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감 유행주의보독감이 유행 중인 지난 13일 서울 성북구의 한 소아청소년과 전문병원이 환자와 보호자로 붐비고 있다. ⓒ 연합뉴스
예년보다 인플루엔자(독감) 유행이 일찍 시작되면서 어린이와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국가예방접종 일정이 앞당겨진다. 특히 학령기와 영유아에서 인플루엔자 의심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고, 65세 이상 고령층의 입원 비중도 높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정부가 접종 시기를 조정했다.
또한 정부는 글로벌 백신 생산과 출하 절차 지연으로 수급 여건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고위험군의 중증화 방지와 확산 차단을 위해 가용 물량을 조기에 현장에 투입하겠다는 방침이다(관련 기사 :
'재고 0' 독감 백신이 없다... 의사도 난감합니다 https://omn.kr/2jsm7 ).
질병관리청은 16일 이 같은 내용의 2026~2027절기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 일정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 11일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가 발령된 데 따른 조치다.
우선 오는 28일부터 시작할 예정이었던 '1회 접종 어린이의 접종'은 일주일 앞당겨 21일부터 시작한다. 이에 따라 접종 횟수와 관계없이 '생후 6개월~14세 어린이'는 모두 9월 21일부터 국가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다. 임신부 역시 이날부터 접종이 시작된다.
입원 환자 비중이 높은 어르신 접종도 연령대별로 앞당긴다. '75세 이상'은 10월 6일, '70~74세'는 10월 12일, '65~69세'는 10월 15일부터 접종할 수 있다. 기존 일정보다 3~6일 앞당겨진 것이다.
면역저하자 등 고위험군은 연령별 접종 일정과 관계없이 10월 6일부터 의료진과 상담한 뒤 접종할 수 있다. 고령층이 밀집해 생활하는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은 백신이 공급되는 대로 접종을 시작한다.
이번 일정 조정에는 최근 유행 상황이 크게 작용했다. 36주차 기준 인플루엔자 의심환자 분율은 7~12세가 외래환자 1000명당 75.1명으로 가장 높았고, 1~6세 49.8명, 13~18세 31.3명으로 학령기와 소아·청소년층에서 높은 수준을 보였다. 반면 65세 이상에서는 전체 인플루엔자 입원환자의 60.0%가 발생해 고령층의 중증화 위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혜림 질병청 예방접종관리과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국가예방접종 대상들이 아무래도 더 고위험군이시다 보니 우선적으로 지원을 해드려 (고위험군의) 예방 접종이 원하게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청이 예년보다 이른 인플루엔자 유행에 대응하여 ’26-’27절기 어린이와 어르신의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 시작일을 앞당긴다. ⓒ 질병관리청
백신 1233만 도즈 확보... 민간 공급은 '빠듯'
이번 접종 일정 조정의 핵심 변수는 '백신 수급'이다. 질병청은 이번 절기 국가예방접종을 위해 인플루엔자 백신 약 1233만 도즈를 확보했으며, 조정된 일정에 맞춰 의료기관에 순차적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다만 민간 접종용 백신은 예년보다 공급 여건이 빠듯하다. 이번 절기에는 세계보건기구(WHO) 권고에 따라 A형 H1N1·H3N2와 B형 빅토리아 계통의 백신주가 모두 변경됐다. 새로운 균주의 생산 과정에서 수율이 떨어지면서 국내 전체 생산·수입 물량이 지난해보다 약 400만 도즈 감소했다.
질병청은 제조·수입사와 협의해 약 37만 도즈를 추가 확보했지만, 이는 국가예방접종이 아닌 민간 접종에 활용된다. WHO의 백신 품질검사에 필요한 B형 성분 표준품 공급도 예년보다 한 달가량 늦어 국내 생산과 공급 일정에 영향을 줬다. 질병관리청은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협의해 출하 승인 일정을 당초보다 약 2주 앞당겼지만, 국가예방접종 시작 전에 충분한 물량을 여유 있게 공급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병·의원 전용 의약품 유통 플랫폼인 블루팜코리아, 미소몰닷컴 등에서 주요 독감백신이 일시 품절됐습니다. ⓒ 미소몰닷컴
질병청은 제조·수입사, 유통협회, 의료계 등과 매주 회의를 열어 수급 상황을 점검하고 추가 생산·수입 등을 통해 공급 안정화에 나설 방침이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이른 유행주의보 발령에 맞춰 백신 수급 여건과 가용 물량을 점검하고 전문가 등 현장 의견을 반영하여 일정을 조정했다"며 "백신 수급 상황과 접종 추이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관계기관·의료계와 긴밀히 협력하여 접종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9월 21일부터 대상자에 따라 순차적으로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이 시작되므로, 65세 이상 어르신, 임산부, 어린이 등은 대상자별 일정에 맞춰 접종을 받으시길 바란다"고 재차 당부했다.
접종 전 확인하고, 유행기엔 손씻기·마스크
질병청에 따르면 예방접종을 받으려면 주소지와 관계없이 가까운 위탁의료기관이나 보건소를 이용하면 된다. 다만 일정이 앞당겨진 만큼 방문 전 관할 보건소나 예방접종도우미 누리집에서 해당 의료기관의 접종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접종기관 방문 때는 신분증을 지참해야 한다. 어린이는 주민등록등본이나 건강보험증, 임신부는 산모수첩 등으로 접종 대상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접종 후에는 20~30분간 의료기관에 머물며 이상반응을 관찰한 뒤 귀가해 충분히 쉬어야 한다.
유행이 빠르게 시작된 만큼 예방접종과 함께 손씻기, 기침예절, 마스크 착용, 주기적인 환기 등 호흡기 감염병 예방수칙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65세 이상이나 면역저하자 등 고위험군은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나타나면 조기에 의료기관을 찾아 진료받아야 한다.

▲2026-2027절기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 안내 ⓒ 질병관리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