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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균 한국유교문화진흥원 연구진흥실장(원장 직무대행)이 지난 13일 충남 논산시 노성면 한국유교문화진흥원에서 인터뷰 도중 웃으며 손가락 하나를 들어 보이고 있다. 이 실장은 이날 “충은 책임, 효는 돌봄, 예는 배려”라고 말했다.
▲이상균 한국유교문화진흥원 연구진흥실장(원장 직무대행)이 지난 13일 충남 논산시 노성면 한국유교문화진흥원에서 인터뷰 도중 웃으며 손가락 하나를 들어 보이고 있다. 이 실장은 이날 “충은 책임, 효는 돌봄, 예는 배려”라고 말했다. ⓒ 서준석

"2026 한국유교문화축전에 딱 한 사람만 초대할 수 있다면 누구를 초대하시겠습니까."

잠시 생각하던 이상균 한국유교문화진흥원 연구진흥실장(원장 직무대행)은 유명 학자도, 유림 원로도 꼽지 않았다.

"초등학생 한 명을 초대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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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충남 논산시 노성면 병사리 한국유교문화진흥원에서 만난 이 실장의 답이었다. 유교문화가 과거의 유산으로만 남지 않고 미래의 문화가 되려면 다음 세대가 그 가치를 알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어린아이가 축전을 둘러보고 '우리 유교문화에 이런 가치가 있구나'라고 느꼈으면 좋겠다"며 "아이들이 유교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다음 세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에게 '유교'라는 말은 여전히 어렵게 다가온다. 제사나 엄격한 예절, 오래된 규범부터 떠올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조선시대의 남녀차별이나 신분 질서 같은 부정적인 모습과 연결하기도 한다.

이 실장은 이런 역사적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유교가 지닌 가치까지 낡은 것으로 치부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과거를 그대로 되풀이할 수는 없습니다. 조선시대의 남녀차별이나 계급문화처럼 오늘의 기준에서 비판해야 할 부분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인(仁)·의(義)·예(禮)·지(智) 같은 가치까지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사람을 생각하고 상대를 배려하며 공동체 안에서 자신의 책임을 다하는 것은 지금도 필요한 가치입니다."

그는 한국인의 일상에도 유교문화가 남아 있다고 봤다. 자녀가 나이가 들어도 부모가 건강과 생활을 걱정하고, 자녀 역시 늙은 부모를 살피는 가족관계가 대표적이다. 생활 방식은 달라졌지만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는 생각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실장이 꺼낸 말이 '책임·돌봄·배려'다. 어렵게 들리는 충·효·예를 오늘의 언어로 풀었다.

"충(忠)은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학생은 학생의 일을 하고, 공무원은 공무원의 일을 제대로 하고, 기자는 기자의 역할을 다하는 것,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책임을 다하는 것이 오늘날의 충이라고 생각합니다. 효(孝)는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서 출발하지만 지금의 말로 넓히면 '돌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禮)는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생각하는 '배려'입니다."

충은 책임, 효는 돌봄, 예는 배려.

한복을 입거나 옛 의례를 그대로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고, 오래된 가치 가운데 오늘에도 필요한 것을 찾아 일상의 언어로 풀어내자는 게 그가 생각하는 유교문화의 방향이다.

한국유교문화진흥원 건물도 이런 생각을 담았다. 진흥원 설립에는 약 4년의 준비 기간이 걸렸고, 건축에도 전통 한옥의 요소와 현대 건축을 함께 적용했다.

이 실장은 "건물 자체가 전통과 현대가 만나는 모습을 보여준다"며 "진흥원이 가야 할 방향 역시 과거와 현재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수장고 6만6000여 점, 이제는 '연구하고 꺼내 쓸 때'

 충남 논산시 노성면 병사리에 자리한 한국유교문화진흥원. 전통 한옥의 요소와 현대 건축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충청의 유교문화를 바탕으로 한국 유교문화의 연구·보존·활용을 맡고 있다.
▲충남 논산시 노성면 병사리에 자리한 한국유교문화진흥원. 전통 한옥의 요소와 현대 건축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충청의 유교문화를 바탕으로 한국 유교문화의 연구·보존·활용을 맡고 있다. ⓒ 서준석

현재 한국유교문화진흥원은 원장과 부원장이 모두 공석이다. 충남도가 신임 원장 선임 절차를 진행하는 가운데 이 실장이 원장 직무를 대행하며 조직을 이끌고 있다. 신임 원장은 오는 10월께 부임할 것으로 예상된다.

진흥원은 내년이면 개원 5년째를 맞는다. 이 실장이 요즘 직원들과 집중적으로 논의하는 것도 그동안의 성과를 어떻게 다음 단계로 연결할 것인가다.

그는 그 답 가운데 하나를 수장고에서 찾고 있다. 개원 이후 진흥원이 수집한 지역 유물은 약 6만6000점에 이른다.

"수집하는 것만으로 끝나서는 안 됩니다. 이제는 하나하나 제대로 연구해야 합니다."

수집한 유물을 조사·번역하고, 연구 성과를 교육과 전시로 만들어 시민과 도민에게 돌려주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다시 문화사업과 축전의 콘텐츠로 활용한다. 수집→연구·번역→교육→전시·활용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수장고에 보관된 옛 문서와 유물이 연구자의 책상에 오르고, 그 결과가 전시장과 강의실을 거쳐 시민에게 돌아가는 셈이다.

이 실장은 "각 부서가 따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자료가 연구와 교육, 활용으로 이어져야 한다"며 "직원들과 내부 토론을 이어가며 진흥원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방향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노성까지 누가 오느냐고요? 연간 15만 명이 옵니다"

 사무실에서 시작한 인터뷰는 ‘솔비움’으로 자리를 옮겨 이어졌다. 책 냄새와 은은한 소나무 향이 어우러진 이곳에서 이상균 한국유교문화진흥원 연구진흥실장(원장 직무대행)이 진흥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솔비움은 소나무처럼 곧고 굳게 뻗어 나간다는 뜻을 우리말로 풀어 이름 붙인 공간이다.
▲사무실에서 시작한 인터뷰는 ‘솔비움’으로 자리를 옮겨 이어졌다. 책 냄새와 은은한 소나무 향이 어우러진 이곳에서 이상균 한국유교문화진흥원 연구진흥실장(원장 직무대행)이 진흥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솔비움은 소나무처럼 곧고 굳게 뻗어 나간다는 뜻을 우리말로 풀어 이름 붙인 공간이다. ⓒ 서준석

한국유교문화진흥원이 논산에 들어설 당시 지역의 관심은 뜨거웠다. 입지를 놓고 유치 경쟁도 벌어졌다. 개원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당시의 열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시선도 있다.

이 실장의 생각은 달랐다. 관심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진흥원을 바라보는 방식이 달라졌다고 했다.

진흥원은 논산 도심에서 떨어진 노성면 병사리에 있다. 접근성만 놓고 보면 유리한 위치라고 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 실장에 따르면 교육·연수와 전시, 축전 등을 위해 이곳을 찾는 방문객은 연간 약 15만 명, 교육·연수 프로그램 참가자는 약 1만 명에 이른다.

그는 "접근성이 다소 떨어지는 곳인데도 많은 분이 찾아오는 것은 결국 콘텐츠의 힘"이라며 "충청의 유교문화를 바탕으로 한국의 유교문화를 알리는 전문기관으로 자리 잡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충남도가 내세우는 '충·효·예'와 관련해서도 진흥원의 역할을 넓히고 있다. 지난 8월 충·효·예와 충청 정신을 오늘의 사회에서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 다룬 학술행사를 열었고, 충남도의 관련 정책 협의에도 참여하고 있다.

'어린아이 한 명'에게 보여주고 싶은 유교문화

 ‘충·효·예, 나의 일상이 되다’를 주제로 오는 15~20일 충남 논산시 한국유교문화진흥원 일원에서 열리는 ‘2026 한국유교문화축전’ 포스터. (한국유교문화진흥원 제공)
▲‘충·효·예, 나의 일상이 되다’를 주제로 오는 15~20일 충남 논산시 한국유교문화진흥원 일원에서 열리는 ‘2026 한국유교문화축전’ 포스터. (한국유교문화진흥원 제공) ⓒ 서준석

이런 방향은 오는 15일부터 20일까지 한국유교문화진흥원 일원에서 열리는 '2026 한국유교문화축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올해 주제는 '충·효·예, 나의 일상이 되다'다.

15일 '충·효·예 길 걷기'를 시작으로 16일 외국인 선비학교, 17일 K-유교문화 아카데미가 이어진다. 17~18일에는 천안 상록리조트에서 K-유교 국제포럼이 열린다.

본 행사는 18일부터다. 이날 역사 강사 최태성이 참여하는 인문 북콘서트와 공식 개막식, '충·효·예 충청 정신 도민 선포식'이 열린다.

19일에는 K-유교 영어 스피치 경연대회와 백일장·사생대회, 선비밥상 쿠킹클래스 등이 마련된다. 오후 7시에는 음율·도드리·나태주 등이 출연하는 K-유교 콘서트가 열린다. 마지막 날인 20일에는 노성면 주민총회와 지역 문화공연 등이 어우러지는 K-풍류마당이 축전을 마무리한다.

축전 포스터도 갓과 한복, 전통 문양 같은 옛 이미지를 현대적인 색과 도형으로 표현했다. 어린이와 가족을 위한 키즈존을 비롯해 로블록스·제페토를 활용한 유교 어드벤처, 전통놀이, 가훈과 호 쓰기 등도 마련된다.

인터뷰 첫 질문에서 이 실장이 수많은 사람 가운데 '초등학생 한 명'을 꼽은 이유도 이 대목에서 분명해진다.

"유교문화가 미래의 문화가 되려면 결국 다음 세대가 이어가야 합니다. 어린아이 한 명이 이곳에 와서 '우리 유교문화에 이런 가치가 있구나' 하고 알고 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옛것을 그대로 되풀이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의 생활 속에서 다시 쓰이게 하는 것. 이 실장이 말하는 '요즘 유교'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논산포커스에도 실립니다.


#한국유교문화진흥원#이상균#유교문화#논산시#노성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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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산시와 계룡시의 풀뿌리 지역신문인 논산포커스 기자입니다. 국가유산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며 시민과 함께 지역신문의 가치를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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