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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지전수조사 포스터
▲농지전수조사 포스터 ⓒ 농림축산식품부

[기사 수정 : 1일 오후 6시 43분]

"땅값 떨어진다고 내가 땅을 팔 것도 아니고, 나는 그냥 내 땅에 농사지으면 돼요."

서산에서 수십 년 농사를 짓는 A씨의 말이다.

정부의 농지 전수조사를 두고 정치권 공방이 거세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까지 겹치면서 농촌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충남 현장에서 확인한 수치로는 우려가 현실화됐다고 볼 만한 징후는 뚜렷하지 않았다. 정상적으로 농사를 짓는 농민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일선 기관의 설명이다.

성일종 "농민·제2금융권 함께 죽이는 자폭 버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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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서산·태안)은 지난 9월 28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지 전수조사는 제2금융권도 죽이고 우리 농민들도 죽이는 '경제적 자폭 버튼'"이라며 조사 중단을 촉구했다.

성 의원은 네 가지 우려를 제기했다. 처분 대상 농지와 급매물이 늘면 감정가가 떨어지고, 농협 등 제2금융권이 추가 담보나 조기 상환을 요구할 수 있다고 했다. 지주들이 땅을 처분하면 청년농이 임차지를 잃게 되고, 병원비·생활비를 마련하려 땅을 빌려준 고령 농민은 '투기 사범'으로 낙인찍힐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세컨하우스에 딸린 농지 매물이 늘어나는 것도 농민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처분 유예'니 '사후 양성화'니 하는 땜질 처방도 필요 없다"고 했다.

"신고보다 상담이 많다"… 충남 위탁 9.1% 증가

현장의 분위기는 어떠할까.

한국농어촌공사 농지은행 관계자는 "임대차 해지 신고가 많이 들어온다기보다는 걱정돼서 하시는 상담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전수조사와 함께 운영되는 임차농 보호 신고센터는 다섯 가지 유형을 신고받는다. 임차농을 일방적으로 내보내는 강제퇴거를 비롯해 불법 임대차, 불법 전용, 소유 상한·제한 위반, 농지취득자격증명 부정 발급이다.

온라인은 5월 18일, 오프라인은 5월 27일부터 운영 중이며 12월 10일까지 이어진다. 공사 충남지역본부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충남·대전·세종 지역 신고는 다섯 가지 유형을 모두 합쳐 32건이다.

농지은행 관계자는 "신고센터가 올해부터 운영돼 아직 알려지지 않아서인지, 실제로 신고할 만한 일이 적어서인지는 알 수 없지만 현재까지는 많은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농지은행 임대 위탁도 충남에서는 '폭증'과 거리가 있었다.

한국농어촌공사 충남본부에 따르면 올해 10월 기준 충남의 농지은행 임대 위탁은 1만 3881건(5194㏊)이다. 지난해 같은 시기 1만 2726건(4882㏊)보다 1155건(9.1%) 늘었다. 면적으로는 312㏊(6.4%) 증가했다.

이 관계자는 "늘긴 늘었지만 폭증까지는 아니다"며 "더 늘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직은 그 정도"라고 말했다.

증가세는 경기도 등 도심 인근 지사에서 더 두드러진다는 설명이다. 충남은 지난해 지자체의 농업경영체 정비 기간과 맞물려 위탁이 이미 크게 늘었다. 한 번 맡긴 농지는 해마다 다시 맡길 필요가 없어 올해 전수조사 영향이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것이다.

다만 연말에는 위탁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 관계자는 "위탁이 몰리는 시기가 있어 연말이 되면서 늘어나기는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농사철에는 경작 중인 농지를 맡기기 어려워 수확 뒤에 위탁이 몰린다는 설명이다.

청년농의 반응도 성 의원의 주장과는 결이 달랐다.

서산에서 농사를 짓는 청년농 B씨는 "땅이 사라졌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값이 내려가면 기회라고 보고 기다리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농지은행 관계자는 "농지은행이 확보한 농지는 제도상 청년농에게 우선 공급한다"고 설명했다. 공사 충남본부는 올해 청년농의 농지 구입 부담을 덜기 위한 '선임대후매도사업' 예산도 지난해 24억 원에서 87억 원으로 늘리고 상시 신청이 가능하도록 바꿨다.

다만 현재의 수치와 일부 청년농의 경험만으로 전수조사가 앞으로 임차농지 시장에 미칠 영향을 단정하기는 이르다.

맹지 등 경작 여건이 나쁜 농지도 "농지은행에 맡기면 된다"

불안이 큰 쪽은 경작 여건이 나빠 농사를 짓기 어려운 농지를 가진 사람들이다.

맹지나 시설물이 설치된 농지처럼 빌려 쓰겠다는 사람이 나서지 않는 땅을 갖고 있는 고령농이나 상속인들은 "맡길 데도 없는데 우리도 이행강제금 대상이냐"고 묻는다.

농지은행 관계자는 "이런 농지도 농지은행이 위탁을 받으라는 지침이 정부에서 내려왔다"고 말했다.

위탁을 받으면 농지은행이 공고를 내 임차인을 찾는다. 공고를 해도 임차인이 나서지 않을 수 있다. 이 관계자는 "그런 경우에도 위탁을 했다면 이행강제금 같은 불이익이 없도록 할 예정"이라며 "원칙은 투기 목적이냐 아니냐 하나다. 그분들은 투기 목적이 아니지 않으냐"고 말했다.

서산·태안 농민들에게도 같은 설명을 내놨다.

그는 "서산·태안은 투기 목적으로 농지를 가진 분들이 많지 않다"며 "이 지역에서 농사짓는 대다수 농민들은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농지연금 '10년, 20년 대기'는 과장

농민들 사이에 퍼진 대표적인 오해 가운데 하나는 농지연금이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농민 가운데는 "농지연금은 신청해도 10년, 20년을 기다려야 한다"고 알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농지은행 관계자는 "10년, 20년은 과하다"고 일축했다.

그는 "고령화와 노후에 대한 관심으로 연금 수요가 꾸준히 늘어 왔고, 농지관리기금 사정으로 자금이 한동안 늦게 내려와 가입이 지연된 적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달 추가 자금이 내려오기로 돼 있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라며 "신청이 더 몰리면 조금 기다리실 수는 있어도 10년, 20년은 아니다. 충남은 그 정도로 밀려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예산도 늘었다.

한국농어촌공사 충남지역본부가 올해 초 밝힌 충남 농지은행 사업비는 3275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1176억 원(56%) 증가했다. 이 가운데 공사가 은퇴농 등의 농지를 사들여 청년농에게 임대하는 '공공임대용 농지매입사업'에 2325억 원이 배정됐다.

농지은행 관계자는 "내년 예산도 증액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도 "정부가 방향을 정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수요가 얼마나 발생할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농지 가격이 떨어지면 농지연금 산정액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있다.

농지은행 관계자는 "영향은 있지만 심하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연금액은 주변 거래 시세 등을 반영한 감정평가로 산정하기 때문에 미리 얼마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가입 조건도 있다. 연금 대상은 정상적으로 농업에 이용되는 농지여야 한다. 불법 전용 등으로 농지로 쓰이지 않는 땅은 가입할 수 없고, 다른 사람에게 임대 중인 농지는 임대차 종료 시기에 맞춰 가입해야 한다.

정부 "농지 DB 구축이 목적... 경미한 위반은 정상화 기회"

정부도 농촌의 불안을 진정시키는 데 나섰다.

박순연 농림축산식품부 기획조정실장은 지난 9월 30일 주요 농업인단체 관계자들과 만나 전수조사 추진 상황과 사후조치 방향을 설명했다.

박 실장은 "농지 전수조사는 제대로 된 농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농촌의 고령화와 상속농지 증가 등 농업·농촌의 여건 변화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맞는 현실적인 농지 관리와 제도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장에서 제기되는 제도개선 과제도 살펴 농촌 현실에 맞게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지난 9월 21일 당정협의에서도 투기가 명백한 농지는 법과 원칙에 따라 처분하되, 고령농의 휴경이나 상속농지, 관행적 임대차 등 농촌 현실에서 발생한 위반은 정상화·양성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농식품부가 배포한 안내문도 "농지법을 위반하면 무조건 처분되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설명한다. 고의적 투기 등 중대한 위반은 엄정 조치하되 일반적이고 경미한 위반에는 정상화·양성화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밝힌 처분 대상 '투기'는 실제 농사를 지을 의사 없이 시세차익이나 개발이익을 목적으로 거짓·부정한 방법으로 농지를 취득한 경우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거짓으로 농지를 취득한 뒤 무단 휴경하거나 불법 임대한 경우, 농업법인이 부동산업을 한 경우, 경매 등으로 공유 취득한 뒤 무단 휴경·불법 임대한 경우 등이 해당한다. 농업진흥지역에 들어설 수 없는 야영장 등을 설치한 중대한 불법 전용에는 원상회복 명령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보완책은 '특별조치법' 단계

문제는 정부가 내놓은 보완책 가운데 상당수가 아직 '특별조치법 제정 계획' 단계라는 점이다.

팔리지 않는 농지를 농지은행에 맡겨 관리하는 방안, 창고 등 시설물이 있는 농지를 사후에 전용 허가하는 방안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성 의원이 정부 대책을 '땜질 처방'이라고 비판하는 지점도 바로 이 부분이다.

농지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원칙부터 먼저 얘기하고 예외를 나중에 발표하는 순서로 하다 보니 의원님도 그렇게 표현하신 것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거래 위축에 따른 땅값 하락 우려도 남아 있다.

농지은행 관계자는 "그런 우려는 있지만 농사를 짓는 데 있어서는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걱정되시면 일단 농지은행에 오셔서 상담부터 받아보시면 된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충남에서 확인된 수치만 놓고 보면 농지 위탁이 폭증하거나 청년농의 임차지가 대거 사라졌다고 볼 만한 징후는 뚜렷하지 않다.

그렇다고 우려가 모두 해소된 것도 아니다. 심층조사는 진행 중이고 정부가 내놓은 일부 보완책도 아직 법률로 확정되지 않았다. 농지 거래와 가격, 임차농의 영농 여건이 실제로 어떻게 움직이는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정치권의 경고와 정부의 해명 사이에서 결국 확인해야 할 것은 말이 아니라 농촌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변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서산시대에도 실립니다.


#농지전수조사#청년농#한국농어촌공사농지은행#농지연금#특별조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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