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훈 진보당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미국의 호르무즈해협 군사적 기여 압박을 규탄하며 이재명 대통령에게 한국군 파병 검토 중단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유성호
"기억해야 할 건 '광장의 요구'다. 파병은 이를 파괴하는 일이 될 것이다. 당시 시민들이 말한 '빛의 혁명'은 12.3 불법 비상계엄을 막아내자는 이야기이자 한국 사회를 어떻게 좀 더 나은 사회로 만들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했다."
미국이 연일 한국을 향해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압박하는 가운데 10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파병 반대 1인시위를 벌인 김종훈 진보당 대표는 <오마이뉴스>에 "빛의 혁명으로 탄생한 정부, 이재명 대통령은 파병을 단호히 거부하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 대표는 이란전을 "명분 없는 전쟁", "잘못된 전쟁", "침략 전쟁"으로 규정하며 "한국이 파병을 결정하는 건 자주적인 나라로서의 결정이 아닌, 미국의 압력에 의한 굴종적 선택으로밖에 읽힐 수 없다"고 봤다.
일각에서 한미동맹, 대미관계 등을 이유로 '파병 시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 나오는 데 대해선 "전쟁의 참화 속으로 동맹국을 끌어들이는 것은 동맹이 아니라 상호 존중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관계를 위한 파병은 국익에도 도움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진보당은 지난 7일부터 호르무즈 파병 반대 전국행동을 진행했다. 현재까지 158개 지역에서 1인 시위와 정당 연설회를 진행했다. 이날 김 대표의 청와대 앞 1인 시위에 이어 11일에는 전종덕·정혜경·손솔 의원이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간다. 아래는 청와대 앞에서 진행한 인터뷰 일문일답.
"비전투 전력도 안돼... 하나 내어주면 두 개 달라고 할 것"
- 청와대 앞 1인 시위에 나선 이유는?
"파병이 현실화할 수 있는 긴박한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오늘(10일) 이 대통령이 프랑스 순방을 마치고 귀국했는데, 프랑스 방문 때 파병 관련 논의가 일부 있었다는 얘기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통령에게 진보당의 입장을 전하는 것을 넘어 국민의 생각을 전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는 이란에서의 소식을 보며 참 가슴이 아팠다. 제게 손주가 둘 있다. 미사일이 이란 초등학교를 타격해 180명 가까운 아이들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었다더라. 신발·책가방이 뒹구는 사진을 보면서 '대체 누가 그 사람들을 죽일 수 있는 권한을 준 건가' '이를 막지 않으면 그다음엔 또 누가 희생될 건가' 하는 생각에 분노했다.
대의가 있으면,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사람을 죽여도 되나. 그렇지 않잖나. 미국이 그렇게 (무고한 이란 국민을 살상한 데 대해) 우리는 깊게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 국민의 마음도 저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 국민 다수가 호르무즈 해협 파병에 반대한다고 보나.
"그렇다고 여긴다. 어제도 601개의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파병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렇게 많이 모인 경우는 없었던 것 같다. 국민 대부분도 '명백하게 명분 없는 침략전쟁'으로 규정하는 것 같다. 세계 곳곳의 나라들이 이란전에 참전하지 않는 이유도 이와 같다고 본다. '미일동맹'을 주장하던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조차 참여 않고 있다.
그런데 왜 한국이 잘못된 전쟁의 한복판에 뛰어들어야 하나. 참전할 경우 참전 군인과 국민의 생명·안전에 대한 문제도 있지만, 전쟁이 확산할 우려도 있다. 이번 전쟁은 이미 이란과 미국뿐 아니라 중동 전체로 확장하고 있다."
- 군수지원함이나 폭발물처리반(EOD), 해상초계기 등 이른바 '비전투 전력'도 파병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인가.
"이미 이란은 외무부 대변인을 통해 '페르시아만과 호르무즈 해협에 군사력을 주둔시키거나 군사 작전에 참여하는 국가는 침략 가해자를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것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전쟁엔 전투병뿐만 아니라 보급병·정찰병 등 다양한 형태의 참전이 이뤄진다. '비전투 전력'이라는 것 역시 전쟁 참여로 간주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또 미국의 행태를 보면, 여러 가지 압력을 넣고 있다. (한국이 비전투 전력을 지원하면) 미국이 한국을 단순히 후방에서 지원하는 정도로 놔둘까? 가면 갈수록 더 많은 요구를 할 것이다.
또 우리 군이 폭격 등 위협을 받으면 그에 대항할 수밖에 없어진다. 결국 미국 주도의 연합군에 합류하게 될 것이고 직접적 전쟁 참여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니 애초부터 참여치 않는 게 맞다."
- 일각에선 비전투 전력 파병시 우리 정부가 군사적 부담을 줄이면서도 한국 선박의 안전 보장, 대미 관세율 15% 확정 등을 요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파병 결정이) 국익이 된다고 해서 이란 국민을 죽여도 되나? 그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식 생각 아닌가? 우리가 대미관계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지난해 9월 한미관세협상 당시 미국은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단속으로 한국인 317명을 구금했다. 이 과정에서 수갑과 족쇄가 사용되기도 했다. 한국이 파병하더라도 관세 문제를 잘 해결해 줄 것으로 보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는 '하나를 내어주면 두 개를 달라'는 식이다. 전세계의 동맹에 대한 수탈·약탈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결국 파병은 우리가 얻는 것보다 잃는 게 훨씬 더 많을 것이다."
- 우리 정부는 과거 이라크전·걸프전 등에 파병했었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고 보나.
"노무현 전 대통령은 회고록 <성공과 좌절>에서 '이라크 파병 문제는, 당시에도 그랬고 지금 생각해 봐도 역사의 기록에는 잘못된 선택으로 남을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을 맡은 사람으로서는 회피할 수 없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라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 스스로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인정한 것이다.
파병 문제에서 출구 전략이 있는지도 봐야 한다. 2004년 이라크에 파병된 자이툰부대의 경우, 당시 정부는 '1년 한시 주둔'을 공언했지만 파병 연장만 네 번 거듭하며 4년 3개월간 발이 묶였다. 이 전쟁도 비슷한 양상으로 갈 수 있다. 하루아침에 전쟁이 끝날 상황으로 보지 않는다.
1962년 수교 이래 양국이 외교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런데 왜 우리가 이란을 적대국으로 만들어야 하나. 에너지 수급 문제 등을 해결하려면 (이란과의) 외교적 관계를 강화하는 편이 맞는 것 아닌가?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파병으로 해결될 게 아니다."
"이 대통령, 국민 믿고 당당히 파병 말라"
▲김종훈 "이재명 대통령, 국민 믿고 당당히 파병하지 않는 결정 해주길"
유성호
- 더불어민주당은 파병에 대한 당론을 정하는 대신 내부 입단속에 나선 모양새다. 국민의힘도 상황을 지켜보며 신중론을 편다. 그와 달리 진보당이 적극 행동에 나서는 이유는?
"기억해야 할 건 '광장의 요구'다. 파병은 광장의 정신을 파괴하는 일이 될 것이다. 시민들이 말한 '빛의 혁명'은 12.3 불법 비상계엄을 막아야 한다는 이야기이기도 했지만, 그것을 넘어 한국 사회를 어떻게 좀 더 나은 사회로 만들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번 전쟁은 명분 없는 전쟁, 잘못된 전쟁, 침략 전쟁이다. 이런 가운데 파병을 하는 건 자주적인 나라로서의 결정으로 볼 수 없고, 미국의 압력에 의한 굴종적인 파병으로 읽힐 수밖에 없다. 전쟁의 참화 속으로 동맹국을 끌어들이는 것은 동맹이 아니다. 상호 존중이 없는 것이다. 그런 관계를 위한 파병은 국익에도 도움 되지 않는다."
- 파병동의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될 경우, 국회 국방위원회와 본회의를 거쳐야 한다. 진보당의 대응 계획은.
"진보당은 이미 지난 7일부터 행동전에 들어갔다. 원내외를 떠나 전국 158개 지역에서 파병 반대 1인 시위 등의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오는 12일 오후 4시엔 서울 종로 르메이에르 앞에서 파병 반대 시민 대행진이 열린다. 진보당 지도부는 해당 행사에 참여할 계획이다. 진보당은 시민·사회와 국민의 여론을 한데 모아 청와대와 국회에 전달하겠다. 파병이 이뤄지지 않게 결사 저지하겠다.
또한 진보당은 이미 지난 3월 국회에서도 다른 당 의원들과 함께 '전쟁 및 파병 반대 결의안'을 제출한 바 있다. 이를 확대하기 위해 현재 진보당 의원들이 민주당 등 다른 당 의원들을 접촉하고 있다. 국회 안팎에서 최대한 설득을 이어가겠다. 파병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오더라도 동의가 이뤄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 전날(9일) 이재명 대통령은 '프랑스와의 공조'를 언급했다.
"공조 역시 침략전쟁 파병이다. 미국과 함께 가면 파병이고, 프랑스와 함께 가면 파병이 아닌가? 프랑스와 손잡고 가면 이란이 한국군은 공격 대상에서 빼준다고 하나? 어떤 방식으로든 참전은 안 된다. 항행 자유와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오히려 외교에 집중하는 게 맞다."
- 트럼프 대통령은 파병 시한을 중간선거가 있는 11월로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연일 압력을 가하는 이유가 그 부분과 맞물리는 것 같다. 최근 미국 국민 상당수(69%)가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전 대응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고 한다(8월 20일~9월 1일 NBC 뉴스 조사). 그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은 당장 11월 3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다. 당장의 출구 전략도 전쟁의 명분도 제대로 찾지 못 하잖나.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에 속아서 이란과의 전쟁을 지지하게 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만약 속았다면 본인이 잘못했다고 말하고 해결하고 빠지면 되는데, 왜 다른 나라의 전쟁 참여를 강요·억압하나. 앞으로 두 달 동안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는 계속 억압받을 것이다."
- 이 대통령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재명 대통령은 달라야 한다. 광장에서의 빛의 혁명으로 탄생한 정부의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저는 이 대통령이 성공하기를 가장 바라는 사람 중에 하나다. 그는 국민의 대통령으로서 국민을 위하고, 국가를 위한 가장 중심에 서 있어야 할 분이다.
혹시라도 이 대통령이 '남들(다른 국가)이 했기 때문에' '이라크전 때는 파병이 가능했는데 왜 지금은 파병이 안 되느냐'는 식의 얘기를 해선 안 된다. 나라가 좀 더 자주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이 대통령도 이번 사안을 해결하길 바란다. 그렇다면 저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이 대통령을 응원할 것이다. 대통령이 국민을 믿고 당당히 파병하지 않는 결정을 하면 좋겠다."

▲김종훈 진보당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미국의 호르무즈해협 군사적 기여 압박을 규탄하며 이재명 대통령에게 한국군 파병 검토 중단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유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