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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하(盛夏)의 계절이다. 맹렬한 한여름의 절정을 뜻하는 말 그대로,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는 무더위 속에서 자연의 생명력은 왕성함 그 자체를 자랑한다. 도시 아파트와 시골집을 오가며 '5도 2촌'의 삶을 사는 우리 부부는, 여름이 되면 유독 지리산 자락의 시골집에 더 오래 머물게 된다.

여름 밭의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나듯, 텃밭의 오이와 호박, 가지, 고추도 무서운 속도로 열매를 맺는다. 남편과 나, 둘이서 다 먹기엔 역부족이라 얼마간은 도시 아파트 이웃들에게 나눔을 했다. 하지만 이 나눔도 마냥 쉬운 일은 아니다. 요새처럼 야채 값이 저렴할 때는 괜히 잘못 넘겨주었다가 받는 이에게 부담이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지리산시골살이 텃밭채소
지리산시골살이텃밭채소 ⓒ 김성례

결국 남은 채소들은 온전히 내 손을 거쳐 살뜰한 저장 식품으로 거듭난다. 남편이 따 온 호박은 채칼로 잘게 썰어 소금에 절였다가 물기를 짜낸 뒤, 지퍼백에 납작하게 담아 냉동고에 차곡차곡 쌓아둔다. 이렇게 채 썬 호박에 전분 가루를 살살 묻히고 양파와 당근을 넣어 지져내면 여름철 별미 호박전이 된다.

텃밭야채 오이,수박,옥수수,고추
텃밭야채오이,수박,옥수수,고추 ⓒ 김성례

가지 역시 냉국이나 무침으로 부지런히 해 먹다가, 요즘은 레토르트 못지않은 가지덮밥으로 변신시킨다. 남은 가지도 살짝 쪄서 호박처럼 냉동고에 가지런히 모아두었다. 고추 역시 고소한 전으로 지지거나 쪄서 매콤하게 무쳐 식탁에 올린다.

이처럼 시골 텃밭은 잡초가 무성한 만큼 먹거리도 풍성해서, 고기나 생선 반찬 외에는 마트에 갈 일이 없다. 남편은 불볕더위를 피해 아침 일찍이나 해 질 무렵 게릴라식으로 밭으로 나가 울타리와 마당의 잡초를 정리한다.

텃밭농사 수박,호박,고추
텃밭농사수박,호박,고추 ⓒ 김성례

사실 시골집은 손볼 곳이 끊이지 않는다. 집을 지은 지 10년이 가까워지니 마루 데크도 몇 차례나 보수해야 했고, 장마가 오기 전에는 지붕의 빗물 누수 방지 공사도 마쳐야 했다. 나이가 들수록 우리 몸을 더 자주 돌봐줘야 하듯, 사람이 숨 쉬며 사는 주거 공간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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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파트와 전원주택을 오가는 재미가 쏠쏠하여 이 '5도 2촌' 생활을 도무지 그만둘 수가 없다. 두 배의 즐거움을 누리는 만큼 두 배의 수고가 따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치다.

올여름만 해도 지리산 시골집에는 두세 차례나 가족과 지인 손님들이 다녀갔다. 데크 마당에 모여앉아 고기를 구워 먹고, 남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이야기 꽃을 피우며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시골만의 여유로움이 누구에게나 환영받기 때문이다.

도시 아파트에서는 하루 종일 에어컨을 틀어놓고 지내지만, 이곳 지리산 시골집에 오면 저녁 공기가 기분 좋게 선선해진다. 선풍기 조차 켜지 않은 채 두꺼운 이불을 덮고 깊은 잠에 빠져든다.

오가는 길의 경비와 집과 밭을 돌보는 고된 수고로움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여전히 지리산 시골집을 고수하는 이유다. 이 시원한 밤공기와 소박한 텃밭이 주는 선물만으로도, 우리의 여름은 충분히 풍요롭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채택되고 난 후 브런치, 블로거에도 실립니다.


#5도2촌#지리산시골살이#전원생활#텃밭농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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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김별의 풍경읽기

여행기를 출간한 여행 작가이자 등단 시인. 브런치 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프랑스 5년 유학 불문학 석. 박사 학위 수료. 30년 교직 생활 후 퇴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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