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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후 커튼콜에서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는 악단광칠 멤버들 왼쪽부터 원먼동마루(가야금), 이만월(피리·생황), 전궁달(타악), 초령(보컬), 유월(보컬), 김약대(대금), 선우바라바라바라밤(타악), 김최종병기활(아쟁).
▲공연 후 커튼콜에서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는 악단광칠 멤버들왼쪽부터 원먼동마루(가야금), 이만월(피리·생황), 전궁달(타악), 초령(보컬), 유월(보컬), 김약대(대금), 선우바라바라바라밤(타악), 김최종병기활(아쟁). ⓒ 강득주

공연이 시작되자 암전이 되고, 멀리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듯한 신호음이 들린다. 무대 앞으로 내려져 있는 실크 소재의 반투명한 큰 가림막에 디지털아트 영상이 비치자 관객들의 시선이 집중된다. 그 뒤로 악단광칠 연주자들의 모습이 보인다. 보컬 '초령'과 '유월'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며 검은 실루엣과 함께 등장한다. 9월 2일 저녁 7시 30분,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 악단광칠(ADG7)의 콘서트 〈NEXT JOURNEY – 착신(着神)〉의 막이 올랐다.

악단광칠은 국악 단체 정가악회의 유닛밴드로 2015년 8월 15일 창단됐다. 그해가 광복 70주년이었던 데서 '광칠'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창단 이듬해인 2016년에는 남산 중턱과 홍대 인근 골목, 춘천마임축제 출입구 옆 등 정형화되지 않은 공간을 찾아다니며 공연을 이어갔고, 국악 공연장이 아닌 홍대 라이브클럽에서 자체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이날 공연은 2020년 정규 2집 <인생 꽃 같네>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정규 3집 <착신>의 신곡을 최초로 공개하는 자리였다. 다만 그 6년이 완전한 공백기는 아니었다. 2021년 싱글 '모여라오', 2024년 12월 싱글 '복대감', 2025년 6월 EP <매우 춰라!>까지, 악단광칠은 정규 음반 사이사이 꾸준히 신곡을 발표하며 활동을 이어왔다. 이번 콘서트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ARKO)의 2026년 우수창작공연 재공연 지원사업에 선정된 작품이다.

1집은 황해도 굿과 서도민요의 원형을 그대로 가져와 파격적으로 재해석하는 데 집중했고, 2집 <인생 꽃 같네>는 삶의 고단함을 유쾌하고 사이키델릭한 축제의 언어로 풀어냈다. 이런 궤적 위에서 보면 이번 3집 <착신>은 뚜렷한 방향 전환처럼 보인다. 신명을 절제된 미디어아트와 흑백에 가까운 색채 안으로 다시 눌러 담은 인상이다. 새 시도의 배경에는 멤버 구성의 변화가 있었다.

3인에서 2인 체제로... "팀 색깔 바꿔보려 했던 적응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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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단광칠의 보컬은 원래 3인 체제였다. 하지만 초창기부터 10년을 활동하던 보컬 '홍옥'이 2025년 2월 음악 창작자로서 성장과 재충전을 위해 탈퇴했다. 리드보컬로 악단광칠의 색깔을 밀도 있게 끌어가던 홍옥의 탈퇴에 대해, 김현수 대표는 "홍옥과 비슷한 분위기의 보컬 대역을 구해 기존의 색깔을 유지하기보다는 팀 색깔에 새롭게 변화를 주는 방향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는 "2인 체제로 할 수 있는 음악적 고민과 색깔을 바꿔보려 했던 적응의 시간들이 자연스럽게 이번 앨범의 변화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무대에 오른 여덟 멤버의 코스튬에도 변화가 있었다. 이번 공연에서 '초령'과 '유월' 두 여성 보컬의 의상에는 붉은 매듭 술 장식이 눈에 띄었다. 마치 굿에서 신성한 공간을 표시할 때 쓰는 금줄을 연상시키는 장식이었다. 팀의 색깔을 바꾸면서도 놓치지 말아야 할 코어로 김 대표가 꼽은 것은 '샤머니즘'이라는 기본 개념이었다. 다만 현대적인 감각도 함께 필요했기에, 이번 공연의 프로필 사진 속 의상과 실제 공연 의상은 분위기가 서로 달랐다고 설명했다.

곡마다 터진 박수와 환호, 눈에 띈 외국인 관객

공연은 3집 앨범의 곡 순서인 '오시려나'부터 'Lost'까지 열두 곡이 차례로 약 60분간 이어졌다. 네 번째 곡 'Chill'을 마친 뒤 대금 연주자 김약대가 처음으로 관객들에게 인사를 건넸고, 이후부터는 곡과 곡 사이 보컬 유월과 초령이 번갈아 가며 짧은 인사와 곡 설명을 곁들이며 공연을 이끌어갔다. 한 곡이 끝날 때마다 객석에서는 박수와 환호가 이어지며 호응이 뜨거웠고, 특히 앞쪽 좌석에는 외국인 관객들도 눈에 띄었다.

악단광칠의 김현수 대표는 이번 공연을 "무당이 신을 부르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리듬과 언어로 다시 부르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이 말을 듣고 보니, 이 공연 자체가 무당이 아닌 악단광칠과 관객이 하나가 되어 신을 부르는 하나의 거대한 굿판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무대가 관객에게는 '착신'을 통해 일상의 고통을 털어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랐던 것으로 보인다.

"인간이 노래하고 기계가 응답"하는 공감각적 연출

김현수 예술·음악감독은 "우리 굿에서는 삶이 무너지는 바로 그 고통의 자리가 신이 내리는 통로가 된다"며 "신은 저 높은 곳에 있는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범속한 일상과 내 옆 사람 안에 이미 존재한다"고 이번 앨범의 기획 의도를 밝힌 바 있다.

무대 연출과 미디어아트를 맡은 김경민 연출(버닝 버니즈 대표)은 이번 작업을 "음악과 기술의 유기적 결합"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인간이 노래하고 연주하면 조명과 기계, 영상은 그 소리를 수신해 빛과 이미지, 문자와 파장으로 응답하며 교감한다"며 이를 통해 "극장 전체를 거대한 악기이자 무아지경의 공간으로 만든다"고 했다.

한국보다 해외에서 더 뜨겁다

악단광칠은 이번 국내 단독 콘서트 전인 지난 7월 독일·덴마크·오스트리아·스위스·스웨덴 등 유럽 5개국 투어를 다녀왔다. 이번 공연이 끝난 뒤인 9~10월에는 영국·프랑스·스페인·스웨덴 등 유럽 4개국 투어를 다시 떠난다. 한국보다 해외에서 악단광칠의 인기가 얼마나 높은지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자, 앞으로의 행보가 더 기대되는 지점이다.

악단광칠은 2017년 정규 1집 <악단광칠>로 전주세계소리축제 수림문화상을, 2018년에는 KBS 국악대상 단체상을 받았다. 2019년 워멕스(WOMEX)와 2020년 글로벌페스트(globalFEST) 무대에 오르며 해외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후 미국 공영라디오 NPR의 '타이니 데스크'와 시애틀 라디오 KEXP에 모두 출연했으며 <뉴욕타임스>로부터 "가장 기발하고 눈부시게 매혹적인 쇼"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새로운 색깔로 진화 중인 악단광칠, 변화는 필요하다

악단광칠은 지난 10년간 1집과 2집을 통해 분명한 자기들만의 색깔과 스타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국내 팬뿐 아니라 해외 팬들에게까지 말이다. 기존의 악단광칠을 기대하고 공연장을 찾았던 필자는 사뭇 달라진 색깔의 공연 앞에서, 내가 기대했던 그들의 모습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 단지 신명 나는 굿판 같은 분위기에 방방 뛰는 라이브가 아니어서였을까? 어쩌면 그건 내가 악단광칠의 면모를 다 몰랐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10년간 해왔던 그 색깔을 그대로 유지하려 했다면, 그것은 변화 없는 안주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변화를 정면으로 받아들이고 자신들의 새로운 면모를 찾아가는 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악단광칠을 더 응원하고 싶어졌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스토리에도 실립니다.


#악단광칠#착신#김현수대표#미디어아트#김경민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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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하는 삶을 꿈꾸었으나, 문화 행정영역에서 노동자로 살고 있다. 노동 외에 타자기 연구하는 덕후이자 수집가로 한글문화와 '육아' 까지 3가지 영역에서 각각의 페르소나를 넘나들며 살고 있다. 현재 브런치 스토리에서 타자기에 대한 글을 집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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