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1일 통일연구원 정책토론회 축사에서 불안정한 한반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것이 이재명 정부의 국가전략 목표라며 이를 실현할 수 있는 “30년 만의 적기”가 찾아왔다고 강조했다. ⓒ 통일부 제공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불안정한 한반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것이 이재명 정부의 국가전략 목표라며 이를 실현할 수 있는 "30년 만의 적기"가 찾아왔다고 밝혔다. 특히 이달 열리는 유엔총회를 계기로 한반도 평화 문제가 국제사회의 주요 의제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가 북미대화와 평화체제 논의를 적극적으로 견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11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통일연구원 정책토론회 '전환기의 한반도: 통일인가 평화인가' 축사에서 "한반도에 사는 사람들의 생명과 일상을 지키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가치는 없다"며 평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접경지역 주민들이 밤잠을 설치지 않고 청년들이 전쟁을 걱정하지 않으며 이산가족이 살아생전 혈육을 만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라는 것이다.
정 장관은 이 같은 관점에서 과거 노태우 정부의 북방정책을 높이 평가했다. 1988년 7.7 선언이 북한을 고립시키고 체제경쟁에서 승리하려 했던 기존 정책에서 벗어나 북한의 대외관계 개선이 한반도 평화와 안전에 도움이 된다는 방향으로 정책을 180도 전환한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었다는 것이다.
다만 정 장관은 북방정책이 "50%는 이루었지만" 나머지 절반은 완성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한국이 소련, 중국과 수교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북한과 미국, 북한과 일본의 수교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정 장관은 "30여 년이 지난 이재명 정부의 국가적 책무, 국가전략 목표, 정책 목표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이 올해 3.1절 기념사와 광복절 경축사 등을 통해 여러 차례 불안정한 정전체제를 항구적인 평화체제로 전환하겠다는 뜻을 밝힌 사실을 거론하며 "명백한 국가전략 목표이자 정책 목표를 확립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대화에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도 중요한 기회로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한미 군사연습 중단을 통해 북미회담 의사를 밝힌 것은 즉흥적인 결정이나 국내정치적 이유만으로 볼 수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오랫동안 북미대화와 한반도 문제에 관심을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이달 예정된 주요 외교 일정을 한반도 정세의 분기점으로 지목했다. 그는 이달 말 유엔총회 고위급 연설과 미중 정상회담 등이 예정돼 있는 점을 짚으며 "9월에 한반도 의제가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지켜만 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한국이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미대화 가능성이 실제 대화와 평화체제 논의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한국이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정 장관은 그 구체적인 틀로 남북한과 미국, 중국이 참여하는 4자회담을 다시 언급했다. 그는 김영삼 정부 당시인 1996년 한미 정상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4자회담을 제안했고, 이후 1997년부터 1999년까지 제네바에서 여섯 차례 회담이 열렸지만 결국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회담을 가로막았던 조건은 지금과 크게 달라졌다고 진단했다. 정 장관은 당시 주요 장애물이었던 주한미군 철수 문제와 한국을 배제한 북미 간 직접 평화협정 주장이 지금은 사라졌다며 "이제 30년 만에 적기가 도래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한 "지도자의 의지는 충만하다"며 "전문가들의 의견과 국민적 에너지를 결집해서 한반도 평화체제 전환의 결정적인 시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장관의 이날 발언은 정부가 남북대화 재개 자체에 머물지 않고 북미대화를 출발점으로 남북미중 4자 대화와 평화체제 논의를 본격화하겠다는 구상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