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남동 대통령실 관저. 2022.08.23 ⓒ 권우성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한남동 관저 추가 공사비를 행정안전부 예산으로 충당하는 과정에서 정부청사관리본부 실무 공무원들의 반발이 상당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당시 관련 예산 실무를 담당했던 엄아무개 사무관은 직원들의 반발이 심해지자 조아무개 당시 정부청사관리본부장이 나이가 어린 공무원에게는 관련 문서를 기안하지 말라고 하고, 서기관급 이상으로 결재라인을 꾸렸다고 증언했다.
엄 사무관은 직원들이 관저 공사 업무 자체가 힘들어서 반대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국회에서 정부청사 관련 사업에 사용하도록 편성한 예산을 대통령 관저 추가 공사에 투입하는 절차 자체가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실무진은 기획재정부 유권해석과 일상감사, 이상민 당시 행안부 장관의 직접 결재 등 안전장치를 요구했다. 엄 사무관은 "누가 브레이크를 걸어주길 바랐다"라고 했고, 기재부가 예산 전용을 승인하지 않는다면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땡큐"라고 생각했을 것이라는 취지로 증언했다.
"업무 힘들어서 반대한 것 아냐"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재판장 이정엽)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김대기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과 김오진 전 대통령실 관리비서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의 속행 공판을 열었다.
이날 오후에는 2022년 대통령 관저 이전 당시 정부청사관리본부에서 관련 예산 실무를 담당했던 엄 사무관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엄 사무관의 증언에서는 관저 추가 공사비를 청사관리본부 예산으로 충당하는 방안을 두고 내부 실무진이 느꼈던 부담과 반발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엄 사무관은 직원들이 병가 등을 써가면서 관련 업무를 어떻게든 맡지 않으려 했다고 증언했다. 직원들의 반발이 심해지자 조 정부청사관리본부장은 나이가 어린 공무원에게는 관련 문서를 기안하지 말라고 하고 서기관급 이상으로 결재라인을 꾸렸다고 했다.
그 배경에는 단순한 업무 과중이 아니라, 절차 자체가 부당하다는 문제의식과 향후 예산 집행 책임을 실무자들이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당시 실무진은 정부청사 사업에 쓰도록 국회에서 승인받은 예산을 대통령 관저 추가 공사에 투입할 경우 국회 결산과 국정감사, 감사원 감사 등에서 문제가 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엄 사무관은 2022년 7월 20일 작성한 '관저 청사본부 사업비 지원 관련 현안사항 보고' 문건을 만든 이유에 대해 "힘들고 어려운 상황을 말씀드리고 싶었다"라며 "불합리한 추진 방식이라는 것이 꼭 보고돼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이어 관저 공사까지 맡게 되면서 업무 부담이 커졌기 때문에 직원들이 반발한 것 아니냐고 김 전 실장 측이 묻자 엄 사무관은 "아뇨, 아뇨"라고 부인했다. 이어 "절차상 문제가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 것이지 업무가 힘들어서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청사관리본부장도 "우리가 할 수밖에"… "체념한 채 말했다"

▲윤석열 정부 당시 대통령 관저 이전 공사에서 예산을 불법 전용한 혐의를 받는 김대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6-05-22 ⓒ 사진공동취재단
엄 사무관은 애초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관저 관련 업무와 예산 집행 권한을 대통령비서실로 넘기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고 증언했다.
실제로 2022년 5월 10일께 관련 예산과 재무관 권한을 대통령실로 넘기는 방안에 대해 정부청사관리본부장 결재까지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이 방안은 실행되지 않았고, 이후 대통령실에 재무관을 지정해달라고 다시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그러던 중 6월 말께 행안부 예산을 관저 추가 공사에 투입한다는 동향을 파악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검토 문건을 작성했다고 했다. 6월 30일 작성한 문건에는 당시 검토되던 미발주 사업 예산 활용 방안에 국가재정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의견도 담았다.
2022년 7월 1일에는 조 정부청사관리본부장 등 청사본부 관계자들이 대통령실을 찾았다. 엄 사무관은 이날 방문의 주된 목적은 김대기 비서실장과의 면담이었으며, 관리비서관실과의 만남은 김 실장 면담을 기다리는 과정에서 이뤄진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다만 엄 사무관은 당시 작성한 보고서가 김 실장과 조 본부장의 면담 내용을 자신이 직접 듣고 그대로 옮긴 것은 아니라고 인정했다. 자신이 사전에 검토한 내용과 면담에서 전달해야 한다고 판단한 사항을 담았고, 이후 조 본부장의 검토를 거쳐 보고됐다는 설명이다.
엄 사무관은 조 본부장이 행안부 예산 투입이 어렵다는 말을 전달하기 위해 김 실장을 만난 것으로 이해했다고 했다. 면담을 마친 조 본부장에게서는 "안 되겠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이후 조 본부장은 "우리가 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엄 사무관은 조 본부장이 적극적으로 관저 사업을 추진하려 했다기보다 "체념한 채" 말한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증언했다.
미발주 사업 대신 낙찰 차액…그래도 "브레이크 걸어주길"

▲대통령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을 받는 김오진 전 국토교통부 1차관이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6-05-22 ⓒ 사진공동취재단
문제는 예산을 어떤 방식으로 마련하느냐였다.
애초 청사관리본부는 아직 발주하지 않은 신규 사업을 취소하고 해당 예산을 관저 추가 공사에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국회 승인을 받아 편성한 사업을 취소하고 그 돈을 관저에 사용하는 데 대한 실무진의 문제의식이 컸다.
결국 청사관리본부는 7월 중순 기존 사업에서 발생한 낙찰차액과 집행잔액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방향을 바꿨다. 엄 사무관은 "신규 사업 죽이고 하는 것보다는 낙찰차액 등을 활용해서 하는 게 더 부담이 덜하기 때문에 훨씬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김오진 전 관리비서관 측 반대신문에서도 엄 사무관은 두 방식의 차이를 설명했다. 미발주 예산은 애초 예정된 사업을 취소해야 하지만 낙찰차액은 사업을 정상적으로 집행한 뒤 남은 돈이라는 것이다.
대통령실이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식까지 지시한 것은 아니었다. 김 전 실장 측이 "대통령비서실에서 관저 보수 비용을 어떻게 마련하라고 구체적으로 지시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라고 묻자 엄 사무관은 "네, 아닙니다. 어떻게 마련하라고 구체적으로 지시한 건 아니다"라고 답했다. 김오진 측 신문에서도 어떤 사업의 예산을 끌어올지는 청사관리본부 내부 문제였다는 취지로 답했다.
그럼에도 실무진은 기재부 유권해석과 일상감사,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직접 결재 등을 요구했다.
김 전 실장 측이 "기재부가 안 된다고 회신해주면 추진하지 않아도 되는 등의 이유로 이런 의견을 검토한 것이냐"라고 묻자 엄 사무관은 답했다.
"네. 누가 브레이크를 걸어주길 바랐습니다."
기재부가 전용을 승인하지 않았다면 개인적으로는 "땡큐"라고 생각했을 것이라는 취지로도 증언했다. 기재부가 불허하면 실무진으로서는 행안부 예산으로 관저 공사비를 집행하지 않을 명분이 생기는 만큼 차라리 좋았다는 것이다.
장관 직접 결재를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김대기 측이 "장관이 결재했기 때문에 우리가 집행했다는 안전장치를 확보하기 위해 요구한 것이 맞느냐"라고 묻자 엄 사무관은 "네, 맞습니다"라고 답했다. 실제 예산 집행은 이 장관이 아닌 행안부 차관 결재로 진행됐다고 했다.
"법적 절차 지키려 했다… 그래도 눈 가리고 아웅"
후반부에는 예산 전용 자체의 적법성을 둘러싼 문답도 오갔다.
김 전 실장 측은 당시 관저가 행안부 소관 재산이었던 만큼 행안부 내부에서 예산을 전용하고 기재부 승인을 받는 방식 자체는 법적으로 가능한 것 아니냐고 물었다. 엄 사무관도 이를 인정했다.
"전용을 하면 말씀대로 법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니다. 행안부 재산이었으니까."
이어 "저희는 최대한 그 당시 상황에서 법적인 절차는 지켜가면서 업무하려고 노력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법적으로 가능한 절차였다는 것과 이를 타당한 방식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엄 사무관은 "사실상 그 재산이 영원히 행안부 재산은 아니라는 말이다"라며 "편법적이라고 말하고 싶다"라고 했다. 이어 "넘어갈 예산이었는데 행안부 예산을 투입했다. 눈 가리고 아웅식이었던 거다. 그래서 직원들이 반대한 거다"라고 말했다.
엄 사무관은 자신이 과거 예산 전용 업무를 처리했을 때 기재부 승인까지 "최소 3개월에서 6개월 정도" 걸렸지만 관저 공사 관련 전용은 하루이틀 만에 처리됐다는 취지로도 증언했다.
다만 빠른 처리 이유에 대해 앞서 "대통령비서실의 지시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 부분은 자신이 직접 확인한 사실이 아니라 추측이라고 인정했다. 대통령이 서초동에서 출퇴근하고 있었던 만큼 관저 공사를 신속하게 진행할 필요가 있었다는 김대기 측 주장에는 "이해할 만한 상황이긴 하다"라고 답했다.
한편 이날 엄 사무관에 대한 증인신문은 마무리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오는 24일 오전 10시 엄 사무관을 다시 불러 남은 신문을 이어가기로 했다. 이에 앞서 21일에는 당시 정부청사관리본부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