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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찾아 도전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고 전합니다. 원하는 일이 있는데 두려워서 시작을 망설이는 2030에게 용기를 주고 싶습니다.
동화책 <코끼리 스텔라 우주 비행사가 되다>에는 우주에 가고 싶은 코끼리 스텔라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스텔라는 우주에 가겠다는 꿈을 품고 항공우주국을 찾아가지만 번번이 거절당합니다. 직원들은 코끼리는 커서 우주에 갈 수 없다고 말했죠.

스텔라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코끼리에게 맞는 우주복이 없다고 하면 우주복을 만들고, 맞는 훈련 장비가 없다고 하면 장비를 만듭니다. 급기야 로켓까지 만들죠. 그제야 스텔라는 깨닫습니다. '이거, 애초에 허가받을 일이 아니었잖아?' 스텔라는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우주로 떠납니다.

최초의 코끼리 우주 비행사가 된 스텔라처럼 누군가의 허락을 구하지 않고 스스로 이름을 붙인 사람이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계정 '서울록홈즈'를 운영하는 양호승씨는 서울 주요 지역 지명의 유래와 도시 곳곳에 숨어 있는 역사 이야기를 콘텐츠로 만들고 있습니다. '서울록홈즈' 명함까지 직접 만들었죠. 양호승씨의 이야기를 기다리는 인스타그램 팔로워만 8천 명이 넘습니다.

이런 그에게도 콘텐츠를 정기적으로 발행하기까지 오랜 망설임의 시간이 있었다는데요. 1년 반 동안 실행하지 않고 머릿속으로만 아이디어를 구상한 적도 있다고 합니다. 양호승씨는 어떻게 고민을 끝내고 콘텐츠 제작자로 활발히 활동하게 됐을까요. 서울 이야기를 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난 8일, 서울 종로에서 양호승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 봤습니다.

'이제 그냥 해보자'고 결심하기까지

'서울록홈즈' 양호승 서울록홈즈(@seoulog_holmes) 계정을 운영하는 양호승(26) 씨가 시그니처인 탐정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손에는 직접 만든 명함을 들고 있다.
'서울록홈즈' 양호승서울록홈즈(@seoulog_holmes) 계정을 운영하는 양호승(26) 씨가 시그니처인 탐정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손에는 직접 만든 명함을 들고 있다. ⓒ 유채원

- '서울록홈즈'라는 이름은 어떤 뜻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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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장난을 좋아하거든요. 셜록을 풀어서 서울록. 발음도 비슷하고 마침 셜록 홈즈도 파헤치는 사람이니까 서울 이야기를 찾아서 전한다는 이미지랑 잘 맞아서 이렇게 지었어요."

- 서울을 소개하자는 생각은 어쩌다가 하게 되셨어요?

"군대 전역할 때쯤 '나가서 뭐하고 살지?'라는 생각에서부터 시작됐어요.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에 관심이 있지?'라는 생각을 시작으로 차근차근 넓혀가다 보니 '어릴 때부터 역사를 좋아했고, 평소에 말하는 것도 좋아하니까 이 두 개를 같이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라는 생각에 다다랐어요. 그러다 찾은 게 궁궐 해설 자원봉사 활동이었어요. 덕수궁 해설 교육을 받으면서 공부했던 서울 역사 이야기가 재밌는 거예요. 저만 알기 아까워서 사람들한테 알려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카드 뉴스로 서울 소개 콘텐츠를 제작하기 시작했어요."

- 첫 번째 콘텐츠가 걸 그룹 르세라핌의 뮤직비디오 촬영지를 소개하는 내용이었죠. 올리고 어떠셨나요?

"그래도 일단 했구나! 했죠. 전까지 머릿속으로는 진짜 한 이미 한 몇백 개 만들었는데…"

-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고, 실행에 옮기기까지 얼마나 걸렸나요?

"1년에서 1년 반? 아마 그 정도 걸렸던 것 같은데요."

- 어떤 생각 때문에 시작을 못 하셨어요?

"다른 사람들이 하는 거 보면 잘 만들었는데, 저는 저렇게까지 잘 만들지 못할 거 같은 거예요. 디자인도 할 줄 몰랐어서 그런 상태로 콘텐츠를 만들면 '과연 사람들이 이걸 볼까? 욕이나 안 먹는 게 다행이지'라는 생각이 가장 앞서다 보니 섣불리 시작을 못 하겠더라고요. 그렇게 고민만 1년 반 정도 하다가 한계에 다다랐어요. '이러다 아무것도 못 한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일단 해보자(웃음)'. 일단 그냥 해보자고 결심한 거죠."

- 가장 애착이 가는 콘텐츠가 있다면요?

"릴스 시작하고 초반에 올렸던 영상인데, 지명 관련 콘텐츠 중에 '회기가 회기로 불리게 된 이유' 편을 통해서 팔로우가 많이 늘었어요. 새로운 시청자도 많이 유입됐고요. 영상 올리고 한참 뒤에 새로 알게 된 지인들한테 제 계정을 보여 줬는데 '나 이 영상 봤어!'라고 말해 주는 사람도 꽤 있어서 신기했어요."

- 서울을 소개하다 보면 사람들이 모를 법한 곳도 알게 될 것 같아요. 소개해 주실 만한 장소가 있나요?

"창신동에 채석장 흔적이 있어요. 채석장이 되게 크거든요. 웅장함이 느껴졌고요. 변두리도 아니고 도심 속에서 채석장 흔적을 볼 수 있다는 게 낯설지만 재밌는 장면이라고 생각해요."

서울 종로구 창신동의 채석장 터 채석장 흔적을 보여주는 절개지
서울 종로구 창신동의 채석장 터채석장 흔적을 보여주는 절개지 ⓒ 양호승

- 콘텐츠를 볼 때, 직접 찍은 영상이 눈에 띄었어요.

"우선은 직접 가서 찍은 소스를 영상에 입혀서 콘텐츠로 내보냈을 때 신뢰도가 올라간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현장에 갔을 때 얻는 영감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 믿는 편이에요. 실제로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개봉했을 당시 영화와 관련 있는 장소인 사육신공원에 직접 가서 촬영을 했어요. 공원 안에 사육신을 모시는 사당이 있는데요, 그 모습을 보니 '이번 콘텐츠는 더 열심히, 진정성 있게 만들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콘텐츠 속에 담아낼 것과 관련된 영감 말고도 콘텐츠를 만드는 마음가짐에 대해서 새로운 영감을 얻었던 기억이 납니다."

사람 냄새 나는 콘텐츠를 고민하다

- 콘텐츠를 만들 때 지키는 또 다른 원칙이 있다면요?

"대본 같은 걸 AI로 돌려서 그대로 쓰는 것만큼은 절대 안 해요. 글은 쓴 다음에 몇 시간 뒤나 다시 봤을 때 좀 느낌이 다를 수 있잖아요. 그때 읽어보면서 이거 좀 부자연스러운데 하면 고치고 다시 써봐요."

- AI를 쓰면 더 빨리 많이 만들 수 있지 않나요?

"개인적인 취향인데 AI가 찍어내듯이 만드는 영상을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사람 냄새가 안 나는 콘텐츠에 매력을 못 느껴서요. 주제를 정할 때 조언 받을 정도로만 써요. 편집이나 대본 작성에 본격적으로 AI를 쓰면 몸은 편하겠지만 마음이 불편해요."

- 내레이션만 하다가, 최근엔 직접 출연도 하고 계시잖아요. 얼굴 공개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요?

"솔직히 부담이 그렇게 크진 않았어요. 걱정이 없었던 건 아니에요. 원래 영상에 제 얼굴이 안 나오다가 갑자기 나오면 팔로워가 '이거 뭐야' 이러면서 도망갈까 봐... 뷰티 인플루언서였으면 신경을 많이 썼을 텐데, 제 얼굴 자체가 콘텐츠는 아니잖아요. 크게 걱정은 안 했어요."

- 막상 얼굴을 공개하니 어땠나요?

"별 반응이 없어서 크게 신경 안 써도 되겠구나 하고 넘겼던 것 같아요."

- 콘텐츠를 통해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요?

"서울을 알고 보면 여러분이 생각했던 것보다는 괜찮은, 좋은 도시다! 서울 하면 흔히 '빌딩숲', '경쟁 사회' 이런 이미지가 있잖아요. 부정하는 건 아닌데, 좋지 않은 면만 비치는 것 같아서요. 알고 보면 재밌는 이야기들이 많은 동네니까 서울을 안 좋게만 바라보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제가 서울의 흥미로운 사실들을 알게 되면서 삶이 더 재미있어졌던 것처럼 보는 사람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가장 큽니다."

- 크리에이터를 하고 싶은데 망설이는 사람에게 한 마디 해주신다면요?

"요즘은 화려한 영상 기술이 아니더라도 즉석에서 찍어서 올리시는 분들도 많으시더라고요. 그렇게 해서 잘 되는 분도 많아요. 영상을 만드는 데는 진짜 정답이 없다고 생각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걸로 자신만의 색깔을 입혀서 밀고 나가시면 봐주는 사람이 요즘에는 확실히 있는 것 같아요. 진짜 많은 사람이 얘기한 내용이어서 좀 진부하게 들릴 수 있겠는데, 저는 근데 그 말이 진짜 맞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냥 하셔라'(웃음). 생각보다 안 망합니다! 생각보다 큰일 안 납니다."

"그냥 하시라"... '시작'을 위한 마음

'서울록홈즈'의 콘텐츠 서울 주요 지역 지명의 유래나 흥미로운 사실을 주로 전한다.
'서울록홈즈'의 콘텐츠서울 주요 지역 지명의 유래나 흥미로운 사실을 주로 전한다. ⓒ 양호승

"그냥 하라"는 호승씨에게 부러움을 느꼈습니다. 저에겐 적극성을 발휘하는 일이 크나큰 숙제처럼 느껴지거든요. 특히 누군가에게 부탁해야 할 때 그렇습니다.

이번 인터뷰도 호승씨가 먼저 제안해 성사되었는데요. 알고 보니 호승씨는 벌써 다른 콘텐츠 크리에이터와 이런 방식으로 협업해 왔습니다. 도전하는 노년을 기록하는 '파뿌리 협동조합', 성북구 소식을 전하는 '돌고 돌아 성북천'과도 함께 콘텐츠를 만들어왔다고 해요. 다른 사람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일이 어렵지 않은지 물었는데요. 인상적인 답이 돌아왔습니다.

"제안하는 데 돈이 드는 것도 아니니까요. 하면 좋고, 안 돼도 잃을 것 없다. 그런 마인드로 제안해 봅니다. 콘텐츠 제작이 식당 운영이랑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처음에 오픈할 때는 전단지를 돌려야 사람들이 '여기 맛있겠는데?' 하고 오게 되니까. 자영업자의 마인드로 전단지를 돌려보시기를 추천해 드립니다."

스스로에게 이름을 붙인다는 건, 어쩌면 피곤한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조직이나 직책에 기대기보다 온전히 나로서 부딪히고 만들어가야 하니까요. 그 과정에서 민망해지기도 하고, 거절에 기죽는 상황도 생길 수 있겠죠.

저는 그런 불편함을 자주 피해 왔습니다. 다른 사람이 불편해 할까, 나를 싫어하지는 않을까 걱정하며 아예 시도하지 않은 적도 많았죠. 그런데 막상 제안받는 입장이 되어보니 생각과는 달랐습니다. 함께 만들 콘텐츠가 기대됐고, 어떤 이야기를 나누게 될지 설렜습니다. 그간의 저는 미리 상상한 '최악의 상황' 때문에, 다른 가능성을 제한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요.

이번 인터뷰로 두 가지를 배웠습니다. 되고 싶은 모습이 있다면 스스로에게 이름을 붙이는 것. 이름에 걸맞은 사람이 되기 위해 먼저 움직여 새로운 가능성을 만드는 것. 제안한다고, 시작한다고, 생각보다 큰일 나지 않으니까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비사이드클럽 인스타그램 계정(@bside_seoul)에도 실립니다. 서울록홈즈 양호승씨의 콘텐츠는 인스타그램(@seoulog_holmes)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도전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고 전합니다.
#인터뷰#콘텐츠#크리에이터#서울#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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