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분금반환 청구의 소 1심 판결 내린 서울중앙지법?서울중앙지방법원 제31민사부는 1일, 원고인 모금회가 삼성지역발전기금 수탁기관인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이하 ‘허베이조합’)과 서해안연합회를 상대로 제기한 ‘배분금 반환 청구의 소’ 1심 판결에서 “허베이조합은 배분금(잔액) 1850억 원을 반환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서해안연합회에도 986억 원을 반환하라고도 판시했다. ⓒ 김동이
태안원유유출사고 이후 가해기업인 삼성중공업이 유류피해주민의 재기와 해양환경의 조속한 복원을 위해 출연한 3600억원의 출연기금으로 조성된 '삼성지역발전기금'의 쓰임새를 두고 수년간 진통을 겪어온 민사소송에서 법원이 결국 사회복지공동모금회(아래 모금회)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1민사부(재판장 남인수)는 1일 원고인 모금회가 삼성지역발전기금 수탁기관인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아래 허베이조합)과 서해안연합회를 상대로 제기한 '배분금 반환 청구의 소' 1심 판결에서 "허베이조합은 배분금(잔액) 1850억 원을 반환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서해안연합회에도 986억 원을 반환하라고도 판시했다.
2023년 12월 사건이 서울중앙지법에 소장이 접수된 이래 10차례의 공판 끝에 3년 가까운 33개월 여 만에 내려진 결정이다.
모금회-수탁기관 간 체결한 '배분사업계약' 근거로 수탁기관 주장 배척
재판부는 이번 판결에서 모금회와 수탁기관 간 체결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배분사업 계약서'를 법적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 계약서 조항 중에서도 제6조 2항 제6호 및 제7호를 중점적으로 적용하며 수탁기관들의 배분사업계약 위반에 따른 모금회의 환수 조치가 정당하다고 인정했다.
배분사업 계약서 제6조 2항은 '배분금 지급 중단, 기 지급한 배분금 환수 및 사업간 조정, 일정기간 배분지원 대상 제외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다'이다. 6호에서는 사업이 중지되거나 목적달성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7호에서는 수행기관의 사업 수행 및 예산 집행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경우로 정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재판부는 허베이조합과 서해안연합회의 사업수행 실적을 들어 저조한 사업비 집행율과 과다한 기관운영비 사용에 사업예산 대비 사업계획이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남인수 재판장은 "서면과 증거를 종합하면 저조한 배분금 집행율과 과다한 기관운영비, 사업예산 대비 사업계획 부실은 배분사업계약서 제6조 2항 제6호와 제7호에 해당한다"고 두괄식 결론을 내렸다.
이어 허베이조합에 대해 "대의원총회를 구성하지 않았고, 본부와 지부의 갈등으로 사업이 중단됐다. 배분금 집행율이 158억 원, 7.8% 집행해 저조한 반면 기관운영비는 98억 원으로 54%에 달한다. 이후에도 집행율은 저조했다"면서 "원고가 배분금 환수조치를 취한 것은 적법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판시했다.
남 재판장은 "현 조합 구조로는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 "본부와 지부의 갈등으로 정상적인 사업 집행이 불가하다"는 국응복 이사장의 발언에 대해 사업선정심의위원회가 개최되지 않은 점,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마련하지 않은 점, 지부 분할 계획을 검토하고 있었던 점 등을 들어 "근본적인 원인은 조합의 내부 상황에 있었다"고 내다봤다.
남 재판장은 또한 "피해민 의사가 반영된 사업계획이어야 정당성이 부여되는데 피해민 의사 반영이 부족했다"고도 지적하면서 "4차, 5차 특별위원회에서 사업 지속이 어렵다는 공통된 진술과 자료 부실 등의 사정은 변론 종결 시까지 지속됐고, 그동안 유의미한 사업도 보여주지 못했다"며 모금회의 환수결정은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그동안 수탁기관이 태안군 등 행정기관에 배분금을 수탁하지 못하는 근거로 들었던 '삼성중공업 지역발전기금 등 협약서'의 효력도 재판부는 인정하지 않았다.
남 재판장은 "기금수탁 재지정은 허베이조합과 서해안연합회 외로 기금이 가야 재지정인데 같은 수탁기관으로 가는 것은 재지정으로 볼 수 없다"면서 "원고가 삼성중공업에 재지정 기탁에 대해 요청했지만 삼성중공업에서는 협약서에 정한 지정기탁 관련 의무 이행은 종료됐다고 답변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환수사유가 발생해 환수한 것으로, 원고의 환수조치는 민법에서 정한 해지사유와 동일"하다고도 한 남 재판장은 "허베이조합은 1850억 7400만 원을, 서해안연합회는 986억 원을 반환하라"면서 35분 간의 판결문 낭독을 마무리했다.
국응복 허베이조합 이사장 "즉시 항소"

▲'배분금반환 청구의 소' 1심 선고 이후 법정을 빠져나가는 태안유류피해민들허베이조합의 이번 1심 판결에는 관심도를 반영하듯 허베이조합의 본부가 위치한 충남 태안군에서 국응복 허베이조합이사장을 비롯한 전임 감사와 직원, 피해민 등이 대거 방청석에서 판결을 지켜봤다. ⓒ 김동이
한편 허베이조합의 이번 1심 판결에는 관심도를 반영하듯 허베이조합의 본부가 위치한 충남 태안군에서 국응복 허베이조합이사장을 비롯한 전임 감사와 직원, 피해민 등이 대거 방청석에서 판결을 지켜봤다.
이번 1심 판결 직후 국응복 이사장은 "즉시 항소하겠다"며 법정 대응을 이어갈 뜻을 밝혀, 삼성지역발전기금을 둘러싼 법적 공방과 기금을 둘러싼 진통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국 이사장은 이날 판결에 앞서 발언권이 주어지자 "4만여 피해민의 피와 땀, 눈물로 7년 만의 투쟁 끝에 받아온 소중한 기금"이라고 의미를 부여한 뒤 호소를 이어갔다.
그는 "우리는 기존 운영조직이 있고 기금을 횡령, 유용한 사실도 없다. 다만 조합이 그동안 질타를 받아왔던 부분에 대해서는 뼈를 깎는 반성과 함께 더 발전적인 모습으로 변모해 나가겠다"고 호소도 했다.
덧붙여 "자칫 우리 조합원들과 피해민들의 의사와 배치되는 결과로 또다시 2007년도의 대규모 집단사태가 되풀이 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면서 "부디 기금이 지속적인 해수부의 관리감독 하에 당초 목적을 완성할 수 있도록 우리 조합원과 피해민들을 위해 바람직한 판단을 내려주길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했다.
국 이사장의 호소와는 달리 재판장을 찾았던 태안유류피해민들은 재판 이후 기자와 만나 "이 소송은 원래부터 소송 자체가 성립이 안되는 것이었다"면서 허베이조합을 향해 "항소하면 안된다. 또 다시 많은 시간이 허비될 것이다. 기금이 하루 속히 피해민들을 위해 집행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