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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9.01 13:44ㅣ최종 업데이트 26.09.01 13:44

AI가 대신할 수 없는 교육을 묻다

심성보 교수의 'AI 시대의 돌봄교육학'을 읽고


AI 시대, 교육이 끝까지 지켜야 할 것

인공지능은 학생의 수준을 살펴 맞춤형 학습을 돕고, 엄청난 정보를 빠르게 정리하며, 교사의 수업과 행정 업무까지 거들고 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교육은 더욱 효율적이고 정교해질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심성보 교수의 <AI 시대의 돌봄교육학>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가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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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누가 우리를 돌볼 것인가?"

이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돌봄을 대신할 수 있느냐는 기술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기술이 인간의 많은 능력을 빠르게 대신하는 시대에 교육이 끝까지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다. 저자는 그 답을 '돌봄'에서 찾는다.

기술이 정교해질수록 사람이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다른 사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서로의 약함과 어려움에 책임 있게 응답하는 힘은 더욱 중요해진다. 그런 점에서 돌봄교육학은 기술 발전을 거부하는 교육론이 아니다. 기술이 대신할 수 없는 인간의 자리를 지키려는 교육의 적극적인 응답이다.

돌봄은 교육의 바탕이다

이 책에서 돌봄은 따뜻한 친절이나 개인의 보살핌에 머물지 않는다. 사람의 존엄을 지키고 함께 살아가는 힘이며 시민의 권리다. 나아가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사회의 원리다.

사람은 누구나 아이였고, 아프고 늙으며, 살아가다 보면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때를 맞는다. 그러므로 돌봄은 몇몇 약한 사람에게 베푸는 특별한 도움이 아니다. 모든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삶의 기본 조건이다.

그동안 돌봄은 주로 가정과 여성에게 맡겨진 사적인 일로 여겨졌고, 학교에서도 수업 뒤에 덧붙이는 서비스쯤으로 생각하기 쉬웠다. 그러나 저자는 가르침과 배움, 돌봄을 서로 떼어 놓을 수 없다고 말한다. 학생이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하고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는 믿음을 갖지 못한다면 제대로 배우기 어렵다. 아이의 삶과 마음을 외면한 채 지식만 전하는 교육은 온전한 교육이 아니다. 좋은 교육은 지식을 가르치는 일이면서 한 사람의 삶에 책임 있게 응답하는 돌봄이기도 하다.

낯선 철학자들을 만나는 행운

이 책은 여섯 사상가의 눈으로 돌봄교육학의 철학적 바탕을 넓혀 간다. 사실 솔직히 말하면 존 듀이를 빼고는 내게 낯선 철학자들이었다. 공부가 부족한 탓인지 이름만 어렴풋이 알거나 이 책에서 처음 제대로 만난 분들도 있었다. 처음에는 낯선 철학을 따라가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책장을 넘길수록 새로운 사람을 만나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즐거움이 생겼다. 한 권의 책을 읽으며 미처 알지 못했던 사상가들을 만나고, 그들의 눈으로 교육과 돌봄을 다시 바라볼 수 있었던 것 또한 내게는 행운이었다.

존 듀이는 교육을 다른 사람들과 경험을 나누고 공동의 문제를 풀어 가는 민주적인 삶의 과정으로 본다. 넬 나딩스는 돌보는 사람과 돌봄을 받는 사람의 구체적인 만남과 응답을 중요하게 여긴다. 돌봄은 추상적인 원칙이 아니라 내 앞에 있는 한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고 그 목소리에 응답하는 데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미셸 푸코의 '자기 돌봄'은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을 지배하는 권력과 규범을 따져 보며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서 가는 과정이다. 한나 아렌트는 돌봄을 우리가 함께 살아갈 '공통의 세계'를 책임지는 정치의 행위로 넓힌다. 에마뉘엘 레비나스는 다른 사람의 얼굴 앞에서 피할 수 없는 윤리의 책임을 강조하고, 악셀 호네트는 사랑과 권리, 사회의 연대로 이어지는 상호 인정을 말한다.

출발점은 저마다 다르지만 이들은 사람을 홀로 떨어져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라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만난다. 나 역시 그들의 생각을 따라가면서 돌봄 현장에서 오래 품어 왔지만 제대로 말로 설명하지 못했던 생각들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이 말하는 돌봄은 그저 부드럽고 따뜻한 윤리가 아니다. 다른 사람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불평등한 제도를 바꾸며, 무너진 공동체를 다시 세우라고 요구하는 실천의 윤리이자 정치의 윤리다.

돌봄이 가난해지면 민주주의도 가난해진다

오늘날 돌봄의 위기는 돌봄 서비스가 부족해서만 생긴 것이 아니다. 가족과 공동체가 무너지고, 돌봄이 상품이 되고, 돌봄노동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며, 국가가 제 몫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여러 문제가 함께 얽혀 있다.

경쟁을 앞세우는 사회는 가난과 질병, 외로움마저 개인의 책임으로 돌린다. 그러나 누구도 혼자 살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외면하는 사회는 오래갈 수 없다. 돌봄이 가난해지면 관계와 공동체가 가난해지고, 끝내 민주주의까지 가난해진다.

오래전 한국에서 외국어 강사로 일하던 친한 캐나다인들과 어울릴 기회가 있었다. 그들은 6개월 일하면 두 달 여행할 수 있는 계약을 맺었다고 했다. 나는 궁금해서 물었다.

"힘들게 번 돈을 왜 여행에 거의 다 쓰나요?"

그들은 늙었을 때 기본적인 생활과 돌봄을 공공 제도가 어느 정도 받쳐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서 젊음을 먼 훗날의 불안에 대비하는 데 모두 써 버리지 않고 지금의 삶도 누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들의 계약이 캐나다 노동자 모두에게 해당하는 조건은 아니었다. 두 달의 여행도 개인의 고용계약에 따른 것이었고, 캐나다에서도 국가가 노후의 모든 삶을 책임지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그들의 말은 오랫동안 내 마음에 남았다. 중요한 것은 제도가 완벽하냐 아니냐보다 공공 제도에 대한 믿음이었다. 늙고 병들었을 때 모든 위험을 개인과 가족이 홀로 짊어져야 한다고 느끼는 사회와 국가와 공동체가 기본적인 삶을 함께 지켜 줄 것이라고 믿는 사회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오늘의 모습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돌봄사회란 모든 일을 국가가 대신해 주는 사회가 아니다. 누구도 삶의 위험을 혼자 짊어지지 않도록 국가와 지역사회, 시민이 책임을 나누는 사회다. 돌봄교육학은 바로 그러한 믿음과 연대를 학교에서부터 배우고 실천하는 교육철학이다.

교사의 희생을 넘어 함께 책임지는 돌봄으로

학교에는 학습의 어려움과 마음의 위기, 장애와 빈곤, 가정의 어려움과 관계 갈등을 안고 살아가는 학생들이 있다. 그러나 교사 한 사람의 헌신만으로 이 아이들을 충분히 돌보기는 어렵다.

교사가 수업과 생활지도, 상담, 행정, 민원, 위기 대응까지 모두 떠안는다면 돌봄은 결국 소진과 희생의 다른 이름이 되고 만다. 돌봄교육학이 교사에게 더 많이 희생하라고 요구해서는 안 되는 까닭이다.

교사와 학생 모두가 돌봄받을 수 있도록 학교와 지역사회, 복지·상담·의료기관, 지방정부와 국가가 책임을 나누는 돌봄 체계를 세워야 한다.

저자가 '학생맞춤통합지원'과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돌봄교육학의 눈으로 살핀 것도 그래서 뜻깊다. 학습과 복지, 상담과 돌봄을 함께 지원하려는 정책은 학생을 성적이나 문제 행동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한 사람의 온전한 삶으로 이해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뜻이 있다.

그러나 학생의 정보를 모으고 위험 정도를 나누는 행정 체계에 머문다면 통합지원은 자칫 관리와 감시의 기술로 바뀔 수 있다. 학생은 지원받는 대상이기에 앞서 자기 삶에 관해 말하고 결정할 권리가 있는 사람이다. 무엇이 부족한지부터 판정하기보다 그 학생이 무엇을 바라고 어떤 관계와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지를 먼저 들어야 한다.

아이들의 삶은 학교 안에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가정과 마을, 또래와 지역사회가 모두 한 아이의 성장에 영향을 준다. 그러므로 학교와 지역사회가 씨줄과 날줄처럼 이어져 교육과 복지, 상담과 의료, 문화와 돌봄을 함께 엮어야 한다. 한 아이의 존엄과 성장을 함께 책임지는 촘촘한 돌봄망이 필요한 까닭이다.

학교에서 '돌봄 시민'을 키우자

이 책이 끝내 바라보는 곳은 '돌봄사회'다. 돌봄사회는 사람이 서로 기대고 도우며 살아가는 존재임을 인정하고, 돌봄을 시민의 권리이자 공동의 책임으로 받아들이는 사회다.

돌봄받는 일이 실패나 부끄러움으로 여겨지지 않고, 돌보는 일 또한 값싼 노동이나 개인의 희생으로 취급되지 않는 사회다.

학교는 이러한 돌봄사회를 미리 살아 보고 연습하는 곳이어야 한다. 학생들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으며, 공동체의 문제를 함께 풀어 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 돌봄을 받고 다른 사람을 돌보며 부당한 제도에는 질문을 던지는 경험을 하면서 학생은 '돌봄 시민'으로 자라난다.

정의와 돌봄도 맞서는 가치가 아니다. 정의가 모든 사람의 동등한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의 원리라면, 돌봄은 저마다 다른 삶과 약함에 응답하는 관계의 실천이다. 정의 없는 돌봄은 베푸는 사람의 선의와 동정에 머물 수 있고, 돌봄 없는 정의는 차갑고 추상적인 규칙에 그칠 수 있다.

철학을 교실과 마을의 실천으로

이 책의 값어치는 돌봄을 사람 사이의 따뜻한 관계에만 가두지 않고 사회제도와 민주주의, 공공성의 문제로 넓혔다는 데 있다. 이제 남은 물음은 이 철학을 실제 수업과 생활교육, 교사교육에서 어떻게 살아 움직이게 할 것인가이다.

돌봄교육과정은 교실에서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학생들이 서로의 말을 듣고 돌보는 교실은 어떻게 만들 것인가. 학생 스스로 참여하는 돌봄 활동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교사들은 어떻게 서로 기대고 협력할 것인가. 학교와 지역사회는 어떻게 손을 잡을 것인가.

이는 이 책의 한계라기보다 저자가 교육 현장과 독자에게 건네는 다음 과제에 가깝다. 저자가 그려 놓은 철학의 지도를 들고 실제 길을 내는 일은 이제 교육자와 정책 담당자, 돌봄 실천가와 시민이 함께 맡아야 한다.

AI가 대신할 수 없는 인간다움의 교육

인공지능은 학생의 학습 자료를 분석할 수 있다. 그러나 한 학생이 오늘따라 말이 없는 까닭을 온전히 헤아릴 수 있을까.

정답을 빠르게 내놓을 수는 있다. 그러나 상처받은 아이 곁에서 말없이 기다리고, 아이가 입을 열 때까지 그 시간을 함께 견디는 일까지 대신할 수 있을까.

사람의 표정과 목소리에서 아픔을 알아차리고, 미리 헤아릴 수 없었던 요구에 책임 있게 응답하며, 한 사람의 삶을 함께 걱정하는 일은 여전히 사람에게 남겨진 몫이다. 기술은 돌봄을 도울 수 있다. 그러나 사람과 사람 사이의 책임 있는 만남 그 자체를 대신할 수는 없다.

그런 점에서 돌봄교육학은 AI 시대에 새로 하나 더 보태는 교육이론이 아니다. 오히려 교육이 처음부터 무엇을 위해 존재했는지를 되묻는 철학이다.

돌봄 현장에서 만난 소중한 안내서

나에게 심성보 교수님은 존경하는 교육학자이자 교육운동가이며, 후배들에게 든든한 본이 되어 주는 '형님' 같은 분이다. 교수님은 평생 교육운동의 현장을 지키면서도 이론 공부를 놓지 않았다. 현장을 떠난 이론에 머물지 않았고, 성찰 없는 실천에도 만족하지 않았다. 교수님의 삶은 '실천하는 이론가이자 이론을 품은 실천가'의 모습을 보여 준다.

그래서 이 책의 문장들은 책상 위에서만 만들어진 관념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오랜 공부와 교육운동의 실천, 사람과 세상에 대한 책임에서 길어 올린 살아 있는 말로 다가온다.

평생 돌봄 현장에서 아이들과 살아온 나에게도 이 책은 단순한 교육이론서가 아니다. 현장에서 느끼면서도 제대로 설명하기 어려웠던 돌봄의 뜻을 철학의 언어로 밝혀 주고, 내가 걸어온 길과 앞으로 걸어갈 길을 돌아보게 하는 소중한 안내서다.

돌봄은 한 아이의 존엄을 지키고 그 아이가 공동체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살아가도록 곁을 내주는 일이다. 아이의 말을 기다리고 말로 드러나지 않은 아픔을 알아차리며, 어려움을 그 아이 혼자만의 문제로 돌리지 않고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를 잇는 일이다. 또한 아이들이 돌봄을 받기만 하는 데 머물지 않고 서로를 돌보고 공동체를 돌보는 사람으로 자라도록 돕는 일이다.

이 책은 날마다 되풀이되는 작고 평범한 돌봄이 단순한 보조 업무가 아니라 사람의 존엄을 지키고 민주주의를 살아 있게 만드는 교육임을 일깨운다. 선한 뜻과 개인의 헌신만으로 돌봄의 문제를 풀 수 없으며, 공공의 책임과 제도의 뒷받침, 지역사회의 연대가 필요하다는 사실도 다시 확인하게 한다.

우리는 서로에게 빚진 존재다

우리는 서로에게 빚진 존재다. 누구도 혼자 태어나고 혼자 자라며 혼자 살아갈 수 없다. 한 사람의 삶에는 그를 기다려 주고, 가르쳐 주고, 보호하고, 인정해 준 수많은 사람의 시간과 마음이 스며 있다.

학교가 이 평범하지만 깊은 진리를 가르침과 배움, 돌봄으로 함께 보여 주는 곳이 될 때 AI 시대의 교육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을 수 있다.

돌봄은 약한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베푸는 호의가 아니다. 사람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 지켜야 할 공동의 약속이며 민주사회를 떠받치는 바탕이다.

<AI 시대의 돌봄교육학>은 돌봄을 교육과 사회의 한가운데로 다시 불러들이는 묵직한 실천의 선언이다. 존경하는 교수님의 오랜 공부와 실천이 이 책을 만나 더 많은 교육자와 돌봄 실천가, 시민에게 이어지기를 바란다. 학교와 지역사회 곳곳에서 서로의 약함을 품고 공동의 세계를 돌보는 새로운 실천의 씨앗이 되기를 소망한다.

나 역시 돌봄의 현장에서 아이들의 얼굴과 목소리를 더욱 깊이 마주하며 교수님께서 열어 주신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자 한다.

그리고 이 책이 우리에게 던지는 물음 앞에 다시 선다. 기술이 인간의 많은 능력을 대신하는 시대에, 우리는 서로를 돌볼 줄 아는 인간으로 살아갈 준비가 되어 있는가.

/ 교육희망네트워크 상임대표·하늘씨앗지역아동센터 대표

AI 시대의 돌봄 교육학 - 듀이, 나딩스, 푸코, 아렌트, 레비나스, 호네트의 돌봄철학

심성보 (지은이), 살림터(2026)


#돌봄교육학#지역아동센터#학생맞춤통합지원#지역사회#통합돌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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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옥성 (camlife) 내방

김옥성은 교육희망네트워크 상임대표,교육대개혁국민운동본부 공동운영위원장으로 교육개혁 운동을 함께하고 있다. 하늘씨앗교회 목사이며 행복마음연구소 대표로서 영성과 마음챙김 명상으로 개인과 공동체의 회복을 돕고 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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