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불법 촬영물 피해자 개인정보를 협업 연구기관에 무단으로 넘겨 일반에 공개된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과거에도 비슷한 유형의 사건이 동일 연구기관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8일 <한겨레>는 "미국의 'ㄹ'이란 프로젝트 사이트에 불법 촬영물 피해자들의 삭제 요청이 원문 그대로 게시됐다"면서 "피해자 이름, 나이, 직장, 학교, 휴대전화 번호는 물론,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다'거나 '제발 살려달라'는 간절한 호소까지 비식별화 처리 없이 올라와 있었다"고 보도했다.
또한 <한겨레>는 "피해자를 대리해 성평등부와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가 보낸 공적 삭제 요청도 줄줄이 박제돼 있었다"면서 "해당 내용을 지난달 25일 관련 정부 부처에 알려 대응을 요청했고, 이들 부처가 나선 결과 13일 만에 피해자 신상 게시물이 대거 삭제됐다"고 전했다.
성평등가족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원민경 장관 주재로 지난 5일 구글코리아 부사장 등이 참석하는 대면회의를 개최하여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피해 규모 파악 및 조치 상황 등에 대한 구글의 책임 있는 소명과 지속 가능한 재발방지 방안을 마련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구글 측은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엔 "사안의 중대성을 인지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성평등가족부에는 "ㄹ 사이트에 삭제 정보를 제공할 때 사람이 (검증차) 확인하는데 이번 사안은 사람의 실수로 보인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 고객센터 커뮤니티에 올라왔던 이 글들

▲2020년 8월 22일 '구글 고객센터 커뮤니티'에 한 피해자가 올린 '연구기관에 공개된 신고서에서 이름을 삭제하고 싶다' 제목의 글. 하단에 131명이 비슷한 문제의식을 표시한 것으로 나타난다. ⓒ support.google.com
하지만 이같은 구글의 입장이 사실에 부합하는지는 의문이다. 과거에도 비슷한 유형의 사건이 발생한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2020년 8월 22일 '구글 고객센터 커뮤니티'에 한 피해자가 올린 '연구기관에 공개된 신고서에서 이름을 삭제하고 싶다' 제목의 글이 그 예다.
해당 피해자는 "리벤지 포르노 이미지를 삭제해달라는 요청을 구글이 받아들였는데, 해당 연구기관 신고서에 자신의 실명이 그대로 들어있고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됐다"며 이렇게 적었다.
"This is not really a good outcome for the victim. (이는 결코 피해자에게 좋은 결과라고 할 수 없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삭제 요청을 했는데, 그 때문에 오히려 실명과 피해 사실이 공개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강한 문제의식이 담겨 있다. 구글 측은 해당 요청에 대해 비식별 처리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4월에는 스스로를 '리벤지 포르노 피해자'라고 밝힌 이가 같은 커뮤니티에 "삭제 요청을 제출하면 자신의 이름이 해당 연구기관 프로젝트를 통해 공개된다"면서 구글 측에 "해당 연구기관에 요청서를 보내기 전에 자신의 이름을 가려주는 것이 가능하냐"고 문의했다.
같은 해 8월 26일, 자신의 동의 없이 성인 사이트 모델 영상이 게시돼 구글 측에 삭제 요청을 했다고 밝힌 또 다른 피해자는 "해당 연구기관 신고서에 공개된 실명이 해당 웹사이트와 연결돼 있고, 이로 인해 심한 우울증을 겪고 있고 약도 복용하고 있다"고 실명 삭제 요청을 했다.
"나에게도 그런 일 있었다"

▲2023년 3월 8일 서울 역삼역 인근에서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온라인 성폭력 생존자 보호를 촉구하며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가 개최한 '구글: 미션 실패' 플래시몹이 열리고 있다. ⓒ 연합뉴스
구글 측이 이같은 문제를 오래 전부터 인지하고 있었을 정황은 다른 경로로도 확인된다.
2022년 4월 레딧(Reddit) 저작권 커뮤니티에는 "나의 실제 정보가 해당 연구기관 등록 신고서에 나타난다"며 "해당 연구기관에 이메일을 보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고 호소하는 글이 올라왔다.
2023년 6월에는 한 불법 복제 대응 커뮤니티에 "실명을 쓰면 해당 연구기관 데이터베이스에 나타난다"고 우려하는 글이 올라오자, 다른 이가 "나에게도 그런 일이 있었다"며 "해당 연구기관에 삭제를 요청해줬고 수정해줬다"고 답한 경우도 있었다.
해당 연구기관 제공 정보를 통해 실명이 공개되는 상황에 대한 이같은 우려는 레딧을 통해 2025년 10월과 2026년 4월에도 각각 제기됐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연구기관 연구진은 2022년 미국 연방거래위원회에 보낸 서한을 통해 "비동의 성적 이미지의 경우 구글이 삭제 정보를 자사와 공유하지 않는다"면서도 "피해자들이 다른 경로로 삭제 요청을 하면 자사에도 공유되고는 한다"고 인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한겨레> 보도로 알려진 피해자, 즉 해당 연구기관 프로젝트 사이트에 무단 공개된 피해 건수는 47건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