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미애 경기도지사. ⓒ 경기도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분리하는 형사사법체계 개편을 앞두고 정부가 마련한 공소청 조직·인력안에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검찰 수사권을 분리해 공소청으로 전환하면서도 검사 정원을 사실상 그대로 유지하고 경찰의 불송치 사건을 점검하는 조직까지 신설하는 것은 자칫 검찰개혁의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추미애 지사는 7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역사 의식도 염치도 소명도 미래 비전도 없는 검찰과 법무부를 보면서'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무소불위한 검찰로부터 수사권을 분리하고자 함에도 자꾸 뒤돌아보며 제대로 준비하지 않음으로써 개혁의지에 의심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칫 72년 만에 제자리로 돌려놓는 검찰개혁이 후퇴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했다.
추 지사가 문제 삼은 것은 지난 4일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공소청과 그 소속기관 직제' 제정안과 '검사정원법 시행령' 개정안이다. 법무부안에 따르면, 오는 10월 2일 출범하는 공소청은 검사 2,292명, 일반직 6,120명 등 모두 8,412명 규모다. 전체 검찰 조직의 정원은 줄지만 검사 정원은 그대로 유지되는 구조다.
"검사 2,292명 그대로? 수사권 폐지 취지와 맞나"
추미애 지사는 무엇보다 검사 정원을 유지할 합리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사권한과 기능이 폐지된 만큼 검사의 수도 대폭 축소되어야 마땅하다"며 "공소청의 정원과 조직은 공소유지라는 본연의 기능에 실제로 필요한 업무량을 과학적으로 산출한 뒤 그 근거에 따라 역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법무부의 설명과 정면으로 맞선다. 법무부는 검사 정원이 2014년 이후 동결된 데다 공소유지와 공판 업무가 늘어 현재 인력으로는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법무부는 공소유지 업무를 위해 검사 증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추미애 지사는 그러나 검찰이 과거 수사권을 행사하면서 보여준 조직 운영 방식 자체를 문제 삼았다. 그는 대장동 사건 등을 예로 들며 대규모 수사인력이 투입됐던 점을 언급하면서 "만약 수사인력이나 공판인력이 부족했다면 그랬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김민웅 촛불행동 상임대표, 권오혁·구본기 촛불행동 공동대표,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 등이 7월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의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와 검찰개혁 완수를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사법통제부'가 수사권 부활 통로 될까"
추미애 지사의 또 다른 비판 대상은 지방공소청에 신설되는 '사법통제부'다.
법무부는 경찰이 불송치한 사건의 적법성과 적절성을 점검하기 위해 별도의 조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검사의 수사개시권과 보완수사권이 폐지되는 상황에서 경찰 수사에 대한 사법적 통제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하지만 추미애 지사는 이를 "경찰의 사건 암장을 막기 위해 경찰 불송치 사건을 점검하는 '사법통제부'를 신설한다고 한다"고 지적한 뒤, "검찰이 저지른 사법 부정의를 바로잡기 위해 수사권을 내려놓으면서 스스로가 사법을 통제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추 지사는 '사법통제부'라는 명칭부터 문제 삼았다. "'불송치사건 점검부'라고 하면 딱 어울리는데 이를 '사법통제부'라고 내세우면 안 되는 것"이라며, 해당 조직이 향후 검찰의 수사 기능을 되살리는 통로가 될 가능성을 경계했다.
"남은 검찰 인력, 중수청·법무부 등으로 재배치해야"
검찰 수사관 등 일반직 인력에 대해서도 추미애 지사는 대폭적인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숙련된 수사인력은 중대범죄수사청으로 배치하고, 공소청에는 수사기록 검토와 증거 분석, 공소유지를 위한 증거 정리, 법정 증거 제출 준비 등 공소유지에 필요한 지원인력을 중심으로 배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추미애 지사는 증거분석관·사건분석관 등으로 직무를 개편하고도 남는 인력은 법무부와 범죄예방, 교정, 디지털포렌식, 국제공조 등의 분야로 분산 배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별사법경찰관 수사를 지도·조언하는 별도 부서를 만드는 것에도 반대했다. 건설·노동·보건·환경 등 분야별 전문 공소관을 공소청에 두면 충분하며, 특사경 수사를 검찰이 지도하는 구조가 다시 만들어져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추미애 경기도지사. ⓒ 경기도
"이름만 바꾼 공소청 아닌 '검찰개혁' 완성해야"
추미애 지사의 문제 제기는 단순한 조직 개편안에 대한 비판을 넘어, 자신이 법무부 장관 시절부터 강조해 온 '수사와 기소의 분리'라는 검찰개혁 원칙을 공소청 설계에서도 관철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볼 수 있다.
검찰의 수사권을 떼어내는 법적 개편이 이뤄졌더라도 조직과 인력, 업무 배분 과정에서 과거 검찰의 수사 기능이 사실상 되살아난다면 수사·기소 분리의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는 게 추 지사의 문제의식이다.
추미애 지사는 글의 말미에서 "공소청 출범은 조직의 존속과 규모를 먼저 정해놓고 그에 맞춰 인원을 채워 넣는 주먹구구식 설계여서는 안 된다"며 "이름만 바꾼 공소청이 아니라, 검찰개혁의 원칙에 부합하는 제대로 된 공소기관으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72년 만에 검찰을 바로잡을 절호의 기회"라며 "입법예고 마감을 앞둔 지금, 정부가 국민께 제대로 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소청 출범을 앞두고 조직과 인력을 둘러싼 논쟁이 본격화한 가운데 추미애 지사의 문제 제기는 검찰개혁의 초점을 '수사권을 법적으로 분리했느냐'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수사권을 내려놓은 검찰을 실제로 어떻게 재설계할 것이냐'로 옮겨놓고 있다.
결국 쟁점은 공소청의 이름이나 조직도가 아니다. 수사권을 내려놓은 검찰이 과거와 같은 규모와 영향력을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공소유지라는 새로운 역할에 맞게 조직과 인력까지 근본적으로 바꿀 것인지다. 추미애 지사가 현직 법무부 장관이 아닌 경기도지사의 위치에서도 다시 '검찰개혁'을 꺼내 든 이유도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