임대표,교육대개혁국민운동본부 공동운영위원장으로 교육개혁 운동을 함께하고 있다. 하늘씨앗교회 목사이며 행복마음연구소 대표로서 영성과 마음챙김 명상으로 개인과 공동체의 회복을 돕고 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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