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창신신협이 상환이 불확실한 부동산 개발사업에 30억 원을 대출했다, 회수하지 못해 28억 원가량의 손실이 발생해 부실 대출 논란이 일고 있다.
대출 심사에 활용된 사업계획서에는 사업비를 충당하지 못하는 자금 부족이 그대로 표시돼 있었고, 원리금 상환능력을 판단하는 핵심 지표인 DSCR은 산출 영역이 계산 오류(#REF!) 상태여서 값 자체가 나오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차주가 제출한 원본 엑셀파일에는 조합이 심사에 사용한 8개 시트 외에 7개의 숨김 시트가 더 존재했던 것으로 확인됐고, 이 가운데 일부 자료는 조합에 제출된 자료와 사업비와 자금조달 규모 등이 상당히 달랐다.
대출 이후 담보물(감정평가액 54억여 원)은 공매를 통해 9차례 유찰된 끝에 4억 5100만 원에 낙찰돼, 공매를 진행한 국세청 세금을 제하면 창신신협이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은 2억 원 안팎일 것으로 전망된다.
창사 이래 가장 큰 부실 대출이 발생한 창신신협 측은 부실대출 의혹과 관련해 "숨김 시트가 대출 심사를 속이기 위해 작성된 자료라고 보기는 어렵고, 사업 초기 단계에서 작성했던 자료가 사업 진행 과정에서 변경되면서 남은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또 "대출 당시에는 외부 감정평가와 사업성 보고서 등을 토대로 PF 대출이 실행되면 기존 대출을 상환할 수 있다고 판단했지만, 결과적으로 PF 조달이 불발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해명했다.
자본금 1억 원 SPC에 30억 원…제출 자료에는 210억 원 자금 부족
김해테크노밸리 제일차㈜는 경남 김해시 진례면 GTV21 복합타운 개발사업을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충북인뉴스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이 회사의 자본금은 1억 원이다. 모체법인인 상상과일나라㈜ 역시 3년 연속 적자에 매출액 0원, 자본잠식 상태였다는 게 최초로 문제를 제기한 창신신협 상임감사 측 설명이다.
창신신협은 2022년 8월 23일 이 사업에 30억 원을 대출했다. 다른 금융기관 대출을 합친 컨소시엄 전체 대출 규모는 108억 원이었다.
사업계획서상 총사업비는 1242억 7100만 원이었으며, 대출금은 향후 900억 원 규모의 부동산 PF를 조달해 상환하는 구조였다.
문제는 대출 당시 제출된 자금조달계획이다.
차주가 조합에 제출한 수지분석표에는 PF 대출 900억 원과 자기자본 126억 2000만 원 등 총 1026억 2000만 원을 조달하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지출 총액은 1236억 2900만 원으로 계산돼 있었다.
수지분석표 맨 아래에는 '자금과부족 △210억 945만 원'이 표시돼 있었고 사업비 확보율도 83.0%로 나타났다.
상임감사 측은 이 자료가 별도의 내부자료가 아니라 조합이 실제 대출 심사에 사용한 제출본 자체에 표시돼 있었다고 주장한다.
대출 심사 과정에서 이 같은 수치를 제대로 검토했다면 사업에 210억 원 이상의 추가 자금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도 30억 원을 대출해 준 셈이다.
이에 대해 창신신협 측은 대출 실행 당시 감정평가법인이 작성한 사업성 보고서와 수지분석자료, 담보물에 대한 감정평가금액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했다고 밝혔다.
또 PF를 일으키면 그 자금으로 신협 대출을 상환할 수 있다고 판단했으며, 애초 해당 사업을 알게 된 것도 코리아에셋투자증권의 부동산 투자 안내를 통해서였다고 설명했다. 브로커 등 불법적 방법이나 부실 가능성을 알고도 대출을 실행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숨김 시트에는 다른 사업비…"차주가 대출 규모 키우려 했나" 의혹
상임감사실은 차주가 제출한 원본 엑셀파일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조합이 심사에 사용한 8개 시트 외에 7개의 숨김 시트가 존재했다고 밝혔다.
은닉 방식도 단순한 시트 숨김에 그치지 않았다는 게 상임감사의 설명이다.
분양보증수수료 등 확정비용 4개 항목은 행 자체가 숨김 처리됐고, 설계 파일에서는 실제 용적률 559%가 흰 글꼴로 감춰져 있었다. 마우스 조작으로는 풀리지 않고 프로그램(VBA)으로만 설정할 수 있는 '매우 숨김(Very Hidden)' 시트도 확인됐다.
그중 '2.수지분석(2)'라는 숨김 시트에는 조합 제출본과 상당히 다른 숫자가 기재돼 있었다.
매출액은 1444억 9900만 원으로 같았지만 PF 조달액은 제출본의 900억 원에서 630억 원으로, 자기자본은 126억 2000만 원에서 41억 5000만 원으로 달랐다.
사유지 매입비는 200억 원에서 100억 1400만 원으로, 직접공사비는 744억 700만 원에서 540억2000만 원으로 차이가 났다.
이에 따라 총사업비도 제출본 1242억 7100만 원과 숨김 시트 967억 200만 원으로 275억 6900만 원의 차이가 났다.
사업수익률 역시 조합 제출 자료에서는 14.0%였지만 숨김 시트에서는 33.1%로 나타났다.
상임감사실은 총사업비 차이 275억 6900만 원과 PF 조달액 차이 270억 원이 거의 일치한다는 점을 들어 사업비를 부풀려 대출 규모를 키우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 다른 숨김 시트인 '기타'에는 중도금대출이자 69억 2000만 원을 총사업비에서 '100% 제외'했다는 기재도 남아 있었다.
상임감사실은 이 비용이 단순한 실수로 빠진 것이 아니라 제외 사실이 문서에 명시돼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반면 창신신협 측은 숨김 시트가 차주가 신협을 속이기 위해 작성한 자료라고 판단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창신신협 관계자는 "숨김 시트는 사업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작성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며 "해당 시트에는 건축단가가 평당 300만 원대로 기재돼 있는데 실제 건축비와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 진행이 지연되면서 변경된 사항들을 지운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숨김 시트가 존재하고 제출 자료와 상당한 차이가 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곧바로 대출을 받기 위해 사업비를 조작하거나 은닉한 자료라고 단정할 수 있는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감정가 54억 9404만 원 담보, 공매서 4억 5100만 원
담보가치 역시 이번 대출의 핵심 쟁점이다.
대출 당시 감정평가법인이 산정한 담보 감정가는 54억 9404만 7500원이었다.
하지만 해당 담보물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공매에서 9차례 유찰됐고 지난 6월 18일 4억 5100만 원에 낙찰됐다.
감정가의 약 8.2% 수준이다.
상임감사는 감정평가 과정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PF 사업지에 적용해야 할 수익환원법이 빠진 채 거래사례비교법만 적용됐고, 같은 담보의 감정가는 2020년 32억 8000만 원에서 2022년 54억 9400만 원으로 2년 만에 67.5% 올랐다.
공시지가 23억 5700만 원의 2.3배였고, 3년간 착공하지 않은 맨땅에 개발프리미엄 2.0배가 반영됐다는 게 상임감사실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창신신협 측은 "감정평가는 내부적으로 한 게 아니다. 외부 감정평가법인을 통해 책정된 금액"이라며 "이미 242개 업체가 입주한 산업단지 내 유일하게 남아 있는 상업지역"이라고 설명했다.
창신신협과 서원신협은 총 3000평 규모의 토지를 3필지로 나눈 뒤 그중 한 필지인 962평을 담보로 잡았다.
사업이 무산된 뒤 3필지가 분리되면서 이 가운데 한 필지는 여러 차례 유찰 끝에 약 9억 원, 평당 47만 원가량에 낙찰됐고, 다른 한 필지는 6차례 유찰된 뒤 경매가 중단된 것으로 창신신협 측은 설명했다.
창신신협 관계자는 "전체 토지를 매입해야 사업을 하는 데 유리한 구조였는데 한 필지만 가지고서는 사업적인 매력이 떨어진다"며 "그 때문에 낙찰가가 낮아진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공매 낙찰가가 감정가보다 크게 낮다는 사실만으로 대출 당시 담보가치 자체가 잘못 평가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무리한 대출" 지적에 창신신협 "신협의 현실도 봐야"
이번 대출은 창신신협 규모를 고려할 때 적지 않은 금액이다. 특히 대출이 부실화하면서 약 28억 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되면서 조합의 건전성에도 부담이 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창신신협 측은 신협과 시중은행의 영업 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창신신협 관계자는 "신협의 특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1금융권과 달리 여신 금리도 높아 우량하고 안전한 대출만 골라서 하면 수익을 발생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론 큰 타격이고 예금주와 조합원에게 죄송한 일이지만 신협의 현실이 그렇다"고 밝혔다.
그러나 신협의 영업 현실과 개별 대출의 심사 적정성은 별개의 문제다.
특히 이번 대출은 창신신협이 취급한 대출 가운데서도 가장 큰 규모에 해당하고, 조합 설립 이후 발생한 사고 가운데서도 가장 큰 손실 규모로 파악된다.
그렇다면 오히려 규모가 큰 대출일수록 더욱 면밀한 심사가 필요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사업비 조달계획에 210억 원이 넘는 자금 부족이 표시돼 있었고, DSCR 산출 영역은 계산 오류 상태였으며, 제출본과 다른 수치를 담은 숨김 시트까지 발견됐다.
거액의 대출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사업비가 실제로 충당될 수 있는지, PF 조달이 실패할 경우 대출금을 회수할 수 있는지, 담보가 실제로 얼마에 환가될 수 있는지 등을 치밀하게 따져봤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창신신협의 규모에서 30억 원은 단순한 한 건의 대출로 치부하기 어려운 규모다.
신협의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조합원과 예금자의 돈을 운용하는 금융기관으로서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범위와 심사 과정에서 지켜야 할 기준은 구분돼야 한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단순히 대출이 부실화됐다는 데 있지 않다. 부실이 발생하기 전 대출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검증과 심사가 이뤄졌는지가 핵심이다.
창신신협의 해명처럼 PF 불발이라는 예상하지 못한 변수 때문에 대출이 부실화된 것이라면 그 판단 과정과 근거가 무엇이었는지를 조합원들에게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