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주여성민우회 기자회견진주여성민우회가 진주시가 경남도 행정심판 과정에서 보조금 교부결정 취소와 관련해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며 이를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 진주여성민우회
진주여성민우회가 진주시가 경남도 행정심판 과정에서 보조금 교부결정 취소와 관련해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며 이를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진주여성민우회는 18일 오전 진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주시는 공식 문서에서 '교부결정 취소'를 명시했지만 경남도 행정심판위에서는 '취소처분이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주장을 즉각 중단하라"고 밝혔다.
이번 논란은 진주여성민우회가 지난해 진행한 '모두를 위한 성평등 교육' 사업과 관련해 진주시가 보조금 일부를 취소·환수하면서 시작됐다.
박재경 진주여성민우회 대표는 이날 "지난해 일부 종교단체 등의 민원이 제기되자 진주시 여성가족과가 성평등 교육사업 프로그램 변경을 요구했고, 이후 보조금 교부결정을 취소했다"며 "그런데 경남도 행정심판에서는 돌연 '보조금 취소처분은 존재하지 않는다', '행정지도와 안내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주시의 공문진주여성민우회는 "진주시는 지난 2025년 8월 28일 교부액 480여만 원의 교부결정 취소를 결정하였음”이라고 공식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 진주여성민우회
박 대표는 "사업 시행에 앞서 사업 내용과 홍보물, 포스터, 관련 공문 등을 진주시 여성가족과에 공유하고 담당 부서와 협의하며 사업을 추진했다"며 "민원이 제기된 이후 진주시가 프로그램 변경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8월 28일에는 "교부액 480여만 원의 교부결정 취소를 결정하였음이라고 공식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진주여성민우회는 진주시의 이 같은 공식 문서와 행정심판 답변이 서로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공식 문서에는 '교부결정 취소'라고 명시해 놓고 행정심판에서는 '취소처분이 없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명백한 모순"이라며 "진주시는 이 같은 입장을 내놓은 이유를 시민 앞에 명확히 해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해당 사업이 진주시의 공모와 심의를 거쳐 선정됐다는 점도 강조했다.
박재경 대표는 "진주시가 직접 공모하고 심의해 선정했으며 705만 원의 보조금을 전액 교부한 사업"이라며 "당초 사업계획에도 '모두를 위한 성평등교육'과 성평등 인식 확산이 명시돼 있었다"고 짚으며 "민원을 이유로 성평등 교육사업의 내용을 변경하거나 지원을 철회한 데 대해서는 시민사회 활동 위축"을 우려했다.
박 대표는 "민원이 제기됐다는 이유만으로 행정기관이 시민사회의 교육사업을 제한하고 지원을 철회하는 것은 민주주의와 시민사회 자율성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며 "민원이 많으면 사업을 취소하고 논란이 크면 지원을 철회하는 행정이 반복된다면 시민사회는 행정기관의 눈치를 보며 스스로 활동을 검열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사건은 480여만 원의 보조금을 둘러싼 문제가 아니라 행정기관이 공모하고 선정한 시민사회 사업을 민원과 사회적 논란을 이유로 뒤집을 수 있는지, 공공지원이라는 이유로 시민사회의 활동과 교육 내용을 통제할 수 있는지를 묻는 사건"이라고 밝혔다.
진주여성민우회는 이날 진주시에 ▲사실을 왜곡한 행정심판 답변 철회 ▲보조금 교부결정 취소의 구체적인 법적 근거와 사유 공개 ▲민원을 이유로 성평등 교육과 시민사회의 자율성을 위축시키는 행정 중단 ▲여성친화도시에 걸맞은 성평등 교육과 시민사회 활동 보장을 요구했다.
진주여성민우회의 행정소송 법률대리를 맡은 장철순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변호사모임 경남지부 사무국장)는 이번 사건을 시민사회 활동의 자율성과 행정기관의 재량 범위를 둘러싼 문제로 규정했다.
장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단순히 진주시와 한 단체 사이의 보조금 문제가 아니다"며 "지방자치단체가 자신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미 결정한 보조금 사업을 임의로 취소하고 환수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잘못된 선례가 만들어지면 진주시와 경남도에 그치지 않고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행정기관이 민원 등을 이유로 자의적으로 시민사회 활동을 제한하거나 사업을 취소하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법적으로 다툴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성평등과 인권, 성소수자 등 사회적 소수자의 권리와 관련한 사업이 민원이나 반대 여론에 의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그는 "성평등과 인권, 성소수자(퀴어) 등 사회적 소수자의 권리와 관련된 사업이 특정 민원이나 반대 여론에 의해 쉽게 위축된다면 결국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것은 사회적 약자"라며 "이번 소송은 시민사회와 공익적 활동의 공간을 지키는 문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행정절차상의 문제도 쟁점으로 제시했다.소송 자료에 따르면 진주여성민우회 측은 진주시가 보조금 교부결정을 일부 취소하면서 '사회적 갈등 야기', '공공의 이익 저해 우려' 등의 추상적인 사유만 제시했을 뿐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법령상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상 교부결정 취소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과 행정절차법 제23조에 따른 이유제시 의무를 위반했다는 점을 소송에서 다툴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행정절차법 제23조는 행정청이 처분을 할 경우 처분의 근거가 되는 사실과 법령, 처분의 이유를 함께 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피고(진주시)가 내세운 '사회적 갈등' 등의 사유는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이 예정한 '사정 변경'으로 보기 어렵고, 단체에 법령이나 교부결정 내용 위반 등의 귀책사유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법령 조항을 제시하지 않은 채 추상적인 사유만을 들어 보조금 교부결정을 취소한 것은 행정절차법상 이유 제시 의무를 위반한 중대한 절차적 하자"라고 밝혔다.
진주여성민우회가 진주시를 상대로 제기한 사건은 창원지방법원 2026구합1162 보조금 교부결정 취소 사건으로 창원지방법원 제1행정부(재판장 곽희두)가 심리하며 첫 변론은 9월 17일 오후 3시30분 제220호 법정에서 열린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진주여성민우회를 비롯해 진주여성회, 생활정치시민네트워크 진주같이, 진주민주시민사랑방,진주시여성농민회, 진주시민행동, 일본군강제성노예피해자진주평화기림사업회 등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경남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전국 여성·인권단체 60여 곳이 연대했다.
한편, 진주시 관계자는 한 매체와 한 통화에서 "문제의 공문 제목이 '2025 진주시 양성평등위원회 심의 결과 통보'였으며, 공문에는 위원회의 교부결정 취소 심의 내용과 함께 사업을 변경할 경우 변경계획서를 제출하라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라며 "이 때문에 해당 문서 자체를 곧바로 '처분통지서'로 볼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심의 결과를 그대로 처분했다면 사전통지와 처분통지 등 후속 행정절차를 밟았을 것"이라며 "심의 결과 통보 이후 그런 행정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라고 매체에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단디뉴스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