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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인권영화제가 6일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오늘(11월 1일) 드디어 폐막되었다. 폐막식이 열리는 이화여대 법정강당에는 예정시간인 7시50분 이전부터 관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개별 영화 상영 때보다 당연히 많은 관객들이 폐막식을 보기 위해 모였다.

폐막식은 간단히 영화제 스텝을 소개하고 올해의 인권영화상 출품작 하일라이트를 상영하고 올해 수상작을 시상하는 순으로 진행되었다. 그곳에는 영화제 내내 상영작 번역이니 해외 방문객 접견으로 바쁜 나머지 좀처럼 얼굴을 뵙기 힘들었던 인권 영화제 총감독 서준식 선생의 모습도 보였다.

스텝 소개가 진행되는 동안 영화제 기간 동안 영화제의 성공적인 진행을 위해 보이는 곳, 보이지 않는 곳에서 분주히 움직이던 인물들이 얼굴을 드러냈다. 영화제는 인권운동사랑방 사람들 외에 각계의 사람들이 힘을 합쳐 성공시킨 영화제였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특히 영화제 장소를 제공한 이화여대의 자원봉사 학생들의 노고가 컸음을 느낄 수 있었다.

영화제 3일째 되던 날 한 영화를 관람하기 위해 법정강당을 방문했을때 기자에게 현 김대중 정권하 인권상황의 이중성을 토로하던 이화여대 자원봉사자도 거기에 있었다. 그때 그녀가 한 말 중 '노벨 평화상이란 자체가 그들만의 리그다'라는 말이 다시 한번 떠올랐다.

올해의 인권상은 출품작 중 관심있게 심사된 대여섯 편 중 노동자 뉴스 제작단 태준식 감독의 '인간의 시간'에 돌아갔다. 이 작품은 IMF로 정부의 구조조정이 진행되자 일터를 잃게 되었던 현대중기 산업노동자들의 고용승계를 요구하는 450일간의 투쟁을 생생하게 담고 있는 작품이다. 감독인 태준식 감독은 수상 소감 발표시 같이 현장에서 투쟁을 했던 현대중기의 노동자를 소개하고 그의 소감으로 수상소감을 대신했다.

서준식 선생은 수상작을 발표한 후 첫번째 인권영화상을 수상했던 작품, 98년 현대자동차 정리해고에 대한 장편 다큐멘터리 <열대야>를 상기시키면서 '현대가 한국 다큐멘터리 발전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는 멘트로 관객들을 잠시 웃음의 도가니로 몰아 넣기도 했다.

서준식 선생은 직접 심사평을 발표했는데 올해의 경우 대여섯 편의 작품들에 주목했다고 한다. 그중에 특히 주목한 작품은 미얀마 민주화를 위해 한국에서 투쟁하고 있는 미얀마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데모크라시 예더봉', 인도 비하르 지역의 불가촉 천민과 상층 카스트간의 피비린내 나는 싸움을 다룬 '보이지 않는 전쟁, 인도 비하르 리포트'와 현대자동차 식당 아주머니들의 투쟁을 담은 '평행선'이었다고 한다.

'데모크라시 예더봉'의 경우 깔끔한 작품성에도 불구하고 방송다큐식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으며, '보이지 않는 전쟁'의 경우 우리 감독이 외국의 상황을 담았고 작품성이 괜찮았다는 의미에서 한국 다큐멘터리의 역사가 될만한 작품이지만 아무래도 외국의 상황이어서 우리에게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서는 약했다는 평을 했다. 그리고 '평행선'의 경우 이색적으로 수직적인 폭력이 아닌 수평적인 (노동자 중에서도 남성노동자와 여성 노동자의 관계) 폭력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주목했다고 한다.

하지만 본 기자는 심사평 중에서 몇 가지 석연찮은 게 있었다. '데모크라시 예더봉'을 방송다큐식의 한계로 평가했지만 과연 그게 흠이 될 수 있는지, 전직 방송 PD가 감독한 작품이어서 그 나름의 스타일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사실 독립 다큐들의 경우 전반적인 문제가 내용의 빈약성에도 불구하고 러닝타임이 1시간, 2시간까지 가는 경향이 있고 필요 이상으로 나레이션을 생략함으로써 작품 이해에 어려움을 주는 점이라고 생각하는 본 기자는 ‘독립 다큐들이 방송다큐식의 깔끔하고 단정한 작품만들기도 경험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음으로 '보이지 않는 전쟁'의 경우 공감대가 부족했다는 평을 했지만 애초에 인권영화상 공모규정이나 방침이 국내 인권상황을 다룬 작품이어야만 한다는 것이 아니라면 이 평은 다시 한번 재고했어야 할 심사평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국내 인권영화상의 측면이 아니라 다큐멘터리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소재의 다양성이 절실히 필요한 한국 인디 다큐멘터리 상황에 상당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은 분명할 것이다. 또한 해외의 우수 인권영화를 다수 초청하여 전세계 인권운동 및 국내 인권운동에 대한 공감대를 확대한다는 현 인권영화제의 형식에서 본다면 이는 더 더욱 이해할 수 없는 심사평이었다.

마지막으로 수상작 '인간의 시간'의 경우 예전에 노동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들이 투쟁은 있되 사람은 없는 작품들이었던 반면에 이 작품은 이를 극복하고 있다고 평했다. 그리고 두 시간에 가까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기술적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계속 사로잡는 작품이었다고 시상 이유를 소개했다.

기자는 영화제 기간 중 '성매매 거리에서 쓴 꿈에 관한 보고서'를 관람했다. 그리고 감독과의 대화 시간도 지켜 보았다. 관객들의 관심이나 감독 혹은 제작자들의 관심은 영화 그 자체가 아니었다. 그들의 관심은 영화가 다룬, 영화 속에 나오는 사람들이나 사회 상황에 대한 것이었다. 이 광경을 보면서 기자는 인권영화제의 결실을 보는 듯했다. 그리고 점차 커져갈 인권영화제의 힘도 예감할 수 있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드가의 다큐멘터리 이야기'의 드가가 제공합니다. '드가(박성호)의 다큐멘터리 이야기'를 방문하시면 다큐멘터리에 관한 풍부한 정보들을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http://myhome.shinbiro.com/~fhu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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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방송 채널에서 교양다큐멘터리를 주로 연출했, 1998년부터 다큐멘터리 웹진 '드가의 다큐멘터리 이야기'를 운영. 자연다큐멘터리 도시 매미에 대한 9년간의 관찰일기 '매미, 여름 내내 무슨 일이 있었을까' 2016년 공개, 동명의 논픽션 생태동화(2004,사계절출판사)도 출간. 현재 모 방송사에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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