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9일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를 예방했다.
ⓒ 국민의힘 제공
"당권 욕심이 나서 그런 게 아닌가?"
홍준표 전 대구광역시장이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를 예방한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직격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검사였던 정 원내대표와 자신의 '구원'까지 끄집어내면서, 정 원내대표가 당시의 인연을 고리로 당권 행보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심을 제기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박씨 역시 이날 정 원내대표와의 과거 인연을 직접 소환했다. 박씨는 정 원내대표가 자신의 재임 시절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을 주도했던 일을 언급하며 추켜세운 것. 정 원내대표는 박씨에게 오는 27~28일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에 참석해 당의 진로에 관해 조언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박씨가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이례적으로 전국을 돌며 국민의힘 후보 지원에 나선 데 이어 당 연찬회 참석 가능성까지 열어놓으면서 당내 영향력을 이어가는 가운데, 정점식 원내대표 역시 '올림픽공원'과 결합하는 장동혁 대표와 거리를 두며 본인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모양새이다.
홍준표 "그때의 인연 미끼로 당권 욕심?"
홍 전 시장은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점식 원내대표는 박근혜 정부 때 대검 공안부장을 하면서 내가 경남지사로 있을 때 터진 교육감 주민소환 명부 사건을 집요하게 경찰에 수사지휘해 내 측근들을 구속한 일이 있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공무원 골프 허용 파동으로 박근혜에 밉보인 나를 응징하기 위한 조치로 기억된다"라며 당시 수사를 박근혜 정부의 자신에 대한 '응징'으로 규정했다.
정 원내대표는 2015년 2월부터 2017년 6월까지 대검찰청 공안부장을 지냈다. 박종훈 당시 경남교육감 주민소환 청구 허위서명 사건 수사도 이 기간 이뤄졌다. 당시 경찰은 홍 전 시장의 측근인 박치근 전 경남FC 대표와 박재기 전 경남개발공사 사장 등을 포함해 3명을 구속하고 30명을 불구속 입건한 바 있다.
홍 전 시장은 '성완종 리스트' 사건도 꺼냈다. 그는 "그 뒤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박근혜 정부는 검찰을 시켜 또다시 나를 얽어맸으나 최순실 파동으로 박근혜 정권이 무너지면서 나는 항소심에서 무죄로 살아났다"라고 주장했다.
홍 전 시장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1억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는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2017년 2월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같은 해 12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9일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를 예방했다.
ⓒ 국민의힘 제공
홍 전 시장은 이 같은 과거사를 정 원내대표의 이날 박씨 예방과 직접 연결했다. "최근 정점식 원내대표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방문한 건 우연이 아니고 그때의 인연을 미끼로 당권 욕심이 나서 그런 게 아닌가 보여진다"라는 추측을 더한 것.
이어 박씨의 최측근인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까지 겨냥해 "유영하 의원이 추경호 낙마 후 대구시장을 하려는 욕심에서 주선한 건지도 모르지만"이라고 의심한 뒤 "언제까지 박근혜 그늘에서 보수정당이 놀아나야 하는지 참 안타깝다"라고 글을 맺었다.
홍 전 시장이 정 원내대표를 공개 저격한 것은 최근 들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3일에도 그는 정 원내대표를 향해 "소속 의원에게 멱살이나 잡히는 원내대표가 원내 장악력이라도 있느냐", "자기 주제 파악도 하지 못하고 당대표 거취 문제까지 입에 올리고 있는 것은 분수에 넘치는 월권행위"라고 비난한 바 있다.
박근혜 "심지 굳고 안보관 투철"… 정점식은 연찬회 초청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9일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를 예방했다.
ⓒ 국민의힘 제공
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대구 달성군 유가읍에 있는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 사저를 찾았다. 윤용근 원내대표 비서실장과 박씨의 최측근인 유영하 의원이 함께했다. 오전 10시 50분께 사저에 들어간 정 원내대표는 약 36분 동안 박씨와 비공개 면담을 한 뒤 취재진 앞에 섰다.
정 원내대표는 예방 이유에 대해 "지난 지방선거 과정에서 우리 당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보수가 결집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신 박 전 대통령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기 위해 예방했다"라고 설명했다. 박씨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직접 지원 유세에 나선 이유를 설명하면서 강한 위기 의식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정 원내대표는 박씨가 "'보수가 이렇게 허물어져 가는 것을 견디지 못하겠다'라는 일념 하나로, '내가 조금이라도 보태면 우리 당이 살아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지원했다'라고 말씀하셨다"라고 전했다. 박씨는 충청 지역 지원 유세를 하루 앞두고 넘어져 심한 통증을 겪었지만 강한 진통제를 복용하고 유세 일정을 소화했고, 이후 건강도 크게 나빠졌다고 한다.
박씨는 국민의힘의 '화합'도 강조했다. 정 원내대표에 따르면 박씨는 "비록 소수당이지만 힘을 합쳐 국민들에게 이 당만이 희망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면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더 많은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계속해서 당의 화합을 강조하시는 말씀을 하셨다"라고 덧붙였다.
두 사람의 박근혜 정부 시절 인연도 화제에 올랐다. 정 원내대표는 "박 전 대통령이 취임하시고 난 직후 첫 검사장 인사에서 제가 검사장으로 승진했다"라며 당시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청구 태스크포스(TF) 팀장을 맡고 헌법재판소에서 정부 측 대리인으로 활동했던 일을 박씨가 먼저 언급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전 대통령께서 그 일화를 소개해 주면서 '심지가 굉장히 굳고 안보관이 투철하다는 것을 느꼈다'라고 하면서 그 일을 회상하시면서 격려를 많이 해주셨다"라고 전했다.
정 원내대표는 한발 더 나아가 박씨를 국민의힘 공식 행사에 초청했다. 그는 "당 의원들을 대표해서 이번 달 27일부터 28일까지 개최되는 국회의원 연찬회에 대통령님께서 직접 참석해서 우리 당이 나아갈 바를 말씀해 주시면 좋겠다고 연찬회 초청 의사를 전달해드렸다"라며 "대통령께서는 검토해 보겠다는 말씀을 하셨다"라고 알렸다.
유영하 의원 역시 예방 직후 취재진에게 박씨가 "생각을 해서 답을 주겠다"라고 했다며 "아마 조만간 결정하시면 당으로 전달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유 의원은 박씨가 현 안보 상황에 대해서도 "걱정스럽다"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밝혔다.
다만 정 원내대표는 이날 현장에서 당권 문제와 맞닿아 있는 '조기 전당대회'에 대해서는 거리를 뒀다. 그는 관련 질문에 "조기 전당대회가 필요하다는 분도 있고 그렇지 않다는 분도 있다"라며 "그 문제가 지금 이 자리에서 제가 답할 성질의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즉답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