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년 만에 돌아온 무대8월 24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제61회 전국기능경기대회 개회식. 인천 개최는 2010년 제45회 대회 이후 16년 만이다. ⓒ 오성훈
송도컨벤시아 대로변은 형형색색의 응원 현수막으로 축제 분위기였다. 그러나 경기장 안쪽의 공기는 완전히 달랐다. 24일 오전, 내가 찾은 현장은 공구 반입과 시운전 점검, 그리고 이미 시작된 경기가 뒤엉켜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개회식을 여섯 시간쯤 앞둔 오전, 대회는 이미 사흘째였다. 눈코 뜰 새 없이 움직이는 인천시교육청 강기동 장학관을 붙잡고 물었다. 이번 대회를 관통하는 단 하나의 핵심이 무엇이냐고.
"모든 관계기관이 '원팀 인천'으로 안전하고 완성도 높은 대회를 준비했습니다. 특히 우리 교육청은 '직업교육'의 우수성을 널리 알릴 기회로 삼기 위해 온힘을 쏟았습니다. 16년 만에 인천에서 개최되는 기능대회를 시민들이 즐겨주시는 것 자체가 기술 강국의 주역인 선수들을 가장 크게 응원하는 길입니다."
제61회 대회는 8월 22일 막을 올려 28일까지 이어진다. 송도컨벤시아를 포함한 인천 6개 경기장에서 전국 시·도 1677명이 7개 분과 51개 직종에 출전했고, 그중 인천 선수가 101명이다. 1966년 서울에서 열린 첫 대회는 26개 직종 435명이었다. 60년 사이 직종은 두 배, 선수는 네 배 가까이 늘었다. 그러나 그 숫자를 떠받치는 힘이 예전과 같은지는 다른 문제다. 개막은 22일 토요일, 개회식은 24일 월요일이었고 직종마다 경기일이 달랐다. 개회식 전에 이미 일부 과제를 끝낸 선수도 있었고, 25일에야 첫 과제를 푸는 선수도 있었다. 내가 경기장을 돌아본 것은 그 24일과 25일이다.
제61회 전국기능경기대회 조직위원회는 인천시장이 위원장을, 인천시교육감이 고문을 맡고 있다. 고용노동부, 인천시, 인천시교육청이 주최하고 국제기능올림픽대회 한국위원회가 주관한다. 올해 3월, 주최·주관 기관과 경기장 운영 학교 관계자 40여 명이 연합 워크숍을 연 것을 시작으로 20여 차례 협의를 거쳤다. 각 기관의 역할과 준비 상황을 공유하며 유기적인 협력을 이어왔다고 한다.
카퍼레이드 맨 앞에 섰던 사람
개회식이 열린 송도컨벤시아에는 기능경기대회를 거쳐 산업 현장에서 수십 년 일해 온 '대한민국명장'들이 홍보 부스를 지키고 있었다. 1984년 전국기능경기대회 1위, 이듬해 일본에서 열린 제28회 국제기능올림픽 가구 직종 은메달. 이후 국제대회 심사위원과 전국대회 심사장으로 20여 년 후배를 길러낸 목칠공예 분야 김장회 대한민국명장에게 기능올림픽의 추억과 조언을 청했다.
"국제기능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땄을 때 저도 카퍼레이드 맨 앞에서 서울 시내를 돌았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40여 년 전, 기술은 국가가 예우하는 자리였다. 지금은 다르다.
"관심도가 떨어졌기 때문에, 지도교사들도 그만큼 보상이나 과실이 없었을 거고, 학생들도 마찬가지죠. 내가 기술을 배우면 앞으로 잘 살 수 있다는 확신을 못 찾으니까요."
그는 원인을 정책의 부재로 짚었다.
"정책이 받쳐주지 못하니 관심도는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걸 40여 년 이 길을 걸으며 느꼈습니다. 지금은 거의 바닥이라고 봅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완전히 절망하지 않았다. 유럽의 사례를 들었다.
"유럽 선진국들도 10년 20년 전에 잠깐 이 월드스킬을 놓았던 시절이 있었어요. 근데 지금은 다시 정말로 열정적으로 하고 있잖아요."
무너진 게 하루아침이 아니듯, 다시 세우는 것도 서서히 이루어질 일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가 말한 '보상과 과실'은 막연한 인상이 아니었다. 지도교사에게 주어지는 대표적 보상인 승진 가산점은 국가가 일률로 정하지 않는다. 시·도교육청의 승진가산점 평정규정에 그 항목이 들어 있느냐에 달려 있다. 어느 교육청은 전국대회 입상 학생 지도 실적을 메달 등급에 따라 가산점으로 넣고, 어느 교육청은 항목 자체가 없다. 같은 대회, 같은 지도인데 시·도 경계 하나로 평정이 갈린다. 40여 년 전 카퍼레이드의 맨 앞에 섰던 사람이 '정책의 부재'라고 말한 자리에는, 이런 종류의 공백이 있었다.
경기장의 시간
개회식장에 조명이 켜지는 동안에도 경기장의 시계는 따로 돌았다. 개회식은 이 대회의 시작이 아니라 중간이었다. 강기동 장학관의 바람처럼, 이 대회가 직업교육의 우수성을 알리는 자리가 되기를 나 역시 바란다. 다만 그 바람이 실제로 시험받는 곳은 마이크 앞이 아니라 이곳이다. 여기서부터는 어떤 말도 메달의 색깔을 대신해주지 못한다.
이번 대회의 제6경기장인 송도컨벤시아는 탁 트인 열린 경기장이다. 이 한 공간에만 폴리메카닉스부터 목공과 제과·제빵까지 20개 직종이 나란히 놓였다. 쇠 깎는 소리와 반죽 냄새가 같은 공기 안에 있었다. 칸막이 없는 통로로 관계자와 시·도 응원단이 수시로 오가는 어수선한 환경에서도, 지도교사는 선수의 손끝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선수들은 그 소음이 방음된 유리막 안에 있는 것처럼 미동 없이 과제에만 매달렸다.
같은 건물 산업용로봇 구역에서는 우리 학교 선수가 과제를 붙들고 있었다. 지도교사에게 다가갔다. 메달을 딸 수 있느냐는 질문은, 이번에도 나도 그도 꺼내지 않았다. 대신 짧은 덕담만 남겼다.
"진인사대천명입니다. 결과는 하늘의 영역입니다. 그동안 고생하셨습니다. 고된 과정을 누구보다 잘 기억합니다."
지도교사 옆에서 출전 선수들의 동작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던 본교 1학년 예비 선수에게 전국기능경기대회를 참관한 소감을 물었다.
"전국대회 출전한 선수들의 눈빛이 장난 아닌 것 같아요. 그간 고생한 것이 있으니까... 휴... 모르겠어요. '생각이 많아졌어요.' 1년간 준비해서 내년에 전국대회 출전하는 것이 맞는지 아니면 다른 진로를 생각해야 할지."
1학년이지만 이 아이도 여름방학을 실습실에서 보냈다. 그래서 선수들이 무엇을 견뎌왔는지 누구보다 잘 안다. 그리고 바로 그 이유로 망설이고 있었다.
앞선 2화에서 내가 종목이 사라지는 이유로 적었던 '지원 학생 부족'이라는 말은, 통계가 아니라 정확히 이런 얼굴들이었다. 아이의 짧은 탄식 속에는 단순한 진로 고민을 넘어선 무거운 현실이 실려 있었다.
'생각이 많아졌어요.' 아이가 마주한 불안은 개인의 역량 부족이 아니다. 여전히 메달의 색으로만 이 시간을 평가하는 잣대가 아이에게 되돌려준 흔들림이다. 어떤 선택을 하든 기꺼이 응원해주겠다는 마음을 담아 아이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주고 경기장을 나섰다.
텅 빈 통로와 좁아진 문
일반 시민 관람객을 찾아 나섰다. 간혹 단체 체험학습으로 둘러보는 중학생들이 보일 뿐, 선수와 관계자, 운영진을 제외하면 순수하게 대회를 관람하러 온 시민은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물론 평일 오전이었고, 경기장이 시내 6곳에 흩어져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그러나 체험 부스 운영자에게 물으니 '주말 말고는 대체로 이 정도'라는 답이 돌아왔다. 주최 측은 이번 대회 방문객을 1만 8000여 명으로 내다봤다. 선수와 관계자를 빼고 나면, 평일 오전의 통로에서 그 숫자를 실감하기는 어려웠다. 시민과 함께하려는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전국기능경기대회와 직업계고를 향한 사회의 관심 온도가, 그 텅 빈 통로에 그대로 적혀 있었다.
25일 오전 9시, 제1경기장인 인천기계공업고등학교에서 정덕근 교장을 만났다. 교육감 학교 방문 일정 사이에 겨우 낸 시간이었다.
"예전에는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 입상만 하면 대기업이 서로 데려가려고 했어요. 입상을 못 해도 우수한 학생들은 다 데려갔죠."
정 교장의 말에는 그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 있었다.
"지금은 그런 게 거의 없어져 버렸잖아요."
전국대회를 준비하는 노력에 비해 졸업 이후의 길은 갈수록 좁고 불확실해졌다. 정 교장은 그 이유를 채용 구조의 변화에서 찾았다.
"얘네들 눈높이는 이미 올라가 있는데, 그걸 받아줄 곳이 없어요. 지자체가 아무리 노력해도 중소기업 문 하나 뚫기가 쉽지 않은데, 결국은 대기업이 열어줘야 하는 문제입니다. 고졸 채용에 대한 정부의 획기적인 제도가 나오지 않는 이상, 저희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밖에 안 됩니다."
정 교장에 따르면, 그 좁아진 문 앞에서 전공심화동아리에 남아 기술을 더 갈고닦으려는 학생은 줄고, 공기업이나 공무원을 준비하는 학생이 늘었다. 이건 도전을 포기해서가 아니다. 가장 확실한 안전판을 찾아가는, 지극히 합리적인 선택일 뿐이다.
메달 너머의 얼굴들
인천기계공업고등학교를 뒤로하고 모바일로보틱스 경기가 열리는 제3경기장인 인천소방고등학교로 향했다. '모바일로보틱스' 직종에는 우리 학교 학생 3명이 출전했다. 하지만 이 종목은 지도교사를 따로 배정하기 어려워 자칫 존폐 위기에 처해 있다. 행정 업무를 맡은 부장교사가 임시방편으로 아이들을 관리하고 있다.
2화에서 언급했던, '이번 대회를 끝으로 일반 전공동아리로 전환되는 종목'의 이름을 밝히는 것은 이번 화가 처음이다. 바로 '모바일로보틱스'다. 당시 내가 '지도교사 확보의 어려움'이라는 건조한 여섯 글자로 적어 내려갔던 현실의 얼굴은 바로 이런 모습이었다. 경기장 한구석에 앉아 노트북을 펼쳐놓고 본교 행정 업무를 처리하면서, 틈틈이 아이들의 숨소리를 살피는 부장 교사. 지친 그의 등 너머로 세상의 눈을 감은 듯 치열하게 로봇을 조립하는 아이들의 손끝이 보였다.
같은 경기장 반대편에서는 용접 경기가 진행되고 있었다. 불꽃 앞에 선 아이들을 보다가 문득 직업계고 출신 천현우 작가가 떠올랐다. 그의 책 <쇳밥일지>를 읽으며 내가 남겼던 서평의 한 구절이 머리를 스쳤다.
'용접쟁이는 온도가 낮아 두 대상이 하나가 되지 못하게도, 온도가 너무 높아 한쪽 대상에 구멍을 내지도 않는다. 작가의 글도 그렇다. 쇳물을 먹물로 잘 옮겨와 진짜 먹물들에게 쇳물 밑에 사람을 보라고 말한다.'
전국대회 현장에서 선수를 인터뷰하는 일은 쉽지 않다. 진로가 걸린 경기 앞에서 선수들은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지도교사 역시 경기 당일에는 선수의 컨디션을 살피는 데 온 신경을 쏟는다. 나도 그랬다. 5년간 기능반을 지도하며 대회 당일의 그 공기를 겪어봤기에, 현장에서 무턱대고 마이크를 들이댈 수는 없었다.
그래서 대회 개막을 아흐레 앞둔 지난 8월 13일, 경남 거제공업고등학교 '용접' 직종 차영환 지도교사(30대)와 전화로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에 출전하는 선수에 대해 물었다.
"이 친구는 입학하자마자 용접 전공심화동아리에 들어왔어요. 3년째 용접 훈련을 붙들고 있는 셈이죠. 올해 경남지방기능경기대회에서 은메달을 따고 전국 무대에 섭니다. 긴장이 클 겁니다. 지난해에는 한 학년 선배가 지방대회 동메달로 전국대회에 나갔는데 끝내 입상하지 못했어요. 그 선배가 훈련하고 경기하는 과정을 옆에서 다 지켜본 아이니까요. 이번에는 보란 듯이 입상해야 하는데… 그동안 흘린 땀과 외로움을 생각하면 전국대회에 나온 선수 모두가 상을 받아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잖아요. 입상하지 못해도, 지방대회에서 입상해 전국대회까지 나온 선수들에게는 취업할 때 가산점이 있다면 큰 힘이 될 것 같아요."
현행 입상 특전은 상금과 산업기사 실기시험 면제, 국가대표 평가전 참여 자격에서 멈춘다. 정작 채용 현장에서 통하는 가산점은 어디에도 없다. 차 교사의 말은 있는 제도를 늘려 달라는 것이 아니라, 없는 제도를 만들어 달라는 요구였다.
차 교사에 따르면 거제공고 용접 직종 학생들은 대부분 조선소를 비롯한 현장 기술직을 목표로 한다. 수십 년 '쇳밥'을 먹은 기술자가 명문대 학식 몇 년 먹은 관리자의 눈치를 봐야 하는 세상, 그 학벌의 그림자를 나도 모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믿는다. AI가 밀려오는 시대일수록, 사람의 손끝에서만 나오는 기술은 다시 제값을 받게 될 것이다.
다시, 실패의 두께를 믿는다
이 글이 실리는 지금도 인천의 경기장에서는 경기와 채점이 이어진다. 순위는 28일 폐회식에서야 공개된다. 그러나 내가 확인하려던 것은 애초에 메달의 색깔이 아니었다. 이 대회는 본래 최고의 숙련기술인을 발굴하고 산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시작됐다. 그런데 어느새 메달과 순위가 그 본질을 집어삼켰다. 메달을 따면 성공, 못 따면 실패라는 잔인한 이분법 앞에서 이틀간 만난 교사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무거웠다. 그 무게는 정작 경기장에 선 아이들이 짊어진 것의 그림자일 뿐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자꾸 인천소방고등학교의 그 장면이 떠올랐다. 노트북을 펼쳐놓고 학교 행정 업무를 처리하며 틈틈이 아이들을 살피던 그 교사. 그도 본인이 원해서 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다만 누군가는 아이들 곁에 있어야 했고, 그 자리를 메울 사람이 그였을 뿐이다.
직업교육은 지금 또 다른 전환점 앞에 서 있다. 정답을 가장 빨리 찾아내는 능력이 더 이상 사람만의 것이 아닌 시대다. 그렇다면 이 아이들에게 정말 가르쳐야 할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완벽하게 해내는 기술이 아니라, 넘어졌을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 즉 '실패를 견디는 힘'일 것이다.
숫자는 조용히 말한다. 특성화고 학생 수는 2014년 31만 3439명에서 2025년 16만 8465명으로 약 46% 줄었다(교육부·한국교육개발원 교육기본통계, 매년 4월 1일 기준). 기준 연도는 다르지만, 2화에서 살펴본 대회 참가 선수도 10년 새 12.5% 줄었다. 학생이 반토막 나는 동안 참가자 감소가 그 정도에 머문 것은 열기가 유지됐기 때문이 아니다. 시·도별 할당 인원이 숫자를 떠받쳐 왔기 때문이다. 그 할당마저 채우지 못하는 직종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 2화에서 확인한 서울의 사정이었다.
숫자는 또 다른 방향에서도 말한다. 2025년 직업계고 졸업자 취업률은 55.2%로 최근 몇 년째 내림세이고, 진학률은 49.2%로 올랐다. 취업률은 졸업자에서 진학자와 입대자, 제외인정자를 뺀 인원을 분모로 삼은 값이다. 졸업자 5만 9661명 가운데 취업자는 1만 5296명, 진학자는 2만 9373명이었다. 취업을 목표로 세운 학교에서 진학자가 취업자의 두 배에 가깝고, 졸업자 전체를 분모로 놓으면 취업자는 네 명 중 한 명꼴이다. 아이들이 왜 취업 대신 진학을 택하는지, 이제는 우리 사회가 무겁게 물어야 할 때다.
인천의 경기장을 돌아보며 내내 떠오른 건 결국 2화에서 던졌던 그 질문이었다. 왜 아직도 누군가의 헌신이 필요한가. 그 이틀간 본 아이들의 손끝은 분명 빛났다. 그러나 그 손끝을 지켜주는 자리는, 여전히 한 사람의 어깨 위에 아슬아슬하게 놓여 있었다.
메달은 단 하루의 경기로 가려지지만, 삶은 그 이전의 수천 번 실패 속에서 단단해진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쥐여주어야 할 것은 금메달이 아니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실패의 두께'와, 그 두께를 한 사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받쳐줄 수 있는 구조다.
구조는 거창하지 않다. 지도교사 자리를 채우는 방법은 이미 여러 개 있다. 앞서 본 것처럼 시·도마다 갈린 기능지도 가산점을 되살리는 것, 기능지도 경험이 있는 퇴직 교사나 현장 숙련기술자를 산학겸임교사로 불러들이는 것. 다만 어느 쪽이든 예산이 없으면 문서로만 남는다. 승진 기피가 교직의 흐름이 된 지금이라면, 가산점 한 줄보다 사람 한 명을 살 예산이 더 정확한 해법일 수 있다.
가르칠 사람을 세워도 그 곁에 설 아이가 없으면 소용없다. '1년간 준비해서 내년에 전국대회 출전하는 것이 맞는지, 아니면 다른 진로를 생각해야 할지.' 1학년 아이가 두려워한 것은 지도교사의 부재가 아니었다. 3년을 걸었는데 아무것도 남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차영환 교사가 전화 너머로 한 말도 같은 곳을 가리켰다. 입상하지 못해도 지방대회 입상과 전국대회 출전 경력이 취업 현장에서 힘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 부담 없이 아이들을 지도할 교사와, 메달이 없어도 진로가 열리는 학생. 이 두 축이 함께 서야 '기술강국 코리아'라는 말이 구호를 넘어선다.
그런데 이 두 축을 단위 학교가 혼자 세울 수는 없다. 지도교사의 처우도 학생의 취업도 학교 담장 밖의 일이고, 대기업 채용 문이 열리지 않는 한 지자체와 학교의 노력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학교장이라는 자리는 결재란에 서명하고, 예산을 구해 오고, 거듭 고개를 숙이는 일의 연속일 뿐이다. 인천의 경기장이 우리 사회에 던진 질문은 명확하다. 아이들 곁에 설 사람을 세울 것인가, 그리고 그 아이들이 걸어갈 길을 열 것인가. 화려한 대회는 일주일이면 끝나지만, 아이들의 진짜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에 인용된 강기동 장학관, 김장회 명장, 정덕근 교장, 차영환 교사의 발언은 본인 동의를 얻어 실었다. 우리 학교 학생의 발언은 본인과 부모의 동의를 얻어 실었으며,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 거제공고 차영환 교사와의 인터뷰는 대회 개막 전인 8월 13일 전화로 진행했다. 특성화고 학생 수는 교육부·한국교육개발원 교육기본통계(매년 4월 1일 기준), 취업률은 같은 기관의 2025년 직업계고 졸업자 취업통계조사, 대회 참가 인원은 국제기능올림픽대회 한국위원회 자료를 따랐다. 대회 조직 및 운영 정보는 인천시교육청의 확인을 거쳤다. 글쓴이는 서울로봇고등학교 교장으로 재직 중이며, 본문의 '우리 학교'는 서울로봇고를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