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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 화면에 러시아어 'удача(우다차)'가 떴다. '행운'이라는 뜻이다. 그녀는 화면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옆 사람에게 내밀었다. "이거… 한국말로 뭐예요?" 더듬더듬, 그러나 분명하게 한국어였다.

▲러시아어로 '행운'을 검색하여 보여주는 이주민 여성 ⓒ 김지영
2026년 8월 19일 오전, 경기도 김포시 모담공원로 170. 김포아트빌리지 한옥마을 11동에는 신문지를 깔아놓은 긴 테이블 앞으로 예닐곱 명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중화권 문화의 재물신 '재신(财神, Cai Shen)'을 형상화한 가죽 키링을 만드는 체험 프로그램이었다. 프로그램명은 '김국주, 어울림을 부탁해'. 그런데 그 자리에 우크라이나 여성이 있었다.
그녀는 옆자리 한국인에게 화면을 내밀며 웃었다. "행운"이라는 단어를 찾고 싶었던 것이다. 자신이 완성한 키링 뒷면에 적을 한글을 몰랐던 것이다. 이 장면 하나가 이 프로그램이 무엇을 하려는지를 말해주는 것 같았다.
김포문화재단에 따르면, 김포시 인구 약 51만 명 중 외국인 주민은 3만 2천여 명으로 전체의 약 7%에 달한다. 중국 동포를 비롯해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러시아어권 국가 출신들이 제조업·서비스업 현장을 중심으로 터를 잡고 살아가고 있다.
숫자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이들이 지역 사회 안에서 실제로 '보여지는' 방식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일하는 손으로는 존재하지만, 문화적 주체로는 잘 호명되지 않는다.
이날 프로그램을 기획한 것은 김포 독립 민간 예술 단체인 나나예술작업실이다. 프로젝트 이름은 '김국주'—김포에 사는 외국인 주민을 줄인 말이다. 이번 1차 수업의 주제는 '중국 전통문화 체험'으로, 중화권 이주민이 자신의 문화를 소개하고, 국적 상관없이 모두가 그것을 함께 만들어보는 구조였다.
재신은 중화권에서 수천 년을 이어온 신이다. 빨간 옷, 금빛 장식, 그리고 언제나 웃고 있는 얼굴. 근심이 아니라 풍요를 가져오는 존재로, 집 안 곳곳에 그림으로, 인형으로, 장식품으로 두루 놓인다. 그런데 많고 많은 문화 중, 중국 이주민들은 왜 재신을 소개하고 싶었을까.
"이건 돈과 복을 가져다 주는 신이에요."
강사의 한 마디에 모두들 짧은 탄성 쏟아냈다. 한국인도, 우크라이나인도. 언어가 달라도 '돈', '복'이라는 개념만큼은 번역이 필요 없었다.

▲돈과 복을 불러온다는 재신을 만들고 있는 이주민 ⓒ 김지영
테이블 위에서 모두 자신만의 재신을 만들고 있었다. 같은 도안, 같은 재료인데도 열 개의 재신이 다 달랐다. 누군가는 금빛을 선택했고, 누군가는 붉은색 위에 또 붉은색을 덧댔다. 자기가 원하는 복의 모양이 각각 달랐던 것처럼.
수업이 끝날 무렵, 키링 뒷면에는 조금 서툰 글씨지만 한국어로 '행운'이 또렷하게 적혀 있다. 김포는 지금, 행운을 같은 말로 부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