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AI는 이제 우리 삶에 스며들었습니다. 모두가 AI를 사용하는 지금, 중요한 건 '무엇을 쓰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쓸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정답은 없지만, 이 탐구 생활을 통해 해법을 찾아가는 과정을 함께 나누고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5월 27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환경부 주최로 개막된 2025 환경산업 일자리 박람회를 찾은 특성화 고등학교 학생들이 업체 채용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5월 27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환경부 주최로 개막된 2025 환경산업 일자리 박람회를 찾은 특성화 고등학교 학생들이 업체 채용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 연합뉴스

얼마 전 효성그룹이 1966년 창사 이후 처음으로 인문계 전공자만 뽑는 신입사원 공채를 실시해 주목을 받았습니다. 효성은 사학·철학 등 인문학, 어학 전공 학사·석사만을 대상으로 명시해, 이공계 전공자를 이번 채용에서 사실상 배제했습니다.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라는 자조 섞인 말이 굳어진 기업 채용 시장에선 이례적인 장면이라 할 수 있습니다.

효성의 채용은 AX(AI Transformation·인공지능 전환) 흐름과도 맞물려 볼 수 있는 지점입니다. 실제 잘나가는 AI 기업에에서도 인문학 전공자들이 주요 요직에 있습니다. AI 기업인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를 이끄는 CEO 알렉스 카프는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 인문학도이고, 앤트로픽(Anthropic)에서 모델의 인격과 행동 원칙 설계를 이끄는 아만다 아스켈(Amanda Askell) 총괄도 '철학 박사'입니다.

왜 그럴까요? AI의 특징부터 정의하고 넘어가야 합니다. 인간이 생산한 수많은 문서와 데이터를 학습한 AI는 '인류가 이미 쌓아둔 지식의 총합'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기본적인 검색부터 프로그램 코딩, 데이터 정렬과 분석 등 과정이나 정답이 정해진 분야에선 매우 뛰어난 성능을 발휘합니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AI의 답은 언제나 인류 지식의 평균 지점에 가장 강하게 수렴합니다.

AD
바로 이 지점이 현재 AI의 한계점입니다. 인류가 아직 탐구하거나 검증하지 못한 지식, 즉 데이터 학습이 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 AI의 명확한 답변을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AI에게 수학 난제 중 하나인 리만가설을 검증하라고 할 수도 없고, 블랙홀의 내부 구조나 4차원 세계의 물리 법칙을 오류 없이 설명하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현재 데이터가 닿지 못한 부분들은 여전히 AI의 약점으로 남을 것이고, 그렇기에 인간의 지식 탐구 활동은 계속돼야 합니다. 그리고 그 지식 탐구는 새로운 질문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역사적으로 새로운 지식의 발견은 대개 기존 데이터가 아닌 '새로운 질문'에서 나왔습니다.

속도에 따라 시간과 공간이 상대성을 띤다는 걸 증명한 '특수상대성이론'은, '동시성(同時性)'에 대한 아인슈타인의 철학적 탐구가 발견해낸 이론이었습니다. 건축가였던 마이클 벤트리스는 선문자 B를 해독해 미케네 문명이 그리스어를 사용했다는 걸 발견했는데, 그의 발견은 '해당 문자는 그리스어가 아니다'라는 학계의 통념을 뒤집었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즉 기존 데이터에 기반해 더 깊이 있는 내용을 탐구해가는 능력, 기존 통념이나 데이터를 완전히 뒤집는 새로운 발상으로 아직 발견되지 않은 영역을 탐구하는 능력이 '지식'의 발전을 이뤄낸 것입니다.

'문송한 시대'의 배경에는 인문학적 지식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기 어려웠던 사정이 있을 겁니다. 당장 이윤을 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 철학이나 역사를 아는 것이, 라틴어 문체를 감별하는 것이, 고문헌을 읽어내는 것이 어떻게 생산성을 낼 수 있는지를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인문학의 위치를 달리 봐야 합니다. 실제로 아인슈타인은 1915년 철학자 모리츠 슐리크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밝혔습니다. "나는 특수상대성이론을 발견하기 직전에 흄의 인간 본성에 관한 논고를 열정과 경탄 속에 탐독했습니다." 시간과 공간이 경험 이전에 주어진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는 흄의 회의(懷疑)가, 동시성을 의심하게 만든 출발점이 된 것입니다.

남들과 다른 곳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정의하는 능력, 굳어진 고정관념이나 데이터를 뒤집을 수 있는 발상의 전환에는 인문학적 사고력이 결정적입니다. 예전에 희귀했던 것은 정보와 지식를 쌓고 가공하는 능력이었지만, 지금은 AI로 인해 모든 사람이 가능한 기본 능력이 됐습니다. 지금 가치가 높아진 것은 '무엇을 물을 것인가'를 사고하는 능력입니다. 통념을 깨고, 지식이 닿지 못한 새로운 영역으로 나아갈 수 있는 질문을 생각해내는 능력. 그런 점에서 인문학적 지식은 이제 더 이상 교양의 문제가 아니라 AX 시대의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물적 기반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AI와 인간이 같은 책을 읽고 어떤 아이디어를 내라고 한다면 결과물은 분명히 다를 겁니다. 인간과 AI가 낸 결과물 중 어떤 것이 '지식의 진보'를 이뤄낼 가능성이 있냐고 묻는다면, 저는 '인간의 결과물'에 베팅할 것 같습니다. 그 사람이 폭넓은 인문학적 지식을 갖추고, 고정관념에 갇히지 않은 사람이라는 전제 하에 말입니다.

#AI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연재

나의 AI 탐구생활

미디어를 봅니다



독자의견1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